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341 - 챕터 350

1270 챕터

제341화 제가 포기할게요

5년 전, 사고가 일어난 밤 고다정이 묵었던 객실은 여준재의 전용 객실이었다.임초연은 모든 정보를 읽은 후, 눈을 가늘게 뜨며 의자에 기대앉아 생각에 잠겼다.그녀가 알고 있는 준재와, 준재가 하준과 하윤에게 대하는 태도를 놓고 보면, 그녀는 친아빠라는 것을 100% 확신했다.‘분명 고다정은 이 사실을 모를 거야.’‘준재 씨가 이 사실을 숨긴 걸 보면, 말하고 싶지 않았겠지.’‘그때 고다정의 평판은 바닥을 쳤고, 심지어 걔 친엄마도 자살을 택하셨잖아…….’초연은 눈을 반쯤 가늘게 뜨고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그날 오후, 고급 프라이빗 카페.다정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VIP룸으로 들어갔다.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 있는 초연이 보였다.그녀는 냉랭한 얼굴로 들어와 초연의 맞은편에 앉았다.그녀들은 서로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그동안의 일 때문에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다정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임초연 씨가 우리 아이들의 아빠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요?”“이걸 보고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초연은 눈웃음을 지으며 서류 봉투를 꺼냈다.다정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 서류 봉투를 건네받았고, DNA 검사 결과지라는 걸 발견했다.종이에 적힌 내용을 본 다정의 얼굴은 순식간에 돌변했다.“말도 안 돼!”다정은 충격에 빠져 결과지를 내려놓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초연을 바라봤다.테이블 위에 올라온 그녀의 손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초연의 갈색 눈동자에는 점차 조롱과 기쁨으로 가득 찼다.“당신이 믿지 않을까 봐, 다른 정보도 가져왔어요.”초연은 말과 함께 또 다른 문서를 건네주고 테이블 위의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고다정 씨는 그 일이 일어난 호텔이 YS그룹 소유의 호텔이라는 걸 몰랐을 거예요. 맞아요, 당신이 그날 묵었던 그 방은 판매하지 않는 객실이고, 여준재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특별히 마련한 전용 객실이에요.”이 말을 들은 다정은 혼란스러운
더 보기

제342화 거짓말

아늑한 방 안에 여준재는 상의를 벗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그의 등은 가시로 뒤덮인 고슴도치 같았다.마지막 침을 놓은 고다정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일어나 옆에 있던 의자에 앉아 테이블 위의 물을 한 모금 마셨다.그녀는 침대 위에 누워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무심코 말했다.“참, 제가 한동안 신경을 못 썼네요. 예전에 제가 찾아달라고 했던 사람은 소식이 있나요?”말을 건넨 후 다정은 준재의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봤다.어쩌면 그녀가 너무 진지한 탓인지 준재의 몸은 경직이 되었다.다정은 손끝이 하얗게 변할 만큼 물 잔을 꽉 쥐었다.준재는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이미 다 알고 계시구나…….’이미 다 드러났다는 것을 알지 못한 준재는 계속해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죄송해요.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흐른지 몰랐어요. 아직 그 사람에 대해서는 찾지 못했어요.”‘거짓말!’그의 말을 들은 순간 다정의 첫 반응이었다. 동시에 그녀는 준재에게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한 시간 반 뒤, 다정은 침을 뽑은 후, 차갑게 말했다.“늦었어요. 얼른 돌아가세요.”이 말을 한 후, 그녀는 준재의 얼굴에 드러난 충격에도 개의치 않았고, 돌아서 거실로 나가며 방문을 닫았다.준재는 다정의 떠나간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눈살을 찌푸렸다.‘기분이 안 좋은가?’하지만 그는 다정이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마음속에 피어나는 의심을 뒤로하고 준재는 다정을 건드리지 않았다.그러나 준재는 집을 나서기 전, 하준과 하윤에게 부탁했다.“엄마한테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알려줘.”“아저씨, 걱정하지 마세요. 바로 알려드릴게요.”하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그를 배웅했다.그러나 강말숙은 떠나는 그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끼고 다정의 방으로 갔다.강말숙은 방문을 두드리며 말했다.“다정아, 들어가도 되니?”“들어오세요.”다정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문밖으로 들려왔다.그녀는 외할머니가 들어오
더 보기

