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이준재의 가슴을 행복감으로 벅차오르게 했다.그의 아이와 그의 아내... 원만하고 아름다운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그리고 4시간 후, 헬기는 드디어 큰 잔디밭에 멈추었다.굉음 속에서도 두 아이는 쌔근쌔근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고다정과 여준재는 각 하나씩 안고 비행기에서 내렸다.착지하고 나서, 고다정은 여기 기온이 운산보다 높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준이를 안은 그녀가 여준재를 따라 별장까지 들어가니 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그녀는 아이를 침대에 내려놓고 더는 못 참고 겉옷을 벗었다.여준재도 코트를 벗어버리고 낮은 소리로 고다정한테 말했다.“여기는 겨울을 나기에 딱 좋은 거 같아요. 사계절이 다 봄 같아서 나중에 애들을 데리고 자주 놀러 오면 좋겠어요.”“괜찮은 아이디어네요.”동감이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고다정은 갑자기 하품이 나왔다.낮에 출근하고 밤에는 4시간씩이나 헬기를 탔으니 몸이 피곤할 만도 했다.그녀의 피곤한 기색을 놓칠 리 없는 여준재는 마음이 아파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리도 어서 쉴까요? 나머지는 내일 정리해요.”고다정도 그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씻으러 욕실로 향했다.다 씻고 난 후, 고다정은 침대에 누웠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세수하면서 잠기를 씻어버린 건지, 아니면 낯선 곳에 온 탓인지, 침대에서 한참을 뒤척였다.그러나, 그녀가 뒤척거릴 때마다 여준재는 심장이 간질거렸다.“졸린다면서요, 왜 잠이 안 와요?”고다정이 또 한 번 돌아눕자 여준재는 대뜸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그러고는 진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그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눈빛과 마주치게 된 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움직였다.그와 같이 있은 지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녀는 이 눈빛이 뭘 말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저기, 그게...오늘은 좀 피곤해요... 안 돼요. 그리고 내일 애들을 데리고 놀러 가기로 했잖아요. 내가 못 일어나기라
“내가 아니에요.”하윤은 저도 모르게 부인했다가 말실수 한 걸 깨닫고 변명하기 시작했다.“엄마 흉본 거 아니고 칭찬한 거예요.”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옆에 있던 오빠가 배신을 때렸다.“엄마, 하윤이가 엄마 흉본 거 맞아요. 늦잠꾸러기라고 했어요. 아빠도 들었어요.”“아빠, 난 그런 말 하지 않았어요. 맞죠?”하윤이가 여준재의 팔을 잡고 흔들며 자기를 도와주길 바라며 애교를 부렸다.그러나 애석하게도 아빠는 엄마 편이었다.여준재는 싱글벙글 웃으며 손가락으로 하윤이의 이마에 꿀밤을 튕겼다.“아빠가 자기가 한 일은 책임져야 한다고 가르쳤었잖아.”“아빠는 하윤이 안 좋아해.”하윤이는 바로 입을 삐죽거리며 뾰로통해서 두 볼이 빵빵해졌다.하윤이의 반응이 재밌는 고다정은 놀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일부러 말했다.“아빠는 당연히 하윤이를 안 좋아하지, 아빠가 좋아하는 건 난데, 그렇죠?”그녀는 마지막에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여준재는 그녀의 장난기에 합을 맞춰 미소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맞아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당신이죠.”나지막하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여준재는 그녀한테 고백했다.고다정은 그 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두 아이는 너무 오글거린다는 듯 팔을 비비며 소리를 질렀다.그렇게 한바탕 웃고 떠들다 그들은 다이닝룸으로 가 식사를 했다.정성껏 차려진 음식을 먹으면서 고다정은 매우 맛있다고 느꼈다.“음식 맛이 왠지 원래 먹던 거랑 달라요. 느낌이... 어째 준재 씨 본가에서 먹었던 그 맛이 나요.”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맛을 잘 음미해 보았다.모두 그녀가 평소에 좋아하는 요리들이었기 때문에 맛이 조금만 달라도 느낄 수 있었다.여준재는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을 가리키며 부드럽게 말했다.“그건 아마 이 재료들이 다 여기 별장 농장에서 직접 심은 거라서 그럴 거예요.”“직접 심어요?”고다정은 의문스러워 그를 쳐다봤다.여준재는 머리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말했다.“농장에서 유기농 채소랑 과일을 좀 재배했는데 수량이 얼마 되지
