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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여준재가 어릴 때 놀던 곳

“벌... 벌레요?”

하윤은 귀를 의심했다. 평소에 제일 두려워하는 게 벌렌데 말이다.

여준재도 그걸 알고 일부러 말했고, 놀란 딸을 본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그래, 벌레를 먹어야 물고기가 영양분을 얻어 무럭무럭 자라지. 왜? 벌레가 무서워 못 잡겠어?”

“무... 무서워요, 아빠가 좀 잡아주면 안 돼요?”

하윤이는 물고기를 좋아하지만, 벌레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리하여 여준재를 붙들고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여준재는 딸애가 물고기를 좋아하는 마음에 벌레를 잡아보려고 시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조금 어리둥절했다.

물론 그도 딸애의 벌레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시키려고 꺼낸 얘기가 아니고, 그저 좀 놀리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딸애는 결국 벌레를 만지려 하지 않고, 벌레 잡는 일은 자기가 떠안게 되었다.

하윤은 아빠가 무슨 궁리를 하는지 잘 알지 못하고, 아빠가 말이 없자 다시금 애교를 부렸다.

“아빠, 좀 도와주세요, 네? 물고기가 너무 배고파서 내 손가락을 다 먹게 생겼어요. 너무 불쌍해요.”

이렇게까지 딸애가 바라는데 안 할 수도 없고, 여준재는 자기가 판 구덩이를 자기 절로 메꿔야 했다.

그러나 사실 벌레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산에는 원래 벌레가 많으니까.

여준재가 딸애를 대신해 벌레를 찾는 걸 본 고다정은 하준이와 의자에 앉아서 웃으며 말했다.

“아빠가 자기 절로 자기 무덤을 판 거 같지?”

“네. 근데 하윤이도 너무 바보예요. 아빠가 자길 놀리는 것도 모르고.”

하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생 흉을 봤다.

고다정도 그 애의 말을 듣고 동감이라며 머리를 끄덕였다.

시간이 좀 지나, 여준재는 하윤이를 도와 물고기에 밥을 다 주고 나서야 고다정 곁으로 올 수 있었다.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는 여준재를 보고 고다정은 쌤통이라는 듯 말했다.

“애 놀려먹더니 고생이 많네요.”

그 말에 여준재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렸다.

“재밌잖아요. 하윤이 놀리는 게 엄청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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