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761 - 챕터 770

1270 챕터

제761화 일이 없이 찾아올 리 없지

이튿날 아침 고다정이 깨어 보니 자기 집 침대에 누워있었다.어젯밤에 여준재 품에서 잠든 후 여준재가 그녀를 안고 들어온 게 분명하다.주변을 둘러보니 방에는 그녀 혼자만 있었다. 그녀는 서운할 것도 없이 입가에 달콤한 미소를 머금고 일어났다.여준재는 항상 그녀보다 일찍 일어났으니까.간단히 씻은 후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여준재가 거실 소파에 앉아 쌍둥이와 놀고 있는 것이 보였다.“엄마, 일어났어요?”쌍둥이는 고다정을 발견하고 방글방글 웃으며 인사했다.고다정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아침 식사는 했어?”“저희는 먹지 않았고 외증조할머니는 일이 있어서 아침을 드시고 나갔어요.”하준이가 말랑말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여준재가 옆에서 덧붙였다.“외할머니가 노인회관에 가입하셨는데, 오늘 아침 회관 사람들과 등산 약속이 있다고, 저녁에 돌아오지 않아도 걱정하지 말라고 당신한테 전하라 하셨어요.”“외할머니가 언제 회관에 가입하셨죠? 저는 왜 모르죠?”고다정이 의아해하자 여준재가 웃음을 터뜨렸다.“당신이 요즘 바삐 보내니까 외할머니가 당신한테 말하지 말라 했어요. 근데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사람을 시켜 조사해 봤는데 다단계 사기, 그런 건 아니에요.”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마음속 걱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뒤이어 그녀는 이제 시간도 늦었으니 아침 식사하자고 여준재와 두 아이를 불렀다.식사가 끝난 후 여준재는 고다정을 연구소에 데려다주려 했지만 그녀에게 거절당했다.“연구소에 가기 전에 신수 어르신한테 들러야 해요.”고다정이 이유를 말하자 여준재가 무심코 한마디 물었다.“왜요?”고다정은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채 선생님이 가져온 약재가 부족해요. 신수 어르신이 좀 더 구해줄 수 있을지 해서요.”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고다정이 말하는 약재가 보통 약재가 아닐 것임을 직감하고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나도 사람을 보내 알아볼 테니 이따가 나한테 리스트를 줘요.”“그럴게요.”고다정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녀는 자기가 구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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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왠지 이상한 느낌

고다정의 말을 듣고 신수 노인은 그녀가 한 발짝 물러섰다는 것을 알면서도 찬물을 끼얹었다.“천천히 사들인다 해도 이 모든 걸 다 구하기는 힘들 것 같아.”신수 노인이 과장해서 말한 것이 아니다. 정말 다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정말 진귀한 약재들이라 매년 성숙기가 되면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가 싹쓸이할 정도다.고다정도 이 사실을 알기에 방금 그 말을 한 것이다.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간곡하게 부탁했다.“어쨌든 있는 만큼 구입해 주세요. 마지막에 약재 한 톨도 못 받더라도 어르신을 탓하지는 않을 거예요.”“알았어. 네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도와줘야지. 이따가 문성 노인한테도 연락해 살피라고 할게.”신수 노인은 더 이상 찬물을 끼얹지 않고 정색하며 긍정적인 답을 주었다.고다정은 감격하며 연신 감사를 표시했다.그녀는 신수 노인과 한참 의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신의약방을 떠났다.그러고는 잠시도 쉬지 않고 연구소로 달려갔다.이때 연구소에서는 일이 착착 전개되고 있었고, 분망하지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직원들은 고다정이 밖에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고 원장님.”“고 원장님, 좋은 아침입니다.”고다정은 공손하게 인사하는 사람들을 보며 감개무량함을 느꼈다.‘내가 원장이 되는 날이 오다니.”물론 이 모든 것은 스승님 덕분이다.이런 생각을 하며 고다정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직원들에게 자기 때문에 일을 지체하지 말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고 당부했다.사무실에 들어선 후 그녀가 연구복으로 갈아입고 실험실에 가려 할 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고 선생님, 들어와도 될까요?”“들어오세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시간을 보면, 채성휘는 이 시간에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있어야 한다.고다정은 속으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문을 밀고 들어오는 남자를 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표정 변화 없이 물었다.“채 선생님이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돌아오셨다고 해서 약재는 어떻게 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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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조만간 그들을 능가할 거예요

