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미친 그날 밤: Chapter 911 - Chapter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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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1화

이영은 진원우 뒤에 서 있었는데 송연아를 마주 보지 않고 고개를 푹 숙였다.도대체 무슨 이유로 송연아가 가족들 모두 프랑스로 데려왔는지 모르겠지만 예리한 이영은 분명 큰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니면 송연아는 이렇게 서두르지 않았을 것이다.“형수님...”진원우가 그녀를 바라봤다.“원우 씨가 나랑 그 사람 찾으러 가요.”진원우가 말했다.“나 혼자 가면 돼요. 형수님은 이쪽을...”“이쪽은 이영 씨에게 맡길게요.”송연아가 이영에게 말했다.“혹시 내 두 아이를 잘 지켜줄 수 있어요?”이영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딛고는 말했다.“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송연아는 처음부터 가족들을 이영에게 맡길 생각으로 그를 프랑스로 데려온 것이었다. 그녀는 이영의 능력을 충분히 믿었다.진원우가 그녀를 더 말리려고 했지만 송연아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내가 안 가면 어떻게 마음이 놓이겠어요?”진원우는 송연아가 마음을 굳힌 걸 알고서는 더는 말리지 않았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시고 편하게 가세요. 이쪽은 제가 있잖아요.”이영이 말하면서 그녀를 안심시키려고 했다.송연아가 감격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며 말했다.“한 말은 꼭 지킬 거라고 믿어요.”이영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엄청 부담스럽단 말이에요.”진원우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그럼 수고해 줘요.”이영이 대답했다.“돈 받고 일하는데요, 당연히 열심히 해야죠.”이 말은 마치 그들에게 자기가 돈 받고 이 일을 하는 걸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언급한 것 같았다.송연아는 머릿속에 온통 강세헌의 일로 가득 찼기 때문에 이영의 말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진원우는 돌연 돈 얘기를 꺼낸 이영이 이상하다 싶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이영은 강세헌의 높은 연봉 제안 때문에 이 일을 선택한 것이다.송연아가 이영에게 말했다.“먼 길 오느라 수고했는데 이영 씨도 얼른 가서 쉬어요.”이영이 알겠다고 말하고는 방을 나섰다.송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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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이영은 잠깐 눈을 피하더니 곧이어 평소처럼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말했다.“어머님께서 오라고 하셨어요.”송연아가 물잔을 건네받았다.“묻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긴장하는 거예요?”이영이 대답했다.“긴장하지 않았어요.”하지만 송연아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이영이 방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으니 말이다.“설마 프랑스로 와서 아직 적응되지 않은 건 아니죠?”“...네, 조금요.”“차차 익숙해질 거예요.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하고요.”송연아의 말에 이영은 알겠다고 대답했다.송연아가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한혜숙은 더는 그녀에게 억지로 음식을 먹게 하진 않고 물을 컵에 따라주었다.송연아가 물 한 모금 마시던 그때, 집사가 다가오고는 송연아에게 말했다.“사모님, 누가 찾으십니다.”송연아는 당연히 진원우인 줄 알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다가갔는데 문 앞에서 심재경을 발견했다. 깜짝 놀란 그녀가 물었다.“여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어요?”“원우한테서 들었어. 세헌이에게 사고가 생겼다며. 당연히 도와주려고 왔지.”심재경이 엄숙한 얼굴로 말하자 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소식이 있어?”심재경이 물었다.송연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지금 원우 씨랑 그쪽으로 가려고요.”“나도 같이 갈게.”심재경이 말했다.송연아는 도움이 필요했기에 거절하지 않았다.이때 진원우도 도착했다.송연아는 이영과 집사에게 당부를 한 후 진원우와 함께 떠났다.사고가 난 지점이 노르웨이였기 때문에 차로 가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진원우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준비했다.헬리콥터에 조종사까지 총 네 명 앉을 수 있었는데 마침 그들은 셋이었다.헬리콥터 위의 프로펠러에서 매우 큰 소음이 들려왔지만 안에서는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사람을 찾지 못했으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심재경은 송연아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침묵을 지켰다.두 시간 후, 헬리콥터가 착륙했다.프랑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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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어디에 있어요?”송연아가 다급하게 물었다.진원우가 대답했다.“멀어요, 걸어가야 해요.”송연아가 대답했다.“얼른 가죠, 나도 같이 가야겠어요.”멀어도 상관이 없었다. 그녀는 당장 발견된 사람이 강세헌인지 확인하고 싶었다.노르웨이 경찰 측의 협조와 안내에 그들은 길이 없는 산을 오르며 앞으로 행진했다.송연아는 발밑에 있는 큰 바위를 보지 못하고 미끄러지더니 발목을 삐었다. 고통이 몰려와 그녀는 저도 모르게 깊은숨을 들이마셨다.“왜 그래?”그녀의 뒤에서 걷던 심재경이 물었다.송연아는 한 시라도 지체할 수 없었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괜찮아요.”사실 발목이 삐었는지 따끔거렸는데 말이다.날이 점점 어두워지고.그들은 조명으로 길을 비추며 앞으로 걸어갔다.길이 험난했고, 걸어가는 사이에 비행기 잔해까지 보였는데 송연아는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되도록 비행기 잔해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저녁이 되니 주위는 많이 조용해지고, 또 더 추워지기도 했다.