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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보스의 품격: Chapter 1121 - Chapter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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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1화 속았을지도

또 한 시간이 지나서야 강말숙은 겨우 의식이 돌아왔다.그동안 여준재는 강말숙을 계속 자극하며 입이 마를 때까지 말을 걸었다.성시원을 포함한 의사, 간호사들의 뒤를 따라 강말숙을 응급실 밖으로 내보냈다.그때 그의 귓가에 성시원의 경고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수술실에서 한 말은 그냥 해본 말이어야 할 거야. 준이, 윤이를 막 대했다가 내가 널 가만두지 않아.”“...”여준재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그럴 일 없을 테니까요.”아까 했던 말들은 강말숙을 자극하기 위한 것일 뿐, 두 아이를 더없이 사랑하는 그가 어떻게 함부로 대할 수 있겠나.그들이 밖으로 나오자 심해영은 곧바로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때요? 어르신은 괜찮으세요?”“고비는 넘겼지만 더 자극을 받았다간 신령님이 오셔도 구하기 힘들 겁니다.”주치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심해영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알겠다고 답했다.저녁 늦은 시간, 일행은 강말숙을 병동으로 데려다주었다.여준재는 성시원의 피곤한 표정을 살피며 정중하게 말했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어르신. 많이 힘드셨을테니 돌아가서 쉬세요. 여긴 제가 있을게요.”“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 내가 강말숙 씨를 구한 건 다정이 외할머니이기 때문이야.”성시원은 거만하게 코웃음치면서도 쉬라는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나이가 나이인 지라 몇 시간 동안의 응급조치로 인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그가 떠나고 여준재는 심해영에게도 돌아가서 쉬라고 말했다.하루 종일 조마조마하던 심해영은 얼굴에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심해영은 여준재가 고다정에게 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다.그러자 여준재가 이렇게 말했다.“오늘은 제가 여기서 지켜볼 테니 가서 좀 쉬었다가 내일 저랑 교대해요. 다정이는 부하들이 찾는 중이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요.”이 말을 들은 심해영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곧 여준재는 병실에 혼자 남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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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화 여준재가 하려는 일

디카프리도는 자신과 주인이 여준재의 계략에 넘어간 것을 알면서도 입술을 굳게 다물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구남준이 몇 번이나 잔인한 형벌을 주어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밤이 지나고 구남준은 마침내 심문을 끝냈다.그는 바닥에 쓰러져 겨우 숨을 헐떡이는 남자를 바라보며 옆에 있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죽지 않게 잘 지켜봐.”“네!”부하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따랐다.이후 구남준은 거점을 떠나 병원으로 향했다.어제 밤새 여준재는 강말숙의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고다정이 없으니 그녀 대신 그녀의 유일한 가족을 돌봐야 했다.하지만 자신도 몸이 불편한 터라 밤을 새우지는 않았다. 그저 얕은 잠을 자며 밤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을 뿐이었다.그 결과 휴식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역력했다.간단히 씻고 화장실에서 막 나오려던 순간 구남준이 다가왔다.“대표님.”“심문한 건 어떻게 됐어?”여준재는 구남준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구남준은 솔직하게 말했다. “디카프리도는 입을 꾹 다물고 있습니다. 온갖 고문 방법을 다 써도 말을 안 합니다.”이 말을 듣고도 여준재는 놀라지 않았다.디카프리도는 유라의 가장 충성스러운 심복인만큼 그럴 만도 했다.이윽고 그가 물었다.“유라 쪽에서는 디카프리도가 사라진 걸 몰라? 아무런 움직임도 없어?”“아직까지 어떤 정보도 들리지 않는 걸 보아 아직은 모르는 것 같습니다.”구남준은 그렇게 말하고는 여준재를 바라보며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여준재는 미간을 찌푸렸다.유라는 디카프리도를 할머니에게 보낸 것 외에는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이윽고 여준재는 여기가 유라의 본거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유라는 중요한 인질인 고다정을 이곳으로 데려오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그리하여 구남준에게 이렇게 명령했다.“디카프리도를 유라가 묵고 있는 호텔에 보내.”“대표님, 디카프리도를 풀어주라는 말씀이세요?”구남준은 다소 놀란 표정으로 여준재를 바라봤다.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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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남은 생에 못 볼지도 몰라

