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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할머니와 오래오래 함께

할머니께서 뇌암에 관한 얘기를 할 것을 아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어갔다.

그녀가 옆자리에 앉자 할머니가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

“이 며칠간 내 거짓말에 장단 맞춰주느라 고생했어.”

“할머니, 그런 말씀 마세요.”

고다정이 무의식적으로 할머니를 만류했다.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더니 말을 이었다.

“널 탓하려는 것은 아니고. 네가 내 부담을 덜려고 그런 거 알아. 내가 의사를 찾아갔던 것을 알고 있지?”

그녀의 단호한 말투에 고다정은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할머니를 타이르듯 말했다.

“의사 선생님께서도 뇌암이라고는 하지만 초기라 통제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화학요법도 아니라 약만 쓰면 된다고 했어요.”

“알지. 알지.”

할머니는 손녀의 손을 잡고 다정히 손등을 토닥이며 속삭였다.

“의사가 다 알려줬어. 내가 협조만 잘하면 10년은 더 산다고. 나는 10년은 바라지도 않아. 너랑 준재가 결혼하는 걸 볼 수만 있다면 난 그걸로 만족해. 그래야 나도 죽어서 네 엄마 볼 낯이 있지.”

할머니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고다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할머니를 끌어안았다.

“안 돼요. 할머니는 오래오래 저랑 살아야죠! 이제 가족이라곤 할머니밖에 없는데!”

말끝에 고다정이 점점 울먹였다.

할머니는 손녀를 껴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얘가, 참! 이렇게 컸는데 아직도 할머니 앞에서 훌쩍이네?”

“얼마나 크든 할머니 앞에서 전 아기라고요!”

고다정의 울적한 목소리가 병실에 울려 퍼졌다.

손녀의 말에 할머니는 얼굴에 웃음기가 더 깊어졌다.

그녀는 아직 품에 안겨있는 손녀를 바라보며 등을 토닥였다. 그녀의 말투에 손녀를 향한 무한한 애정이 담겨있었다.

“그래. 그래. 넌 내 앞에서 영원히 아기야. 그러니까 울지 말고.”

몇 분이 지나서야 고다정은 울음을 그치고 할머니 품에서 나왔다. 그녀는 굳게 결심한 듯 할머니를 응시했다.

“전 꼭 할머니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게 할 거예요!”

“백 살까지 사는 건 늙은 요괴 아니냐. 난 요괴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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