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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631 - 챕터 640

1270 챕터

제631화 마지막 고객사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화를 내요?”심여진은 다시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고경영도 더는 숨기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말을 꺼냈다.“여준재가 저번에 우리한테 준 프로젝트를 기억해? YS그룹이랑 연을 맺진 못해도 돈만 벌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글쎄 보니까 큰 구렁텅이와 마찬가지였더라고. 돈을 벌려면 먼저 그 안에 투자해야 되고, 더 많이 투자해야 더 많이 벌 수 있어!”말을 마친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화가 만만치 않게 난 모양이었다.심여진의 안색도 덩달아 나빠졌다.그녀는 원래 고경영한테서 돈을 얻어볼까 했는데, 오히려 그가 자신한테 돈 달라는 소리를 안 하는 게 더 다행인 상황이었다.사실 고경영도 이 일을 아내한테 설명하는 의도가 그녀한테서 돈을 구하기 위해서였다.“당신, 현재 유동 자금이 얼마나 남아 있어?”“제 수중에는 한 2억 정도 있는데...아시잖아요, 제가 요 몇 년 동안 나가서 일한 적도 없고, 다 당신이 준 건데. 거기다 저번에 회사가 융통이 안 돼서 6억을 드렸잖아요. 이젠 돈이 별로 없어요.”그녀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손에 든 자금이 2억은 훨씬 넘는 돈이었다.하지만 고경영은 그걸 모르고 곧이곧대로 믿었다. 필경 심여진의 돈은 다 자기가 준 거니까, 그녀가 돈이 얼마 있는지 대략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잠깐 고민하더니 그가 말했다.“2억이라도 어쩔 수 없지. 그 돈부터 나한테 줘. 나중에 프로젝트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 다시 돌려줄게. 아, 맞다. 다빈이한테도 연락해서, 진 서방네 집에서 돈 좀 빌려 달라고 해봐, 빌릴 수 있을 만큼 빌려 보라고 해.“그건 아마...안될 거 같아요.”심여진은 난처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고경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물었다.”“물어보지도 않고 안될 줄 어떻게 알아?!”그리하여 심여진은 고다빈이 진씨 집안에서 처한 상황을 남편한테 털어놓았다.“저번에 연합회에서 다빈이가 고다정을 건드렸잖아요. 그래서 여준재가 이후부터 연합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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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못 만날 건 또 뭐야

그날 저녁, 여준재는 고다정이 퇴근할 때를 기다려 데리러 왔다.그는 내일 그녀가 JS그룹에 가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고다정은 그 일에 대해 말할 의사가 없는 것 같아,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구 비서한테서 들었어요. 내일 JS그룹에 간다고요. 저랑 같이 갈까요?”“이제는 거래처에 혼자 가라면서요?”고다정은 조금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여준재는 그녀를 끌어안고 나지막이 말했다.“그러긴 했는데 다정 씨가 진씨 집안하고 껄끄러운 일이 좀 있잖아요. 걱정돼서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이 남자가 혹여나 진시목이 그녀를 난처하게 할까 봐 두려워한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별로 개의치 않은 얼굴로 여준재를 보며 씽긋 웃었다.“이제 당신이 제 뒷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진시목이 바보가 아닌 이상, 날 난처하게 하겠어요? 그리고 남준 씨도 있고 경호원도 데리고 갈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그녀의 견결한 태도를 본 여준재는 자신이 이 일에 끼어드는 걸 그녀가 원하지 않는단 걸 깨닫고 더 고집하지 않았다.그 시각에, 진시목은 비서한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내일 오후 신우하이테크 고 회장님이 방문차 대표님을 만나겠다고 하는데, 대표님...만나실 건가요?”비서는 고다정과 자기 대표님 사이에 있었던 일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바, 머뭇거리며 말끝을 흐렸다.진시목은 한참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사실 그는 그전부터 고다정이 신우하이테크의 고객사를 방문하며 돌아다닌다는 소식을 접해서 알고 있다.자기와의 원한 관계 때문에 JS그룹에는 방문을 안 할 줄 알았고, 심지어 거래를 끊을 줄로만 알았는데, 그녀가 감정을 내려놓고 JS그룹에 오겠다 할 줄 몰랐다.그러고 보니 안 본 새에 그녀도 단련을 거쳐 많이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진시목은 그제야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제 발로 오겠다는데 내가 못 만날 건 또 뭐야.”말하는 도중에 고다빈이 문을 밀고 들어오며 그가 하는 말을 들어버렸다.진시목은 그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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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유부남까지 꼬시는 거야?