저녁 늦은 시간, 여준재는 강말숙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다.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앉아 있는 강말숙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 “깨어나셨네요. 몸은 좀 어떠세요?”“괜찮아, 어젠 고마웠어.”강말숙은 여준재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어제 응급조치할 때는 혼수상태였지만 의식은 또렷했다.여준재가 일부러 그녀를 자극하기 위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버티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여준재 역시 강말숙이 고마워하는 이유를 잘 알았기에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가벼운 어투로 말했다.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할머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돌아온 다정 씨가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했다고 원망할 테니까요.”“다정이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강말숙은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여준재는 단호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올 겁니다.”“아빠가 그렇다고 하니까 엄마는 꼭 올 거예요. 그러니까 할머니 건강해야 해요. 할머니가 아프면 엄마가 돌아와서 슬퍼할 거예요.”하준은 애늙은이처럼 강말숙을 위로했다.여준재도 고다정을 꼭 찾겠다고 약속하며 강말숙에게 몸조리를 잘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고다정이 돌아와서 그녀가 이렇게 약해진 모습을 보면 너무 슬퍼할 거라고 말했다.단지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말뿐일지라도 강말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말고 다정이 찾아. 나도 더 이상 쓸데없는 요행 안 바랄 테니까.”그렇게 며칠 동안 강말숙은 병원에서 치료받는 데 적극 협조했다.두 아이는 매일 심해영과 함께 병원에서 강말숙을 보살폈다.여준재는 밤에는 이쪽을 지키고 낮에는 몇 시간만 쉬면서 회사 일을 처리하는 동시에 구남준과 여명호를 시켜 유라를 성가시게 굴었다.하지만 그가 아무리 일을 만들어도 유라는 펄쩍 뛰며 화를 낼 뿐 고다정에게 가서 분풀이하지 않았다.유라는 여준재가 굴하지 않는 미친놈이라고만 생각했다.“젠장, 여준재는 대체 왜 이렇게 성가시게 구는 거야!”호텔 방에서 유라는 부하들이 전해오는 악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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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지

유라의 마지막 말이 여준재의 마음을 움직인 건 부정할 수 없었다.그는 굳어진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왼손을 오른손 위에 겹쳐 올렸다.유라는 그가 생각할 때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이상 방해할 말을 하지 않았다.잠시 후 여준재는 결심한 듯 아무 감정이 담기지 않은 검은 눈동자로 유라를 바라보았다. “내 사람들이 해외에서 수색하고 있어. 너에 대한 의심을 풀고 싶으면 내 사람들이 네 구역에 들어가서 확인하게 해줘.”그가 떠올린 가장 완벽한 방법이었다.사실 고다정이 유라의 손에 없다면 그녀에게 시간을 쓰는 건 고다정을 찾는 것을 늦추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오히려 당황한 건 유라였다.여준재가 그런 제안을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자신을 의심하는 여준재 때문에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던 그녀는 다른 꿍꿍이가 떠올랐다.“좋아. 내 영역을 확인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 하지만 조건이 있어. 내 영역에서 고다정을 찾지 못하면 나한테 사과해.”“그래. 하지만 혹시라도 너희 쪽 사람들이 몰래 수상한 행동을 한다면 그때 가서 날 원망하지 마.”여준재는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곧 두 사람은 출발 시간을 합의했고, 고다정은 이 모든 것을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거의 보름 동안 구영진 별장에 갇혀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서둘러 탈출하지 않았다. 전에 어떻게 지냈든 이곳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고다정의 모습에 줄곧 그녀를 살피던 구영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이날 구영진은 결국 마음속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저택으로 찾아갔다.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한가롭게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고다정을 본 그는 입을 삐죽거리며 자신이 온 걸 알리려는 듯 헛기침했다.고다정은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힐끗 바라보고는 구영진이 눈에 보이지 않는 듯 빠르게 시선을 거두었다.구영진은 그녀의 태도에 무척 불쾌했다.“어이, 내가 여기 떡하니 서 있는데 안 보여?”“봤는데 말 섞기 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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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죽음을 자초하는 구영진

