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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뭘 봤어요?”

여인이 묻자, 남편이 제지했다.

“우리 여기는 포도 농장이야. 뭘 봤다고 그래? 그냥 큰 포도 농장을 봤겠지!”

강세헌은 여자의 말에서 포인트를 잡았다.

‘뭘 봤냐고? 이 말은 여기에 보면 안 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포도 농장은 그냥 페이크일 뿐인가?’

그런데 이 부부는 나쁜 사람 같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나쁜 사람이라면 강세헌은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부부는 좋은 사람이다.

“두 분이 저를 살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만약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여인은 더는 말하기가 무서워 조심스레 남편의 옷을 당겼다. 눈빛으로 이 사람을 한번 믿어보자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남편은 부인처럼 아무나 믿지 않고 신중했는데 아내에게 아무나 믿으면 안 된다는 눈빛을 보내고는 바구니를 들고 말했다.

“같이 나가자.”

그는 강세헌이 도망칠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것은 첫째로 이곳은 워낙 외진 곳이라 걸어서 나갈 수 없었고, 둘째는 강세헌의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설령 눈이 멀쩡한 정상인이라도 길을 찾을 수 없는데 시각장애인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강세헌이 한마디 더 했다.

“최근의 뉴스를 한번 보세요.”

부부는 고개를 돌려 강세헌을 한번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갔다. 여인은 남편을 따라 나갔는데 점심때 다시 돌아와서 저녁을 하곤 했다. 강세헌은 그들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확신하고 여인이 가져온 음식을 시름 놓고 먹었다.

여인은 여느 때처럼 남편에게 음식을 가져다주었는데 남편이 포도나무 아래에 앉아서 포도를 먹으며 휴대폰을 보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휴대폰은 일반적으로 그쪽 사람들과 연계할 때만 사용했는데 매번 남편이 전화를 받을 때마다 여인은 가슴을 졸였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인을 보고 남편이 손짓하자, 여인은 가까이 다가가서 음식을 내려놓았는데 안 좋은 소식이 있을까 봐 두려웠다. 그런 여인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 남편은 여인을 옆에 앉으라고 하고 휴대폰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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