식사 후 고다정과 채성휘는 각자 실험실로 향했다.그렇게 바삐 보내다 보니 어느새 한밤중이 됐다.오후에 한 번 해봐서 그런지 실험은 매우 순조로웠고 결과도 나왔다.실험실을 대충 정리한 후 고다정은 실험 수치를 들고 나갔다.문을 나서자 채성휘가 종이 한 장을 들고 옆 실험실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채성휘도 고다정을 발견했다.그는 고다정이 손에 들고 있는 보고서를 힐끗 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속도가 비슷하네요.”그는 말하면서 손에 있는 보고서를 흔들었다.고다정도 눈썹을 치켜올리며 방긋 웃었다.“그렇다면 우리 같이 결과를 보는 게 어때요?”“그러죠.”채성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두 사람은 3초간 침묵한 후 같은 시간에 수치를 말했다.그와 동시에 고다정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채성휘의 수치가 그녀의 수치보다 답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이럴 수가?”고다정은 자신의 이론이 왜 틀렸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채성휘는 그녀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고 선생님이 이론을 잘못 생각한 것은 정상적인 일이에요. 어쨌든 저처럼 체계적으로 제약 이론을 배운 적이 없으시니까요. 배우셨더라면 이 실험에 세 가지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는 걸 아셨을 거예요.”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이내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그녀는 가르침을 받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 제가 간단하게 생각했어요.”상대방은 의학을 전공한 석사 졸업생이니 전문 이론에서는 당연히 그녀보다 강하고 아이디어도 많을 것이다.이런 생각을 하며 고다정은 약간 쑥스럽게 채성휘를 바라보았다.“채 선생님, 한 가지 부탁해도 될까요?”채성휘는 여인의 표정을 보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챘다.“전문용어 이론 서적들을 정리해 달라는 거죠?”“정말 채 선생님을 속일 수 없네요.”고다정이 인정하자, 채성휘가 웃으며 말했다.“큰일도 아닌데요. 마침 제가 보던 책들을 아직 버리지 않았는데, 부쳐 보내라고 할게요. 책에 제 필기도 있어서 더 빨리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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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협력 약재상 있어야

고다정도 여준재의 말에 동의했다.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고 했으니 꾸준히, 열심히 공부하면 오늘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여준재는 자신의 위로가 먹힌 걸 보고 화제를 돌려 다른 일을 이야기했다.“당신이 나한테 약재 리스트를 줬었잖아요. 내가 한 약재상을 찾았는데, 그쪽에서 당신이 요구하는 약재들을 가지고 있대요.”“진짜요?”고다정이 놀랍고 기쁜 표정으로 여준재를 쳐다보았다.그녀가 이렇게 놀랄 만도 한 게, 그녀가 구하려는 약재 수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진귀한 품목이라 지금으로서는 그녀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약재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녀는 약간 미심쩍었다.“그 약재상이 믿을 만해요?”“믿을 만해요. 남양시에서 세 번째로 큰 약재상인데, 당신이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원래 그 약재들은 이미 주문된 상태였는데 바이어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대요. 마침 내가 그 소식을 듣고 주문을 넣었어요. 물론 걱정되면 시간을 내서 직접 방문해도 돼요.”여준재가 고다정을 껴안고 설명했다.고다정도 그를 끌어안으며 미소를 지었다.“저야 당신을 믿죠. 그리고 고마워요. 이렇게 빨리 약재 공급자를 찾아줘서.”“응? 고맙다 했어요?”여준재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우리 사이에 이렇게 예의를 지켜야 해요?”고다정은 말없이 헤헤 웃었다.이 모습을 보며 여인의 속마음을 모를 리 없는 여준재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정말 당신을 어쩔 수가 없네요. 하지만 다음에는 나랑 이렇게 분명히 나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지만 결혼한 것과 다를 바 없으니 앞으로 네 거, 내 거 구분하지 말아요. 알겠죠?”“알겠어요.”고다정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차가 빌라에 도착했다.익숙한 방에 들어서니 고다정은 온몸에 피곤이 몰려오고 하품이 끊이지 않았다.이를 본 여준재가 가슴 아픈 나머지 재촉했다.“늦었는데 빨리 씻어요. 다른 일은 자고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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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외증조할머니가 대신 엄마를 혼내줄게

