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의 품격의 모든 챕터: 챕터 1101 - 챕터 1110

1270 챕터

제1101화 고다정이 낯익다

눈 깜짝 새에 또 일주일이 지나갔다.그사이 고다정은 건강이 많이 회복되어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게 됐다.다만 태아가 아직 불안정해 많이 움직이지는 못하고 방에서 활동하는 게 전부였다.그녀와 구영진이 곧 헤어질 커플이라면 이 아이를 반기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논리다.아이가 있으면 구영진과 본의 아니게 얽힐 일이 많을 거니까.하지만 그녀의 마음속 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잃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 아이가 소중하게 느껴졌다.그래서 구영진에 대해 느끼는 감정도 이상했다.분명 이 남자가 마음에 없는데, 왜 아이를 이렇게 신경 쓰는 걸까?구영진은 고다정의 몸이 많이 회복된 것을 보고 그녀의 마음속 갈등은 모른 채 귀국할 준비를 했다.계속 여기 이러고 있다가는 부모님이 직접 잡으러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고다정 앞에서 부모에게 잡혀가며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어느 햇살 좋은 날 구영진은 고다정과 함께 빌린 헬기를 타고 무릉시에 돌아왔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점심이었다.거실에 들어서자마자 그간 아들이 몹시 그리웠던 주혜원이 반갑게 맞아주었다.“자식, 집에 오긴 오는구나!”주혜원은 구영진의 등을 툭툭 치며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만족스레 머리를 끄덕였다.“사지가 멀쩡한 걸 보니 그동안 해외에서 사고는 치지 않았구나. 다행이야.”구영진은 등에서 전해지는 아픔 때문에 얼굴이 일그러졌다.“엄마, 좀 살살 쳐요. 이러다 뼈가 부러지겠어요.”이 말이 하나도 과장된 것이 아니다.젊었을 때 배구 국가대표였던 주혜원은 팔 힘이 굉장히 세다.옆에 있던 구민석이 이 말을 듣고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네 엄마 팔 힘도 견디지 못하면 어디다 쓰겠어?”‘아빠도 못 견디면서!’구영진은 감히 변명하지 못하고 속으로 투덜거렸다.고다정은 옆에서 이들 가족의 훈훈한 상봉 장면을 지켜보면서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딱 봐도 가족 사이가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리고 구영진이 누구를 닮아서 천방지축인지도 알 것 같다.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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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이 말을 들은 구영진은 엄마가 뭔가 기억해 낼까 봐 걱정되어 급히 말을 가로챘다.“엄마, 그만 물어봐요. 수경이 놀라요.”“...”주혜원은 어이없었다.‘많이 묻지도 않았는데 왜 난리야? 기본 사항을 물었을 뿐인데.’주혜원의 불쾌한 기색을 눈치챘는지 고다정이 구영진에게 입을 다물라고 곁눈질했다.왠지 모르지만, 구영진은 고다정이 눈빛을 보내자 무의식중에 온순해졌다.두 사람의 작은 동작은 구민석 부부의 눈을 피해 가지 못했다. 그들은 놀라워하며 눈빛을 주고받았다.아들에게 이렇게 온순한 면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정말 이 아이한테 푹 빠진 모양이다.그들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고다정이 입을 열었다.“제가 외국에 있을 때 사고를 당해서 과거 기억이 없습니다. 구영진 씨 말로는 제가 고아였다고 합니다.”“사고를 당했다고? 무슨 사고?”구민석 부부는 바로 고다정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고다정은 숨기는 것이 없이 구영진이 지어내서 그녀에게 들려준 말들을 그대로 전했다.고다정이 이렇게 나오리라 전혀 생각지 못한 구영진은 당황해서 넋이 나갔다.그 말을 전혀 믿지 않는 구민석 부부는 엄숙한 표정으로 구영진을 바라보며 캐물었다.“이놈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들으신 바와 같아요. 막장 드라마도 아니고 무슨 이런 황당무계한 일이 다 있는가 싶으시겠지만, 다 사실이에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저는 수경을 두 분께 보여주기로 결심했어요. 저는 수경이 없으면 안 돼요. 그리고 수경이 제 아이를 가졌어요. 집안 형편이 안 좋다고 뭐라고 해도 소용없어요. 저는 꼭 수경과 결혼할 겁니다.”구영진은 일부러 부모님이 수경을 싫어할까 봐 걱정하는 척했다.정말이지 그는 부모님 마음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고다정이 임신했다는 소리에 두 사람은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했다.“멍청한 녀석, 네 눈에는 우리가 그렇게 꽉 막힌 부모로 보이니? 임신한 애를 데리고 바닷가에 놀러가다니. 정신 있는 거니? 그래도 아기가 무사해서 다행이야. 무슨 일이 생겼으면 네 다리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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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거절하지 않았다.상처 부위가 아직 다 낫지 않은 데다 먼 나라에서 귀국하느라 몸이 힘든 게 사실이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주혜원은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지금까지 아들이 이렇게 사람을 돌보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영진이가 다 컸네요. 자기 여자를 아낄 줄도 알고.”“그럼 어떡해요? 계속 철없이 굴면 굴러들어 온 아내와 자식을 잃게 생겼는데.”구민석은 코웃음을 치면서도 대견해하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말을 듣고 주혜원이 뭔가 생각난 듯 무릎을 탁 쳤다.“아차.”“왜 그래요?”구민석은 갑자기 안색이 변한 그녀를 관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방을 준비하라고 시키는 걸 깜박했어요. 수경이 몸이 저런데 둘이 같이 자면 안 되잖아요. 저 녀석은 지금 혈기 왕성할 때라 혹시라도 함부로 하면 수경과 우리 손자가 힘들어져요. 안 되겠어요. 가서 영진이 녀석을 불러내야지.”그때 고다정은 구영진을 따라 방으로 향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그녀가 물었다.“구영진 씨 방이에요?”“응, 어때? 고등학교 때 내가 스스로 리모델링했어.”구영진이 자랑하자, 고다정은 그의 체면을 봐서 한 번 빙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괜찮네요.”그녀는 잠시 멈추더니 구영진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말머리를 돌렸다.“오늘 우리 같이 자요?”“...”구영진은 말문이 막혀 표정이 굳어졌다.그는 고다정과 같이 잘 담력은 없다. 그러면 여준재에게 완전히 밉보이게 된다.하지만 이걸 어떻게 거절해야 고다정이 의심하지 않을까?그가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주혜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영진아, 수경아, 내가 들어와도 돼?”“들어오세요.”고다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구영진도 생각을 멈추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엄마, 무슨 일이에요?”“손님방을 준비했다고 알려주러 왔어. 네가 손님방을 쓰고 이 침실은 수경이 혼자 쓰게 해.”주혜원은 숨기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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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기억 속에 나타난 한 남자

