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 도착한 후, 고다정은 참고인 조사를 받고 복도에서 고경영과 심여진의 취조 결과를 기다렸다.그 사이 여진성은 몇 번이나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그가 또 한 번 통화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 고다정은 회사에 나가볼 것을 권했다.“아버님, 회사에 일이 있으면 먼저 회사에 돌아가서 일 보세요. 어차피 이쪽은 이제 별일 없고 어머님이 옆에 계시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다정이 말이 맞아요. 회사 일이 바쁘면 당신은 먼저 회사에 돌아가세요. 이쪽에는 제가 있으니 다정이를 잘 챙길게요.”심해영도 옆에서 거들자, 여진성은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정말 많은 회사 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다만 떠나기 전에 그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한마디 당부했다.“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바로 뛰어올게.”“알겠어요.”고다정이 다소곳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복도에는 그녀와 심해영만 남았다.심해영은 고다정의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보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걱정하지 마. 말이 새어 나갔으니 경찰은 그것을 근거로 끝까지 파헤쳐서 네 어머니의 사망 원인을 밝혀낼 거야.”“그랬으면 좋겠어요.”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그녀는 고경영과 심여진이 무심결에 말하긴 했지만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사실상 그녀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취조실에서 경찰은 고다정이 제공한 녹취 파일을 가지고 고경영한테 거듭 캐물었다.심여진 쪽에서도 똑같은 화면이 상연되고 있었다.그러나 고경영과 심여진은 모두 자기가 삐딱해서 헛소리한 것이라고 잡아뗐다.그리고 그때도 고다정이 경찰에 신고했었는데, 정말 자기들이 강수지를 죽였다면 경찰이 왜 자기들을 체포하지 않았겠냐며 자기들은 죄가 없다고 변명했다.물론 경찰은 이 말을 그다지 믿지 않았다.녹취 파일에서 고경영이 어떤 의사를 언급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그 의사는 뭔가요?”경찰은 의사를 취조의 돌파구로 삼으려 했다.고경영은 유감이라는 듯 장황하
“고경영, 당신은 모든 사람을 바보로 간주해요? 어느 집에서 사람을 초대하는데 경호원을 보내서 억지로 데려가요?”고다정이 체면을 봐주지 않고 고경영의 거짓말을 폭로했다.고경영은 침착하게 다시 설명했다.“누가 경호원이 위협이 된다고 그랬어? 보호하려고 보낸 거야. 너는 한 번도 나한테 너의 신변에 일어난 일들을 말한 적이 없지만 최근 여씨 집안의 상황만 봐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경호원을 보냈어.”“...”고다정은 말문이 막혔고, 분통이 터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경영은 역시 예전과 똑같이 교활하다.그녀의 숨결이 거칠어지는 것을 느낀 심해영은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것으로 위로를 표시했다.그러고 나서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돌려 고경영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다정이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물론, 어르신의 따님을 살해한 혐의가 있어 어르신과도 물과 불처럼 상극인데 모셔 와서 뭘 하려고 했어요?”이 말이 나오자 고다정도 그쪽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처음에 고경영을 찾아갔을 때 녹음하지 않은 것이 다소 후회됐다.‘그랬다면 이 남자가 나를 협박하기 위해 외할머니를 납치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를 확보했을 텐데.’고경영은 심해영의 질문에도 침착하게 대응했다.“관계를 개선하려고 어르신을 찾은 거죠. 그리고 좀 더 있으면 강수지의 기일이에요. 일단 부부가 되면 깊은 정이 생기게 마련인데, 전 남편으로서 보러 가는 게 당연하죠.”“됐어요. 어머니는 당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가서 어머니 묘지를 더럽히지 마세요.”고다정은 더 이상 고경영의 헛소리를 듣고 있을 수 없어 성난 목소리로 말을 잘랐다.그녀는 독기 서린 눈으로 고경영을 노려보며 오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밝혀내기는 글렀다는 것을 알았다.“오늘은 잘 넘어갔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고 당신들이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증거를 꼭 찾아낼 거예요.”고다정은 싸늘한 목소리로 이 말을 남기고 심해영과 함께 떠나려 했다.이때 고경영이 급히 그녀를 막아서며 붙잡았다.“잠시만.
