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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1181 - 챕터 1190

1270 챕터

제1181화 내 어디가 좋아?

정교한 룸 안에 고다정과 육성준이 마주 앉아 있었고, 식탁 위에는 고다정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차려졌다.밥 먹는 동안 육성준은 고다정을 살뜰히 챙겼다.“얼른 먹어. 여기 음식 제일 좋아했잖아.”육성준이 말하며 고다정에게 생선 한 점을 건넸다.“예전엔 여기 생선을 제일 좋아했던 것 같은데 먹어봐. 시간이 지나서 혹시 맛이 변했는지도 모르겠네.”“고마워.”고다정은 예의를 차리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는 에둘러 거절했다.“난 신경 쓰지 말고 너 많이 먹어.”육성준은 웃으며 말했다.“널 어떻게 신경 안 써.”육성준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 없었던 고다정은 솔직하게 얘기하기로 했다.화영이 룸 주위를 살펴본 결과 카메라가 하나도 없었다.“성준아, 준재 씨랑 나 헤어졌다는 거 거짓말이야.”고다정이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육성준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거짓말이라고, 대체 왜?”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상대를 유인하기 위한 작전이었어... 그게 다야.”말을 마친 고다정이 육성준을 바라봤지만 그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다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스를 한 모금 마시며 육성준이 정신을 차리기를 기다렸다.잠시 후 겨우 고다정의 말을 이해한 그의 눈에는 감출 수 없는 실망감이 감돌았다.‘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런 결말일 줄이야.’생각에 잠긴 육성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랬구나. 어쩐지 이별한 사람답지 않게 차분하다고 했어.”그런데 이 말을 들은 고다정이 눈썹을 치켜들었다.“내가 이별한 사람 같지 않아?”요즘 줄곧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다녔던 터라 고다정은 스스로 제법 실연한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그런 고다정의 마음을 읽었는지 육성준은 웃으며 말했다.“별로 안 그래 보이긴 해. 겉으로 차갑게 굴긴 해도 슬픈 기색이 전혀 없거든.”이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던 고다정이 반박했다.“이별하면 꼭 슬퍼해야 한다고 누가 그래. 차분한 게 나빠?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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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입맛이 없어

고다정과 육성준은 환한 조명 아래서 과거의 재미있는 일들을 이야기하며 식사를 했다.분위기는 유쾌하고 화기애애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식탁에 놓여 있던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러면서 화면 너머로 질투가 가득 담겨있는 메시지가 고다정 눈앞에 나타났다.[밥 먹은 지 2시간이나 지났어요. 밥알을 세면서 먹는 거예요?]그걸 본 고다정은 웃음을 참지 못했고, 육성준도 그녀의 눈빛 변화를 눈치채고 호기심에 목을 쭉 뻗었다.“여준재 씨가 메시지 보냈어?”“응, 밥 먹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네.”고다정은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면서도 손으로는 멈추지 않고 여준재에게 조금 늦을 거라고 답장을 보내고 있었다.이를 본 육성준은 콧방귀를 뀌며 일부러 여준재를 비꼬듯 말했다.“왜, 지금 나랑 같이 밥 먹는 것도 뭐라고 하는 거야?”“그런가 봐. 너 때문에 위기감을 느낀 걸 수도?”고다정이 그를 힐끗 보았고, 육성준이 의기양양하던 찰나 귓가에 다시 한번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근데 밥을 오래 먹은 건 사실이지. 지금 9시 다 되어가잖아. 나중에 시간 나면 은미도 불러서 같이 보자. 은미 말로는 예전에 셋이 자주 모였다는 데, 내가 기억 잃었다고 그걸 취소할 수는 없지.”맞은편에서 웃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뜻을 모를 리 없었던 육성준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다음은 됐고, 그냥 지금 가고 싶다고 해. 돌아가서 네 남친이나 만나러 가.”마음을 들킨 고다정은 머쓱함에 코를 슥 만졌다.“이미 들켰으니 더 숨기지 않을게. 그럼 난 먼저 간다. 더 늦으면 질투쟁이 달래는 게 쉽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육성준을 향해 싱긋 웃었고, 육성준은 신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눈가에 씁쓸함이 스쳐 지나갔지만 얼굴엔 여전히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어서 가.”이를 본 고다정은 작별 인사를 하고 가방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룸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육성준의 얼굴에 담겼던 미소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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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풀리지 않는 원한

