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그날 밤의 모든 챕터: 챕터 931 - 챕터 940

1265 챕터

제931화

심재경은 그 물음에 잠시 넋이 나가서 한동안 반응이 없다가 의아하게 송연아를 바라보면서 물었다.“갑자기 그건 왜?”너무 뜬금이 없어서 그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송연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시 말을 이었다.“당연히 아이를 좋아하지. 근데 연아야.”심재경은 진지하게 송연아를 쳐다보며 말했다.“나한테 기회가 있을까?”송연아가 물었다.“무슨 기회요?”“아빠가 될 기회.”심재경은 어이가 없었다. ‘이것도 몰라? 자기가 묻고도 까먹었나?’“좋은 여자 만나면 소중하게 여겨요.”송연아의 말에 심재경이 대답했다.“알아.”좋은 사람 만난다면 당연히 잘해줄 것이다. 심재경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묻는 말이 되게 이상하네.”송연아는 먼 곳을 보며 말했다.“그저 갑자기 궁금해서요.”심재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진원우한테 들었어. 안이슬 보러 갔다며. 아이 낳은 거야?”심재경은 잠시 머뭇거렸다.“남자애야, 여자애야? 안이슬 닮았어, 아니면 그 남자를 닮았어?”송연아가 대답했다.“여자애예요. 이슬 언니 닮았어요.”심재경이 말했다.“안이슬 닮으면 좋지. 이쁘니까. 남자를 닮으면 투박해.”차가 들어오고 송연아가 차에 타자 심재경도 함께 탔다. 어차피 여기 집이 커서 그도 리조트에 함께 지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리조트에 도착하여 그들은 차에서 내렸다. 찬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와서 송연아는 성큼성큼 빠르게 걸어갔다. 아직 채 낫지 않은 발목에 통증이 몰려와 걸음을 좀 늦췄다. 멀리서는 이영이 찬이를 안고 달래주고 있었다. 이영은 크고 튼실한 남자였고 찬이는 새하얗고 말랑말랑한데 그의 품에 안긴 모습이 어색했지만, 또 이상하게 잘 어울려서 뭐라고 형용할 수가 없었다. 송연아가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이영이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넘어졌어요.”송연아는 팔을 뻗었다.“내가 안을게요.”찬이도 손을 뻗자 이영은 찬이를 송연아에게 주면서 물었다.“사모님, 다친 데는 좀 어때요?”심재경이 천천히 걸어와 물었다.“연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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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2화

여자는 못 들은 척 재촉했다.“얼른 식사하세요.”강세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여자는 분명히 일부러 말을 돌린 것이다.“궁금해요. 당신들이 저를 여기에 잡아두는 목적이 뭐예요?”강세헌이 묻는 말에 여자가 대답했다.“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그러고는 뒤돌아 나갔고 강세헌은 얼굴을 찌푸렸다. 여자는 음식을 가지고 포도밭에 가서 남편을 찾았다. 남편은 일하던 자리에 앉아 장갑을 벗었고 여자는 남편의 곁에 쪼그려 앉아 말했다.“저 남자, 어떻게 할 거예요?”남편은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할 뿐 말이 없었다. 어떻게 할지 아직 생각을 못 한 모양이다.“아니면 그냥 풀어줄까요?”여자가 떠보듯 물었는데 남편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밥만 먹을 뿐 대답이 없었다. 그는 밥 한 공기를 비우고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풀어줘?”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네, 풀어줘요. 한국 사람이니까 아마 아닐 거예요...”“우리 여기가 이렇게 외진 곳인데 어떻게 여기에 나타난 것인지 이상하지 않아?”남자는 아내를 보며 말했다.“우리 포도밭은 속임수잖아. 그 뒤에 있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 되는 거야. 만약 저 사람이 나가서 얘기하면 우리는 어떡해?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잊지 마.”여자는 입을 다물고 더 얘기하지 못했다.“계속 저한테 물어보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여자가 말했다. 남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냥 못 알아듣는 척해.”여자는 계속 이렇게 했다.“풀어주지도 못한다면 그럼 이렇게 계속 가둬두고 있을 거예요? 만약 윗사람들이 와서 발견하면 어떡해요?”“그때면 지하실에 가두면 돼. 살인을 저지를 수는 없잖아.”남자는 밥그릇을 놓더니 다시 고개를 묻고 일을 했고 여자는 식기를 정리해서 돌아갔다.강세헌은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는 여기의 음식조차 먹기 두려웠다. 여자가 돌아와서 그대로 있는 음식을 보더니 말했다.“드세요.”강세헌이 여전히 움직이지 않자 여자가 또 말했다.“우리가 만약 당신을 죽이려거든 진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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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3화