구영진이 떠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빼어난 분위기를 자랑하는 여자가 저택 밖에 도착했다.그녀는 초인종을 누르고는 옆으로 물러나 조용히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장씨 아저씨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다소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아가씨, 여긴 웬일이세요?”장씨 아저씨는 눈앞에 있는 여자를 잘 알았다. 사씨 가문의 큰아가씨, 사윤영이었다.동시에 그는 난처한 기색을 드러냈다.예의상 사윤영을 저택 안으로 안내해야 하지만, 지금 저택에 살고 있는 사람을 생각하니 안으로 데려가면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았다.사윤영은 사장님과 사모님이 점찍어둔 도련님의 아내가 될 사람이었으니까.사윤영도 그런 장씨 아저씨의 표정을 눈치챘지만 못 본 척하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구영진 씨 만나러 왔어요. 집에 있죠? 아까 오는 거 봤는데.”“그게... 도련님께서 돌아오시긴 했는데 조금 전에 가셨어요. 지금 가면 아마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장씨 아저씨는 사윤영이 도련님을 쫓아가기를 바라며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불행히도 그는 사윤영이 오늘 온 목적이 구영진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다.사윤영이 무식해 보이는 구영진에게 정말로 마음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특히 그녀의 주선으로 두 집안은 이미 결혼을 논의하고 있었다.그 결과 구영진이 해외에서 돌아온 뒤로 정략결혼은 흐지부지되었고, 게다가 구영진이 외국에서 여자까지 데려왔다는 소문을 들은 그녀였다.그리하여 사윤영은 두 집안의 결혼을 취소하게 만든 사람이 이 여자일 거라고 짐작했다.대체 어떤 여자기에 망나니 구영진을 휘어잡았는지도 무척 궁금했다.“쫓아갈 바엔 그냥 들어가서 기다릴게요.”사윤영은 말을 마치고 곧장 별장으로 들어갔다.장씨 아저씨는 옆에서 지켜보면서 머리가 지끈거렸다.‘얼른 도련님께 돌아오라고 연락해야겠다.’곧 사윤영이 거실로 들어왔고, 이때 고다정은 아직 방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아까 구영진이 돌아왔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잡지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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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상처받은 구영진

#사윤영이 고다정에게 그녀의 정체에 대해 알려주고 있을 때, 밖에서 구영진이 황급히 뛰어 들어와 이 장면을 보게 되었다.씩씩거리던 그는 사윤영을 노려보며 말했다.“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내가 안 왔으면 네가 아저씨 아줌마 몰래 이런 엄청난 짓을 저질렀다는 것도 몰랐을 거야.”사윤영은 구영진의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심각한 얼굴로 대꾸했다.“네가 이러면 아저씨 아줌마한테 얼마나 성가신 일이 생기는지 알아?”“이건 내 집안일이야. 네가 참견할 필요 없어. 잔소리쟁이가 몇 년 만에 봐도 계속 남 일에 간섭하네.”구영진은 짜증스럽게 말하더니 이윽고 경고를 날렸다.“미리 말하는데, 저 여자가 여기 있다는 걸 어디 가서 말하지 마. 안 그러면 네 어릴 적 못생긴 사진 다 퍼뜨릴 거니까!”“...”이 순간 고다정과 사윤영 둘 다 할 말을 잃었다.사윤영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퍼뜨리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나도 절대 이번 일 숨기지 않을 거니까!”말을 마친 그녀가 고다정을 바라보며 한결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오늘은 더 얘기 못하겠네요. 전 이만 돌아갈 테니까 나중에 시간 되면 다시 만나요.”“네, 조심히 가요.”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두 여자가 자신을 무시한 채 둘이서만 대화하자 구영진은 다가가 사윤영의 앞을 막아서며 위압적으로 말했다.“내 말대로 따르기 전까지 여기서 못 나가!”“나를 안 보내고 여기 남겨두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아? 내가 너 찾으러 여기 온 거 우리 엄마 아빠가 다 알거든.”사윤영은 전혀 가지 못할까 봐 두려운 기색 없이 당당하게 그를 노려보았다.구영진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그래서 뭐, 내가 너 못 봤다고 하면 그만이지.”이 말을 들은 사윤영은 크게 웃었다.고다정 역시 소파에 앉아 흥미롭게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왜 웃어?”구영진은 사윤영의 예쁜 미소를 바라보며 살짝 흔들렸다.사윤영은 웃으며 말했다.“네가 뒷일 생각 못하고 이러는 게 웃겨서. 네가 날 못 봤다고 말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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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기억 안 나?

