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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그녀 곁으로 날아가고파

심해영은 잠깐 강말숙과 얘기를 나눈 후 쌍둥이를 데리러 갔다.

병실에는 고다정과 강말숙만 남았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는 척하는 외할머니를 보며 속상하고 서글펐다.

“외할머니, 저한테 하실 말씀이 없으세요?”

고다정은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외할머니의 성격으로 볼 때, 마지막에 확진되더라도 그녀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그녀는 강말숙의 생각을 정확히 알아맞혔다.

강말숙은 정말 확진되면 숨기고 조용히 치료하려 했다.

‘병세가 안정되면 외손녀 곁에서 좀 더 살고, 악화되면... 그건 그때 가서 보지 뭐.’

그래서 강말숙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뜨끔했다.

“무슨 말? 할 말 없는데.”

강말숙은 눈을 깜박거리며 TV만 보았고, 고다정에게 들킬까 봐 그녀를 쳐다보지 못했다.

고다정은 그런 외할머니를 보며 무력감을 느꼈지만 몰아붙일 생각도 없었다.

어쨌든 의사도 아직 확실한 진단을 내린 것이 아니니 확진되면 그때 가서 보자고 생각했다.

병실에는 또다시 적막이 흘렀다.

고다정과 강말숙은 사실 둘 다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잠시 후 휴대전화 벨소리가 굳어진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여준재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심해영이 병원을 떠난 후, 여준재에게 연락해 국내에서 발생한 일을 알려줬던 것이다.

이때 다정이는 준재가 옆에 있어 주기를 가장 바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준재가 돌아오지 못하면 얘기를 나눠도 좋지 않을까.

그리하여 방금의 광경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고다정은 휴대전화를 이내 받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가 여준재의 목소리를 들으면 참지 못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것을 알았다.

그 말들을 외할머니가 들으면 안 된다.

“외할머니, 저 나가서 전화 받을게요.”

그러고 나서 고다정은 휴대전화를 들고 병실에서 나와 복도 끝에 있는 베란다로 갔다.

큰 베란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다정은 석양을 보면서 전화를 받았고, 귓가에 미안해하는 여준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해요.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당신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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