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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1화 뇌암 판정

환한 병실에 심여진 모녀와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고경영만이 남아 있다.

심여진은 오늘따라 상심 가득한 딸을 보며 비통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비통함보다 더한 것은 미안함이었다.

“다 내가 진시목이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한 탓이야. 그 정도로 위선자일 줄은 나도 몰랐다.”

그녀는 악에 받쳐 욕을 퍼부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천한 고다정 그년을 시집보낼걸!”

고다빈이 그 말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녀는 묵묵히 듣기만 할 뿐 입 밖으로 말을 뱉지 않았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병실 문을 닫은 뒤, 다소 언짢은 말투로 어머니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빠는 이혼하시겠다는데, 어쩌시려고요?”

“난 절대 이혼 안 해.”

고다빈의 말이 끝나기에 바쁘게 심여진이 딱 잘라 말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녀는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 이혼하고 빈털터리로 재산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된다면 평생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하다.

고다빈이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며 직설적으로 물었다.

“엄마가 이혼하지 않겠다 해도 아빠가 밀어붙이면요? 만약 강수지의 일로 협박하면요?”

“...”

딸의 끈질긴 질문에 심여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동시에 악랄한 생각이 떠올랐다.

고경영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이혼할 필요도 없고, 회사로 이윤을 얻지 못하더라도 회사를 팔아버리면 그녀가 한평생 풍족하게 먹고살 재산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얼른 도리머리를 쳤다.

아니,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이미 심여진의 손에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고다정 그 천한 것이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하필 이 타이밍에 고경영에게 일이 생긴다면 그녀는 꼼짝없이 꼬리를 잡힐 것이다.

심여진은 어쩔 수 없이 잠깐 들었던 악독한 생각을 고이 접어 넣어두었다. 그녀는 딸을 응시하며 물었다.

“그럼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고다빈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어머니와 눈을 마주쳤다.

몇 초가 지난 후에야 그녀는 얇은 입술을 달싹이더니 담담히 말했다.

“이미 생각이 있으신 거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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