질투에 가득 찬 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고개를 든 그녀가 검은색 반짝이는 눈동자로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그럼 나랑 한 끼 더 먹어요.”그 말에 여준재의 진지한 척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한결 부드러워졌다.그가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귓가에 고다정의 난감한 척하는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그런데 지금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헤어진 줄 알고 있는데, 준재 씨가 저랑 같이 가면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까요?”“난 준이랑 윤이 만나지도 못해요?”여준재는 품에 안긴 작은 여자를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고다정의 계획에 동의한 것을 후회했다.그렇다, 그는 지금 후회하고 있었다.고다정의 계획에 동의한 이후 자신의 약혼녀와 아이를 만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유라를 상대하는 방법이 하나밖에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이 방법을 택했을까?곧 일행은 고다정이 임시로 찾은 아파트에 도착했다.하지만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여준재는 고다정과 함께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그는 차고에서 10분 가까이 고다정이 메시지를 보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집에 들어서자 향긋한 냄새가 밀려오며 고다정이 웃으면서 그에게 말했다.“자, 마침 국수 다 됐으니까 가서 손 씻고 와서 먹어요.”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돌아 화장실로 갔다. 밖으로 나온 그는 거실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고다정을 보고 다가가 물었다.“준이랑 윤이는 어딨어요?”“애들은 벌써 자요. 국수 다 먹고 들어가서 애들 봐요. 애들이 며칠 동안 많이 보고 싶어 했어요.”고다정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리자 여준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보고 싶은데 왜 날 만나러 오진 않았대요?”“그건 당연히 내가 속상할까 봐 그런 거죠. 애들 눈에 준재 씨는 이미 나쁜 아빠가 됐거든요.”당당하게 말하던 고다정은 여준재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지는 걸 보고 얼른 말을 돌렸다.“물론 당분간만 그런 거죠. 얼른 밥 먹어요. 방도 다 치웠으니까 오늘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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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4화 두 아이를 건드리는 것

다음 날 이른 아침, 두 아이가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오자 거실에 앉아 있는 여준재가 보였다.“아빠?”두 아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를 부르며 다시 눈을 비볐다.여준재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행동을 지켜보았다.“둘 다 일어났네.”그 말에 두 아이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여준재에게 뒤뚱뒤뚱 달려와 품에 폭 안겼다.“아빠, 언제 왔어요?”“아빠, 엄마랑 화해한 거죠?”아빠가 집에 들어올 수 있도록 고다정이 허락한 걸 보아 아이들은 둘이 화해했다고 생각했다.두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여준재를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여준재는 두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자연스럽게 두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고 슬쩍 시선을 돌려 부엌을 바라보았다.두 아이는 그런 그의 작은 행동까지 눈에 담았고, 하윤이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아빠, 엄마 아직도 화난 거 아니에요? 이럴 땐 엄마를 최대한 달래야 해요.”“맞아요. 엄마는 마음이 약하니까 아빠가 불쌍한 척하면 절대 화를 내지 않을 거예요.”하준이도 옆에서 거들었다.이를 본 여준재는 입꼬리가 올라가며 손을 뻗어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애들은 어른들 일에 신경 쓰는 거 아니야. 빨리 가서 밥 먹고 학교 가야지.”이 말을 들은 두 아이의 눈빛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지나치게 걱정이 많아서인지 고다정과 여준재가 여느 때와 다른 모습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고다정이 계속 화가 나 있다면 여준재가 집에 들어올 일이 없을 텐데 말이다.밥을 먹은 두 아이는 시무룩한 상태로 여준재를 따라 학교로 향했고, 고다정은 집에 남아 집 안 청소를 하고 외할머니를 위한 보신탕을 끓였다.등굣길에 두 꼬마는 축 처져 있었고, 여준재는 이를 보면서도 두 꼬마가 언제 알아차릴지 궁금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사실을 모른 채 학교에 도착한 두 아이는 잔뜩 우울한 모습으로 여준재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구남준은 실망한 아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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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마음이 바뀌었어