강세헌은 의아해서 물었다.“무슨 비밀을 누설해요?”“여기 와서 아무것도 못 봤어요?”여자가 묻는 말에 강세헌이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못 봤어요.”여자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정말 아무것도 못 봤어요?”강세헌은 아주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맹세코,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가서 강세헌을 부축했다.“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 않는데 한국 사람 맞죠?”강세헌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여자는 강세헌을 부축하여 방으로 돌아갔다.“푹 쉬고 있어요!”...저녁에 여자와 남편이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여자가 말했다.“그 사람은 아무것도 못 봤다고 해요.”남편이 말했다.“뭔가를 보았다면 순순히 인정할까?”여자가 또 말했다.“한국 사람이라고 하던데 아닐 거예요...”“모르지. 일부러 한국 사람을 보내서 우리를 방심시킨 다음에 조사하려고 할 수도 있지.”남자는 매우 경계가 심했는데 여자는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구하지 말 걸 그랬어요. 거기서 죽게 놔뒀으면 이렇게 번거롭지도 않을 거잖아요.”남편이 말했다,“저 사람이 눈이 멀지 않았다면 나도 구하지 않았을 거야.”이 부부는 여기에서 포도재배를 속임수로 두고 사실은 불법인 동물을 키우고 있었다. 이 동물의 체내에서는 아주 희귀하고 값비싼 물건을 채취할 수 있었다. 이들은 사실 나쁜 사람이 아니었고 핍박 때문에 여기로 왔다. 아들이 돈을 빚졌기에 어쩔 수 없이 부부가 여기로 쫓기다시피 오게 되었다. 만약 그들이 말을 안 듣는다면 그들의 아들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일이 누설된다면 그들 또한 목숨을 잃을 것이다. 그들은 강세헌이 조사를 하러 파견된 사람일까 싶어 두려워서 떠나지 못하게 했던 것이었다.다행히 강세헌은 다리를 다치고 눈도 다쳤다. 만약 눈이 멀쩡하였다면 아마 그를 구하지 않았을 것이고 죽였을 수도 있다.강세헌은 잠이 들지 못했다. 그는 여기가 수상하다고 여겼지만 사실 여기에서 불법적인 일이 행해지고 있다고는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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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송연아가 물었다.“네?”“집사님이 오셨었는데 제가 사모님을 깨우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가정교사가 오셨다고 합니다.”송연아는 알았다고 하며 찬이를 안고 거실로 향했다. 찬이는 이제 정말 많이 무거워졌다. 송연아가 찬이를 내려놓자, 집사가 가정교사 몇 명을 데리고 왔는데 남자 2명, 여자 2명이었고 모두 프랑스 사람이었다. 그중 일남일녀는 나이가 들어 보였고 나머지 두 명은 젊었다. 집사가 송연아에게 이력서를 보여주었는데 모두 대학생이었고 그중 3명은 가정교사 경험이 있었다. 송연아는 통통하고 인자한 얼굴의 나이 든 여성이 인내심이 많을 것으로 보였다. 가정교사는 인내심이 많아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송연아가 집사를 불러서 귓속말로 나이 든 여자를 남기자고 얘기하려는데 찬이가 갑자기 젊은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엄마, 저는 저분이 좋아요.”송연아는 찬이를 보며 생각했다.‘벌써 예쁜 것만 좋아하다니?’송연아가 젊은 여자를 선택하지 않은 건 아직 젊기도 하고 가정교사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송연아가 고개를 저으며 안 된다고 거절하자, 찬이가 말했다.“싫어요. 저는 저분이 좋아요.”송연아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찬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같이 공부도 하기 싫어할까 봐 고민 끝에 찬이의 의견을 접수하여 젊은 여자를 선택했다.집사가 물었다.“언제부터 오라고 할까요?”“우선 며칠 동안 능력이 어떤지 지켜봐요.”젊은 여자를 남기고 다른 사람은 집사가 데리고 나갔다.젊은 가정교사는 먼저 주동적으로 찬이에게 말을 건넸는데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송연아는 이력서를 관심 있게 보지 않았기에 한국어를 하는지 전혀 몰랐다.윙윙…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 진동이 울려서 보니 임지훈의 전화였다.“여보세요.”“전문가를 찾아서 측정해 봤는데 떨어진 곳이 높아서 착지 가능성이 있는 범위가 넓다고 해요.”송연아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준비하고 이쪽으로 오세요. 회사에도 사람이 없으면 안 되니까 원우 씨와 재경 선배는 여기에 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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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5화