이 집사의 말을 듣고 강말숙은 끝내 조용해졌다.잠시 후 그녀는 이 집사에게 분부했다.“그 말도 일리가 있네요.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내 상태를 다정이에게 알리지 마세요. 그 계집애도 같이 마음 졸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당연하죠.”이 집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이렇게 시원스럽게 대답하는 원인은 이 일을 작은 사모님에게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어르신의 비위를 맞춰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심해영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고다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지금 들어갈까?”“의사 선생님한테 외할머니의 건강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는지 물어보고 올게요.”고다정이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하자, 심해영은 그녀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말했다.“그럼, 나랑 같이 가자.”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들은 간호사한테 물어서 의사 사무실을 찾아갔다.고다정은 노크하고 들어서면서 예의 바르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저희는 1202호 병실 환자 보호자입니다.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보려고 찾아왔습니다.”“마침 저도 환자분 보호자와 연락을 취하려던 참이에요.”의사는 고다정의 말을 듣고 손에 들고 있던 전화기를 내려놓았다.고다정은 의사의 무거운 표정과 병실 밖에서 들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저의 외할머니 건강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네. 검사 결과, 환자분의 뇌에서 검은 점이 발견됐어요. 아직은 매우 작은데, 종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의사는 옆 벽에 걸려 있는 필름에서 작은 점을 가리키며 고다정에게 설명했다.고다정은 그걸 보며 표정이 굳어졌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제가 얼마 전 진맥했을 때는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는데요.”“진맥이요? 한의학을 배우셨나요?”의사는 다소 의외라는 듯 고다정을 쳐다보았다.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저는 한의학을 공부했습니다. 선생님, 먼저 외할머니 병세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알아요
심해영은 잠깐 강말숙과 얘기를 나눈 후 쌍둥이를 데리러 갔다.병실에는 고다정과 강말숙만 남았다.그녀는 아무 일도 없는 척하는 외할머니를 보며 속상하고 서글펐다.“외할머니, 저한테 하실 말씀이 없으세요?”고다정은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외할머니의 성격으로 볼 때, 마지막에 확진되더라도 그녀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사실상 그녀는 강말숙의 생각을 정확히 알아맞혔다.강말숙은 정말 확진되면 숨기고 조용히 치료하려 했다.‘병세가 안정되면 외손녀 곁에서 좀 더 살고, 악화되면... 그건 그때 가서 보지 뭐.’그래서 강말숙은 이 말을 듣고 속으로 뜨끔했다.“무슨 말? 할 말 없는데.”강말숙은 눈을 깜박거리며 TV만 보았고, 고다정에게 들킬까 봐 그녀를 쳐다보지 못했다.고다정은 그런 외할머니를 보며 무력감을 느꼈지만 몰아붙일 생각도 없었다.어쨌든 의사도 아직 확실한 진단을 내린 것이 아니니 확진되면 그때 가서 보자고 생각했다.병실에는 또다시 적막이 흘렀다.고다정과 강말숙은 사실 둘 다 마음이 무거웠다.다행히 잠시 후 휴대전화 벨소리가 굳어진 분위기를 풀어주었다.여준재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심해영이 병원을 떠난 후, 여준재에게 연락해 국내에서 발생한 일을 알려줬던 것이다.이때 다정이는 준재가 옆에 있어 주기를 가장 바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준재가 돌아오지 못하면 얘기를 나눠도 좋지 않을까.그리하여 방금의 광경이 나타난 것이다.하지만 고다정은 휴대전화를 이내 받지 않았다.그녀는 자기가 여준재의 목소리를 들으면 참지 못하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것을 알았다.그 말들을 외할머니가 들으면 안 된다.“외할머니, 저 나가서 전화 받을게요.”그러고 나서 고다정은 휴대전화를 들고 병실에서 나와 복도 끝에 있는 베란다로 갔다.큰 베란다에는 아무도 없었다.고다정은 석양을 보면서 전화를 받았고, 귓가에 미안해하는 여준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미안해요.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당신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미안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간단히 씻은 후 고다정은 거울 속에서 울었던 흔적이 전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외할머니가 계시는 병실로 돌아갔다.