룸 안에서 고다정과 유라가 마주 앉아 있었다.두 사람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고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참다못한 유라가 먼저 침묵을 깨고 말을 꺼냈다.“고다정 씨, 준재랑 이미 헤어졌으면 준재 주변에 어슬렁거리지 마세요. 여긴 한번 떠난 인연은 다시 잡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면서요?”“흠흠.”고다정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그 말을 이처럼 적절하게 사용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유라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다정을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렸다.“왜요, 내가 틀린 말 했어요?”고다정은 그 말에 표정을 가다듬고 유라와 시선을 맞추며 천천히 말했다.“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고.”잠시 멈칫하던 고다정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연인 사이에는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것도 지극히 정상이라는 걸 알아야죠.”그 말을 듣자 유라의 얼굴은 안 그래도 좋지 않은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그래서, 준재랑 화해할 생각인가요?”“애초에 우리 사이에는 별다른 갈등이 없었고, 그 사람은 여전히 제 아이의 아빠예요.”고다정은 일부러 유라를 자극하는 말을 했고, 유라에게도 확실히 먹히는 공격이었다.유라는 매서운 눈빛으로 고다정을 노려보며 말했다.“당신 날 속인 거에요?”“내가 아니라 우리가 한 거죠.”고다정은 아무런 두려움 없이 유라의 눈을 마주했다.어젯밤 생각해 보니 유인 작전은 시간만 낭비하고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았다.게다가 한참이 지났는데도 진전이 전혀 없지 않나.하여 고다정은 먼저 한 방 먹이려 했고 유라는 이 사실을 몰랐다.고다정의 말을 들은 유라는 잠깐의 생각 끝에 이 모든 사건의 숨겨진 목적을 짐작하고는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준재가 생각해 낸 방법은 아닌 것 같은데요.”“맞아요. 준재 씨 아이디어가 아니죠.”고다정은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소파에 기대어 느긋한 표정으로 유라를 바라보며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유라도 그녀를 보고 있었고, 두 눈이 마주치자 불꽃이 튀었다.두 사람은 조용히 신경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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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연쇄 사기극

고다정은 유라가 믿지 않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날 안 믿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3일은 긴 시간이 아니니까 결과를 기다리면 되죠.”그렇게 말하며 고다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고 했고, 떠나기 전에 유라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때가 되면 결과 보고 그때 다시 제대로 협상하자고요.”“거기 서요. 내가 가도 된다고 했어요?”유라도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불쾌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노려보며 손을 내밀었다.“해독제 내놔요.”고다정은 자신 앞에 내민 손을 바라보더니 시선을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달란다고 다 주면 내가 너무 없어 보이는데?”“당신은 주게 될 거예요!”유라는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고다정에게 다가갔고, 고다정은 여전히 해독제를 줄 생각이 없는 듯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에 유라는 차갑게 코웃음치더니 고다정 앞에서 휴대전화를 꺼냈고, 뭘 눌렀는지 안에서 두터운 목소리가 나왔다.“고다정, 이제 일할 시간이다.”그 말에 고다정의 날카롭던 눈빛이 영혼을 잃은 듯 순식간에 무뎌지며 중얼거렸다.“이제 일할 시간이야.”그런 고다정을 보며 유라는 의기양양하게 웃었고,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유라는 뭔가 생각난 듯 황급히 입을 가린 채 뒤돌아 룸 밖으로 나갔다.문밖에서 유라가 나오는 모습을 본 디카프리도가 곧바로 다가갔다.“주인님, 얘기 끝났어요?”“아직. 최면 걸었으니까 네가 들어가서 잘 지켜봐. 난 가서 목소리 변조해서 지시할 테니까.”유라는 그에게 지시를 내린 뒤 옆방으로 가서 휴대전화를 꺼내 음성 변조 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일시 정지된 통화를 다시 연결했다.“고다정, 가지고 있는 해독제 꺼내.”“해독제 꺼내.”고다정은 유라의 명령을 반복한 뒤 손으로 자기 몸을 더듬었지만, 몇 분이 지나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해독제가 없습니다.”“해독제가 없어?!”깜짝 놀란 유라가 다시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갑자기 룸 문이 열리더니 여준재가 온몸으로 분노를 뿜어내며 문 앞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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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잔머리 굴리는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파요.”고다정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글썽이는 눈망울로 여준재를 바라봤고,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팠던 여준재는 자신이 대신 아프고 싶은 심정이었다.“어르신께서 최면이 중단되면서 신경이 과한 자극을 받아서 그런 거래요. 뇌진탕과 비슷해서 며칠 쉬어야 한다고 하셨어요.”“너무 괴로워요.”여준재는 이마를 톡톡 두드리는 고다정의 손을 잡으며 달랬다.“됐어요, 머리 그만 때려요. 다정 씨는 괜찮아도 보는 제 마음이 아파서 그래요. 고통을 잊을 수 있게 사건의 결과를 말해줄게요. 그러면 좀 나을 지도 몰라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오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물었다.“저 가고 유라는 어떻게 처리했어요?”“경찰서에 바로 보냈어요. 다정 씨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 영상만 봐도 범죄를 저질렀다는 걸 충분히 증명할 수 있어요.”여준재는 숨기는 것 없이 전부 알려주었다. 고다정은 유라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일부러 소형 카메라를 가져오라고 시켜 머리카락 속에 숨겼다.그랬기에 유라의 부하들이 그녀를 수색해도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런데 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오히려 얼굴을 찡그렸다.“경찰서에 보내고 범죄를 저지른 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 여자는 H국 사람이 아니라서 국제법의 보호를 받고 있어요. 심해 봤자 본국으로 추방되어 몇 년 동안 입국할 수 없다는 것뿐이겠죠. 그건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낸 것과 뭐가 달라요.”말을 마친 고다정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여준재를 바라보았다.“그 여자를 도와주고 나를 해치는 셈이라고요.”유라는 최면을 걸 수 있는 무기를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또 누군가를 자신의 곁으로 보내 해칠까 봐 두려웠다.게다가 두 아이까지 있는데 유라가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할 수도 있었다.고다정의 불쾌한 표정을 본 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내가 왜 다정 씨를 해쳐요. 경찰에 맡긴 이유는 유라가 입국했을 때 윗선에 보고가 됐고, 내가 개인적으로 그 여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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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8화 제일 만만한 사람

