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정은 유라가 믿지 않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날 안 믿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3일은 긴 시간이 아니니까 결과를 기다리면 되죠.”그렇게 말하며 고다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고 했고, 떠나기 전에 유라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때가 되면 결과 보고 그때 다시 제대로 협상하자고요.”“거기 서요. 내가 가도 된다고 했어요?”유라도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불쾌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노려보며 손을 내밀었다.“해독제 내놔요.”고다정은 자신 앞에 내민 손을 바라보더니 시선을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달란다고 다 주면 내가 너무 없어 보이는데?”“당신은 주게 될 거예요!”유라는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고다정에게 다가갔고, 고다정은 여전히 해독제를 줄 생각이 없는 듯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이에 유라는 차갑게 코웃음치더니 고다정 앞에서 휴대전화를 꺼냈고, 뭘 눌렀는지 안에서 두터운 목소리가 나왔다.“고다정, 이제 일할 시간이다.”그 말에 고다정의 날카롭던 눈빛이 영혼을 잃은 듯 순식간에 무뎌지며 중얼거렸다.“이제 일할 시간이야.”그런 고다정을 보며 유라는 의기양양하게 웃었고,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유라는 뭔가 생각난 듯 황급히 입을 가린 채 뒤돌아 룸 밖으로 나갔다.문밖에서 유라가 나오는 모습을 본 디카프리도가 곧바로 다가갔다.“주인님, 얘기 끝났어요?”“아직. 최면 걸었으니까 네가 들어가서 잘 지켜봐. 난 가서 목소리 변조해서 지시할 테니까.”유라는 그에게 지시를 내린 뒤 옆방으로 가서 휴대전화를 꺼내 음성 변조 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일시 정지된 통화를 다시 연결했다.“고다정, 가지고 있는 해독제 꺼내.”“해독제 꺼내.”고다정은 유라의 명령을 반복한 뒤 손으로 자기 몸을 더듬었지만, 몇 분이 지나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해독제가 없습니다.”“해독제가 없어?!”깜짝 놀란 유라가 다시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갑자기 룸 문이 열리더니 여준재가 온몸으로 분노를 뿜어내며 문 앞에 서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파요.”고다정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글썽이는 눈망울로 여준재를 바라봤고,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팠던 여준재는 자신이 대신 아프고 싶은 심정이었다.“어르신께서 최면이 중단되면서 신경이 과한 자극을 받아서 그런 거래요. 뇌진탕과 비슷해서 며칠 쉬어야 한다고 하셨어요.”“너무 괴로워요.”여준재는 이마를 톡톡 두드리는 고다정의 손을 잡으며 달랬다.“됐어요, 머리 그만 때려요. 다정 씨는 괜찮아도 보는 제 마음이 아파서 그래요. 고통을 잊을 수 있게 사건의 결과를 말해줄게요. 그러면 좀 나을 지도 몰라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오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물었다.“저 가고 유라는 어떻게 처리했어요?”“경찰서에 바로 보냈어요. 다정 씨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 영상만 봐도 범죄를 저질렀다는 걸 충분히 증명할 수 있어요.”여준재는 숨기는 것 없이 전부 알려주었다. 고다정은 유라를 만나러 가는 길에 일부러 소형 카메라를 가져오라고 시켜 머리카락 속에 숨겼다.그랬기에 유라의 부하들이 그녀를 수색해도 별다른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그런데 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오히려 얼굴을 찡그렸다.“경찰서에 보내고 범죄를 저지른 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그 여자는 H국 사람이 아니라서 국제법의 보호를 받고 있어요. 심해 봤자 본국으로 추방되어 몇 년 동안 입국할 수 없다는 것뿐이겠죠. 그건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낸 것과 뭐가 달라요.”말을 마친 고다정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여준재를 바라보았다.“그 여자를 도와주고 나를 해치는 셈이라고요.”유라는 최면을 걸 수 있는 무기를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또 누군가를 자신의 곁으로 보내 해칠까 봐 두려웠다.게다가 두 아이까지 있는데 유라가 아이들에게 화풀이를 할 수도 있었다.고다정의 불쾌한 표정을 본 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내가 왜 다정 씨를 해쳐요. 경찰에 맡긴 이유는 유라가 입국했을 때 윗선에 보고가 됐고, 내가 개인적으로 그 여자를