언제 왔는지 준이, 윤이가 외할머니를 둘러싸고 살갑게 보살피고 있었다.심해영이 옆에 서서 빙그레 웃으며 세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고다정은 심해영 곁에 다가가 감사를 표시했다.“감사해요, 어머님.”“얘는 참, 가족끼리 무슨 그렇게 예의를 차리니?”심해영은 짐짓 불만스러운 듯 그녀를 노려보다가 다시 두 아이의 재롱에 즐거워하는 어르신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결과가 어떻든 간에 어르신이 즐거운 기분을 유지하면 상황도 나쁘지 않을 거야. 의학계에 긍정 치료라는 말도 있잖아. 앞으로 틈만 나면 두 아이가 어르신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줘. 기분이 좋아지면 병세도 호전될 수도 있잖아.”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매우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한편, 고씨 저택에서 고경영과 심여진은 경찰서에서 돌아온 후 냉전이 시작됐다.한 사람은 뭐 하는지 서재에 박혀 있고, 한 사람은 침실에 돌아간 후 고다빈에게 전화해 울며불며 하소연했다.“다빈아, 네 아버지가 나에게 죄를 덮어씌워 감옥에 보내려 하고 있어. 너무 모질어.”“아버지는 모든 걸 알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모른 척했던 거예요?”고다빈은 고경영이 자기와 심여진이 강수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안다고 들은 때부터 충격과 공포에 빠져 그 생각만 했다.심여진은 계속 하소연했다.“다빈아, 나 어떡하면 좋아? 이번에는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지만 고다정 그년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 캐고 다닐 것 같아. 그년이 조그마한 증거라도 찾으면 나는 끝장이야.”“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엄마, 진정해요. 스스로 겁먹지 말고.”정신이 돌아온 고다빈은 엄마의 말투가 이미 멘붕 상태에 가까운 것을 발견하고 급히 소리쳤다.그녀가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것은 고다정이 이미 자기들을 의심하기 시작했으니 고씨 집안 사람들을 회유해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다.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심여진에게 경고했다.“앞으로 집
하지만 진시목은 고다빈의 말을 무시한 채 태연하게 앉아있었다.고다빈은 자기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진시목, 내 말 못 들었어요? 내려요!”그녀가 이렇게 단호히 진시목을 떼놓으려는 원인은, 진시목이 갔다가 부모님이 싸우면서 내뱉는 무슨 큰일날 말이라도 들을까 봐 걱정돼서였다.이 남자는 워낙 고씨 집안에 바라는 게 있는데, 집안 비밀까지 알게 된다면 역으로 이용해 고씨 집안을 공격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신비한 인물이 그녀를 뒤에서 돕는다 해도 이 남자는 반드시 그녀를 버릴 것이다.그녀의 생각을 진시목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왜? 내가 가는 게 겁나?”“겁날 게 뭐가 있어요? 우리는 조만간 이혼할 것이고, 지금은 잠시 이익 때문에 같이 있는 것이니 고씨 집안일에 신경 꺼주세요.”고다빈은 이 남자와 계속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직설적으로 분명히 말했다.그래도 진시목은 여전히 차에서 내릴 생각이 없었다.그는 더 편안한 자세로 바꾼 후 상반신을 등받이에 기대고 차분하게 말했다.“내 손에 너희 GS그룹 주식이 있다는 걸 잊었어. 장인, 장모가 이혼하는 건 고씨 가문의 집안일인 동시에 회사 일이기도 해. 나는 이사회 대표로서, 어떤 상황인지 알아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안 그래?”“...”고다빈은 철저히 할 말을 잃었고, 속으로 ‘될 대로 되라지’ 했다.‘시간을 끌자는 거 아닌가? 그럼 그렇게 하지 뭐.”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었는지 진시목이 천천히 말했다.“너 여기서 나랑 이러고 있다가 장인, 장모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지 않아? 내가 아는 장인어른은 성격이 좋은 사람은 아닌데.”“비열하고 치사한 놈!”고다빈은 참다못해 한마디 욕한 후 결국 엄마가 걱정돼서 차에 시동을 걸어 고씨 저택으로 향했다.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 시간 반 뒤였다.집에 들어서니 난잡하게 어질러진 거실을 가정부들이 정리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부모님은 보이지 않았다.게다가 주변에서 가정부들의 소리만 들리고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환한 병실에 심여진 모녀와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고경영만이 남아 있다.