이틀 동안 고다정은 병원에 입원해 회복 중이었다.그동안 성시원도 치료하러 몇 번 다녀갔지만 고다정은 여전히 기억을 되찾지 못했다.어쨌든 보존적 치료였기 때문에 울혈이 금방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았다.고다정의 평온한 삶에 비해 유라 측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다정이 제시한 충분한 증거와 여준재의 압력 때문에 유라는 외국 기업의 투자자임에도 불구하고 윗선에서 거절당해 본국으로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다.강제 추방당하면 5년 동안 이곳 땅을 밟을 수 없다는 뜻이었고, 이 또한 여준재의 짐작과 거의 들어맞았다.헬기가 점점 더 높이 날아오르는 동안 유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으로 저물어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귓가에서는 디카프리도의 정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인님, 두 경찰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그제야 유라는 시선을 거두고 디카프리도를 바라보았고, 여전히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가문의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해. 돌아가면 가문 전체 회의를 소집할 테니 모두 빠짐없이 참석하라고. 거기서 새 가주를 뽑을 거야.”“주인님?”디카프리도는 깜짝 놀라 당황한 눈빛으로 바라봤고, 이를 본 유라는 차갑게 말했다.“너도 준재 성격 잘 알 거야. 전에는 증거가 없어서 우리를 막기만 했지만 이젠 증거까지 확실하니 날 쉽게 놓아줄 리가 없어.”이에 디카프리도는 차마 반박할 수 없었다.그랬다. 공과 사가 확실한 여준재는 주인님이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건드리고 증거까지 확실한 이상 절대 그냥 봐줄 리 없었다.유라는 그런 디카프리도의 생각도 모른 채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가문은 내 발판이 되어줄 뿌리야. 내가 가문을 계속 맡고 있으면 준재는 분명 내 뒤에 있는 가문까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내가 가문과 갈라지면 준재의 분노는 오롯이 나에게만 오겠지. 적어도 나에겐 최후의 카드가 남아있으니 아직 반격할 기회는 있어!”“하지만 새로 부임한 가주가 주인님 말을 잘 들을지 걱정되지 않습니까?”디카프리도는 유라의 뜻을 완벽히 이해했다. 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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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초등학교로 가다

