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김창석은 후회가 되었다.김창석 혼자만 살아남으면 의심을 살까 봐 걱정했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채성휘도 진작 죽일걸, 하는 생각이었다.그는 원래 채성휘가 총을 많이 맞아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채성휘의 명줄은 생각보다 길었다.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거추장스러운 문제까지 생겼다.채성휘가 쓰다만 ‘김’자를 보며 김창석은 머리를 굴렸다.결국 그는 글자를 인정하기로 했다.“아가씨,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제가 스승님을 몇십 년 동안 따르다가 지금은 아가씨를 돕고 있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솔직하게 얘기하세요.”말을 마친 김창석은 붕대를 다시 고다정에게 건네며 얘기했다.“붕대의 글자가 다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김’일 수도 있죠. 그럼 저를 가리키는 거죠. 하지만 저는 아가씨와 스승님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그의 말에 고다정은 약간 놀랐다.‘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고다정은 자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그녀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김창석이 말을 이었다.“제가 의심되면 전 일단 모든 일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채 선생님이 깨어나고, 혹은 경찰 쪽에서 사건을 종결하면 그때 다시 돌아오겠습니다.”“그렇게 얘기하지 마세요. 확실히 채 선생님이 남긴 글자를 보고 아저씨를 의심했어요. 하지만 아저씨 말대로, 아저씨는 스승님 곁에서 몇십 년이나 있었으니 배신하려거든 진작 했겠죠. 그러니 아까의 제 말을 너무 신경 쓰지 말아주세요. 아저씨가 저와 스승님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고다정은 확신하는 표정으로 김창석을 쳐다보았다.생각보다 쉽게 넘어가는 고다정을 보며 김창석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하지만 그가 미소를 드러내기 전에 고다정이 또 말을 이었다.“그래도 아저씨의 말도 맞는 것 같아요. 아직 진실은 아무도 모르잖아요. 마침 아저씨는 돌아온 후 쉬지 못했으니 이기회에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아가씨의 말은, 지금의 일에서 손을 떼라는 거죠?”김창석은
그 경찰들도 고다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후 일을 계속했다. 고다정도 바로 지하실로 갔다. 지하실 장면은 거실보다 더 엉망이었다. 곳곳에 폭파 흔적과 깨진 유리 조각이 널려 있었다."아가씨, 무엇을 찾으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제가 찾겠습니다.”소담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탁자를 만지작거리는 고다정을 보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앞으로 나가 가로막았다.여기저기에 유리 조각들이 널려 있었고 이 테이블들은 특수 재료로 만들어져서 부러진 부분이 매우 날카로웠다. 만약 고다정이 실수로 베였다면 대표님이 알게 된 후 보너스를 깎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소담의 말을 듣고 고다정도 억지를 부리지 않고 말했다."구체적으로 어디에 두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 책상 중 한 서랍 위쪽에 붙어 있다고만 했어요.”그러자 소담은 다른 실험 테이블로 걸어가서 찾기 시작했다. 물론 고다정도 멈추지 않았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소담은 책상 밑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아가씨, 찾은 것 같습니다.”말하는 사이에 그녀는 테이프가 가득 붙은 얇은 서류 봉투를 꺼냈다. 소담은 엉겁결에 들고 흔들더니 물었다."이 안에 뭐가 들었습니까? 왜 이렇게 가벼워요?”"물건이 들어있지 않으면 제가 와서 뭐하겠어요.”고다정은 웃으면서 소담을 쳐다보고는 이내 서류에 시선을 돌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아직 있어서 다행이네.'누군가가 특효약을 얻고 싶어 했고 또 곁에 스파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그녀와 채성휘가 사적으로 상의한 결과 그들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들은 기억력이 좋기 때문에 진정한 특효약 자료는 한 번 보면 잊지 않았다. 그래서 진짜 특효약 자료를 숨기기로 하고 반은 진짜고 반은 거짓인 자료를 진짜인 것처럼 숨겨놓았다. 스파이를 잡아내기 위한 수단이었다. 다만 상대방이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문서를 빼앗을 줄은 몰랐을 뿐이었다.고다정은 소담으로부터 서류를 건네받았지만 볼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는 소담과 함께 지하실을 빠져나갔다.그녀는 즉시 간 것이 아니라 별장으