이틀 동안 고다정은 병원에 입원해 회복 중이었다.그동안 성시원도 치료하러 몇 번 다녀갔지만 고다정은 여전히 기억을 되찾지 못했다.어쨌든 보존적 치료였기 때문에 울혈이 금방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았다.고다정의 평온한 삶에 비해 유라 측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다정이 제시한 충분한 증거와 여준재의 압력 때문에 유라는 외국 기업의 투자자임에도 불구하고 윗선에서 거절당해 본국으로 추방당할 위기에 처했다.강제 추방당하면 5년 동안 이곳 땅을 밟을 수 없다는 뜻이었고, 이 또한 여준재의 짐작과 거의 들어맞았다.헬기가 점점 더 높이 날아오르는 동안 유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으로 저물어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귓가에서는 디카프리도의 정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인님, 두 경찰은 이미 준비되었습니다.”그제야 유라는 시선을 거두고 디카프리도를 바라보았고, 여전히 이대로 물러날 생각이 없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가문의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해. 돌아가면 가문 전체 회의를 소집할 테니 모두 빠짐없이 참석하라고. 거기서 새 가주를 뽑을 거야.”“주인님?”디카프리도는 깜짝 놀라 당황한 눈빛으로 바라봤고, 이를 본 유라는 차갑게 말했다.“너도 준재 성격 잘 알 거야. 전에는 증거가 없어서 우리를 막기만 했지만 이젠 증거까지 확실하니 날 쉽게 놓아줄 리가 없어.”이에 디카프리도는 차마 반박할 수 없었다.그랬다. 공과 사가 확실한 여준재는 주인님이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건드리고 증거까지 확실한 이상 절대 그냥 봐줄 리 없었다.유라는 그런 디카프리도의 생각도 모른 채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가문은 내 발판이 되어줄 뿌리야. 내가 가문을 계속 맡고 있으면 준재는 분명 내 뒤에 있는 가문까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내가 가문과 갈라지면 준재의 분노는 오롯이 나에게만 오겠지. 적어도 나에겐 최후의 카드가 남아있으니 아직 반격할 기회는 있어!”“하지만 새로 부임한 가주가 주인님 말을 잘 들을지 걱정되지 않습니까?”디카프리도는 유라의 뜻을 완벽히 이해했다. 유라
“내가 왜 당신을 가주로 뽑았는지 알아?”유라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권위적인 표정으로 마크를 바라보았고, 고개를 숙인 마크는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하지만 그의 얼굴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다지 정직하지 않았다. 유라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마크의 눈 밑으로 번쩍이는 광채가 스쳐 지나갔다.이윽고 마크는 긴장한 듯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모, 모릅니다.”유라는 이런 그의 모습이 별로 놀랍지 않았다.마크는 가문에서 겁쟁이에 무능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고, 가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머리를 밟고 올라설 수 있을 정도였다.“내가 가주 자리를 넘겨줬지만 그래도 앞으로 가문의 발전은 내가 결정할 테니 당신은 내 계획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돼, 알겠지?”유라 역시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마크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알아들었다니 다행이네. 앞으로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방식 잘 알지? 최근 아내가 어린 딸을 낳았다고 들었는데, 금방 세상에 태어난 아이에게 인간 세상의 험악함을 알려주는 건 당신도 원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유라가 위협적인 표정으로 마크를 바라보자 그는 양옆으로 늘어뜨린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면서도 얼굴만은 겁쟁이 같은 표정으로 정중하게 말했다.“네, 그렇습니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좋아, 가자. 오늘은 승계 첫날이니 많은 사람들이 축하하러 올 거야. 가서 즐겨.”유라는 나가라고 손짓하며 내보냈고, 마크가 떠나자 다시 입을 열었다.“사람 보내서 가족들 잘 감시하라고 해.”“네.”디카프리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받들었다....며칠이 지나고 6월이 되자 두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었다.이른 아침 네 식구는 일찍 일어났고, 그 사이 여진성 부부도 격식 있게 차려입고 저택에서 이곳까지 달려왔다.여진성은 큰 키와 어울리는 빈티지한 노란 양복을 입었는데, 진지한 표정은 그 옛날 황제처럼 위엄있어 보였다.반면 심해영은 형언할 수