“내가 왜 당신을 가주로 뽑았는지 알아?”유라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권위적인 표정으로 마크를 바라보았고, 고개를 숙인 마크는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하지만 그의 얼굴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다지 정직하지 않았다. 유라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마크의 눈 밑으로 번쩍이는 광채가 스쳐 지나갔다.이윽고 마크는 긴장한 듯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모, 모릅니다.”유라는 이런 그의 모습이 별로 놀랍지 않았다.마크는 가문에서 겁쟁이에 무능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고, 가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머리를 밟고 올라설 수 있을 정도였다.“내가 가주 자리를 넘겨줬지만 그래도 앞으로 가문의 발전은 내가 결정할 테니 당신은 내 계획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돼, 알겠지?”유라 역시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마크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알아들었다니 다행이네. 앞으로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방식 잘 알지? 최근 아내가 어린 딸을 낳았다고 들었는데, 금방 세상에 태어난 아이에게 인간 세상의 험악함을 알려주는 건 당신도 원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유라가 위협적인 표정으로 마크를 바라보자 그는 양옆으로 늘어뜨린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면서도 얼굴만은 겁쟁이 같은 표정으로 정중하게 말했다.“네, 그렇습니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좋아, 가자. 오늘은 승계 첫날이니 많은 사람들이 축하하러 올 거야. 가서 즐겨.”유라는 나가라고 손짓하며 내보냈고, 마크가 떠나자 다시 입을 열었다.“사람 보내서 가족들 잘 감시하라고 해.”“네.”디카프리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받들었다....며칠이 지나고 6월이 되자 두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었다.이른 아침 네 식구는 일찍 일어났고, 그 사이 여진성 부부도 격식 있게 차려입고 저택에서 이곳까지 달려왔다.여진성은 큰 키와 어울리는 빈티지한 노란 양복을 입었는데, 진지한 표정은 그 옛날 황제처럼 위엄있어 보였다.반면 심해영은 형언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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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손주 사랑은 할머니 할아버지

인터넷에 떠도는 소식이 여준재의 귀에 빠르게 전달되었고, 옆에 있던 구남준이 물었다.“대표님, 사람 시켜서 기사 내리라고 할까요?”“아니, 괜찮아.”여준재는 거절했다.크게 별일도 아니었고, 마침 다른 사람들에게 여씨 가문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아이에게 화살을 돌리는 걸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두 아이가 학교에 들어서자 여준재는 기분이 들떠 있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말했다.“준이 윤이 시험 끝나려면 아직 두 시간 남았으니까 근처 카페에 가서 잠깐 있다가 거의 끝날 때 다시 와요.”“난 안 가. 여기서 준이 윤이 기다릴 거야.”심해영은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하며 슬쩍 경고하는 눈빛으로 옆에 있는 여진성을 바라보았다. 누가 봐도 가지 말라는 분명한 의사에 여진성도 자연스레 맞춰주었다.이를 본 여준재는 못 말린다는 듯 웃고는 고개를 돌려 곁에 있는 고다정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아빠는 괜찮겠지만 다정 씨 생각도 해야죠. 아직 임신 중인데 너무 오래 서 있으면 몸에 안 좋아요.”그 말을 들은 심해영은 자신이 간과했던 것을 떠올리며 후회하는 듯 머리를 툭 때렸다.“어머, 미안해. 너무 흥분해서 순간 다정이 배 속에 아기가 있다는 걸 잊었어.”그러고는 여준재를 노려보며 그에게 책임을 돌리듯 질책했다.“넌 약혼자가 돼서 다정이를 왜 여기 서있게 해. 얼른 다정이 데리고 근처 카페라도 가지 않고 뭐 해?”여준재는 어리둥절했다.조금 전 그의 말은 고다정이 임신한 걸 빌미로 두 어르신이 다정이를 배려해 함께 카페에 가서 쉬자는 뜻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자신만 약혼녀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몰상식한 사람이 되었다.고다정은 옆에서 그런 여준재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녀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여준재를 끌어당기며 웃었다.“어머님, 아버님께서 여기 계시고 싶다 하니 그냥 두세요. 준이 윤이 생각해서 그러시는 건데, 이따 구남준 씨가 차 가져올 테니까 힘들면 차에서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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