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재는 구남준이 바로 돌아오자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렇게 빨리 얘기가 끝났어?”“아니요. 어르신이 임초연 씨를 설득하고 있어요. 저는 방금 들은 소식을 전하려고 왔어요.”구남준은 잠시 말을 멈추고 걱정스럽고 난처한 표정으로 여준재를 바라보았다.여준재는 우물쭈물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언짢아하며 말했다.“무슨 소식인데, 이렇게 우물거려?”꾸지람을 들은 구남준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침묵하며 여준재의 압박을 견뎌냈다.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을 때 성시원이 문 앞에 나타났다.방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그는 두 사람을 번갈아 훑어보더니 물었다.“둘이 왜 이러고 있어? 참, 구남준, 다정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 있다고 나를 불렀잖아. 무슨 소식인데?”“어르신, 제가 말하기 전에 먼저 대표님께 침을 놓아주십시오. 대표님이 너무 충격받을까 봐 걱정돼서요.”목멘 소리로 입을 여는 구남준을 보고 여준재와 성시원은 표정이 굳어졌다.성시원은 구남준을 빤히 쳐다보고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여준재한테 다가갔다.이때 얼굴이 사색이 된 여준재는 온몸을 가볍게 떨고 있었다.구남준이 이렇게 조심스러워하는 걸 보니 좋은 소식이 아닌 게 분명하다.그가 충격받을 소식은 그것 하나뿐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여준재는 손등의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때 그의 정수리가 따끔하더니, 이어서 성시원의 무거운 목소리가 들렸다.“됐어. 이제 무슨 일인지 말해도 돼.”이 말을 들은 구남준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울먹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임초연한테서 작은 사모님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방금 뭐라 했어?”여준재와 성시원은 믿을 수 없어 눈이 휘둥그레졌다.구남준이 다시 한번 말했다.“작은 사모님이 임신했답니다.”이번에 여준재와 성시원은 똑똑히 들었다.이와 동시에 여준재가 폭발해 버렸다. 두 눈이 충혈된 그는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를 방불케 했다.“임초연이 어디 있어? 죽여버릴 거야!”
여준재가 병을 치료하는 동안 고다정도 구영진의 별장에서 휴양하고 있었다.며칠 같이 지내면서 그녀의 마음속 의심만 커져갔다.구영진은 입으로만 그녀를 깊이 사랑한다고 말하고 한 번도 스킨십을 하지 않았다.뭘 하든지 아기가 잘못될까 봐 걱정된다며 그녀와 안전거리를 유지했다.하지만 그건 단지 핑계일 뿐임을 그녀는 알았다.정말 다정한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물론 고다정도 이 남자에게 친밀감이 없고 거부감이 들었다.게다가 어떤 때는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에 장난이 가득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외부와 접촉하는 것을 방해했다.얼마 전 그녀가 인터넷에서 자기 신원정보를 찾아보겠다고 했더니 구영진은 집에 인터넷이 고장 났는데 당분간 수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녀가 외출하려고 하니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서 걱정된다며 못 나가게 했다.아무튼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하지만 고다정은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구영진의 거짓말을 까발리지 않기로 했다.이 남자가 뭘 하려는 건지 보려는 의도도 있었다.그렇게 고다정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구영진네 집에서 몸조리를 했다.차분한 그녀와 달리 여준재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3일간의 휴양을 거쳐 여준재의 지병 악화 상황은 잠시 통제됐다.조금 낫자마자 그는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임초연을 찾으러 부두에 갔다.공중에 매달려 숨이 곧 넘어갈 것 같은 여인을 쳐다보는 여준재의 눈에는 전혀 속시원한 기색이 없고 원한만 가득했다.이 여자는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다정과 배 속의 아이는 생사를 알 수 없다.“내려놔 봐.”여준재가 옆에 있는 부하에게 분부하자, 부하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임초연을 내려놓았다.여준재는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땅에 누워 있는 임초연을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정신 차리게 찬물을 가져다 끼얹어.”물을 끼얹는 소리와 함께 임초연이 사레가 들려 기침했다.오장육부가 뒤집힐 정도로 기침하고 있는 그녀의 눈앞에 말끔하고 반짝거리는 구두가 나타났다.여준재가 항상 신는 구두
