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 가문의 일은 들었어요?”“왜요? 무슨 일이 생겼어요?”아무것도 모르는 고다정이 막연하게 입을 열었다.이 며칠간 외할머니의 병세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연구소와 스승님을 신경 쓰느라 고씨 가문은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다.여준재가 가볍게 웃더니 말했다.“모를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불과 한 시간 전에 들은 소식인데, 고경영의 회사와 소유한 부동산, 차가 모두 대부업체에 저당 잡혔대요.”“뭐라고요?”고다정이 예기치 못한 소식에 깜짝 놀라며 미간을 찌푸렸다.“어느 대부업체인데요?”여준재는 숨기지 않고 대부업체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그러고는 고다정의 마음을 읽어내고는 물었다.“GS그룹을 되찾으려고요?”“네. 어머니가 피와 살로 깎아 만든 회사인데, 이렇게 망가지는 것을 그대로 지켜볼 수 없어요.”고다정은 부인하지 않았다.이에 여준재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입을 열었다.“다정 씨의 마음은 백번 이해하지만 지금 되찾으려 하면 그쪽에서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를 거예요. 그리고 전 고경영이 반드시 회사를 구하기 위해 당신을 찾아올 거로 생각해요. 그때 직접 고경영에게 회사 주식을 양도하도록 하면 회사도 구할 수 있고 고경영이 나중에라도 다른 수작을 부리지 못하게 할 수 있어요.”고다정은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방법이라면 고경영이 나중에 뒷말할 수 없게 하고, 회사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알겠어요. 그럼 우선 고씨 가문 쪽의 상황을 알아봐야겠어요.”고다정이 휴대폰을 들고 저 멀리 석양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지금 그녀의 눈에는 전에 없던 단호함이 서려 있다.이번에는 반드시 어머니의 것을 모두 되찾을 것이다....병원 VIP 병실에서 심여진이 불안한 기색으로 침대 옆에 앉아있다.그녀의 곁에는 의식을 잃은 고경영이 누워있다.잇따른 외상으로 생긴 장기 파열, 출혈에 트라우마까지 겹쳐 지금 그의 상태는 극도로 좋지 않다.이때, 병실 문이 열리고 고다빈이 들어오며 물었
그녀의 말에 진시목은 부인하지 않았다.“그래. 내 목표는 회사였어.”“그럼 고다정은요?”고다빈이 갑작스레 물었다.그녀는 자신과 고다정이 도대체 무엇이 다른 건지 알고 싶었다.그리고 그녀의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 앞에서 진시목은 몇초간 침묵해서야 입을 열었다.“나한테 두 사람은 똑같아.”“정말 같아요?”고다빈이 비웃듯이 되물었다.이에 진시목의 안색이 어두워졌으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쏘아붙였다.“만약 그랬다면 오빠는 방금 망설이지 말았어야 해요! 우리의 다른 점은 오빠가 한때 고다정에게 마음이 있었다는 거겠죠. 미래가 보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접은 거고!”“그만해!”자신의 감춰왔던 속마음이 발가벗듯이 드러나게 되자 그는 화가 나 고함을 질렀다.그러나 고다빈은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았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냉소했다.“이깟 말에 바로 화내는 거예요? 비열하기도 하지. 목적을 위해 본인 감정까지 이용하다니. 게다가 이것이 끝이 아니네요. 처음에 나랑 함께하기 위해 직접 사랑했던 여자를 다른 남자의 침대로 데려갔었잖아요! 정말 궁금하네요. 그때 대체 어떤 기분이었을지.”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가 고다빈의 뺨을 철썩 내려쳤다.진시목의 안색이 더 흐려졌다.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고다빈을 응시하며 말했다.“말했지. 그만하라고.”고다빈도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진시목을 바라보며 차갑게 비웃었다.“왜요? 더러운 짓은 다 해놓고 욕먹긴 싫다는 거예요? 오빠는 쓰레기야. 여자한테 의지하기만 하는 쓸모없는 인간. 그러면서 GS그룹까지 삼키려고? 어림도 없지.”“이 쓰레기 같은 놈이, 감히 내 딸을 때려?”심여진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화난 모습으로 진시목에게 달려들었다.그러나 그녀는 진시목이 뿌리치자 바로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진시목 역시 인내심을 잃고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의 모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전 이미 얘기 다 끝냈습니다. 3일 후, 대부업체에서 자산 이전 절차를 밟을