전화를 끊은 후 고다정의 얼굴빛은 피곤하고 보기 흉했다. 그녀는 아이러니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아저씨, 허."소담은 희미하게 소리를 들었지만 그다지 잘 들리지는 않았다."아가씨, 무슨 말씀입니까?”"아무것도 아닙니다.”고다정은 고개를 가로저은 뒤 휴대전화를 들고 연구소 측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부터 연구소는 휴식입니다. 쉬라고 공지를 내려 주세요.”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안에서 비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원장님, 마침 연락을 드리려고 했어요. 연구소 밖에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우리에게 연구실의 연구를 설명하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소를 부숴버린다고 합니다.”그 말에 고다정의 얼굴은 금방 차가워졌다."아저씨는요? 이 일을 처리하러 가지 않았나요?”"지금 휴직한 사람이라고 이 일을 처리하는 건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한테 방법을 찾아보거나 원장님에게 연락하라고 하셨습니다.”비서의 말에 고다정은 화가 나서 웃었다. 분명히 내일부터 휴직시키라고 했는데 이 교활한 여우 놈이 오늘부터 계산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그 늙은 여우 놈은 아직 쓸 가치가 있고 혼자 사 수습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속의 화를 억누르고 말했다."알겠습니다, 지금 갈게요.”전화를 끊고 고다정은 운전 기사에게 길을 바꾸라고 분부했다. 십여 분이 지나서 차가 연구소 근처에 도착했다. 근처였기 때문에 시위하러 온 사람들에 의해 앞의 길이 막혔다. 기자들도 꽤 많이 와있었다. 차창 너머로 이들을 바라보는 고다정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나타나면 분명히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었다.소담은 그녀의 어려움을 간파한 듯 건의했다."아가씨, 차의 선루프를 열어 기자들로 하여금 아가씨를 발견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할 수 있고요.”그 말을 듣고 고다정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선루프를 열어.”"네.”운전사의 말과 함께 선루프가 열리고 주황빛 석양이 비쳤다. 고다정은 의자를 밟고 일어섰다. 그
최종적으로 10명의 대표를 선출했다. 그중 8명은 일반 대중, 즉 인터넷을 보고 온 사람들이었다. 나머지 2명은 기자였다.고다정이 이들을 연구소로 데려고 들어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막혔던 사람들이 차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내주었다.잠시 후, 고다정은 그들을 데리고 무사히 연구소 정문에 도착했다.현관문은 닫혀 있었고 그 안에는 전기충격기를 든 경비원이 줄지어 서 있었다. 군중들이 문을 넘어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분명했다."원장님 오셨습니다."경비원들도 고다정을 보고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곧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 열린 틈으로 고다정이 차를 타고 들어왔다. 들어가자마자 고디정이 차에서 내리기 전에 뒤에서 실랑이하는 소리가 들렸다."왜 못 들어가게 합니까?!""원장님께서 들어오는 걸 허락하셨습니다.""비키세요, 빨리."경비원들과 눈싸움을 벌이려는 사람들을 보고 고다정이 말했다."들어오라고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열 명만 들어올 수 있고 다른 사람은 들여보낼 수 없습니다."그렇게 말한 고다정은 군중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굽혀 차에서 내렸다. 소담은 그녀의 뒤를 따라 그녀 주위를 경호했다. 결국 열 명을 들여보냈으나 그녀는 이 사람 중에 숨겨진 스파이가 있는지 장담할 수 없었다.다행히 연구소에 들어갈 때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래도 소담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이들은 고다정을 따라 연구서로 들어가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원래 연구소 안이 이렇죠. TV에서 찍던 장면이랑 다 달라요.""제법 그럴듯한데 진짜 연구를 하는 건지, 아니면 뭘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맞든 아니든 어차피 들어왔으니 무슨 일인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겁니다."여덟 명의 군중이 흥분해서 대화하기 시작했다. 두 기자는 그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지만 사진을 찍느라 매우 바빴다. 고다정은 그들이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았고 그들을 데려오기로 한 이상 대충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고다정은 주위를 가리키며 설명했다."이쪽은 1층 로비입니다. 손님