“아빠를 일부러 민 게 아니에요. 우린 그냥 아빠랑 엄마랑 같이 사진 찍으라고 그런 건데.”하준은 주눅이 들어 입을 열며 눈빛에 후회가 가득 차 있었다.그러면서 사과도 잊지 않았다.“아빠, 나랑 동생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아빠랑 엄마가 같이 서 있으라고 그랬어요.”“아빠, 미안해요, 우린 진짜 일부러 그러지 않았어요. 아빠 꼭 믿어주세요.”하윤이도 얌전하게 사과하며 눈이 그렁그렁하여 여준재를 쳐다봤다.애들의 말에 여준재도 마음이 누그러져 그들을 보며 말했다.“너희들이 좋은 맘으로 그랬다는 걸 아빠도 알아. 그렇지만 사람을 밀면 안 돼. 나중에 친구들과 지낼 때도 좋은 뜻으로 도와준 건 맞지만, 그 친구들은 모르고 오해를 할 수도 있고 심지어 사람이 다칠 수도 있어.”“알겠어요. 다음부터 사람을 함부로 밀지 않을게요.”두 아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잘못했다고 했다.아이들이 잘못을 깨달은 걸 보고 여준재와 고다정은 더 이상 이 일로 꾸짖지 않았다.그리고 애들이 너무 주눅이 든 거 같아 조금 전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여준재는 휴대전화를 꺼내 정중하게 하준한테 쥐여주며 씽긋 웃었다.“그럼 오늘 엄마랑 아빠 사진은 너희들한테 맡길게. 잘 찍어줘야 한다.”“네! 걱정 마세요!”하준은 한참 후에야 반응하고 우렁차게 대답했다.그리하여 고다정과 여준재는 두 아이의 요구에 따라 여러 가지 친밀한 포즈를 취하며 이쁜 사진을 많이 남겼다.웃고 떠들며 그들은 어느새 산꼭대기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전원 풍광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과수나무가 두 개의 농구장만 한 곳을 둥그렇게 에워쌌고, 그 중심에는 인공으로 만든 큰 연못이 있었는데, 수면에는 푸른 연잎이 떠 있고, 물은 보석같이 푸른색을 띠었다.연못 옆에는 별장 직원들이 고다정네가 온다고 특별히 준비한 것인지 레저용 리클라이너 두 개와 낚싯대가 놓여 있었다.연못 뒤에는 단정하게 정돈된 밭이 있었는데, 거기는 각종 채소가 푸르고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고 띄엄띄엄 덩굴대도 몇 개
“벌... 벌레요?”하윤은 귀를 의심했다. 평소에 제일 두려워하는 게 벌렌데 말이다.여준재도 그걸 알고 일부러 말했고, 놀란 딸을 본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그래, 벌레를 먹어야 물고기가 영양분을 얻어 무럭무럭 자라지. 왜? 벌레가 무서워 못 잡겠어?”“무... 무서워요, 아빠가 좀 잡아주면 안 돼요?”하윤이는 물고기를 좋아하지만, 벌레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더 컸다. 그리하여 여준재를 붙들고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여준재는 딸애가 물고기를 좋아하는 마음에 벌레를 잡아보려고 시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조금 어리둥절했다.물론 그도 딸애의 벌레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시키려고 꺼낸 얘기가 아니고, 그저 좀 놀리고 싶었을 뿐이다.그런데 딸애는 결국 벌레를 만지려 하지 않고, 벌레 잡는 일은 자기가 떠안게 되었다.하윤은 아빠가 무슨 궁리를 하는지 잘 알지 못하고, 아빠가 말이 없자 다시금 애교를 부렸다. “아빠, 좀 도와주세요, 네? 물고기가 너무 배고파서 내 손가락을 다 먹게 생겼어요. 너무 불쌍해요.”이렇게까지 딸애가 바라는데 안 할 수도 없고, 여준재는 자기가 판 구덩이를 자기 절로 메꿔야 했다.그러나 사실 벌레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산에는 원래 벌레가 많으니까.여준재가 딸애를 대신해 벌레를 찾는 걸 본 고다정은 하준이와 의자에 앉아서 웃으며 말했다.“아빠가 자기 절로 자기 무덤을 판 거 같지?”“네. 근데 하윤이도 너무 바보예요. 아빠가 자길 놀리는 것도 모르고.”하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생 흉을 봤다.고다정도 그 애의 말을 듣고 동감이라며 머리를 끄덕였다.시간이 좀 지나, 여준재는 하윤이를 도와 물고기에 밥을 다 주고 나서야 고다정 곁으로 올 수 있었다.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는 여준재를 보고 고다정은 쌤통이라는 듯 말했다.“애 놀려먹더니 고생이 많네요.”그 말에 여준재는 실소를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렸다.“재밌잖아요. 하윤이 놀리는 게 엄청 재밌어요