사실 고다정도 방에서 바깥의 대화를 들었다.주혜원은 그녀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 같다.‘잠깐만! 왜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올바른 생각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전에 진상을 만난 적이 있나?’침대에 누워 이런 생각을 하던 고다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었다.이날 밤 그녀는 이상한 꿈을 꿨다.꿈에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두 아이가 그녀를 엄마라고 불렀고, 어떤 키 큰 남자가 그녀를 아내로 대했다.고다정이 그들의 얼굴을 보려고 애쓸 때 잠에서 깼다. 무의식중에 얼굴을 만지니 눈물범벅이었다.“내가 울었어? 왜?”고다정은 손에 묻은 눈물을 물끄러미 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왜 그녀의 꿈에 두 아이와 한 남자가 나타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그녀가 영문을 몰라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문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수경아, 일어났어?”“일어났어요. 잠시만요.”짧게 대답한 고다정은 일어나서 대충 씻은 후 문을 열고 문밖에 서 있는 구영진에게 물었다.“무슨 일이에요?”구영진은 붉어진 그녀의 눈시울을 보고 무심코 한마디 물었다.“울었어?”“아니요.”고다정이 딱 잡아뗐지만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 구영진은 안절부절못했다.‘이 여자 뭔가 생각난 건 아니겠지?’이런 생각을 하며 구영진은 넌지시 떠보았다.“뭐가 생각난 거야?”“뭐 찔리는 게 있어요?”고다정이 대답하지 않고 되묻자 구영진은 말문이 막혀 억지 변명을 늘어놓았다.“내가 왜 찔려?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 내려가 밥이나 먹자. 식사가 끝나면 너를 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할 거야. 앞으로 우리 아기 분윳값 벌어야지.”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눈썹을 치켜뜨더니 거절하지 않았다.지금 그녀는 기억이 없다. 구영진이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는 게 분명하기 때문에 이 사람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그렇게 고다정은 구영진을 따라 다른 별장에 갔다.장씨 아저씨가 이미 별장을 깨끗이 정리해 놓았다.문을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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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살아 있다면 찾을 수 있겠지