이튿날 이른 아침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고다정이 남양시에 가는 얘기를 꺼냈다.그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쌍둥이에게 당부했다.“엄마와 아빠가 집에 없을 때 너희가 외증조할머니를 잘 보살펴야 해. 알았지?”“알겠어요. 며칠 걸려요? 우리 선물을 사 올 거예요?”하윤이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준이는 비록 말하지 않았지만 그 역시 선물을 받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고다정은 쌍둥이의 기대에 찬 눈빛을 보자 놀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그녀는 일부러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번에는 협력을 논의하러 가기 때문에 쇼핑할 시간은 없을 것 같은데.”이 말을 들은 쌍둥이는 예상대로 눈에 실망한 기색이 살짝 돌았고 눈빛도 많이 어두워졌다.이를 본 고다정은 약간 후회됐다.‘이런 일로 아이들을 놀리지 말아야 했는데.’하지만 그녀가 말을 바꾸기 전에 쌍둥이가 어른스럽게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엄마가 일이 바쁘다면 공적인 업무가 중요하죠. 다음번 출장 갈 때 선물 사 와도 돼요.”고다정은 쌍둥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마음속이 몽글몽글해졌다.“엄마가 방금 장난쳤어. 공적인 업무가 끝나면 너희들 선물 사러 갈게.”그녀가 급히 설명하자, 쌍둥이는 잠시 멍해 있더니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엄마 나빠요. 일부러 저랑 오빠를 놀렸어요.”하윤이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옆에 있는 강말숙에게 일러바쳤다.“외증조할머니, 엄마가 저랑 오빠를 괴롭혀요.”하준이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엄마 너무 나빠요.”강말숙은 그들이 말랑말랑한 목소리로 고자질하자 눈에 웃음기가 가득했지만 일부러 정색하며 말했다.“외증조할머니가 너희 대신 엄마를 혼내줄게. 다시는 너희를 괴롭히지 못하게.”그녀는 말하면서 손을 들어 고다정을 때리는 시늉을 했다.하지만 그녀의 손이 고다정에게 닿기 전에 쌍둥이가 급히 가로막았다.“외증조할머니, 엄마를 때리지 마세요. 엄마는 그냥 저희랑 장난친 거예요.”“엄마가 앞으로 저희한테 이런 장난을 못 하게만 하면 돼요.”쌍둥이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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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협력이 성사되다

남자의 씨그둥한 표정을 보며 고다정은 익살스럽게 혀를 내밀더니 멋쩍게 웃었다.“입에 붙은 걸 어떡해요?”이를 지켜보는 여준재는 눈빛에 사랑이 넘쳤지만 애써 엄숙한 척하며 경고했다.“이번에는 넘어가지만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면 안 돼요. 다음에 또 나한테 이렇게 예의를 지키면 화낼 거예요.”“알았어요. 알았어요.”고다정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에는 안 그러겠다고 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 웃고 떠들다 저녁을 룸서비스로 시켰다.식사가 끝난 후, 그들은 외출할 생각 없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몇 시간이나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몸이 매우 피곤한 상태다.또한 고다정은 내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HS그룹과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려 했다.여준재도 내일의 미팅이 고다정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그냥 그녀를 껴안고 잠들었다....이튿날 두 사람은 아침 일찍 잠에서 깼다.간단히 아침 식사를 한 후 그들은 호텔에서 나와 HS그룹으로 출발했다.HS그룹은 남양시 노른자 땅인 금융가에 자리 잡고 있었고,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은 사무용 빌딩이었다.HS그룹 건물은 외관이 으리으리하고 장엄했지만, 이미 YS그룹의 웅장한 건물을 본 적이 있는 그녀에게는 아무 감흥도 없었다.“안녕하세요. 저희는 운산에서 왔는데요. 귀사 대표님과 오늘 9시에 미팅하기로 약속했는데, 전달해 주실 수 있을까요?”고다정이 안내대 직원에게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직원은 아리따운 외모의 여인과 옆에 서 있는 독특한 매력의 남자를 보고는 약간 멍해졌다가 직업적인 미소를 지으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두 분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예약 정보 확인할게요.”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예약 정보를 확인하면서 속으로 되뇌었다.‘운산? 왜 이렇게 귀에 익을까?’그러다가 직원은 두 사람의 말이 왜 그렇게 귀에 익었는지 번뜩 생각났다.아침에 출근했을 때 대표님이 특별히 비서를 보내 운산에서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직접 VIP실로 모시라고 분부했기 때문이다.“여 대표님과 고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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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임초연이 다시 나타나다