점심 식사를 마치자 두 아이는 아빠가 어릴 때 놀던 곳에 가보고 싶어 마음이 잔뜩 설렌 것 같았다.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들은 고다정한테 이끌려 점심 잠을 자러 가야 했다.오전에 애들이 등산도 하고, 열매도 따고, 너무 피곤했을까 봐 걱정된 고다정은 억지로 애들을 쉬라고 했다.한 시간 반 동안 자고 나서 네 식구는 여준재의 인솔하에 그가 말한 그 산 중턱에 있는 시냇가로 향했다.“손잡아요. 발밑을 조심하고요.”내리막길에 오자 여준재는 고다정한테 손을 내밀며 조심스레 당부했다.산길은 비록 닦아놨지만 지세 때문에 가팔랐다.가파른 산길을 조심해서 한동안 걸으니, 눈앞에 시야가 탁 트인 풍경이 펼쳐졌다.“우와. 엄마, 아빠, 여기 너무 예뻐요.”두 아이는 눈앞의 풍경을 보며 감탄하며 말했다.길 양쪽으로 푸른 대나무가 심겨 있었고, 그 사이에 4~5미터 되는 개울이 있는데, 그 위에는 아치형 돌다리가 놓여 있었다.고다정도 이곳을 첫눈에 좋아하게 되었다.별안간, 하윤이가 시냇물이 흐르는 곳을 가리키며 환호성을 질렀다.“물고기! 아빠, 엄마, 나 물고기 봤어요.”“진짜 있네, 물고기가.”물고기가 물살을 타고 흘러가는 것을 고다정은 의아해서 바라봤다.그녀는 이곳 시냇물은 너무나도 얕아 물고기가 없을 줄 알았다.그녀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눈에 담은 여준재는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왜 내 말을 안 믿어요?”“안 믿은 게 아니라, 그냥 이 물이 너무 얕아서 없을 줄 알았어요.”고다정은 여준재의 말을 의심한 게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여준재는 그걸 별로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이 얕긴 해요. 어릴 적에 왔을 때는 수위가 여기까진 왔던 것 같은데.”두 어른이 잡담하는 동안, 아이들은 옆에서 물에 들어가 놀고 싶은 마음에 마음이 엄청나게 설렜다.특히 물고기가 헤엄쳐가는 걸 보고 냇물에 들어가 놀고 싶었다.“아빠, 우리 물고기 잡아요.”하윤이가 여준재의 팔을 붙들고 애교를 부렸다.하준이는 말은 안 했지만, 똑같이
학교로 들어가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여준재는 옆에 있던 다정에게 물었다.“이제 어디 갈래요?”“일단 집에 가서 가져온 물건들을 정리해야죠.”고다정은 자신의 계획을 말하면서 말을 돌려 여준재에게 물었다.“회사에 안 가요?”그 말에 여준재는 싱긋 웃더니 답했다.“요 며칠 놀았더니 피곤하네요. 오늘은 쉴 거예요.”그 말에 고다정도 별말 하지 않았고 시간이 흘러 둘은 남방에서 가져온 과일을 들고 산속 별장으로 돌아왔다.강말숙이 그들을 발견하더니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너희들 돌아왔구나.”말을 하면서 두 아이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걸 보더니 의아해하며 물었다.“하준이 하윤이는?”“학교 갔어요.”고다정은 사실 어젯밤 이미 돌아왔고 많은 물건을 가지고 돌아왔다고 설명해줬고 여준재는 할머니와 손녀가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방해하지 않고 옆에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고다정은 그의 찌푸린 눈썹을 보고 회사 일이라는 것을 짐작하고는 웃으며 말했다.“얼른 일 보러 가세요. 옆에 있어 줄 필요 없어요.”“다정이 말이 맞아. 얼른 일 보러 가, 우린 신경 쓰지 마.”강말숙도 여준재에게 손을 내저었고 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대전화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곧 거실에는 고다정과 강말숙만 남게 됐고 고다정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이번에 할머니도 그 산장에 가셨으면 좋았을 텐데요.공기도 좋고, 청산녹수에, 밖의 풍경 구역 못지않게 아름다웠어요.”“그렇게 좋았어? 아쉽게 됐네.”강말숙도 고다정의 설명을 듣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다정은 강말숙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괜찮아요. 할머니, 다음에 같이 가면 되죠.”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 집사가 곁으로 다가왔다.“사모님, 지시하신 대로 가져온 물건들은 다섯 몫으로 나눴습니다.”“네, 고생하셨어요. 하나는 집사님 가족들에게 드리는 거예요. 제가 미리 준비한 연말 선물이라고 해두죠.”고다정은 이 집사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고 이 집사는 감사의 인사를