고다정은 고다빈이 노기등등해서 쳐들어온 걸 모르고 있었다.비서의 안내하에 고다정 일행은 곧 사무실에서 진시목을 만나게 되었다.멀지 않은 곳 책상에 차분하게 앉아 있는 그 남자를 보며 고다정은 아무런 감정변화도 느끼지 못했는데, 오히려 진시목은 활기가 차 넘치고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그녀의 모습에 이상야릇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오랜만이야.”그는 일어서며 고다정한테 먼저 인사를 건넸다.그리고는 고다정의 뒤편에 서 있는 비서한테 눈짓을 보냈다.비서는 그 뜻을 읽고 구남준과 기타 사람들한테 정중하게 얘기했다.“저희 대표님께서 고 회장님과 따로 할 얘기가 있으니, 여러분은 잠시 저를 따라서 접견실로 가시죠.”“아니에요. 이들은 저랑 같이 있을 거예요.”구남준이 반응하기도 전에 고다정은 재빠르게 입을 열었다.구남준도 잇따라 말했다.“저희 대표님이 분부하셨습니다. 작은 사모님 곁을 반드시 지키라고요.”그의 말은 얼핏 보면 비서를 향했지만, 사실은 진시목을 경고하는 의미였다.진시목도 당연히 그걸 알아들었고, 검은 눈동자로 고다정 뒤에 서 있는 그녀의 일행을 훑어보고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여준재가 널 되게 소중하게 생각하나 봐? 곁에 유능한 사람들은 다 너한테 붙여줬네.”“준재 씨가 저한테 잘해주는 건 맞아요.”고다정은 눈썹을 치켜올려 그를 보고는, 말머리를 돌려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진 대표님께서도 저희가 온 용건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실 텐데, 직원한테 저희 기술자들을 데리고 시스템 유지보수 작업에 들어가도록 해주시죠.”그녀의 딱딱한 말투와 쌀쌀맞은 표정을 보니 진시목은 더 씁쓸해졌다.뭐라 말하려고 입을 연 그때, 고다빈이 밖에서 뛰쳐들어오며 날카롭게 욕을 퍼부었다.“고다정! 네년이 여기가 어디라고 와? 누가 널 오빠 만나랬어?”고다빈은 들어오자마자 사무실 한가운데 서 있는 고다정을 보았다. 워낙에 돋보이는 기질과 외모에다 이젠 커리어우먼의 매력까지 한층 더 가미된 고다정을 보니 질투에 불이 붙어 눈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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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오늘 JS그룹에서 완전 멋있었다면서요?