한 시간 뒤, 고다정은 따끈따끈한 계약서를 가지고 기분 좋게 HS 그룹에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차에 탄 뒤 손에 문서를 보며 연신 감탄했다.“저는 우리가 어느 정도 왕래가 있어야 이번 협력이 성사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성사될 줄은 몰랐어요. ”“쉽게 성사되면 좋잖아요? 그래야 다정 씨도 여유시간에 주변도 돌아볼 수 있고요.”여준재가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자, 고다정은 응석부리며 답했다.“당연히 좋죠. 그냥 감탄해 본 거예요. 그리고 이렇게 빨리 성사될 수 있는 거도 다 준재 씨 덕분인 거 잘 알고요.”그녀도 현 대표님이 그녀 뒷배경인 여 씨 집안 체면을 봐서 이렇게 흔쾌히 계약을 성사했다는 거 또한 잘 알고 있다.그 모습에 여준재는 더 이상 답하지 않고 웃으며 대화 주제를 돌렸다.“시간도 아직 이른데 주변 좀 돌아볼래요?”“좋아요. 때마침 아이들 선물도 고를 겸요.”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이 현 씨 그룹에서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뜻밖의 여성이 현 씨 그룹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그 둘은 모르고 있었다.안내 데스크의 직원은 그녀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얼른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사모님.”“지금 현진우 씨 사무실에 있어요?”핸드백을 든 여성이 차갑게 묻자, 안내 직원은 머리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있습니다. 대표님더러 내려오라고 할까요?”“됐어요.”그녀는 짧게 한마디를 남긴 뒤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그렇게 2분도 채 안 되어 그녀는 현진우 사무실 문 앞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바로 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갔다.그 인기척 소리에, 사무실에 있던 있던 현진우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니, 한 아름다운 여인이 사무실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현진우의 눈빛은 순식간이 온화해졌다.“연이 씨, 여긴 웬일이에요? 오기 전에 전화라도 하지. 그러면 내가 데리러 갈 텐데.”“내가 길을 찾지 못하는 거도 아닌데 왜 데리러 오는 거죠?”그녀가 차갑게 답했다.그렇다, 그녀는 다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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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오늘 밤 난 당신 거예요

현진우의 애정 넘치는 눈빛을 본 임초연은 빨간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리더니 차마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얼른 가요.”그녀는 재촉하며 현진우를 끌고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현진우는 회피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그윽하게 바라봤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몇 분 뒤, 두 사람은 레스토랑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음식을 주문까지 마치고 그 둘은 서로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진우는 맞은 편에서 젓가락을 만지작거리는 그녀를 보더니 살짝 웃어 보이며 먼저 입을 열었다.“초연 씨 나한테 할말 없는 거예요?”“아…듣자 하니 오늘 진우 씨 회사에, 운산에서 온 귀한 손님이 있었다면서요? 어떤 사람들이었어요?”임초연은 잡담이나 나누려고 그에게 말을 건네는 듯 보였지만, 사실 이미 마음속으로 답을 알고 있었다.현진우 또한 바로 답해주지 않았고 웃을 듯 말 듯 한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동문서답했다.“그러고 보니 초연 씨도 운산에서 왔죠? 이미 여기 온 지도 반년이나 흘렀는데 가끔 운산에서 살았을 때가 생각나고 그러지 않아요?”그 말을 들은 임초연은 왠지 모르게 힘듦을 느꼈다.게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진우라는 사람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들곤 했다.분명 그녀가 먼저 질문을 한 건데도, 마지막에는 현진우가 그녀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그럼에도 그녀는 마음속의 답답함과 분노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눈앞의 이 남자가 임 씨네 집안의 재기 가능성을 결정할 수 있으니 말이다.“생각 안 난다면 거짓말이죠. 어쨌든 저도 전에는 고귀한 임씨 가문의 장녀였으니까요.”임초연은 거짓 반 진심 반으로 답했다.그녀는 이렇게 해야만 그의 믿음을 살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역시나 현진우는 그녀의 말을 굳게 믿고 있었다. 왠지 눈앞에 그녀가 자신에게 진짜 속마음을 얘기한 것 같아 그는 참을 수 없는 듯 웃어 보였다.“그렇군요. 초연 씨가 다시 그때 신분으로 돌아가게 해주려면, 제가 앞으로 많이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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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마음이 통하기란 쉽지 않다