그 뒤로 이틀 동안, 고다정에게는 평온한 나날이었다.하지만 그녀의 평화와는 달리 진 씨 집안과 고 씨 집안은 고다빈 때문에 어수선하기 그지없었다.진시목이 이혼을 제안한 뒤로, 고다빈은 마치 자극받은 듯 매일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진시목이 회사에 가면, 그녀도 따라가고, 고객을 만나러 가면, 그녀도 함께 가고, 접대 자리에 나가면, 그녀도 가는 식이었다.심지어 이로 인해 여러 문제를 일으켜 운산 상류 사회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다정도 이런 소식을 들었지만, 그저 흘려보냈을 뿐, 그녀의 모든 생각은 회사 경영에 집중되어 있었다.이날, 남준은 기술부 책임자를 데리고 고다정을 찾아왔다.“사모님, 차세명 씨가 보고할 일이 있다고 합니다.”차세명은 남준이 데리고 온 기술부 책임자였다.고다정은 두 사람을 자리에 앉게 한 뒤 물었다.“무슨 일이죠?”“사모님, 회사 제품을 점검하던 중, 먼지 쌓인 반제품을 발견했습니다. 호기심에 그 제품을 연구해보니, 핵심 기술이 몹시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를 완성할 수 있다면, 회사는 칩 기술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더욱 선진적인 시스템도 개발할 수 있을 겁니다.”차세명은 자신의 발견을 설명했다.고다정도 더는 비즈니스 초보가 아니었기에 그 말에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미간을 찌푸리고 의문을 표했다.“이상하네요, 말대로라면, 이렇게 돈이 되는 연구를 왜 봉인하고 있었을까요?”“이것에 대해서는, 짐작 가는 이유가 있습니다.”차세명이 계속 말을 이었고 고다정은 놀란 듯 그를 바라봤다.“알고 있어요?”차세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아마도 불만 때문일 겁니다. 그 반제품 자료에는 한 직원이 쓴 메모가 있었습니다. 메모에 따르면 회사 자금 부족과 개발 진척이 느려 이 프로젝트는 봉인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었죠.”“그렇다면, GS그룹에서 좋은 기회를 주워 온 셈이네요.”고다정은 웃음을 참지 못하더니 다시 물었다.“이 프로젝트를 재개하는데 얼마나 많은 자금이 필요한지 계산해봤어요?”차세명은 솔직
구남준은 상황을 보더니 숨기지 못하고 솔직하게 말했다.“회장님께서 점심에 바쁘시다 보니 식사를 못 하셔서 위병이 도졌어요….”말미에는 여준재의 경고하는 눈빛 때문에 목소리가 점점 사그라들었다.물론, 고다정도 두 사람 사이의 작은 눈짓을 놓치지 않고, 화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그녀는 여준재를 노려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자기 몸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서, 남준 씨가 고자질 하는 건 싫은가 봐요?”“몸을 돌보지 않은 게 아니라, 오늘 바빠서 잊었을 뿐이에요.”여준재가 다급하게 변명했지만 고다정이 들을 리 없었다.그녀는 여준재에게 대꾸하지 않고 남준에게 말했다.“오늘 밤 수고하셨어요. 늦었으니 여기서 하룻밤 묵으세요. 게스트룸은 다 정리해놨어요.”“알겠습니다.”남준도 거절하지 않았다. 확실히 늦은 시각이라 차로 돌아가려면 반 시간이나 걸릴 것이다.남준을 방에 안내한 뒤 고다정은 여준재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갔다.“먼저 씻고 나와요, 난 침을 가져올게요. 잠시 후에 치료해줄게요.”“고마워요, 우리 마누라. 고생이 많아요.”여준재가 고다정을 끌어안고 입술에 짧게 뽀뽀했고 고다정은 눈에 힘을 준 채 가볍게 찡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수작 부리지 말아요. 오늘 일 아직 끝나지 않았거든요!”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약방으로 향했다.몇 분 뒤, 침과 한 병의 약을 들고 돌아왔고 이미 여준재는 씻고 난 뒤 샤워가운을 입고 침대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그녀의 발걸음 소리에 여준재는 지친 눈을 뜨며 말했다.“왔어요?”불편해 보이는 여준재의 모습에 고다정의 화는 걱정으로 바뀌었다.최근 며칠 동안 여준재는 YS그룹의 일 뿐만 아니라 그녀의 신우 하이테크를 도와주느라 바빴다.게다가 아이들과 놀러 갔을 때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산을 오르고 나무를 타 댔으니...“약 먹어요. 앞으로 매일 식후 한 알씩 먹어야 해요.”말하면서 고다정은 손에 든 약병을 건네주었고 여준재는 더 긴말 없이 약병에서 약 한 알을 꺼내 먹었다.고다정은 그런 여준재를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