“수경 아가씨?”장씨 아저씨는 고다정이 갑자기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는 것을 보고 머뭇거리며 이름을 불렀다.‘이 아가씨가 서재를 보고 뭔가 기억난 것이 아닐까?’아무것도 모르는 고다정은 장씨 아저씨가 부르는 소리에 제정신으로 돌아와 멋쩍어하며 말했다.“잠깐 딴생각 했어요. 방금 뭐라 하셨죠?”“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아가씨가 갑자기 꼼짝하지 않길래 걱정돼서요.”장씨 아저씨는 고개를 저으며 상황을 설명하고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방금 무슨 생각 하셨죠?”“이 컴퓨터를 어떻게 켜는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저씨가 혹시 켤 줄 아세요?”고다정은 진실을 숨긴 채 눈앞의 게임 의자를 가리키며 질문했다.장씨 아저씨는 그녀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까발리지 않았다.“도련님께서 이 컴퓨터는 우리가 흔히 쓰는 컴퓨터와 다르다고 했습니다. 저는 도련님이 컴퓨터를 하시는 건 봤지만 어떻게 켜는지는 몰라요. 아니면, 아가씨께서 도련님한테 전화해서 물어보실래요?”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인터넷에 접속하려는 생각을 접었다.구영진이 컴퓨터를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갔는데, 전화해서 물어봐도 아마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옆에서 지켜보던 장씨 아저씨는 보일 듯 말 듯 입꼬리를 올렸다.그렇다. 방금 일부러 구영진에게 떠넘긴 것이다.그런 줄 모르는 고다정은 장씨 아저씨를 내보낸 후 소설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서재의 침대형 의자에 앉아 보기 시작했다.느긋한 이쪽 분위기와 달리 여준재 쪽은 아수라장이 되었다.보름이 지났는데도 고다정은 감감무소식이다.부하들도 작은 사모님이 안 좋은 일을 당했을 것이라고 수군댔다.운수 사납게도, 여준재가 마침 지나가다가 그 소리를 듣고 즉시 폭발했다.“누가 너희더러 여기서 헛소리하라고 했어?”여준재의 표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음침했다.그는 매서운 눈으로 그 자리에 있는 부하들을 둘러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다들 할 일이 없어? 그렇게 한가하면 지금 당장 바다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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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임신한 몸으로 바다에 뛰어들다

임세준은 회사에서 일어난 일을 알게 된 후 여씨 집안에서 왜 또 갑자기 자기들을 공격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그는 분노를 가까스로 참고 여준재에게 전화했다.“여 대표, 지금 뭐 하는 거야?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건가?”“한 입으로 두말한 건 제가 아니라 어르신입니다.”여준재는 임세준이 전화한 것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았다.그는 임세준이 재차 질문하기 전에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어르신은 우리 두 가문의 합의 내용을 잊지 않으셨으리라 믿습니다. 제가 임초연을 가만두는 대신 임씨 가문은 운산시를 떠나고 임초연을 잘 단속한다는 거였죠. 제 말이 맞나요?”임세준은 침묵했다. 여준재가 절대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말을 할 리 없다.“초연이... 또 무슨 짓을 했어?”“임초연이 저와 적대 관계인 세력과 손잡고 제 약혼녀를 잡아갔고, 제 약혼녀가 도망갈 때 총을 쏴서 죽이려 했습니다. 지금 제 약혼녀는 행방이 묘연합니다. 원래 이 일을 임씨 가문과 연관 지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임초연이 배후 인물이 누구인지 말하기만 하면 목숨을 살려주려고 했는데, 배후가 누군지 말하려 하지 않습니다. 어르신은 제 심정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여준재가 이 보름간 발생한 일을 대충 설명했다.다 듣고 난 임세준은 순간적으로 호흡이 가빠졌다.임초연이 남몰래 이렇게 엄청난 짓을 벌였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몇 번 심호흡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은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초연이 옆에 있어? 내가 말해보지.”“그러죠.”여준재가 휴대폰을 구남준에게 건네며 분부했다.“임초연에게 전화 바꿔줘.”구남준이 지시받은 후 휴대폰을 들고 자리를 떴다.잠시 후, 갑판에 도착한 그는 임초연을 끌고 오라고 했다.끌려 나온 임초연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보이는 핏자국, 갈라 터진 입술, 그리고 하얗던 얼굴도 너저분해지고 비정상적인 홍조를 띠었다. 게다가 정신도 어질어질한 것 같았다.그래도 그녀는 한 가닥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구남준을 본 그녀는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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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게 할 거야