임초연 쪽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을 고다정은 자연스레 모르고 있다.협력 계약서를 체결한 후 두 사람은 남양에서 이틀은 더 머무른 뒤에야 다시 운산으로 돌아갔다.돌아가는 그날은 주말이라 때마침 별장에 두 아이도 있었고, 임은미도 함께 있었다.고다정이 떠나기 전 집에 늙은 할머니와 두 어린아이만 두고 가기에 시름이 놓이지 않은지라, 특별히 친구를 불러 그들과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라 생기면 가장 먼저 그녀에게 연락도 해줄 수 있고 말이다.두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집에 돌아온 걸 보고 신나서 달려 나갔다.“아빠, 엄마! 왔어요?”“그래, 왔어. 너희들 집에서 얌전히 있었어?”고다정은 허리를 숙이며 가장 먼저 달려 나온 하윤이를 끌어안았다.뒤따라 달려 나온 하준이도 여준재의 품에 안긴 채 아주 기뻐하는 모습이었다.하준이는 기대에 찬 눈으로 여준재를 바라봤다.여준재도 당연히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채고는 그의 코를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너희들 선물도 사 왔으니까. 뒤에 구남준 삼촌한테 있어.”“고마워요, 아빠. 난 선물 보러 갈래요.”말을 마친 뒤 하준이는 여준재의 품에서 나와 선물 보러 가려 했고, 하윤이도 다급히 따라갈 준비를 하였다.고다정도 할 수 없이 하윤이를 내려놓아야만 했다.나란히 서로 손을 맞잡고 방금 들어온 구남준을 둘러싸는 아이들을 향해 고다정은 애정이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가 시선을 거두자마자, 갑자기 그녀의 앞에 가녀린 흰 손이 나타났다. 그건 바로 장난기 가득한 표정인 임은미였다.“두 아이 선물은 있으면서 수고스레 너희 집에서 집사 노릇을 한 내 선물은 없는 거야?”임은미는 그녀가 선물을 주지 않으면 이대로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 모습에 고다정은 웃으며 답했다.“어떻게 네 선물을 빼먹을 수 있겠어. 네 선물도 구 비서님한테 있어.”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아이는 몇 개의 브랜드 쇼핑백을 들고 깡충깡충 뛰어왔다.하윤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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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또 무슨 일을 꾸미다

방에 돌아가 보니, 두 아이는 얌전히 침대에 앉아있었고, 욕실에서는 샤워 소리가 들려왔다.두 아이도 여준재가 들어온 걸 보고는 귀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아빠.”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인 뒤 욕실 쪽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두 아이에게 물었다.“너희들 솔직히 말해. 아빠랑 엄마가 없는 동안, 은미 이모랑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었던 거야?”“아빠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하윤이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깜빡이였고, 하준이도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모습으로 멍하니 있었다.그 모습을 본 여준재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일부러 그 둘에게 겁을 주며 말했다.“너희들 진짜 이럴 거지? 그러면 뒤에 가서 엄마한테 들켜도 아빠는 몰라? 너희들 편들어주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두 아이는 서로 눈을 마주하더니 솔직하게말하기로 한듯했다..“아빠, 사실 은미 이모와 뭘 꾸민 거 없어요. 그냥 엄마와 엄마를 뺏고 싶어 하는 아저씨가 매일 같이 있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이모가 우리한테 방법을 생각해 준 거예요. 우리더러 매일 아빠의 이름으로 주방 도우미더러 사랑의 점심, 저녁, 야식을 가져다주라고 했어요.”“그렇게 전체 연구소에서 아빠와 엄마 사이가 좋다는 걸 알게 하는 거예요. 그러면 아저씨도 다시는 엄마를 쫓아다니지 않을 거고요. 아니면 세컨드라는 소리와 함께 모든 사람에게 버림받을 수도 있고요.”두 아이는 거의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그 말을 들은 여준재는 지금까지 그래도 두 아이를 이뻐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손을 들어 두 아이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웃어 보였다.“그 방법 괜찮네. 아빠 지위를 지켜준 보상으로 너희들이 좋아하는 최신 장난감 사줄게.”“와, 진짜? 사랑해 아빠.”하윤이는 자신이 최신 인형을 갖게 될 것이라는 말에 흥분되어 여준재를 끌어안았다.하준이는 비록 하윤이만큼 과장되게 표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입가에 그 미소는 숨길 수가 없었다.그렇게 세 부자가 한창 웃고 떠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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