심재경은 의아한 눈길로 송연아를 바라봤다.“연아야, 그런데 왜 그렇게 긴장해?”송연아는 부정했다.“제가요? 아닌데요.”“아니야? 너 혹시 나한테 숨기는 게 있어?”송연아는 심재경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제가 선배한테 숨길 일이 뭐가 있겠어요. 참…”심재경은 송연아가 최근에 계속 자기를 피하는 걸 느껴서 대체 왜 그러는지 물었는데 지금 그녀의 반응도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고 뭔가 속이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대체 뭘 숨기는 거지?’심재경은 다시 신중한 눈빛으로 송연아를 보며 물었다.“연아야, 저번에 갑자기 나한테 아이를 좋아하냐고 물었었잖아, 혹시…”“혹시 뭐요?”송연아는 황급히 그의 팔을 잡으며 말을 돌렸다.“선배, 세헌 씨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죠? 너무 걱정돼요.”“송연아, 말을 돌리려 하지 말고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봐, 이슬이 아이 내 아이야?”심재경은 우신시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날 밤 안이슬이 분명했었고 시간을 계산해 봐도 맞는 것 같았다. 송연아는 애써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예요? 이슬 선배 아이가 어떻게 선배 아이예요.”“나 우신시에 갔었는데 시간이 맞아. 그리고 너도 아무 이유 없이 나에게 애를 좋아하냐고 물어보지 않았을 거 아니야, 맞는 거지?”심재경은 아주 확신하는 어조로 말했다.“그냥 물어본 건데 생각이 너무 많으시네요…”“내 생각이 많은 건지 아닌지는 물어보면 알 수 있겠지.”송연아가 황급히 말했다.“안 돼요.”“왜 안 돼? 아니라며, 이슬이도 두려워할 거 없잖아.”“이슬 선배는 지금 새 삶을 살고 있어요. 그런데 선배가 그런 질문을 하면 이슬 선배를 방해하는 것밖에 더 돼요? 다행히 양명섭 씨가 현명하다고는 하지만 만약 속이 좁은 사람이었다면 이슬 선배 입장이 난감하지 않겠어요?”심재경이 반응하기도 전에 송연아가 말을 이었다.“제가 왜 우신시에 다녀왔는지 알아요?”심재경이 대답했다.“이슬이가 애 낳아서 다녀온 거잖아.”“그렇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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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송연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만약 저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 포기할 거예요.”심재경이 또 물었다.“멋지게 눈물도 흘리지 않을 수 있어?”송연아는 눈물까지는 흘리지 않을 자신은 없었는지 침묵했다. 필경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가 포기한다는 건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걱정하지 마. 네가 한 말 알아들었고 이슬이 행복 방해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연아야, 사랑하는 사람이 왜 헤어지는지 알아?”송연아가 말했다.“외적 원인요.”심재경과 안이슬을 봐도 그들 사이에는 수많은 일이 있었고 또한 안이슬이 다시 마음을 돌린다고 해도 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힘들었다. 감정이란 아주 귀한 도자기와 같이 한번 깨지면 그 어떤 방법으로도 복구하기 힘든 것이다.“연아야, 가필드 영화 봤어?”심재경이 갑자기 묻자, 송연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만화를 볼 시간마저 없었다.“가필드 영화에서 가필드가 길을 잃고 애완동물 가게에 팔려 간 적이 있었는데 주인인 존이 자기를 많이 생각할까 봐 마음이 아파했어.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존이 그 애완동물 가계에 들어왔는데 가필드를 보고 너무 기뻐하며 또다시 가필드를 데리고 집에 돌아갔어. 영화 마지막에 가필드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영원히 존에게 그날 왜 그 애완동물 가게에 들어왔는지 묻지 않을 거라고 말했어. 그리고 존 역시 그날 마지막 희망을 품고 도시의 마지막 애완동물 가게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영원히 말하지 않았어.”심재경의 말이 끝나자, 송연아 뿐만 아니라 차 안 전체가 조용해졌다. 임지훈은 가끔 백미러로 두 사람을 살폈는데 평소 여자 친구가 없다고 진원우에게 놀림을 당하지만 이처럼 힘든 사랑을 할 바에는 싱글이 낫다고 생각했다.‘사랑은 무슨? 우정도, 사업도 모두 사랑보다는 나은 것 같아.’그들은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해서 호텔에 찾아 며칠 묵으면서 찾아보려고 했다.…부부가 나가려고 할 때 강세헌이 불렀다.“저와 얘기하실 수 있을까요?”“당신하고 할 얘기 없어요. 가만히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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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뭘 봤어요?”여인이 묻자, 남편이 제지했다.“우리 여기는 포도 농장이야. 뭘 봤다고 그래? 그냥 큰 포도 농장을 봤겠지!”강세헌은 여자의 말에서 포인트를 잡았다.‘뭘 봤냐고? 이 말은 여기에 보면 안 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포도 농장은 그냥 페이크일 뿐인가?’그런데 이 부부는 나쁜 사람 같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나쁜 사람이라면 강세헌은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부부는 좋은 사람이다.