제343화 피하다

집에 돌아온 후에도 고다정의 얼굴엔 아무런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강말숙은 집에 돌아온 손녀를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물었다.“아침 일찍 어디 갔다 오는 길이니?”“생각 좀 정리하느라 산책하고 왔어요.”다정은 아무렇지도 않게 핑계를 댔다.그 말에 강말숙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이전에도 다정은 약재에 문제가 생기면 종종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곤 했다.강말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아침에 여 대표가 너를 만나러 왔다 갔어. 네가 늦게 올 것 같아서 아이들도 데려다주셨단다. 저녁에 다시 찾아올 것 같아.”다정은 순간 깜짝 놀랐다.그녀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드러났다.다정은 준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원망이라면, 5년 전, 그는 그녀의 순결을 빼앗았고, 다정의 인생을 망쳐놨으며 그녀의 어머니를 간접적으로 죽였다.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이 일은 다정에게 점차 잊혀 갔고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모든 불행이 모두 준재의 탓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어머니의 죽음은 그와 아무 관련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없었고, 인간쓰레기를 좋은 사람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물론 이 일은 다정에게 적잖이 충격이었다. 그녀가 그토록 찾아 헤맨 사람이 바로 여준재였다.그날 저녁, 강말숙이 말한 대로 준재는 다시 다정의 집으로 왔다.다정이 준재를 발견했을 때, 그녀는 로봇처럼 삐그덕거렸고 말을 더듬거렸다.다정은 그런 자신의 행동이 들킬까 봐 주먹을 꼭 쥐고 침착하게 말했다.“오늘은 치료도 없는데 왜 오셨어요?”“아이들이 보고 싶어서요.”이렇게 말하면서도 준재의 시선은 다정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왠지 모르겠지만, 다정 씨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그러나 그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침착하게 말했다.“그럼 전 약을 만들게요. 아이들이랑 놀고 계세요.”그 말을 한 뒤, 다정은 작업실로 향했다.준재는 별 생각없이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줬다.그
더 보기

제344화 술의 힘을 빌려

한편 YS그룹.여준재는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지난 이틀 동안 고다정의 태도는 그를 막연하게 불안하게 했다.이유를 몰라 답답해하던 찰나, 구남준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대표님, 조사하라고 하신 일에 대해 보고드리겠습니다. 며칠 전, 임초연 씨가 고 선생님을 만난 건 확인됐지만, 무슨 말을 전했는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또 임초연이야?”준재는 미간을 찌푸렸고, 그의 눈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이를 본 남준은 물었다.“임씨 집안사람들에게 경고할까요?”이 말을 들은 준재는 잠시 생각한 뒤,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처리할게.”그렇게 말한 후, 그는 남준에게 나가라는 듯, 손짓했다.그는 대표에게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 대표실을 떠났다.곧 대표실에는 준재만이 남았다.그는 휴대폰을 들고 임광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살다 보니 여 대표가 먼저 전화를 거는 날도 오는구나. 무슨 일이니?]휴대폰 너머 임광원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그러나 준재는 그에게 우호적으로 나올 생각은 없었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임 회장님, 따님 단속 좀 부탁합니다. 제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어요. 또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YM그룹과의 모든 협업을 중지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임광원은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화만 났다.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준재는 전화를 끊었다.끊어진 휴대폰을 바라보던 임광원은 화가 나 답답한 마음에 비서에게 초연을 부르라고 지시를 내렸다.“아빠, 저를 찾으셨다고요?”초연은 문을 두드리고 대표실로 들어갔다.그러나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작은 화분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봤다.초연이 빨리 피하지 않았다면 크게 다쳤을 것이다.“아빠, 왜 그러세요?”초연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눈물이 맺힌 채 물었다.임광원은 그녀를 노려보며 화를 냈다.“네가 왜 그러냐고 물을 자격이 있긴 해? 내가 다시는 여준재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지. 네가 어떻게 행동했으면 여준재가 나한테 직접 전화해서 네 단속을
더 보기