사윤영은 연락처를 받자마자 전화를 걸었고 빠르게 통화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로 정중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사윤영도 예의 있게 물었다.“혹시 여 대표님인가요?”“죄송하지만 아닙니다. 저는 대표님 비서인데 누구시고, 왜 대표님을 찾으시는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전달해 드리겠습니다.”구남준은 업무적인 태도로 말했다.사윤영은 다소 놀랐지만 금방 받아들였다.여준재는 그들과 같은 수준의 사람이 아니었기에 비서의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것으로 충분했다.사윤영은 잠시 딴생각에 잠겨있다가 전화를 건 목적을 얘기했다.“사실 제 친구가 대표님 약혼녀를 구했거든요.”“잠깐만요,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구남준의 흥분된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사윤영은 당황하며 다시 말했다.“제 친구가 대표님 약혼녀를 구하게 됐는데, 고다정 씨 상황이 좀 특별하고, 또 제 친구와 여 대표님이 과거에 원한이 좀 있었나 봐요. 그래서 친구가 바로 연락드리지 않았어요. 여 대표님께서 언제쯤 데리러 오실 수 있을까요?”이 말을 들은 구남준은 재빨리 말했다.“지금 대표님 찾으러 갈 테니 끊지 마세요!”말을 마친 그는 차 키를 들고 대표님을 찾으러 병원으로 향했다.사윤영은 전화를 끊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10분 정도 지나자 다소 흥분한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재차 들려왔다.“여준재입니다. 제 약혼녀는 어디 있나요?”“여 대표님 안녕하세요. 고다정 씨는 지금 무릉에 있는 제 친구 집에 계세요. 혹시 7년 전에 레이싱 때문에 귀찮게 했던 구영진이라는 사람 기억하실지 모르겠네요.”“기억합니다.”평소 기억력이 좋았던 여준재가 낮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사윤영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구영진이 제 친구인데 너무 모질게 대하진 말아 주세요. 워낙 애 같은 사람이고, 또 지금은 고다정 씨와 아이를 잘 돌봐주고 있어요.”솔직히 여준재는 화가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약혼녀와 아이를 구한 것을 봐서 참으며 짙어진 눈빛으로 물었다.“정확한 주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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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안아봐도 돼요?

“네, 기억을 잃었어요. 단지 사람들이 그쪽이 내 약혼자라고 하는 걸 들었어요.”고다정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렇게 제안했다.“저 찾으러 오신 거니까 들어와서 얘기해요. 아저씨, 저분들 거실로 좀 안내해 주세요. 옷 갈아입고 바로 내려갈게요.”“알겠습니다, 고다정 씨.”장씨 아저씨는 그러겠다고 대답한 뒤 안내하는 제스처를 취했다.5분도 채 되지 않아 일행은 거실에 앉았다.고다정은 여준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조금 전 불빛이 없을 때도 이 남자가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니 남자의 생김새가 제법 그녀의 취향이었다. 고다정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도 겉으로 침착하게 말했다.“소개 좀 해줄래요? 그리고 내가 왜 임신한 상태에서 총을 맞고 바다에 던져졌는지 그 사고에 대해 알려줄 수 있어요?”“그러죠.”여준재는 다가가서 그녀를 꼭 안아주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난 한 달 동안의 일을 이야기했다.옆에 서 있던 구남준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사모님을 살피며 속으로 한탄했다.‘기억을 잃은 것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대표님과 사모님에게 일어나다니.’“약혼자인 저 말고도 아이 둘이 있고, 외할머니도 계시는데 다정 씨가 실종되고 쓰러지셨어요. 하지만 다정 씨가 돌아가면 괜찮아지실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여준재는 고다정을 위로하는 말로 말을 마쳤다.고다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이 남자가 한 말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었지만, 가슴에 와닿는 감정이 이 남자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하지만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왜 우리는 아이가 둘이고 배 속에 있는 아이까지 합치면 셋이나 되는데 아직 미혼 관계인 거죠?”“말하자면 긴데 궁금해하는 것 같으니 짧고 굵게 알려줄게요.”여준재는 고다정의 질문에 전혀 놀라지 않고 첫 만남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진지하게 듣던 고다정은 그제야 자신이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보름 전에 결혼식을 올렸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여준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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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구영진에겐 다른 모습