유라는 끌려가는 임초연을 바라보며 이 여자 목숨이 진짜 질기다고 속으로 거듭 감탄했다.여준재가 그렇게 못살게 구는데도 죽지 않다니. 보아하니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이 여자가 여준재에게 시달리다 죽기를 기다릴 수 없다.아니면 이 여자가 디카프리도를 불어버릴지도 모른다.하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죽일지 천천히 생각해 봐야 한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라는 태연한 얼굴로 여준재를 향해 걸어갔다.여준재는 그녀를 보고도 못 본 척하며 떠나가려 했다.유라는 어쩔 수 없이 여준재를 불러세웠다.“이렇게 그냥 갈 거야? 나한테 할 말이 없어?”그녀가 막아서자, 여준재는 힐끗 보고는 쌀쌀맞게 말했다.“비켜.”유라는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서 말을 이었다.“내가 아무 이유 없이 누명을 쓰고 그렇게 많은 자금을 손해봤는데, 고다정을 잡아간 사람이 내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으면, 이제 나한테 뭔가 해명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니?”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위협적이고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유라를 노려보았다.왠지 모르지만 이런 여준재 앞에서 유라는 가슴이 뜨끔했다.하지만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체하며 여준재의 눈빛에 맞섰다.“뭘 봐?”“네 눈에는 내가 바보로 보이는가 해서!”여준재는 비꼬듯 입꼬리를 올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만 똑똑하고 다른 사람은 다 바보인 줄 알아? 네가 억울하면 이 세상에 억울하지 않은 사람이 없겠네!”유라는 그의 비난에 표정이 굳어졌다.그녀가 어떻게 변명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여준재는 그녀 옆에 있는 폴을 힐끗 쳐다보았다.“너 외출할 때 항상 디카프리도를 데리고 다니지 않았어? 왜 다른 애로 바뀌었지?”“... 디카프리도는 다른 볼일이 있어서.”유라는 대답하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여준재가 아직도 나를 의심하는 모양인데, 이대로는 안 되겠어. 방법을 강구해 의심을 풀어야겠어.”이걸 모르는 여준재가 유라의 말이 의심되어 한마디 캐물었다.
여준재 일행이 유람선 범위를 벗어난 직후 재차 폭격 소리가 들렸다.거대한 유람선이 쾅 하고 붕괴되고, 허공에서 끊임없이 유람선 잔해들이 떨어졌다.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떨어지는 잔해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물속으로 가라앉았고 빨간 핏물이 주변으로 번졌다.이 상황을 보고 구남준과 여준재가 다급히 소리쳤다.“유람선에서 멀리 떨어져서 해안으로 헤엄쳐.”허둥지둥하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방향을 찾은 듯 잇달아 여준재를 따라 육지로 헤엄쳐 갔다.그들이 상륙할 때쯤 유라가 부하들을 거느리고 도착했다.“어서, 어서 사람을 구조해.”여준재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물에 빠져 있는 것을 본 유라는 황급히 옆에 있는 부하에게 구조 명령을 내렸다.30분 후 바다에 빠졌던 모든 사람이 구조됐다.유라는 몸이 흠뻑 젖은 여준재를 보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준재, 괜찮아?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내 부하한테 말해서 호텔에 데려다줄까?”“필요 없어.”준재는 쌀쌀하게 거절한 후, 돌아서서 구남준에게 물었다.“어때? 몇 사람이 없어졌어?”이 말을 들은 구남준이 사실대로 보고했다.“23명이 실종됐는데, 그중 임초연 씨도 있습니다. 성시원 어르신은 다행히 잠시 일이 있어서 유람선에 없었습니다.”그는 말하고 나서 조심스럽게 여준재의 표정을 살폈다.그 시각 여준재의 표정은 음산하고 무서웠다.이는 사람을 죽여 입막음하는 행동인 게 분명하다.심지어 배후 인물은 그들 모든 사람을 죽이려고 중무기까지 사용했다.“조사해! 샅샅이 뒤져서 반드시 배후를 밝혀내!”분노가 극에 달한 여준재가 울부짖었다.옆에 서서 분노하는 여준재를 지켜보던 유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내가 쥐고 있는 단서가 어쩌면 조사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어.”이 말을 들은 여준재와 구남준이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무슨 단서?”“디카프리도가 조사한 바로는, 임초연이 H국에 있을 때 익명의 브로커를 만났고 그 뒤 스위스 은행에서 그녀의 은행 계좌에 600억이라는 거금이 송금됐대. 온갖
