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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기억 속에 나타난 한 남자

사실 고다정도 방에서 바깥의 대화를 들었다.

주혜원은 그녀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 같다.

‘잠깐만! 왜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올바른 생각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전에 진상을 만난 적이 있나?’

침대에 누워 이런 생각을 하던 고다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었다.

이날 밤 그녀는 이상한 꿈을 꿨다.

꿈에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두 아이가 그녀를 엄마라고 불렀고, 어떤 키 큰 남자가 그녀를 아내로 대했다.

고다정이 그들의 얼굴을 보려고 애쓸 때 잠에서 깼다. 무의식중에 얼굴을 만지니 눈물범벅이었다.

“내가 울었어? 왜?”

고다정은 손에 묻은 눈물을 물끄러미 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왜 그녀의 꿈에 두 아이와 한 남자가 나타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그녀가 영문을 몰라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문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수경아, 일어났어?”

“일어났어요. 잠시만요.”

짧게 대답한 고다정은 일어나서 대충 씻은 후 문을 열고 문밖에 서 있는 구영진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구영진은 붉어진 그녀의 눈시울을 보고 무심코 한마디 물었다.

“울었어?”

“아니요.”

고다정이 딱 잡아뗐지만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 구영진은 안절부절못했다.

‘이 여자 뭔가 생각난 건 아니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구영진은 넌지시 떠보았다.

“뭐가 생각난 거야?”

“뭐 찔리는 게 있어요?”

고다정이 대답하지 않고 되묻자 구영진은 말문이 막혀 억지 변명을 늘어놓았다.

“내가 왜 찔려?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 내려가 밥이나 먹자. 식사가 끝나면 너를 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할 거야. 앞으로 우리 아기 분윳값 벌어야지.”

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눈썹을 치켜뜨더니 거절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는 기억이 없다. 구영진이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는 게 분명하기 때문에 이 사람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고다정은 구영진을 따라 다른 별장에 갔다.

장씨 아저씨가 이미 별장을 깨끗이 정리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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