고다정이 두 사람의 눈에서 증오를 읽어내고 가만히 옆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말하세요. 주식 양도 계약서를 얼마에 팔 생각이에요?”그녀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두 사람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서로가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었으므로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었던 것이다.두 모녀가 눈을 마주치더니 고다빈이 입을 열었다.“2,000억. 고씨 가문 소유의 모든 회사를 넘길게.”“2,000억?”고다정이 자기 귀를 의심하며 경악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고다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2,000억.”그녀의 대답에 고다정이 냉소를 금치 못했다.“왜. 내 이마에 호구 두 글자가 씌어있든?”그녀가 비웃으며 고다빈을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입을 열 틈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그리고 내가 듣기로는 고씨 가문 산하의 모든 회사가 이미 대부업체에 저당 잡혔다던데. 어떻게 내게 주식을 양도하겠다는 건지 궁금하네.”고다정이 고씨 가문의 일에 대해 모두 꿰뚫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아무렇지 않았다.그들은 고다정의 비웃는 듯한 표정을 보며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러나 지금 그들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참아야만 했다. 고다정은 그들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니까.“회사가 대부업체에 저당잡힌 건 맞지만, 계약서에 3일 이내에 두 배의 값을 지불하면 되찾을 수 있다고 했어. 그래서 2,000억을 요구하는 거야. 그 중 800억은 갚아야 할 돈이고.”고다빈이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앉으며 말했다. 고다정의 앞에서 움츠러들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회사를 되찾기 위해 고다정을 찾아온 것부터 이미 진 것이란걸.하지만 고다정은 그녀의 시기하는 속마음을 눈치채지 못한 듯 냉랭하게 말했다.“만약 그 말이 맞다면 회사 명의 이전이 끝나고 대부업체를 찾아가 회사를 사면 되겠네요.”“고다정, 순진하게 굴지 마. 대부업체가 그렇게 순순히 돌려줄 것 같아? 회사를 다시 사들이려면 우리가 요구한 값의 서너 배를
고다정의 말에 두 모녀의 안색이 눈에 띄게 흐려졌다.당연히 그들이 하려던 말도 막혀버렸다.두 사람 모두 자존심이 극히 강했다. 고다정의 비아냥거림에 처음부터 억눌러왔던 화가 점차 끓어올랐다.“고다정, 비즈니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널 만난 거지 모욕 받으려고 널 찾은 게 아니라고!”고다빈이 이를 갈며 고함을 질렀다.소담과 다른 경호원들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심지어 찻잔을 고다정에게 던졌을 것이다.물론 심여진도 딸과 같은 생각이었다. 그녀는 냉소하며 말했다.“너 아니어도 회사 사려는 사람은 넘쳐.”“그래요? 그럼, 행운을 빌게요.”말을 마친 고다정은 모녀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 곧바로 뒤돌아 떠나려 했다.고다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고다빈의 눈에 살기와 분노가 어렸다.왜 자신은 이토록 어렵게 사는데 자신보다 못했던 고다정은 갈수록 삶이 나아지고 있는 건가?“고다정!”그녀가 고함을 지르며 고다정을 불러세웠다.그러나 고다정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이를 본 고다빈이 다급하게 자극적인 화제를 꺼냈다.“예전에 네가 어떻게 실신한 건지 알고 싶지 않아?”이 말에 고다정이 우뚝 멈춰서더니 뒤를 돌아보았다.고개를 돌리는 여인을 보며 고다빈은 통쾌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때 네게 약을 먹여 실신하게 한 건 진시목이야. 진시목은 나와의 결혼을 위해 널 희생한 거야. 안타깝기도 해라.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 의해 다른 남자의 침대에 보내지다니. 심지어 그로 인해 어머니까지 잃고.”그녀는 말할수록 격해져 듣기 거북한 말들을 입에 담았다. 오직 고다정을 자극하기 위해서.그리고 그녀는 고다정을 자극하는 데에 성공했다.고다정은 격분하여 성큼성큼 걸어와 고다빈의 멱살을 잡고 앞으로 당겼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고다빈을 노려보며 음험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엄마는 나 때문에 돌아가신 거 아니야. 언젠가 이 일의 진실을 밝혀낼 거야. 아무도 못 빠져나가!”“그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기다려줄게.”고다빈은 조금의 놀라운 기색도 없이