인터넷에 떠도는 소식이 여준재의 귀에 빠르게 전달되었고, 옆에 있던 구남준이 물었다.“대표님, 사람 시켜서 기사 내리라고 할까요?”“아니, 괜찮아.”여준재는 거절했다.크게 별일도 아니었고, 마침 다른 사람들에게 여씨 가문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아이에게 화살을 돌리는 걸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두 아이가 학교에 들어서자 여준재는 기분이 들떠 있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말했다.“준이 윤이 시험 끝나려면 아직 두 시간 남았으니까 근처 카페에 가서 잠깐 있다가 거의 끝날 때 다시 와요.”“난 안 가. 여기서 준이 윤이 기다릴 거야.”심해영은 고민도 하지 않고 거절하며 슬쩍 경고하는 눈빛으로 옆에 있는 여진성을 바라보았다. 누가 봐도 가지 말라는 분명한 의사에 여진성도 자연스레 맞춰주었다.이를 본 여준재는 못 말린다는 듯 웃고는 고개를 돌려 곁에 있는 고다정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아빠는 괜찮겠지만 다정 씨 생각도 해야죠. 아직 임신 중인데 너무 오래 서 있으면 몸에 안 좋아요.”그 말을 들은 심해영은 자신이 간과했던 것을 떠올리며 후회하는 듯 머리를 툭 때렸다.“어머, 미안해. 너무 흥분해서 순간 다정이 배 속에 아기가 있다는 걸 잊었어.”그러고는 여준재를 노려보며 그에게 책임을 돌리듯 질책했다.“넌 약혼자가 돼서 다정이를 왜 여기 서있게 해. 얼른 다정이 데리고 근처 카페라도 가지 않고 뭐 해?”여준재는 어리둥절했다.조금 전 그의 말은 고다정이 임신한 걸 빌미로 두 어르신이 다정이를 배려해 함께 카페에 가서 쉬자는 뜻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자신만 약혼녀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몰상식한 사람이 되었다.고다정은 옆에서 그런 여준재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녀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여준재를 끌어당기며 웃었다.“어머님, 아버님께서 여기 계시고 싶다 하니 그냥 두세요. 준이 윤이 생각해서 그러시는 건데, 이따 구남준 씨가 차 가져올 테니까 힘들면 차에서 잠시
점심이 다 되어서야 두 아이의 시험이 끝났고 학생들이 하나둘 학교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여씨 부부 내외 때문인지 고다정도 덩달아 긴장되었다.그녀는 여준재의 곁에 서서 까치발을 들고 학교 쪽을 바라보았다.여준재도 그녀의 행동을 눈치채고는 재빨리 고다정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며 당부했다.“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요.”“저기 우리 준이랑 윤이가 보이네요.”고다정은 문득 반가운 듯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두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준아, 윤아. 엄마 여기 있어.”“엄마, 아빠!”두 아이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재빨리 달려왔다.물론 그들 옆에 한껏 긴장한 얼굴로 서있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도 인사를 건넸다.인사가 끝난 뒤 네 명의 어른들은 성적에 대해 일절 묻지 않고 두 어린이를 데리고 근처 식당에 갔다.“우리 준이, 윤이, 많이 먹어. 오늘 수고했어.”심해영은 계속해서 테이블 위의 음식들을 두 아이에게 집어줬다.두 아이는 입 주변에 묻힌 것도 모르고 맛있게 먹었다.분위기는 아주 훈훈했다.뒤늦게 식사를 마친 뒤 고다정은 그제야 시험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혹시 선생님이 성적 결과가 언제 나온다고 말해줬어?”“이미 나왔어요. 저랑 오빠가 모두 만점으로 시험에 통화했다면서 여름방학이 끝나면 학교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 하셨어요!”두 아이는 뜸도 들이지 않고 선생님이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사실 오늘 시험을 본 대부분의 학생이 시험에 통과했다.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진급하는 시험이라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그래도 세 어른은 한껏 과장된 표정을 지으며 기뻐했다.“와, 우리 준이, 윤이 정말 대단하네.”하지만 여준재는 이러한 광경이 너무 웃겼다.특히 평소에 무뚝뚝하고 점잖던 아버지와 옆에서 같이 환호를 지르는 어머니, 거기에 고다정까지 보고 있으니 무슨 말해야 할지 몰랐다.고하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칭찬을 듣고 득의양양해서는 웃으며 말했다.“기뻐할 일이 더 있어요. 저랑 오빠는 개학하면 선생님께 월반 시험도 보겠다고 할 거예요.”“