제345화 싸우지 않았어요

임은미가 고다정을 챙기고 있는 동안 다정의 집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다름이 아니라 강말숙이 오전에 다정과 전화한 것 외에는 오후 내내 손녀와 연락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는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들려오는 건 연결이 되지 않다는 기계음뿐이었다.“얘가 왜 전화를 안 받지?”소파에 앉아 있는 강말숙은 휴대폰을 꽉 쥐고 불안한 듯 눈썹을 찌푸렸다.이때 하준과 하윤을 데리고 돌아온 여준재는 안 좋은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강말숙을 봤다.“할머니, 왜 그러세요?”두 아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달려왔고, 그중 한 아이가 강말숙을 껴안으며 물었다.준재도 다가와 강말숙을 걱정했다.“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그렇게 말하던 그는 뭔가 이상한 느낌에 주위를 둘러봤다.“고 선생님은 아직 안 오셨어요?”“다정이는 아침부터 나가더니 지금까지 연락이 안 돼요.”강말숙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준재를 바라보며 부탁했다.“여 대표, 우리 다정이 좀 찾아주면 안 되나요? 걱정이 돼서 안 되겠어요.”준재는 이를 거절할 리 없었다. 그는 즉시 구남준에게 전화해 다정을 찾으라고 지시했다.두 아이는 엄마가 사라졌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아저씨, 우리 엄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죠?”“걱정하지 마, 아저씨가 엄마한테 아무 일도 안 일어나게 할게.”준재는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들을 진정시켰지만, 속으로는 그 누구보다 걱정하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그가 직접 다정을 찾으러 갈 순 없었다.준재는 강말숙과 두 아이의 논란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물론 그는 가만히 앉아서 남준의 연락을 기다리지 않았다.잠시 생각을 정리한 준재는 강말숙에게 물었다.“할머니, 은미 씨와 성준 씨처럼 고 선생님과 가깝게 지내는 분들에게 연락해 보셨어요?”“내가 그 생각을 못 했네…….”멍해진 강말숙은 후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이에 준재는 그녀를 토닥였다.“괜찮아요, 고 선생님이 그분들과 같이 있을 수도 있으니 연락해 보세요.”“바로 해볼게요.”
더 보기

제346화 다정이 눈에 눈물 나게 하지 마세요

임은미의 의사에 상관없이 여준재는 질문에 대답한 후, 은미의 집으로 들어갔다.그는 집 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문 앞에 서 있는 은미에게 물었다.“다정 씨는 어디 있어요?”은미는 눈을 굴렸지만 앞장서서 그를 고다정이 있는 방으로 데려갔다.잠시 후, 준재는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다정을 발견했다.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전혀 편안해 보이지 않았고, 인상을 짓고 있었다.“엄마……, 가지 마세요…….”잠꼬대하며 눈물을 흘리는 다정의 모습이 준재의 눈에 들어왔다.근처에서 다정의 눈물을 본 은미는 마음이 아팠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제가 여 대표님을 오해했나 봐요.”“…….”준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가 몸을 굽혀 누워있는 다정의 눈물을 닦아줬다.그가 다정을 안아 올리려 할 때, 다정은 그의 손을 덥석 잡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날 두고 가지 마세요. 저 정말 그런 사람 아니에요. 제발 믿어주세요…….”“난 우리 엄마를 죽이지 않았어…….”“난 아니야…….”슬픔에 잠긴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이 말을 들은 은미는 마음이 아팠고, 친구가 너무 안타까웠다.그녀는 친구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과거의 일을 마음에 두고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일은 친구의 가슴에 묻혀 영원히 지워질 수 없는 상처가 되어 있었다.준재 역시 복잡한 감정에 머뭇거렸다.그 역시 5년 전 일어난 사건의 피해자였고, 다정의 불행에 간접적인 원인이기도 했다.그가 다정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다정은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 채, 한동안 울다가 다시 잠들었다.품에 안긴 작은 여자가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잠든 모습을 보던 준재는 입술을 오므려 침대에서 그녀를 들어 안았다.은미는 서둘러 그를 불렀다.“여 대표님!”준재는 멈춰 서서 돌아봤다.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그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무슨 일이에요?’“우리 다정이 잘 부탁해요. 아무리 Y
더 보기

제347화 왜 자꾸 피해요?