여준재도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강요하지 않았다.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는 응원할 것이다.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당부했다.“고다빈과 진시목의 협상이 결렬되었다 해도 혹시 진시목에게 팔아버릴 것을 대비해 준비해 둬야 해요.”“설마 그러겠어요.”고다정은 확률이 매우 작을 거로 생각했다. 그녀는 고다빈이라는 여자가 얼마나 돈을밝히는지 알고 있었다.진시목이 그렇게 고다빈을 이용한다면 고다빈의 자존심 강한 성격으로는 절대 진시목이 원하는대로 일이 흘러가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여준재도 고다정의 설명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고다빈이 세 번의 고초를 겪고 누그러졌다는 사실을 그들 아무도 알지 못했다.지금의 그녀는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이기만 하면 자존심을 굽힐 수 있었다.그날 오후, 고다빈이 심여진을 데리고 진씨 저택으로 돌아왔다.비록 진시목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해도 아직 이혼하지 않은 이상 그녀는 진씨 집안의 사모님이었다.그녀는 고용인을 불러 심여진에게 객실을 마련해주고 저택에서 진시목이 오기를 기다렸다.그러나 이날 밤 진시목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그리고 다음 날까지도 진시목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자각한 고다빈이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진시목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전화 속에서 한 여인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진 사장님, 사모님 전화입니다.”“무슨 일인지 물어봐.”진시목의 냉랭한 목소리가 전화 건너편에서 울렸다.여인이 그의 말을 다시 한번 반복했는데 교태를 부리는 목소리 속에 득의양양함이 담겨 있었다.“사모님, 사장님께서 무슨 일이냐고 물으십니다.”진시목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그녀가 화를 억누르며 이를 악물었다.“전해줘요. 회사를 가지고 싶으면 즉시 집에 오라고!”이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은 그녀는 화가 나 견딜 수 없었다.지금 그녀는 기분이 최악이었고 무엇을 봐도 눈에 거슬리고 성에 차지 않았다.거실에서 물건들이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튿날 운산 금융계에 그리 크지 않지만 꽤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JS그룹이 GS그룹을 인수했다고 발표, 운산 10대 그룹 반열에 오른 것이다.고다정은 이 소식을 들은 후 잠깐 넋을 잃었다가 곧이어 후회가 몰려왔다.그녀는 고다빈이 GS그룹을 진시목에게 팔아버릴 줄은 몰랐다.이건 정말 고다빈답지 않는 행동이다. 일찍 알았더라면...고다정은 여기서 저도 모르게 생각을 멈추었다.고다빈이 이럴 줄 진작 알았더라도 그녀는 GS를 인수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1,000억이라는 큰돈이 없고, 여준재에게 빌린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자금을 짧은 시간 안에 마련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강말숙은 전화를 끊은 후 안색이 어두워진 그녀를 보고 걱정스레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이 있어?”고다정은 외할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숨기지 않고 방금 입수한 소식을 알려주었다.“고다빈이 GS그룹을 진시목에게 팔았대요.”“고다빈이 팔았다고?”외할머니는 의외라는 듯 캐물었다.“고경영은? 그 인간이 허락했대?”그러자 고다정이 사실대로 말했다.“고경영은 아직 병원에 혼수상태로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고경영은 아마 이 일을 모를 거예요. 깨어나면 고씨 집안에 좋은 구경거리가 생길 것 같네요.”서늘한 표정을 짓는 외손녀를 보고 강말숙의 눈에 안쓰러운 기색이 감돌았다.강말숙은 외손녀가 고씨 가문에 원한을 품고 있고, 복수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안다.“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하더니 고씨 집안이 이런 최후를 맞게 된 건 그들의 업보야.”강말숙은 고다정의 손을 잡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고씨 집안의 사람들이 싹 다 사라졌으면 하는 네 마음을 알아. 하지만 나는 네가 원한 속에서 사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너는 너의 삶이 있고 지금 잘살고 있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들은 이미 벌을 받았어.”고다정은 외할머니의 뜻을 알기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말인지 알아요. 걱