고다정의 말이 떨어지자 진시목은 울그락불그락 하다못해 말로 표현이 힘든 낯빛으로 변해버렸다.하필 자기 아내가 먼저 공격했기 때문에,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벙어리가 돼 버린 것 같았다.말을 못 하는 그를 보자, 고다정은 받아들인 걸로 간주하고, 그를 향한 시선을 거두어 바닥에서 일어나는 고다빈을 쳐다보며 코웃음을 쳤다.“내가 옛날에 눈이 멀었다고 지금도 그런 줄 알아? 확실히 기억해. 네 눈에나 보석이지, 내 눈엔 그냥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짱돌이야!”폄훼의 의도가 다분한 그녀의 말에, 진시목과 고다빈의 얼굴은 당장 소나기라도 내릴 것처럼 음침했다.고다빈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고다정!”그러나 고다정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눈을 들어 진시묵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오늘 오후 퇴근 전까지, 진 대표님이 보낸 계약 해지서와 위약금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가요, 우리.”마지막 말은 구남준한테 한 말이다.고다정은 아무 미련 없이 먼저 사무실을 나섰고, 구남준은 차가운 곁눈질로 진시목을 흘겨보고는 비웃는 듯한 눈초리가 비껴가며 고다정을 뒤따랐다.이내 사무실에는 진시목과 고다빈만 남겨졌다.단단히 화가 난 진시목의 잘생긴 얼굴에는 어두컴컴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고다빈!”“오빠... 내가 잘못했어요. 자기 너무 사랑해서 그랬어요.”고다빈은 그가 당장 와서 자신의 목이라도 조를 것 같아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그때야 그녀도 자신이 무슨 사고를 저질렀는지 깨달았다.고다정이 그들을 만나기 싫으면서도 굳이 찾아온 이유가, 두 회사의 계약을 해지시켜 어마어마한 위약금을 받아내려는 심산이었다.진시목은 혐오에 찬 눈길로 고다빈을 보다가 눈빛이 흐려지며 말했다.“내가 별일 없이 회사에 자꾸 들락거리지 말랬잖아. 네가 방금 회사에 얼마나 큰 손실을 끼쳤는지 알기나 해?”그의 그런 지긋지긋하다는 눈빛이 비수처럼 날아와 고다빈의 마음을 찔렀다. 그에 대한 원망이 솟구쳐 오른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노려보며 진시목을 향해 외쳤다.“맨날 손실,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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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너무 예뻐해서 제멋대로 되면 어떡해요

“그건 그냥 원님 덕에 나팔 부는 격이죠. 준재 씨 힘을 빌렸을 뿐이에요.”고다정은 깜찍한 눈매로 여준재를 보았다.여준재는 그녀의 이런 장난스러운 모습이 좋아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내 것은 바로 다정 씨 거예요. 빌린다고 하지 마요. 듣기 별로니까.”그러고는 또 그녀의 이마를 가볍게 튕겼다.아프진 않지만 고다정은 무의식적으로 이마를 가리며 그를 향해 코를 찡그리며 대답했다.“넵!”그렇게 둘은 재밌게 떠들면서 빌라에 도착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집사가 캐리어 두 개를 끌고 나오는 걸 보았다.고다정은 어리둥절하여 물었다.“이 집사님, 이건 어떻게 된 거예요?”“도련님, 작은 사모님, 돌아오셨군요. 짐은 이미 다 정리되었습니다. 30분 뒤에 헬리콥터가 도착할 겁니다.”이 집사는 말하면서 그들의 짐을 두 사람 앞에 갖다 놓았다.고다정은 더 얼떨떨해 옆에 있는 남자한테 의문을 던지며 바라봤다.“뭐에요?”“내일 주말이잖아요. 당신이랑 애들이랑 같이 가령에 있는 별장에 가서 휴식 좀 취하려고요.”여준재는 고다정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눈매를 접으며 빙그레 웃었다.고다정은 이렇게 멋진 남자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아니, 거절하기 싫었다. 그의 이런 다정함이 그녀를 꿀단지 속에 푹 빠진 것처럼 달콤함이 온몸에 스며들게 한다.“준재 씨가 있어 너무 좋아.”그녀는 저도 몰래 머리를 갸웃하여 여준재의 넓은 어깨에 기댔다.마침 이때 두 아이가 조그만 가방을 하나씩 메고 위층에서 내려왔고, 강 할머니도 뒤를 따라 내려오며 두 애들한테 당부했다.“천천히 내려가, 뛰지 말고. 넘어질라.”“알겠어요. 증조 외할머니.”말은 그렇게 하면서 두 아이는 점점 발길을 재촉했다.그리고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거실에 서 있는 여준재와 고다정을 보고 활짝 웃으며 뛰어왔다.