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울고 있는 덩치 큰 남자를 보며 고다정은 마음속으로 짜증이 났다.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질책했다.“울지 마요!”구영진은 짧게 대답하며 눈물을 멈추고 붉어진 눈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고다정은 그 모습을 보고 머리가 지끈거렸다.생각 끝에 그녀는 화제를 돌렸다.“방금 수경이라고 하셨는데, 제 이름과 가족에 대해 말해줘요.”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거짓말하지 마요. 들키면 가만 안 둬요.”“...”구영진은 어이가 없었다.‘조금 전까지 경계하던 여자가 바로 이렇게 본성을 드러낸다고?’기억상실증에 걸렸어도 이렇게 드센데, 만약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더 사나울 게 아니겠나.여준재가 이런 여자를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참 독특한 취향이다.구영진은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계속해서 고다정의 정체를 꾸며냈다. “네 이름은 서수경, 올해 25살, 나와는 대학교 동창이야. 내가 학교에서 널 보고 첫눈에 반해서 쫓아다니다가 만나게 됐어. 넌 내 말에 못 이겨 졸업 후 우리 회사에 취직했지만 일 때문에 자주 나를 소홀하게 대했어. 하지만 우린 돈이 부족하지 않아. 내 용돈으로도 충분히 너와 평생 먹고 살 수 있어. 게다가 넌 지금 임신했으니까 우린 돌아가서 일하지 않아도 돼. 부모님도 널 보고 무척 좋아하실 거야. 아이 낳으면 결혼식 올리자...”“그만!”고다정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남자의 말을 서둘러 끊었다.그녀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얘기를 해달라는 거지, 미래에 대한 당신 상상을 얘기하라는 게 아니에요.”그러나 구영진은 일부러 뚱딴지같은 소리를 한 것이었다.계획을 대충 세운 탓에 고다정의 집안에 대해 세심하게 구성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쉽게 들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고다정의 단호한 표정을 보니 피할 길이 없는 것 같아 계속해서 꾸며낼 수밖에 없었다.“넌 고아로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똑똑해서 장학금을 받았고, 일과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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