심여진은 오늘따라 상심 가득한 딸을 보며 비통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비통함보다 더한 것은 미안함이었다.“다 내가 진시목이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한 탓이야. 그 정도로 위선자일 줄은 나도 몰랐다.”그녀는 악에 받쳐 욕을 퍼부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천한 고다정 그년을 시집보낼걸!”고다빈이 그 말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다.그러나 그녀는 묵묵히 듣기만 할 뿐 입 밖으로 말을 뱉지 않았다. 그녀는 굳은 얼굴로 병실 문을 닫은 뒤, 다소 언짢은 말투로 어머니를 쳐다보며 물었다.“아빠는 이혼하시겠다는데, 어쩌시려고요?”“난 절대 이혼 안 해.”고다빈의 말이 끝나기에 바쁘게 심여진이 딱 잘라 말했다.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녀는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 이혼하고 빈털터리로 재산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된다면 평생 웃음거리가 될 것이 뻔하다.고다빈이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며 직설적으로 물었다.“엄마가 이혼하지 않겠다 해도 아빠가 밀어붙이면요? 만약 강수지의 일로 협박하면요?”“...”딸의 끈질긴 질문에 심여진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동시에 악랄한 생각이 떠올랐다.고경영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그럼 이혼할 필요도 없고, 회사로 이윤을 얻지 못하더라도 회사를 팔아버리면 그녀가 한평생 풍족하게 먹고살 재산은 될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얼른 도리머리를 쳤다.아니, 그렇게 할 수는 없다.이미 심여진의 손에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고다정 그 천한 것이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하필 이 타이밍에 고경영에게 일이 생긴다면 그녀는 꼼짝없이 꼬리를 잡힐 것이다.심여진은 어쩔 수 없이 잠깐 들었던 악독한 생각을 고이 접어 넣어두었다. 그녀는 딸을 응시하며 물었다.“그럼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고다빈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어머니와 눈을 마주쳤다.몇 초가 지난 후에야 그녀는 얇은 입술을 달싹이더니 담담히 말했다.“이미 생각이 있으신 거 아니었어요?
의사는 자신이 초보적으로 세워놓았던 항암치료에 관한 계획을 하나하나 읊었다.“초기니까 화학요법 없이 우선 약으로 통제가 되는지 볼 거예요. 그리고 만약 여건이 된다면 사모님께서 직접 M 국 특효약을 구입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쪽 약이 국내 약보다 억제 효과가 좋아요.”“특효약이요?”고다정이 눈을 내리깔며 낮게 중얼거렸다.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약인데 다행히도 우리 병원과 M 국이 협력관계라 구할 수 있을 겁니다. 병원에서 마침 예약 인원을 통계 중이니, 사모님께서 필요하시다면 제가 몇 가지 약을 예약해 드리겠습니다.”“그럼 세 가지 치료 과정의 약을 예약 부탁드릴게요.”고다정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비록 그녀도 특효약을 만들 수 있지만 지금은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그러나 의사는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그는 고다정의 확답을 받은 후 서랍에서 신청서 한 장을 꺼내 건네주었다.“예약 신청서예요. 여기 서명하면 됩니다. 매 치료 과정의 약값은 1억이고, 세 개 치료 과정이면 총 3억이에요. 우선 절반 금액을 지불하시면 됩니다.”“알겠어요. 그럼 이따 가서 낼게요.”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신청서에 서명했다. 이후 아래층으로 내려가 비용을 지불했다.그녀가 진료실을 떠난 뒤, 뜻밖에도 강말숙이 뒤이어 찾아왔다.복도 모퉁이에서 사라져가는 외손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말숙은 입가에 쓴 미소를 띠었다.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형편없는 연기로는 총명한 손녀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그녀는 문을 열고 진료실로 들어갔다.의사는 그녀를 보고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할머니 어쩌다 오셨어요?”“검사 결과를 물으러 왔죠.”강말숙이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그녀의 말에 의사가 어떻게 대답할지 몰라 잠시 침묵을 지켰다.조금 전 고다정이 진료실을 떠나면서 할머니껜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그녀는 기회를 보다가 적당한 타이밍을 찾아 이야기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