다른 사람들은 고다정의 태도를 보고 싸움에 이긴 수탉처럼 연구자들 앞을 당당하게 지나갔다. 연구원들이 안색이 매우 안 좋아 보였는데 떠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그들은 김창석과 마찬가지로 성시원이 보낸 기술자들이었다.고다정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사람들이 재잘재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어쩐지 연구소에서 고다정의 위상이 좀 별로인 것 같더라니. 아까 봤던 영감만도 못한 것 같아요.”"뭐가 이상해요, 고다정이 연구소의 주인이긴 하지만 평소 여씨 집안의 아가씨로서 연구소에 잘 오지 않았을 텐데 대권을 넘겨줬으니 누가 그녀의 말을 들어주겠어요.”"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으니 집에서 가정주부 노릇이나 할 것이지 밖에서 일하면서 하루도 쉴 새 없이 다른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것 좀 봐요.”사람들이 일부러 그런 것인지 고다정이 듣지 못할까 봐 매우 큰 소리로 말했다.고다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녀는 방금 일이 불편해서 일부러 말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녀도 성깔이 없는 사람도 아니었다. 바로 정중하게 대꾸했다."당신들이 이렇게 여자를 무시한다면 차라리 죽으러 가세요. 당신들은 모두 여자가 낳은 사람입니다. 그렇게 하면 당신들의 기개가 완성될 수도 있고요.”"이 여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한 남자가 불만스러운 듯 고다정을 노려보며 주먹을 쥐고 손찌검을 하려고 하는 것이 보였다.고다정은 그를 개미 보듯 쳐다보았다. 소담도 고다정 앞에 서서 그녀를 감싸며 그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었다."2층에서 내던져지고 싶지 않으면 모두 좀 진정해.”말을 마친 소담은 무력으로 위협하려고 엘리베이터 안의 손잡이에 발을 차서 그대로 움푹 들어가 버리게 했다. 이것을 보고 분노하던 사람들이 얌전해졌다.비록 그들 쪽에 사람이 더 많았지만 앞에 있는 이 여자는 딱 봐도 건드리기 어려워 보였다. 정말 싸우려고 하면 그들이 되려 살해당하여 시체를 훼손당할 가능성이 컸다.이 사람들이 모두 태도를 바꾸자 만류하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이번 일로 실험실의 연구 프로젝트를 공개해야 하나 생각도 해봤지만, 괜히 그 사람들을 건드려 보복이라도 당할까 봐 두려웠습니다. 이번엔 저희가 인체 실험을 한다고 모함하고, 다음엔 또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르니까요. 저나 여씨 집안 모두 더 이상 휘둘릴 여유가 없습니다.”고다정의 망설이는 표정에 앞에 있던 사람들은 무척 낯부끄러워졌다.잠시 후, 방금 전까지 진실을 파헤치려던 기자가 얼굴을 거칠게 닦으며 정의롭게 말했다.“고다정 씨, 저희 모두 진실을 알았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더 이상 사람들이 당신을 비방하지 못하게 할 테니까요. 고다정 씨와 여씨 집안이 하는 일을 모두가 알 수 있도록, 그래서 누군가 악용하는 일이 없도록 이 정보를 공개하고 싶습니다.”“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고다정 씨, 이번 일은 밝혀져야 합니다.”또 다른 기자도 동조했다.다른 기자들도 뒤이어 설득에 나섰다.그런 상황에서 고다정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이윽고 열댓 명의 사람들을 연구소 밖으로 내보내고, 그들이 문밖에서 몰려드는 인파를 상대하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아진 듯 얼굴에 작게 미소를 띠었다.이때 누군가 그녀에게 다가와 다소 불만스러운 어조로 말했다.“특효약에 대해 유출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아가씨를 노릴까 봐 두렵지 않나요?”“두렵죠, 왜 안 두렵겠어요. 하지만 두려워하는 게 무슨 소용이에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나를 노릴 텐데. 내가 말하면 뺏으려는 사람은 더 늘겠지만, 특효약에 대한 자료는 나한테 없어요. 세상에는 유능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알아낼 수 있다고 믿어요. 자기들끼리 물고 뜯게 하는 거죠.”고다정은 비꼬듯 말하더니 시리우스를 바라보며 입꼬리만 올린 채 말했다.“그리고, 정보가 유출되면 저도, 여씨 집안도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요?”마주한 눈빛을 바라보며 시리우스는 속으로 내키지 않아도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말이 일리가 있네요.”“이해해 주니 다행이네요. 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가