한편, 고경영이 끝내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그는 텅 빈 병실에서 잔기침을 하면서 사람을 불렀다.“저기요...”다행히 몇 번 소리친 후, 마침 문 앞을 지나가던 간호사가 소리를 들었다.검사가 끝난 후, 정신상태가 훨씬 좋아진 그에게 의사가 당부했다.“내장 파열은 많이 회복됐어요. 일주일 정도 더 입원해 있다가 문제가 없으면 퇴원해서 몸조리하면 됩니다. 화를 내거나 중노동을 하면 안 됩니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고경영은 맥없이 대답하더니 뭔가 생각난 듯 약간 미안해하며 말했다.“선생님, 혹시 휴대폰을 빌려주실 수 있나요? 깨어나 보니 제 휴대폰이 보이지 않네요. 가족들에게 전화해야 하는데.”이 말을 들은 의사는 별일 아니라는 듯 그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한마디 귀띔했다.“가족분들이 벌써 이틀째 병원에 오지 않았어요. 오면 입원비와 치료비를 꼭 납부하라고 전해주세요.”“네, 알겠습니다.”고경영은 몇 초 지나서야 반응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왠지 모르지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잠시 후, 이런 느낌은 현실이 되었다.고경영은 심여진에게 전화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어 연락이 되지 않았다.어쩔 수 없이 집으로 전화했지만 여전히 받는 사람이 없었다.이 시각 그는 인내심이 점차 한계에 이르고 있었다.“이 사람들이 뭐 하는 거야?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지?”그는 중얼거리면서 몇 번 더 집으로 전화했지만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았다.전화기에서 들려오는 기계적인 연결음을 들으면서 고경영은 얼굴에 먹구름이 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고개를 들고 의사를 향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전화가 연결되지 않아 좀 더 써야 할 것 같습니다.”“괜찮습니다. 쓰세요.”의사는 흔쾌히 허락했다.고경영은 재차 다른 휴대폰 번호로 전화했다.이번에는 고다빈의 번호였는데, 잠시 후 전화가 끝내 연결됐다.“안녕하세요, 고다빈입니다.”“다빈아, 네 엄마가 어디 있니?”고경영은 심여진의
고경영 쪽에 일어난 일을 고다정은 모르고 있었다.병원을 떠난 후 그녀는 내일을 기대하기 시작했다.내일은 여준재 일행이 귀국하는 날이기 때문이다.이른 아침부터 고다정은 집사에게 방을 정리하고, 여준재와 스승님이 좋아하는 채소를 사다가 저녁을 준비하라고 분부했다.그러나 처음 예상은 언제나 빗나간다.그날 오후 고다정이 주방에서 육수를 끓이고 있을 때 여준재에게서 전화가 왔다.“다정 씨, 집사한테 방 한 칸을 정리하고 살균 작업을 해놓으라고 해요. 약 10분 후에 진현준이 갈 거예요. 그 친구가 시키는 대로 준비해 줘요.”전화하는 여준재의 말투는 더없이 무거웠다.이 말을 듣고 바싹 긴장한 그녀는 급히 걱정스레 물었다.“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돌아가서 자세히 얘기해 줄게요. 먼저 내가 말한 대로 준비해 줘요.”여준재는 할 말을 다 한 후 전화를 끊었다.고다정은 어쩔 수 없이 불안감을 뒤로 하고 재빨리 주방에서 나와 일을 진행했다.10분도 안 돼서 진현준이 구급상자를 메고 조수와 함께 달려왔다.걱정에 휩싸인 그녀는 그들을 보자 더욱 긴장해졌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물었다.“진 선생님, 누가 다쳤대요? 그래서 준재 씨가 선생님을 부른 거예요?”“준재가 자세히 말하지 않아서 저도 잘 몰라요.”진현준은 고다정의 표정을 보고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그녀를 안심시켰다.“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어요. 목소리가 힘 있는 걸 보면 준재가 다친 건 아닐 거예요.”그러나 이 말은 고다정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준재 씨가 다친 게 아니면 설마 스승님?’고다정은 마음을 졸이며 터무니없는 생각에 빠졌다.이때 그녀의 귓가에 다시 진현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참, 준재가 준비하라고 한 방은 준비됐나요?”“준비됐어요. 가 보실래요?”고다정이 정신을 차리고 즉시 대답했다.그러자 진현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가 봅시다. 부족한 것이 있으면 제때에 채워야죠.”이 말을 듣고 고다정이 즉시 그를 데리고 위층에 올라갔다.다행히 방에 모든 것이 잘 준비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