“두 분이 저를 살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만약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여인은 더는 말하기가 무서워 조심스레 남편의 옷을 당겼다. 눈빛으로 이 사람을 한번 믿어보자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남편은 부인처럼 아무나 믿지 않고 신중했는데 아내에게 아무나 믿으면 안 된다는 눈빛을 보내고는 바구니를 들고 말했다.“같이 나가자.”그는 강세헌이 도망칠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첫째로 이곳은 워낙 외진 곳이라 걸어서 나갈 수 없었고, 둘째는 강세헌의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설령 눈이 멀쩡한 정상인이라도 길을 찾을 수 없는데 시각장애인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강세헌이 한마디 더 했다.“최근의 뉴스를 한번 보세요.”부부는 고개를 돌려 강세헌을 한번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갔다. 여인은 남편을 따라 나갔는데 점심때 다시 돌아와서 저녁을 하곤 했다. 강세헌은 그들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여인이 가져온 음식을 시름 놓고 먹었다.여인은 여느 때처럼 남편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었는데 남편이 포도나무 아래에 앉아서 포도를 먹으며 휴대폰을 보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휴대폰은 일반적으로 그쪽 사람들과 연계할 때만 사용했는데 매번 남편이 전화를 받을 때마다 여인은 가슴을 졸였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인을 보고 남편이 손짓하자, 여인은 가까이 다가가서 음식을 내려놓았는데 안 좋은 소식이 있을까 봐 두려웠다. 그런 여인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 남편은 여인을 옆에 앉으라고 하고 휴대폰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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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8화

아주 익숙한 목소리에 송연아의 표정이 희열과 격동으로 변했다.“세헌 씨?”이어서 그녀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심스럽게 물었다.“세헌 씨 맞아요?”“응, 나 괜찮아.”송연아는 순식간에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는지 힘없이 벽에 몸을 기대고 눈시울을 붉히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지금 어디예요? 그쪽으로 갈게요.”심재경과 임지훈도 소리를 들으려고 그녀 옆에 붙었다. 강세헌은 잠깐 멈칫하다가 다시 말했다.“나 여기에 일이 있는데 당신이 걱정할까 봐 전화하는 거야.”강세헌의 말에 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휴대폰이 끊어졌다. 송연아는 불안해하며 곧바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가 들어가자마자 그쪽에서 바로 끊어버렸다. 그녀가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할 때 심재경이 송연아의 손을 잡으며 말렸다.“하지 마.”송연아가 물었다.“왜요?”“뻔하잖아. 지금 세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일 거야. 만약 자유롭다면 왜 자기 위치를 말하지 않고 그냥 걱정하지 말라고 했겠어. 세헌이가 전화를 한 것은 주요하게 너에게 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일 거야.”송연아가 심재경을 바라봤다.“지금 무슨 위험에 처한 걸까요?”송연아는 초조해서 옷깃을 꼭 움켜쥐었는데 손등에 핏줄이 터질 것만 같았다. 심재경이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말했다.“세헌이가 얼마나 총명한데 꼭 방법을 생각해서 빠져나올 거야.”송연아는 여전히 안심할 수가 없어 물었다.“휴대폰으로 위치 추적은 안 돼요?”“위치 추적은 전화가 통했을 때만이 가능해. 이제 소식이 왔다는 건 좋은 시작이야. 분명 다시 우리에게 연락이 올 거야.”하지만, 송연아는 도저히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그럼, 우리 이렇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거예요?”“우리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세헌이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거야.”심재경은 송연아의 어깨를 다독였다.“진정해.”송연아는 입술을 깨물었다.…그 남자는 강세헌을 믿기로 하고 가족에게 무사하다는 전화를 하게 했지만, 강세헌이 말을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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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강세헌은 마음속으로 다급했지만, 겉으로는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고 침착했다.