하룻밤 사이에 고다정에 대해 비판의 글을 쓰던 사람들이 모두 태도를 바꿨다.YS 그룹은 큰 수혜를 입었고, 하락세를 보이던 주식시장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을 뿐만 아니라 큰 폭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그리하여 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후회했다.물론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이들은 YS 그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칼을 빼 들고 보유 주식을 서둘러 팔지 않았고, 오히려 YS그룹이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조용히 기다렸다.그 외에도 좋아해야 할지, 기분 나빠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바로 진시목이다.그는 그동안 YS 그룹의 이슈를 틈타 주식시장에서 YS 그룹의 주식을 헐값에 사들이고 있었다.어느덧 10%의 주식을 손에 넣었으니 YS 그룹 이사회에 들어갈 수 있지만, 아무런 발언권도 없었기에 본인뿐만 아니라 배후에 있는 자들도 불만이 많았다.“YS 그룹에 아무 문제가 없으면 문제를 만들어야지. 이런 것도 나한테 물어보면, 머리는 장식으로 단 거야? 또다시 이런 일로 귀찮게 하면 이번 계획 다른 사람에게 넘길 거야.”전화기에서 분노 섞인 중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상대의 꾸짖음에 진시목의 얼굴이 극도로 일그러졌지만, 그는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대답만 하며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휴대폰을 내려놓은 후 그는 가슴에 차오르는 분노를 마구 분출하고 싶은 것을 억눌렀다.고다정과 여준재에게 당한 것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누구에게 이런 식으로 혼난 적이 없었다.특히 옆에 앉아 여유롭게 손을 꼼지락거리는 고다빈의 모습이 눈에 거슬려,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하루 종일 손가락만 만지작대는데 거기 금이라도 붙었어? 고다정 좀 봐. 너보다 낮은 곳에서 시작했어도 그럴듯하게 성공하고, 이제는 YS 그룹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기까지 해!”“오빠, 미쳤어? 아침부터 왜 그러는 거야!”이미 진작 사이가 틀어진 탓인지 진시목의 말을 들은 고다빈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바로 반박했다.이를 본 진시목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본인이 직접 목숨 내놓을 짓을 했잖아요. 그러게 누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래요!”고다빈은 분노했다.염치도 없이 이런 말을!200억이라니, 그녀를 다시 팔아도 받지 못할 금액이었다.고경영과 심여진은 화를 내는 딸을 바라보며 숨이 턱 막혔다.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린 것은 두 사람의 잘못이 맞았다.하지만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러 갔던 때를 떠올린 고경영은 별안간 버럭 화를 냈다.“지금 우리한테 뭐라고 하는 거냐? 딸인 너희들이 하나같이 배은망덕하게 굴지 않았어도 나랑 네 엄마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러 갔겠어? 아무튼 사흘 이내에 진시목이 나한테 200억 빌려주게 만들어!”고다빈은 당당한 그의 말에 분노가 치밀고 기가 막혔다.“필요한 돈은 없고 목숨은 붙어있는데, 차라리 절 죽여서 200억 받아내 보시죠?”“다빈아, 우리 사정 봐서라도 외면하면 안 돼. 어제 사채업자들이 우리 집에 쳐들어왔을 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시목이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해 봐. 그래도 너랑 오랜 세월을 함께하고, 아직도 널 곁에 둔다는 건, 시목이도 아직 너에 대한 감정이 있다는 뜻이잖아.”심여진은 남편과 딸이 말을 할수록 분위기가 점점 더 험악해지는 것을 보고, 자신이 직접 나서서 설득했다.고다빈은 충격받은 엄마의 표정을 보고 마음이 약해졌다.하지만 그녀가 응한다고 해서 쉽게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 본인은 진시목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알았다.그 의문의 인물이 아니었다면 진시목은 이미 오래 전에 그녀와 이혼했을 것이다.그 생각에 고다빈은 계속해서 설득하려는 엄마의 말을 가로챘다.“됐어요. 시목 오빠가 우리 고씨 집안 회사에 손을 대지 않는 것만으로 이미 충분히 봐준 거예요. 돈까지 빌리는 건 말도 안 돼요.”“왜 그런 말을 해. 진시목이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네 아버지와 나는 빚쟁이들에게 맞아 죽어.”심여진은 당황했다.반면 고다빈은 긴장한 기색 없이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회사 아직 건재하잖아요? 올해 들어 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