성시원은 여준재의 작은 행동들은 보지 못한 채 신경은 온통 그의 말에 집중되었다.“죽이겠다면 누구를?”“임초연.”여준재가 차갑게 세 글자를 내뱉었다.성시원은 듣자마자 낯빛이 변하더니 금세 여준재와 똑같이 어두워졌다. “설마 단서가 또 끊긴 거야?”하지만 여준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유라는 그의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리고 애써 불안함을 감추며 모르는 척 물었다.“무슨 계획이라도 있어?”“네 입으로 방금 이 일은 아마 독수리파 짓인 것 같다며.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내가 직접 가서 확인할 수밖에.”여준재는 비웃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성시원은 그의 말을 듣고 눈을 가늘게 뜨면서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훑어보았으나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유라는 여준재의 말에 그만 말문이 막혔다가 빠르게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확인해 보는 것도 좋지. 그때 나도 같이 갈게.”그녀는 당연히 따라가야 했다. 예상 밖의 일이 터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이쪽에서 발생한 일들에 대해 고다정은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그녀가 안심하고 태교에 전념한 뒤로부터 몸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하지만 구영진은 고다정의 태도 변화가 많이 불안했다.요 며칠 너무 조용하고 예전처럼 밖에 나가겠다고 소란도 피우지 않으니 너무 이상했다.집에 너무 오래 갇혀있어서 멍청해진 건 아니겠지?결국 구영진은 참지 못하고 고다정 앞에 다가와 물었다.“저기, 수경아, 어디 나가서 바람 좀 씌우지 않을래?” “제가 몸이 다 나을 때까지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잖아요?”고다정이 그를 빤히 쳐다보면서 되물었다.구영진은 침을 한번 삼키더니 다급히 해명했다.“그건 예전의 일이고, 지금은 몸도 많이 좋아졌고 얼굴도 핏기가 돌아 보이는데 나가도 괜찮을 것 같아.”“좋아요. 사실 저도 밖에 놀러 나가고 싶었거든요.”고다정은 말을 마친 뒤 책을 내려놓고 외출 준비하려고 일어섰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정말
뒤늦게 두 사람은 쇼핑몰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뒤 구영진은 고다정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날까 봐 한껏 긴장한 채 그녀의 곁에 서있었다.고다정은 그의 모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그저 느긋하게 쇼핑하고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장소는 그녀에게 어떠한 기억도 되살리지 못했다. 그녀는 실망하다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아기용품 샵에 시선이 끌렸다.“수경아, 왜 그래?” 고다정이 꼼짝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있는 모습을 보고 구영진이 재빨리 다가가 물었다.이 여자가 설마 뭔가 낯익은 걸 보고 기억이 되살아났나?고다정은 애써 정신을 차리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는 구영진에게 담담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 저기도 한번 가봐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그 아기용품 샵으로 향했다.구영진도 황급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가게에 들어선 구영진은 주위가 온통 임산부들로 가득해 너무 어색했다.그는 처음으로 이런 가게에 들어와 봤다.그는 고다정이 아기 옷을 고르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투덜거렸다.“배 속의 아이가 아직 두 달도 채 안 됐는데 벌써 아기용품을 사기엔 너무 이른 것 같지 않아?”“아니에요. 지금부터 천천히 사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 모든 물건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어야지 아니면 그때 가서 허둥지둥 아무거나 사게 되잖아요.”옆에서 웃으며 안내하던 점원은 구영진을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가 아이한테 물건을 사주는 게 아까워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구영진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눈치채고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기요. 왜 저를 그런 눈길로 봐요? 제가 설마 저까짓 돈을 아까워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점원은 깜짝 놀랐다. 구영진이 그녀를 이렇게까지 큰 소리로 비난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고객님, 오해에요. 저는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그런 뜻이 아니긴요. 방금 분명 저를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봤잖아요!”‘나 구영진이 설마 여자한테 이까짓 물건도 사주기 아까워하는 좀생이로 보였나