고다정은 여준재를 집으로 초대하는 데에 극도의 거부감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할머니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고, 울며 겨자 먹기로 준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여 대표님, 저희 할머니께서 어제 너무 고마웠다고, 저녁을 대접하고 싶으시대요.]준재는 회의 중에 이 문자를 받았다.휴대폰 화면에 다정의 이름이 뜨자, 차갑고 어두웠던 그의 얼굴이 점차 밝아지더니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이를 본 현장 임원들은 모두 숨을 돌릴 수 있었다.누가 보냈는지는 몰라도 대표님을 한층 기분 좋게 만들어 준 그 사람에게 고마울 뿐이었다.그날 밤, 준재는 하준과 하윤에게 줄 선물을 가지고 다정의 집으로 향했다.준재가 도착했을 때, 다정은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그는 인사를 건네고, 아이들과 함께 거실에서 놀았다.주방에 있던 다정은 종종 그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 웃음소리는 다정을 더욱 복잡하게 했으며, 이내 요리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다정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몰라 더욱 심란해졌다.다른 생각에 잠겨있던 순간, 칼날에 손이 베였다.“아!”그녀는 괴로움에 비명을 질렀고, 손에 쥐고 있던 식칼을 이내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준재는 다정의 소리를 듣고 걱정되는 마음에 곧바로 주방으로 향했다.주방에 들어선 그는 피가 철철 나는 다정의 손가락을 보고 인상을 지으며 말했다.“손이 베였잖아요.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어요?”그는 말과 함께 다정의 손목을 잡고 그녀의 손가락에 입을 가져다 대며 지혈했다.갑자기 느껴지는 따뜻함과 부드러운 그의 입술에 다정은 깜짝 놀라 당황스러운 눈으로 준재를 바라봤다.그녀는 준재가 이렇게까지 행동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다행히 다정은 곧바로 정신을 차렸고, 손을 빼고 싶었지만 뺄 수 없었다.“저, 전 괜찮아요.”다정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입을 열었다.그녀의 말은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뜻이었다.준재는 자연스레 다정의 뜻을 이해하고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다행히 그녀의 손에서는 더 이상의
더 보기

제348화 책임질 필요 없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대표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왜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세요? 도대체 왜요!”고다정은 이를 악물고 화를 내며 있는 힘껏 여준재를 밀어냈다.준재는 예상치 못한 그녀의 행동에 중심을 잃어 비틀거리다 벽에 부딪혔다.그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다정을 바라봤다.준재를 쳐다보던 다정의 눈에 눈물이 맺히더니 버럭 화를 냈다.“이미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저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아이들의 아빠를 찾아달라는 부탁에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하셨잖아요. 저를 속이니 재밌으셨어요? 저 혼자 애쓰는 모습이 그렇게 재밌던가요?!”그제야 준재는 다정이 자신을 계속 피했던 이유를 알게 됐다.“임초연이 말했죠?”그는 나지막이 말했다.임초연 말고는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없었다.결국 요 며칠 동안 다정과 만난 사람은 그 여자뿐이었다.다정은 부인하지 않고 말했다.“네, 맞아요. 그 사람이 말했어요. 임초연 씨가 아니었다면 전 아직도 당신에게 속고 있었겠죠!”이를 본 준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도 자연히 다정이 눈치챈 건 아닌지 생각하곤 했다. 그게 현실이 된 지금, 더 이상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막연한 안도감과 함께 불안해졌다.“숨길 생각은 없었어요. 단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얘기를 못 했을 뿐이에요.”준재는 마음을 숨김없이 말했다.그는 다정을 진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저도 다정 씨가 지난 5년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 있어요. 비록 다정 씨는 아이들을 위해 친아빠를 찾고 싶다고 했지만, 저는 아이들 때문에 급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단지 제 신분이 아닌, 아이들과 다정 씨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절 받아주길 바랐어요. 정말 모든 걸 다 보상하고 싶었다고요!”하지만 다정의 귀에는 그 어떤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속았다는 분노와 지울 수 없는 과거의 상처로 인해 다정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누가 보상해 달래요? 그런 말은 필요 없어요. 당신이 정말 보상하길
더 보기

