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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고다빈이 억울해하다

하지만 진시목은 고다빈의 말을 무시한 채 태연하게 앉아있었다.

고다빈은 자기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진시목, 내 말 못 들었어요? 내려요!”

그녀가 이렇게 단호히 진시목을 떼놓으려는 원인은, 진시목이 갔다가 부모님이 싸우면서 내뱉는 무슨 큰일날 말이라도 들을까 봐 걱정돼서였다.

이 남자는 워낙 고씨 집안에 바라는 게 있는데, 집안 비밀까지 알게 된다면 역으로 이용해 고씨 집안을 공격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신비한 인물이 그녀를 뒤에서 돕는다 해도 이 남자는 반드시 그녀를 버릴 것이다.

그녀의 생각을 진시목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왜? 내가 가는 게 겁나?”

“겁날 게 뭐가 있어요? 우리는 조만간 이혼할 것이고, 지금은 잠시 이익 때문에 같이 있는 것이니 고씨 집안일에 신경 꺼주세요.”

고다빈은 이 남자와 계속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직설적으로 분명히 말했다.

그래도 진시목은 여전히 차에서 내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더 편안한 자세로 바꾼 후 상반신을 등받이에 기대고 차분하게 말했다.

“내 손에 너희 GS그룹 주식이 있다는 걸 잊었어. 장인, 장모가 이혼하는 건 고씨 가문의 집안일인 동시에 회사 일이기도 해. 나는 이사회 대표로서, 어떤 상황인지 알아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안 그래?”

“...”

고다빈은 철저히 할 말을 잃었고, 속으로 ‘될 대로 되라지’ 했다.

‘시간을 끌자는 거 아닌가? 그럼 그렇게 하지 뭐.”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었는지 진시목이 천천히 말했다.

“너 여기서 나랑 이러고 있다가 장인, 장모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지 않아? 내가 아는 장인어른은 성격이 좋은 사람은 아닌데.”

“비열하고 치사한 놈!”

고다빈은 참다못해 한마디 욕한 후 결국 엄마가 걱정돼서 차에 시동을 걸어 고씨 저택으로 향했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 시간 반 뒤였다.

집에 들어서니 난잡하게 어질러진 거실을 가정부들이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부모님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주변에서 가정부들의 소리만 들리고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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