고다정의 어린 시절은 말 그대로 암흑 그 자체였다. 여준재가 조사한 내용 따르면 고다정은 어렸을 때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고경영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강수지는 비록 고다정에게 사랑을 베풀었지만 그녀도 워킹맘이라 대부분의 정력을 회사에 쏟다 보니 고다정에게는 항상 소홀했다.하여 고다정은 공부를 통해 어머니의 관심을 사려고 학년 1등은 놓친 적이 없었고 월반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그러면서 그녀는 어린 시절을 끊임없이 공부하며 보냈고 즐거움이란 뭔지 모르고 자라왔다.돌아가는 길에 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얼굴빛을 흐리며 말했다.“고경영, 그 사람을 단순히 감옥에만 보내면 안 됐어요.”예전의 고다정은 정말 마음이 여렸다.이렇게 아내를 죽이고 딸을 해친 쓰레기는 마땅히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해야 하는데!여준재는 곁에서 순간 눈빛이 날카롭게 변한 고다정을 보고는 단번에 그녀의 마음을 알아채고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말아요. 어차피 감옥에서도 잘 지내지 못할 겁니다.”고다정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그녀도 같이 웃었다.맞는 말이다. 여준재가 어떻게 자기 여자를 괴롭혔던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두겠는가.아무리 그녀의 아버지라고 해도 어림없다. “고마워요.”고다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그대로 여준재의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 가볍게 그에게 입을 맞췄다.“이건 포상.”여준재도 그녀를 향해 웃음을 짓다가 눈썹을 살짝 치켜들며 일부러 삐진 척 물었다. “겨우 이거요?”“모자라요?”고다정은 다시 그와 눈을 맞추고 물었다.눈앞의 아리따운 용모를 한 여자를 보더니 지금 안 한 지 거의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여준재는 침 한번 꿀꺽 삼키고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확실히 아쉽긴 하죠.”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한 손으로 고다정의 뒤통수를 감싸고 고개를 숙여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그렇게 서로의 입술이 맞닿았다.고다정은 눈을 살짝 뜨고 눈앞의 잘생긴 이 남자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다시 눈을 감고 팔을 여준재의 목에 휘감
“좋은 소식을 전하러 왔어.”거실 소파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시던 성시원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고다정은 그의 태도 변화에 여준재와 시선이 마주쳤다.하지만 여준재는 그녀에게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냈다.역시나 성시원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레 말을 이었다.“M 국의 특효약보다 더 좋은 효능을 가진 새로운 종류의 특효약을 개발했다고 말했던 걸 기억해? 이전에 임상 시험하는 곳으로 보냈었는데 반년이 지난 지금, 임상 시험 데이터가 매우 성공적이어서 이미 생산 허가도 받게 되었어. 앞으로 두 달만 지나면 국내에도 우리만의 특효약이 있게 될 것이고 더 이상 비싼 돈을 주고 M 국의 특효약을 살 필요가 없어!”성시원의 눈빛은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고다정은 그의 모습을 보고는 비록 예전의 기억은 아직 없지만 이 일이 기쁜 일이란 건 알고 있었다.외할머니가 뇌암 환자여서 암세포 억제제 구입에 대해 알아봤고, M국과 본국에서 구입에 대해 많은 조항을 두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이건 그렇다 치고, 하필이면 약 한 병의 가격은 2천만 원도 넘어서 일반 가정에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었다.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본국에 그들만의 특효약이 나왔고 심지어 효과는 M국의 약보다 더 좋아 앞으로 그들이 도리어 사정하면서 사 갈 것이다.이때, 성시원의 약간 상기된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하마터면 중요한 일을 잊어버릴 뻔했네. 이틀 뒤에 나랑 함께 M국 가서 교베르 시상식에 참석해야 해. 특효약이 임상시험에 들어갔을 때, 사람을 시켜 약을 국제의약국에 보냈는데 글쎄 교베르 창작자 상을 받게 되었대!”“진짜예요? 우리 이 특효약이 진짜 창작자 상을 받게 되었다고요?”고다정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여준재도 어리둥절했다.다른 게 아니라, 교베르 상은 국제적으로 가장 영예가 높은 의학상이다. 보통 여기의 상을 받는 사람은 모두 의학계의 최고 거물이라고 할 수 있다.성시원은 놀란 얼굴을 한 두 사람을 보더니 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