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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화 얘기해 보자

의사는 자신이 초보적으로 세워놓았던 항암치료에 관한 계획을 하나하나 읊었다.

“초기니까 화학요법 없이 우선 약으로 통제가 되는지 볼 거예요. 그리고 만약 여건이 된다면 사모님께서 직접 M 국 특효약을 구입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쪽 약이 국내 약보다 억제 효과가 좋아요.”

“특효약이요?”

고다정이 눈을 내리깔며 낮게 중얼거렸다.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약인데 다행히도 우리 병원과 M 국이 협력관계라 구할 수 있을 겁니다. 병원에서 마침 예약 인원을 통계 중이니, 사모님께서 필요하시다면 제가 몇 가지 약을 예약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세 가지 치료 과정의 약을 예약 부탁드릴게요.”

고다정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비록 그녀도 특효약을 만들 수 있지만 지금은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

그러나 의사는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그는 고다정의 확답을 받은 후 서랍에서 신청서 한 장을 꺼내 건네주었다.

“예약 신청서예요. 여기 서명하면 됩니다. 매 치료 과정의 약값은 1억이고, 세 개 치료 과정이면 총 3억이에요. 우선 절반 금액을 지불하시면 됩니다.”

“알겠어요. 그럼 이따 가서 낼게요.”

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신청서에 서명했다. 이후 아래층으로 내려가 비용을 지불했다.

그녀가 진료실을 떠난 뒤, 뜻밖에도 강말숙이 뒤이어 찾아왔다.

복도 모퉁이에서 사라져가는 외손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말숙은 입가에 쓴 미소를 띠었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형편없는 연기로는 총명한 손녀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문을 열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의사는 그녀를 보고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 어쩌다 오셨어요?”

“검사 결과를 물으러 왔죠.”

강말숙이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녀의 말에 의사가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잠시 침묵을 지켰다.

조금 전 고다정이 진료실을 떠나면서 할머니껜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기회를 보다가 적당한 타이밍을 찾아 이야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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