여준재는 구남준이 바로 돌아오자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렇게 빨리 얘기가 끝났어?”“아니요. 어르신이 임초연 씨를 설득하고 있어요. 저는 방금 들은 소식을 전하려고 왔어요.”구남준은 잠시 말을 멈추고 걱정스럽고 난처한 표정으로 여준재를 바라보았다.여준재는 우물쭈물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언짢아하며 말했다.“무슨 소식인데, 이렇게 우물거려?”꾸지람을 들은 구남준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침묵하며 여준재의 압박을 견뎌냈다.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을 때 성시원이 문 앞에 나타났다.방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그는 두 사람을 번갈아 훑어보더니 물었다.“둘이 왜 이러고 있어? 참, 구남준, 다정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 있다고 나를 불렀잖아. 무슨 소식인데?”“어르신, 제가 말하기 전에 먼저 대표님께 침을 놓아주십시오. 대표님이 너무 충격받을까 봐 걱정돼서요.”목멘 소리로 입을 여는 구남준을 보고 여준재와 성시원은 표정이 굳어졌다.성시원은 구남준을 빤히 쳐다보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여준재한테 다가갔다.이때 얼굴이 사색이 된 여준재는 온몸을 가볍게 떨고 있었다.구남준이 이렇게 조심스러워하는 걸 보니 좋은 소식이 아닌 게 분명하다.그가 충격받을 소식은 그것 하나뿐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여준재는 손등의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때 그의 정수리가 따끔하더니, 이어서 성시원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다.“됐어. 이제 무슨 일인지 말해도 돼.”이 말을 들은 구남준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울먹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임초연한테서 작은 사모님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방금 뭐라 했어?”여준재와 성시원은 믿을 수 없어 눈이 휘둥그레졌다.구남준이 다시 한번 말했다.“작은 사모님이 임신했답니다.”이번에 여준재와 성시원은 똑똑히 들었다.이와 동시에 여준재가 폭발해 버렸다. 두 눈이 충혈된 그는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를 방불케 했다.“임초연이 어디 있어? 죽여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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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당신이 인간이야?

여준재가 병을 치료하는 동안 고다정도 구영진의 별장에서 휴양하고 있었다.며칠 같이 지내면서 그녀의 마음속 의심만 커져갔다.구영진은 입으로만 그녀를 깊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한 번도 스킨십을 하지 않았다.뭘 하든지 아기가 잘못될까 봐 걱정된다며 그녀와 안전거리를 유지했다.하지만 그건 단지 핑계일 뿐임을 그녀는 알았다.정말 다정한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물론 고다정도 이 남자에게 친밀감이 없고 거부감이 들었다.게다가 어떤 때는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에 장난이 가득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외부와 접촉하는 것을 방해했다.얼마 전 그녀가 인터넷에서 자기 신원정보를 찾아보겠다고 했더니 구영진은 집에 인터넷이 고장 났는데 당분간 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녀가 외출하려고 하니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서 걱정된다며 못 나가게 했다.아무튼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하지만 고다정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구영진의 거짓말을 까발리지 않기로 했다.이 남자가 뭘 하려는 건지 보려는 의도도 있었다.그렇게 고다정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구영진네 집에서 몸조리를 했다.차분한 그녀와 달리 여준재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3일간의 휴양을 거쳐 여준재의 지병 악화 상황은 잠시 통제됐다.조금 낫자마자 그는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임초연을 찾으러 부두에 갔다.공중에 매달려 숨이 곧 넘어갈 것 같은 여인을 쳐다보는 여준재의 눈에는 전혀 속시원한 기색이 없고 원한만 가득했다.이 여자는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다정과 배 속의 아이는 생사를 알 수 없다.“내려놔 봐.”여준재가 옆에 있는 부하에게 분부하자, 부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임초연을 내려놓았다.여준재는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땅에 누워 있는 임초연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정신 차리게 찬물을 가져다 끼얹어.”물을 끼얹는 소리와 함께 임초연이 사레가 들려 기침했다.오장육부가 뒤집힐 정도로 기침하고 있는 그녀의 눈앞에 말끔하고 반짝거리는 구두가 나타났다.여준재가 항상 신는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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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죽여서 입막음 하기