하지만 여준재는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찰스와 이야기를 나누러 온 것이 아니기에 당연히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앉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여기에 온 목적은 단지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어서입니다. 확인이 끝나면 바로 가겠습니다.”“그게 무슨 일이죠?”찰스는 편안한 자세로 바꾸면서 여유롭게 그를 바라보았다.여준재는 다시 말을 이었다.“최근에 저한테 일어난 일들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유라가 찾아낸 단서에 따르면 제 약혼녀는 당신 쪽에서 붙잡아 갔다고 하더군요.”“제가 당신 약혼녀를 잡아갔다고요?”찰스는 마치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마냥 웃음을 참지 못했다.“사람의 도리에 가족은 건드리지 말자는 법규를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제가 당신의 약혼녀를 잡아가서 뭐 하겠습니까? 남들에게 욕이나 먹겠죠?”그는 말을 마치고 잠시 멈칫하다가 옆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눈동자에 지진이 일고 있는 유라를 보고 차갑게 물었다.“유라 씨, 뱉은 말에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약혼녀를 잡아갔다고 했는데 증거는요?”여준재는 찰스의 말에 그도 유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유라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이내 침착해졌다.비록 여준재의 이번 계획은 유라도 예상하지 못했으나 그녀의 배후에는 아직 이 조직의 두목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기회가 남아있었다.하지만 찰스는 여준재의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그리고 여준재를 바라보면서 그들 내부의 일이 여준재에게 알려진 것은 개의치 않고 모든 걸 솔직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3일 전에 두목이 우리 조직에서 도망쳤습니다. 만약 유라 씨의 말대로라면 사실일 수도 있겠네요. 왜냐하면 예전부터 제가 두목을 본국에 책임자로 배치했기 때문입니다.”여준재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졌다. 그는 이 일이 사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었다.만약 유라가 완벽하게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그에게도 이
유라는 사람을 보내 여준재 쪽의 움직임을 알아보라고 하다가 고다정의 외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이번이 여준재에게 잘 보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하고 먼저 그를 찾아갔다. “고다정 씨 할머니가 아프시다고 들었어. 나도 같이 갈게. 그러면 내가 두 아이를 돌볼 수 있고 너도 안심하고 다른 일들을 처리할 수 있잖아.”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여준재는 갑자기 차가운 눈빛으로 유라를 쏘아보았다.유라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니 겁에 질린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왜 그래?”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여준재가 차갑게 물었다.“날 감시 하라고 시켰어?”“뭐... 뭘 감시 하라고 시켜. 네 쪽 움직임이 너무 요란해서 우리 쪽 사람들의 귀에까지 들리면서 나까지 알게 된 거지.”유라는 완강히 부정했다. 여준재가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는 걸 유라도 잘 알고 있었다.여준재는 당연히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이 일에 유라가 끼어드는 걸 원치 않았던지라 그는 차갑게 거절했다.“우리집 일에 외부인이 끼어들 필요 없어.”말을 마치고 여준재는 유라와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아 재빨리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유라는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고집스러운 성격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가지 말라고 해도 난 꼭 갈 거야!”말을 마치고 유라도 몸을 돌려 떠날 준비를 했다.그날 밤, 여준재와 성시원은 밤을 새우면서 운산으로 향했다.그들이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라도 출발했다.이 소식 곧 구남준이 알게 되었고 곧바로 여준재에게 알렸다.“대표님, 유라 씨도 따라왔습니다.”“정말 거머리 같은 여자야.”성시원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여준재도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차갑게 말했다.“외교부 쪽에 신고해. 위험한 사람이 입국했다고.”구남준은 가볍게 인사한 뒤 그가 시킨 대로 일 처리하러 떠났다.열 몇 시간의 비행 끝에 여준재 일행은 마침내 운산에 도착했다.이미 비행기에서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