제349화 나쁜 의도

여태 고다정도 증오하던 마음이 사라졌기에 아이들의 아빠를 찾는 데에 힘을 썼다.이를 생각하며 그녀는 고개를 들어 다정한 여준재를 바라봤다.준재도 몸을 돌려 다정을 바라봤다.그의 표정은 분명 다정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었다.한동안 두 사람 사이에는 지독한 적막만이 감쌌다.결국 침묵을 깨고 입을 연 건 준재였다.“무슨 생각을 하고 계세요?”“…….”다정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그녀도 마음이 너무 혼란스러워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준재는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품에 안겨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다정을 기다렸다.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정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지금은 아무 말도 못 하겠어요.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네, 충분히 생각하신 다음에 말씀해 주세요. 하지만 아이들을 만나러 오는 건 이해해 줘요.”준재는 다정을 이해하고 조건을 제시했다.다정은 분명하게 거절하지 않고 말했다.“너무 많이 집을 비웠어요. 들어가요.”그렇게 말하며 다정은 다시 준재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썼다.준재는 잡지 않았고 순순히 놓아줬다.떠나려는 여자를 바라보며 준재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아이들한테는 비밀로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두 아이가 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제가 말할게요.”다정은 이렇게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준재가 이해되지 않아 잠시 머뭇거렸다.‘아이들은 이미 여 대표님을 엄청나게 좋아하잖아. 받아들이지 않을 리 없어.’하지만 다정은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황급히 복도에서 사라졌다.준재는 그 모습에 씁쓸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지만, 마음은 홀가분했다.‘이제 다정 씨를 속이지 않아도 돼.’이를 생각하며 준재는 아파트를 빠져나왔다.한편, 다정은 문밖에 서서 마음을 진정시킨 후, 집으로 들어갔다.강말숙과 하준, 하윤은 그녀 혼자만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궁금증을 숨기지 못했다.“다정아, 여 대표는?”“엄마, 아저씨는 돌아가셨어요?”모
더 보기

제350화 아저씨는 사서 고생하시네요

그 후, 며칠 동안 여준재는 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매일 하준과 하윤을 보러 오곤 했다.오늘 아이들에게 줄 레고를 들고 오지 않았기에 내일 가장 유행하는 장난감 로봇을 가져오기로 했다.요즘 들어 준재는 아이들에게 더 잘하려 노력하고 있었고, 하루 종일 고다정의 집에 머무르지 못한다는 사실에 한스러웠다.물론 다정은 그런 그의 행동에 감동하였지만, 준재에게 티 내지는 않았다.다정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지도 못한 채, 준재가 여진성 부부에게 두 아이를 몰래 접촉할 수 있도록 한 일이 마음에 걸렸다.그래서 준재가 집에 올 때면 다정은 방 밖을 나가지 않았다.강말숙과 아이들은 두 사람 사이가 계속 신경 쓰였다.이날 아이들은 참지 못하고 준재를 방으로 데려가 물었다.“아저씨, 그날 엄마랑 어떻게 됐어요? 아직 화해하지 않으셨어요?”“아저씨가 엄마를 달래는 건 어때요? 인터넷에서 봤는데, 화난 여자는 선물을 사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면 달랠 수 있대요.”준재는 그의 두 아이가 자신에게 대안을 알려주는 걸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물론, 그는 두 아이가 자신과 다정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준재는 입꼬리를 올리고 아이들의 검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아저씨는 다 생각이 있어.”이 말을 들은 하준과 하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오므렸다.하준은 반감을 드러내며 말했다.“아저씨가 계획이 있으셨으면 이렇게 오랫동안 엄마랑 냉전 상태를 유지하지 않으셨겠죠.”“아휴, 아저씨는 사서 고생하시네요.”하윤도 한숨을 쉬었다.준재는 난감해 아무 말도 하기 어려웠다.저녁이 되자, 그는 어린 두 아이를 재우고 조용히 방에서 나왔다.준재가 막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그의 등 뒤에 있던 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다정이 잠옷 차림으로 문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목욕을 마친 그녀의 몸에서는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다정도 준재를 보고 놀라 아무것도 못 본 척 뒤돌아 부엌으로
더 보기
이전
1
...
3334353637
...
127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