“...”구영진은 고다정이 그동안 가둬놓은 것에 대해 보복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그는 옆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훤칠한 남자를 보며 이기지 못해도 세게 나가려 했으나 입 밖으로 나온 말은 그의 의지와 달랐다.“그냥 농담한 거예요. 여 대표님도 괜찮으시죠? 그래도 내가 약혼녀 구해드렸잖아요. 그때 내가 잠수해서 우연히 만나지 않았으면 심하게 다친 채로 바다에서 죽었을 거예요.”“압니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여기 무사히 서 있는 거죠.”여준재는 짙은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어쨌든 다정 씨와 내 아이를 구해줬으니 한 가지 부탁을 들어드리죠. 제 능력이 닿는 대로 최대한 만족시켜 드리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구영진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짓다가 반짝이는 눈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정말입니까?”“네.”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거듭 말했다.그러자 구영진은 잔뜩 들떠서 곧바로 자신이 원하는 걸 말했다.“좋아요. 그럼 내 조건은 우리가 다시 한번 레이싱하는 겁니다. 그동안 계속 연습했어요. 이번엔 반드시,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길 겁니다!”멀지 않은 곳에서 잔뜩 흥분한 남자를 바라보며 여준재와 고다정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저 멍청한 남자가 바라는 게 고작 저런 것일 줄이야.’옆에 있던 구남준과 장씨 아저씨도 할 말을 잃었다.여준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진심입니까, 그게 다예요?”“난 진심이에요.”구영진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를 본 여준재는 더 말하지 않고 차갑게 대꾸했다.“시합 날짜는 저희 쪽 일이 끝나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그 말에 구영진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계속 바쁘다고 나와의 약속을 미루는 건 아니겠죠?”“전 한 번 뱉은 말은 지킵니다. 시간 날 때 연락드리죠.”여준재는 말을 마치고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시간도 늦었는데 다정 씨 쉬어야 하니까 더 할 말 있으면 내일 다시 하세요.”구영진은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방에 들어선 여준재는 고다정을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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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은혜를 원수로 갚는

#남자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속으로 감동하며 무의식중에 이렇게 말했다.“다음부터는 그러지 마요. 몸 상해요.”“알겠어요. 근데 지금은 다정 씨랑 떨어지기 싫어서 그랬어요.”여준재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가 점점 더 짙어졌다.고다정은 기억을 잃었어도 자신의 몸에 대한 걱정은 잊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한편 고다정은 멍하니 넋을 잃고 남자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바라보았다.비록 여준재는 지금 매우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그의 잘생긴 얼굴은 변함없었고, 오히려 퇴폐미까지 더해져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여준재도 당연히 고다정의 눈빛을 알아차리고는 애정 가득한 눈빛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깨어났으니 일어날까요?”그렇게 말하며 그는 앞으로 다가가 고다정을 침대에서 일어나도록 도와주려 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고다정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상대가 자신의 약혼자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니 멍하니 보는 것도 당연했다.‘그러게 누가 그렇게 잘생기랬나.’여준재는 그런 고다정의 표정 변화를 하나하나 눈에 담았고, 기억을 잃고 난 뒤 고다정의 성격이 활발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간단히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는 장씨 아저씨가 이미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았다.구영진도 이미 일어난 뒤였다.사실 아직 일어날 때가 아니었지만 여준재가 여기 있어 마음 놓고 잘 수 없었다.식탁 앞에서 알콩달콩한 두 사람을 보며 그는 속이 답답했다.‘이른 아침부터 꼭 솔로인 사람 괴롭게 해야 하나?’한 명은 기억을 잃었고 다른 한 명은 어제 막 찾아왔는데, 왜 하룻밤 사이에 둘이 부쩍 가까워진 것 같지?“그러고 보니 사람도 찾았는데 언제 갈 생각입니까?”구영진은 두 사람을 빨리 떠나보내고 싶었다. 괜히 이러다 부모님과 만나게 되면 설명하기도 난감했다.때가 되어 부모님이 고다정의 행방을 물으면 헤어졌다고 말할 생각이었다.하지만 고다정과 여준재는 그런 그의 속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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