“엄마, 아빠. 오셨어요. 저희 다 준비됐는데 언제 출발해요?”“이 집사 할아버지가 거기에 가면 과일나무가 엄청 많다고 그랬어요. 과일도 엄청 많이 달렸다고. 우리 거기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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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누가 내 흉본 거야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이준재의 가슴을 행복감으로 벅차오르게 했다.그의 아이와 그의 아내... 원만하고 아름다운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그리고 4시간 후, 헬기는 드디어 큰 잔디밭에 멈추었다.굉음 속에서도 두 아이는 쌔근쌔근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고다정과 여준재는 각 하나씩 안고 비행기에서 내렸다.착지하고 나서, 고다정은 여기 기온이 운산보다 높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준이를 안은 그녀가 여준재를 따라 별장까지 들어가니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그녀는 아이를 침대에 내려놓고 더는 못 참고 겉옷을 벗었다.여준재도 코트를 벗어버리고 낮은 소리로 고다정한테 말했다.“여기는 겨울을 나기에 딱 좋은 거 같아요. 사계절이 다 봄 같아서 나중에 애들을 데리고 자주 놀러 오면 좋겠어요.”“괜찮은 아이디어네요.”동감이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고다정은 갑자기 하품이 나왔다.낮에 출근하고 밤에는 4시간씩이나 헬기를 탔으니 몸이 피곤할 만도 했다.그녀의 피곤한 기색을 놓칠 리 없는 여준재는 마음이 아파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리도 어서 쉴까요? 나머지는 내일 정리해요.”고다정도 그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씻으러 욕실로 향했다.다 씻고 난 후, 고다정은 침대에 누웠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세수하면서 잠기를 씻어버린 건지, 아니면 낯선 곳에 온 탓인지, 침대에서 한참을 뒤척였다.그러나, 그녀가 뒤척거릴 때마다 여준재는 심장이 간질거렸다.“졸린다면서요, 왜 잠이 안 와요?”고다정이 또 한 번 돌아눕자 여준재는 대뜸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그러고는 진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그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눈빛과 마주치게 된 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움직였다.그와 같이 있은 지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녀는 이 눈빛이 뭘 말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저기, 그게...오늘은 좀 피곤해요... 안 돼요. 그리고 내일 애들을 데리고 놀러 가기로 했잖아요. 내가 못 일어나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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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아빠를 왜 민 거야

“내가 아니에요.”하윤은 저도 모르게 부인했다가 말실수 한 걸 깨닫고 변명하기 시작했다.“엄마 흉본 거 아니고 칭찬한 거예요.”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옆에 있던 오빠가 배신을 때렸다.“엄마, 하윤이가 엄마 흉본 거 맞아요. 늦잠꾸러기라고 했어요. 아빠도 들었어요.”“아빠, 난 그런 말 하지 않았어요. 맞죠?”하윤이가 여준재의 팔을 잡고 흔들며 자기를 도와주길 바라며 애교를 부렸다.그러나 애석하게도 아빠는 엄마 편이었다.여준재는 싱글벙글 웃으며 손가락으로 하윤이의 이마에 꿀밤을 튕겼다.“아빠가 자기가 한 일은 책임져야 한다고 가르쳤었잖아.”“아빠는 하윤이 안 좋아해.”하윤이는 바로 입을 삐죽거리며 뾰로통해서 두 볼이 빵빵해졌다.하윤이의 반응이 재밌는 고다정은 놀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일부러 말했다.“아빠는 당연히 하윤이를 안 좋아하지, 아빠가 좋아하는 건 난데, 그렇죠?”