“저한테 요구할 거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강세헌은 그 남자가 아직도 자기에게 의심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남자는 강세헌의 눈빛을 보더니 조금의 희망을 보는 것 같았지만, 자기 아들을 구해 달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그는 강세헌이 아들을 구하지 못하고 일을 크게 만들면 오히려 자기들 가족에게 더 큰 해가 될까 봐 두려워서 모험하기 싫었다. 이번에 강세헌을 보내는 것은 확실히 강세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저는 당신이 여기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 바랍니다.”남자는 강세헌이 이곳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것 같았다. 강세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곳은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걸어서 나가려면 적어도 하루 이틀은 걸리겠지만 차를 타고 들어온 사람들은 훨씬 빠를 것이다. 그는 아내에게 먹을 것과 물을 준비시켰는데 아내는 모든 준비물을 가방에 넣어서 건넸다.“조심해서 다녀와요.”남자는 아내의 이마에 뽀뽀하고 말했다.“금방 돌아올게.”그는 아내 혼자서 무서워할까 봐 걱정했다. 남자는 키가 크고 푸른 눈동자에 수염이 덥수룩했고 머리는 모두 하얗고 아내는 통통하고 하얀 피부였다. 남자는 젊었을 때 아주 잘생겼을 거라는 알 수 있었고 여자는 너무 이쁘지는 않았지만 아주 상냥하고 차분한 느낌을 주었다.남자는 강세헌에게 걸을 때 주위를 살필 수 있게 지팡이를 준비해 주고 배낭을 멨다. 그러고는 또 다른 조금 짧은 막대기를 준비했는데 한쪽은 그가 쥐고 다른 한쪽은 강세헌에게 쥐여주었다.“신발 바꿔 신어요.”여인은 남편이 깨끗하게 세탁한 신발 한 켤레를 건넸다. 강세헌의 신발로 산길을 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세헌은 보이지 않았기에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는데 그때 여인이 눈치채고 말했다.“깜빡했네요. 제가 도와드릴게요.”여인은 신발을 강세헌 앞에 놓고 말했다.“바로 앞에 있어요.”강세헌이 허리를 굽히자 바로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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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0화

남자는 즉시 경계하며 물었다.“정말요?”강세헌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정말입니다. 제가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해서 좋을 거 없잖아요?”강세헌은 남자가 그 사람들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분명 나쁜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하고 조심하자는 뜻에서 주의를 환기해 준 것이다. 발각되면 그 역시 생명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지만,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과 풀, 그리고 새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청각이 아주 예민하다는 말을 생각하고는 강세헌의 말을 믿기로 했다.“여기서 잠깐 쉬어가면 어떨까요?”그 사람들은 차로 이동하기에 곧 이 지역을 떠날 것 같아서 제안했다. 그리고 남자가 오늘 떠나자고 한 것도 그 사람들이 오늘 다녀갔기에 지금이 제일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강세헌이 대답했다.“좋아요.”그런데 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모두 잡초여서 앉을 자리가 없었다.“앞에 강이 있는데 그쪽으로 가서 잠깐 쉬죠?”강세헌은 고개를 끄덕였고 강 옆까지 가는 과정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막 자리에 앉으려던 순간 두 남자가 나타났는데 두 사람을 보자마자 남자는 당황했다.“진짜 사람을 숨겼어?”둘 중 한 명이 흉측한 얼굴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어느 나라에서든지 나쁜 놈은 모두 못생긴 것 같다. 금방 나타난 두 명도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지 너무나 흉측하게 못생겼다. 다른 한 명이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두 사람 사는데 이런 물건이 있을 수가 없다고.”말하면서 그는 커프 링크를 꺼내 흔들었다. 그건 강세헌의 셔츠에 있었던 건데 부부가 강세헌을 구할 때 옷에서 떨어졌었고 부부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을 나쁜 놈들이 오늘 발견하고 주운 것이다.“이 커프 링크는 꽤 비싸 보이는데!”한 명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면서 강세헌을 힐끗 쳐다봤다.“게다가 한국 남자네.”강세헌은 눈을 질끈 감으며 손에 쥔 나무 막대기를 꽉 움켜쥐었다. 그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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