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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입맛이 없어

고다정과 육성준은 환한 조명 아래서 과거의 재미있는 일들을 이야기하며 식사를 했다.

분위기는 유쾌하고 화기애애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식탁에 놓여 있던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러면서 화면 너머로 질투가 가득 담겨있는 메시지가 고다정 눈앞에 나타났다.

[밥 먹은 지 2시간이나 지났어요. 밥알을 세면서 먹는 거예요?]

그걸 본 고다정은 웃음을 참지 못했고, 육성준도 그녀의 눈빛 변화를 눈치채고 호기심에 목을 쭉 뻗었다.

“여준재 씨가 메시지 보냈어?”

“응, 밥 먹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네.”

고다정은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면서도 손으로는 멈추지 않고 여준재에게 조금 늦을 거라고 답장을 보내고 있었다.

이를 본 육성준은 콧방귀를 뀌며 일부러 여준재를 비꼬듯 말했다.

“왜, 지금 나랑 같이 밥 먹는 것도 뭐라고 하는 거야?”

“그런가 봐. 너 때문에 위기감을 느낀 걸 수도?”

고다정이 그를 힐끗 보았고, 육성준이 의기양양하던 찰나 귓가에 다시 한번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밥을 오래 먹은 건 사실이지. 지금 9시 다 되어가잖아. 나중에 시간 나면 은미도 불러서 같이 보자. 은미 말로는 예전에 셋이 자주 모였다는 데, 내가 기억 잃었다고 그걸 취소할 수는 없지.”

맞은편에서 웃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그녀의 말뜻을 모를 리 없었던 육성준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다음은 됐고, 그냥 지금 가고 싶다고 해. 돌아가서 네 남친이나 만나러 가.”

마음을 들킨 고다정은 머쓱함에 코를 슥 만졌다.

“이미 들켰으니 더 숨기지 않을게. 그럼 난 먼저 간다. 더 늦으면 질투쟁이 달래는 게 쉽지 않을 거야.”

말을 마친 그녀는 육성준을 향해 싱긋 웃었고, 육성준은 신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눈가에 씁쓸함이 스쳐 지나갔지만 얼굴엔 여전히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어서 가.”

이를 본 고다정은 작별 인사를 하고 가방을 챙겨 자리를 떠났다.

룸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육성준의 얼굴에 담겼던 미소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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