그녀는 마지막에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여준재는 그녀의 장난기에 합을 맞춰 미소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맞아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당신이죠.”나지막하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여준재는 그녀한테 고백했다.고다정은 그 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두 아이는 너무 오글거린다는 듯 팔을 비비며 소리를 질렀다.그렇게 한바탕 웃고 떠들다 그들은 다이닝룸으로 가 식사를 했다.정성껏 차려진 음식을 먹으면서 고다정은 매우 맛있다고 느꼈다.“음식 맛이 왠지 원래 먹던 거랑 달라요. 느낌이... 어째 준재 씨 본가에서 먹었던 그 맛이 나요.”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맛을 잘 음미해 보았다.모두 그녀가 평소에 좋아하는 요리들이었기 때문에 맛이 조금만 달라도 느낄 수 있었다.여준재는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을 가리키며 부드럽게 말했다.“그건 아마 이 재료들이 다 여기 별장 농장에서 직접 심은 거라서 그럴 거예요.”“직접 심어요?”고다정은 의문스러워 그를 쳐다봤다.여준재는 머리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말했다.“농장에서 유기농 채소랑 과일을 좀 재배했는데 수량이 얼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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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놀림당한 바보 동생

“아빠를 일부러 민 게 아니에요. 우린 그냥 아빠랑 엄마랑 같이 사진 찍으라고 그런 건데.”하준은 주눅이 들어 입을 열며 눈빛에 후회가 가득 차 있었다.그러면서 사과도 잊지 않았다.“아빠, 나랑 동생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아빠랑 엄마가 같이 서 있으라고 그랬어요.”“아빠, 미안해요, 우린 진짜 일부러 그러지 않았어요. 아빠 꼭 믿어주세요.”하윤이도 얌전하게 사과하며 눈이 그렁그렁하여 여준재를 쳐다봤다.애들의 말에 여준재도 마음이 누그러져 그들을 보며 말했다.“너희들이 좋은 맘으로 그랬다는 걸 아빠도 알아. 그렇지만 사람을 밀면 안 돼. 나중에 친구들과 지낼 때도 좋은 뜻으로 도와준 건 맞지만, 그 친구들은 모르고 오해를 할 수도 있고 심지어 사람이 다칠 수도 있어.”“알겠어요. 다음부터 사람을 함부로 밀지 않을게요.”두 아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잘못했다고 했다.아이들이 잘못을 깨달은 걸 보고 여준재와 고다정은 더 이상 이 일로 꾸짖지 않았다.그리고 애들이 너무 주눅이 든 거 같아 조금 전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여준재는 휴대전화를 꺼내 정중하게 하준한테 쥐여주며 씽긋 웃었다.“그럼 오늘 엄마랑 아빠 사진은 너희들한테 맡길게. 잘 찍어줘야 한다.”“네! 걱정 마세요!”하준은 한참 후에야 반응하고 우렁차게 대답했다.그리하여 고다정과 여준재는 두 아이의 요구에 따라 여러 가지 친밀한 포즈를 취하며 이쁜 사진을 많이 남겼다.웃고 떠들며 그들은 어느새 산꼭대기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전원 풍광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과수나무가 두 개의 농구장만 한 곳을 둥그렇게 에워쌌고, 그 중심에는 인공으로 만든 큰 연못이 있었는데, 수면에는 푸른 연잎이 떠 있고, 물은 보석같이 푸른색을 띠었다.연못 옆에는 별장 직원들이 고다정네가 온다고 특별히 준비한 것인지 레저용 리클라이너 두 개와 낚싯대가 놓여 있었다.연못 뒤에는 단정하게 정돈된 밭이 있었는데, 거기는 각종 채소가 푸르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고 띄엄띄엄 덩굴대도 몇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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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여준재가 어릴 때 놀던 곳