유라는 끌려가는 임초연을 바라보며 이 여자 목숨이 진짜 질기다고 속으로 거듭 감탄했다.여준재가 그렇게 못살게 구는데도 죽지 않다니. 보아하니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이 여자가 여준재에게 시달리다 죽기를 기다릴 수 없다.아니면 이 여자가 디카프리도를 불어버릴지도 모른다.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죽일지 천천히 생각해 봐야 한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라는 태연한 얼굴로 여준재를 향해 걸어갔다.여준재는 그녀를 보고도 못 본 척하며 떠나가려 했다.유라는 어쩔 수 없이 여준재를 불러세웠다.“이렇게 그냥 갈 거야? 나한테 할 말이 없어?”그녀가 막아서자, 여준재는 힐끗 보고는 쌀쌀맞게 말했다.“비켜.”유라는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서 말을 이었다.“내가 아무 이유 없이 누명을 쓰고 그렇게 많은 자금을 손해봤는데, 고다정을 잡아간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으면, 이제 나한테 뭔가 해명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니?”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위협적이고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유라를 노려보았다.왠지 모르지만 이런 여준재 앞에서 유라는 가슴이 뜨끔했다.하지만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체하며 여준재의 눈빛에 맞섰다.“뭘 봐?”“네 눈에는 내가 바보로 보이는가 해서!”여준재는 비꼬듯 입꼬리를 올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만 똑똑하고 다른 사람은 다 바보인 줄 알아? 네가 억울하면 이 세상에 억울하지 않은 사람이 없겠네!”유라는 그의 비난에 표정이 굳어졌다.그녀가 어떻게 변명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여준재는 그녀 옆에 있는 폴을 힐끗 쳐다보았다.“너 외출할 때 항상 디카프리도를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 왜 다른 애로 바뀌었지?”“... 디카프리도는 다른 볼일이 있어서.”유라는 대답하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여준재가 아직도 나를 의심하는 모양인데, 이대로는 안 되겠어. 방법을 강구해 의심을 풀어야겠어.”이걸 모르는 여준재가 유라의 말이 의심되어 한마디 캐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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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또 남에게 뒤집어씌워

여준재 일행이 유람선 범위를 벗어난 직후 재차 폭격 소리가 들렸다.거대한 유람선이 쾅 하고 붕괴되고, 허공에서 끊임없이 유람선 잔해들이 떨어졌다.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떨어지는 잔해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빨간 핏물이 주변으로 번졌다.이 상황을 보고 구남준과 여준재가 다급히 소리쳤다.“유람선에서 멀리 떨어져서 해안으로 헤엄쳐.”허둥지둥하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방향을 찾은 듯 잇달아 여준재를 따라 육지로 헤엄쳐 갔다.그들이 상륙할 때쯤 유라가 부하들을 거느리고 도착했다.“어서, 어서 사람을 구조해.”여준재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물에 빠져 있는 것을 본 유라는 황급히 옆에 있는 부하에게 구조 명령을 내렸다.30분 후 바다에 빠졌던 모든 사람이 구조됐다.유라는 몸이 흠뻑 젖은 여준재를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준재, 괜찮아?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내 부하한테 말해서 호텔에 데려다줄까?”“필요 없어.”준재는 쌀쌀하게 거절한 후, 돌아서서 구남준에게 물었다.“어때? 몇 사람이 없어졌어?”이 말을 들은 구남준이 사실대로 보고했다.“23명이 실종됐는데, 그중 임초연 씨도 있습니다. 성시원 어르신은 다행히 잠시 일이 있어서 유람선에 없었습니다.”그는 말하고 나서 조심스럽게 여준재의 표정을 살폈다.그 시각 여준재의 표정은 음산하고 무서웠다.이는 사람을 죽여 입막음하는 행동인 게 분명하다.심지어 배후 인물은 그들 모든 사람을 죽이려고 중무기까지 사용했다.“조사해! 샅샅이 뒤져서 반드시 배후를 밝혀내!”분노가 극에 달한 여준재가 울부짖었다.옆에 서서 분노하는 여준재를 지켜보던 유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내가 쥐고 있는 단서가 어쩌면 조사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이 말을 들은 여준재와 구남준이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무슨 단서?”“디카프리도가 조사한 바로는, 임초연이 H국에 있을 때 익명의 브로커를 만났고 그 뒤 스위스 은행에서 그녀의 은행 계좌에 600억이라는 거금이 송금됐대. 온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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