“벌... 벌레요?”하윤은 귀를 의심했다. 평소에 제일 두려워하는 게 벌렌데 말이다.여준재도 그걸 알고 일부러 말했고, 놀란 딸을 본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그래, 벌레를 먹어야 물고기가 영양분을 얻어 무럭무럭 자라지. 왜? 벌레가 무서워 못 잡겠어?”“무... 무서워요, 아빠가 좀 잡아주면 안 돼요?”하윤이는 물고기를 좋아하지만, 벌레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리하여 여준재를 붙들고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여준재는 딸애가 물고기를 좋아하는 마음에 벌레를 잡아보려고 시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조금 어리둥절했다.물론 그도 딸애의 벌레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시키려고 꺼낸 얘기가 아니고, 그저 좀 놀리고 싶었을 뿐이다.그런데 딸애는 결국 벌레를 만지려 하지 않고, 벌레 잡는 일은 자기가 떠안게 되었다.하윤은 아빠가 무슨 궁리를 하는지 잘 알지 못하고, 아빠가 말이 없자 다시금 애교를 부렸다. “아빠, 좀 도와주세요, 네? 물고기가 너무 배고파서 내 손가락을 다 먹게 생겼어요. 너무 불쌍해요.”이렇게까지 딸애가 바라는데 안 할 수도 없고, 여준재는 자기가 판 구덩이를 자기 절로 메꿔야 했다.그러나 사실 벌레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산에는 원래 벌레가 많으니까.여준재가 딸애를 대신해 벌레를 찾는 걸 본 고다정은 하준이와 의자에 앉아서 웃으며 말했다.“아빠가 자기 절로 자기 무덤을 판 거 같지?”“네. 근데 하윤이도 너무 바보예요. 아빠가 자길 놀리는 것도 모르고.”하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생 흉을 봤다.고다정도 그 애의 말을 듣고 동감이라며 머리를 끄덕였다.시간이 좀 지나, 여준재는 하윤이를 도와 물고기에 밥을 다 주고 나서야 고다정 곁으로 올 수 있었다.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는 여준재를 보고 고다정은 쌤통이라는 듯 말했다.“애 놀려먹더니 고생이 많네요.”그 말에 여준재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렸다.“재밌잖아요. 하윤이 놀리는 게 엄청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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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물고기를 잡다

점심 식사를 마치자 두 아이는 아빠가 어릴 때 놀던 곳에 가보고 싶어 마음이 잔뜩 설렌 것 같았다.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들은 고다정한테 이끌려 점심 잠을 자러 가야 했다.오전에 애들이 등산도 하고, 열매도 따고, 너무 피곤했을까 봐 걱정된 고다정은 억지로 애들을 쉬라고 했다.한 시간 반 동안 자고 나서 네 식구는 여준재의 인솔하에 그가 말한 그 산 중턱에 있는 시냇가로 향했다.“손잡아요. 발밑을 조심하고요.”내리막길에 오자 여준재는 고다정한테 손을 내밀며 조심스레 당부했다.산길은 비록 닦아놨지만 지세 때문에 가팔랐다.가파른 산길을 조심해서 한동안 걸으니, 눈앞에 시야가 탁 트인 풍경이 펼쳐졌다.“우와. 엄마, 아빠, 여기 너무 예뻐요.”두 아이는 눈앞의 풍경을 보며 감탄하며 말했다.길 양쪽으로 푸른 대나무가 심겨 있었고, 그 사이에 4~5미터 되는 개울이 있는데, 그 위에는 아치형 돌다리가 놓여 있었다.고다정도 이곳을 첫눈에 좋아하게 되었다.별안간, 하윤이가 시냇물이 흐르는 곳을 가리키며 환호성을 질렀다.“물고기! 아빠, 엄마, 나 물고기 봤어요.”“진짜 있네, 물고기가.”물고기가 물살을 타고 흘러가는 것을 고다정은 의아해서 바라봤다.그녀는 이곳 시냇물은 너무나도 얕아 물고기가 없을 줄 알았다.그녀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눈에 담은 여준재는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왜 내 말을 안 믿어요?”“안 믿은 게 아니라, 그냥 이 물이 너무 얕아서 없을 줄 알았어요.”고다정은 여준재의 말을 의심한 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여준재는 그걸 별로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이 얕긴 해요. 어릴 적에 왔을 때는 수위가 여기까진 왔던 것 같은데.”두 어른이 잡담하는 동안, 아이들은 옆에서 물에 들어가 놀고 싶은 마음에 마음이 엄청나게 설렜다.특히 물고기가 헤엄쳐가는 걸 보고 냇물에 들어가 놀고 싶었다.“아빠, 우리 물고기 잡아요.”하윤이가 여준재의 팔을 붙들고 애교를 부렸다.하준이는 말은 안 했지만, 똑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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