그들은 한참 걸었는데 몸에 열이 나 땀까지 났다.“도착했어요.”진원우는 앞쪽에 불빛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송연아도 발견하고는 걸음을 재촉하더니 현장에 도착하고는 사람들을 헤치고 바로 흰 천을 들었다.눈앞의 사람은 이미 죽었고 다리가 하나 없었는데 온몸에 화상을 입은 듯하다. 얼굴로 화상을 입어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체형으로 봤을 때 강세헌은 아니었기 때문에 송연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다시 뭔가를 생각한 듯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눈앞의 사람이 이 지경으로 되었으니 그럼 세헌 씨도...?’그 생각에 송연아는 겁이 나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심재경이 그녀를 부축하고는 말했다.“연아야.”송연아가 웅크려 앉더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계속 찾으라고 해요.”진원우가 말했다.“다들 계속 찾고 있어요.”워낙 어두웠기에 조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시간이 너무 늦어 노르웨이 경찰 측과 한국 대사관 측에서는 수색과 구조를 잠시 중단했다.하지만 송연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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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송연아도 진원우가 임지훈의 이름을 부른 걸 듣고서는 미친 듯이 뛰어오더니 진원우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누구 전화예요?”진원우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손을 송연아의 팔을 쓰다듬으며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했다.그리고 다시 휴대폰에 대고 물었다.“임지훈, 정말 너 맞아?”그는 자기가 환청을 한 게 아닌지 의심되었다.“맞아.”진원우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물었다.“지금 어디에 있어?”“나 프랑스에 있어...”“잠깐만.”진원우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프랑스에 있다고?”“그래.”임지훈이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또 다급하게 물었다.“나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너 지금 어디에 있어? 지금 바로 찾으러 갈게.”“대표님과 탄 비행기가 노르웨이에서 추락했어. 그래서 여기서 대표님과 너를 찾던 중이었어. 그러니 내가 어디에 있겠어?”“얼른 돌아와.”임지훈이 다급하게 재촉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진원우가 어리둥절했다.“상황이 복잡하니까 만나서 얘기해.”임지훈이 신신당부했다.“당장 돌아와. 대표님 거기 안 계시니까.”“그럼 어디에 있는데?”진원우가 물었다.“먼저 돌아와...”임지훈이 채 말을 마치지 않았는데 이쪽이 신호가 좋지 않아 더는 그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진원우는 전화를 끊은 후 송연아와 심재경을 보며 말했다.“대표님 괜찮으실 거예요. 방금 전화한 사람이 임지훈이에요.”송연아가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정말이에요?”진원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바로 돌아가죠. 임지훈이 그러는데 대표님 여기 안 계신대요.”희망이 보이자 송연아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다급하게 말해다.“빨리, 빨리 돌아가죠.”그녀는 너무 빨리 걸어 부은 발목에서 밀려온 고통 때문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심재경이 그녀의 빨갛게 부은 발목을 살펴보더니 손으로 만져보았다.그의 손길이 닿자 송연아는 더 아파져서 미간을 찌푸렸다.“뼈까지 다친 것 같은데.”심재경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세헌이를 찾기도 전에 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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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돌아가는 길에 송연아의 기분이 한껏 좋아진 것 같았다.며칠 여기저기 다니며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는데도 강세헌을 만날 생각에 흥분되면서도 기대로 가득 차 기운이 넘쳤다.심재경이 그녀에게 빵을 건네주며 말했다.“빵이라도 먹어. 그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세헌이 만나러 가도 되겠어?”송연아가 빵을 건네받고는 반박했다.“초라하긴 누가 초라해요.”강세헌이 무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심재경도 마음이 홀가분해졌다.“알겠다. 일부러 불쌍한 모습을 보이면서 강세헌의 연민을 사려는 거야?”송연아는 눈을 희번덕거렸다.“아주 소설을 쓰고 있네요.”송연아의 말에 심재경은 피식 웃었다.송연아는 빵 한 조각 다 먹은 후 물을 두 모금 더 마셨다.음식을 조금만 먹었는데도 힘이 솟았다.심재경은 그녀더러 좀 쉬라고 권하고 싶었지만 잔뜩 흥분한 그녀를 보고는 끝내 포기했다. 아마 그가 권한다고 해도 송연아는 흥분에 겨우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기다리는 시간은 항상 괴로운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헬리콥터가 일찍 도착하기만을 바랐다.송연아도 애가 탔는지 자꾸 시간을 확인했다....헬리콥터에서 내린 후 진원우는 바로 임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임지훈은 자기가 이미 리조트에 있다고 했다.그들은 바로 차를 타고 돌아갔고, 드디어 리조트에서 임지훈을 발견했다.그는 상처 난 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송연아가 물었다.“세헌 씨는 어디에 있어요?”임지훈이 대답했다.“몰라요.”“...”송연아도 진원우도 심재경도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세헌 씨랑 같이 있었던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세헌 씨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송연아가 다급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잘 설명해 봐요.”임지훈은 난처한 얼굴로 진원우와 심재경을 바라봤다.하지만 두 사람은 그를 도와주기는커녕 한 마디 더 거들었다.“우리도 알고 싶어.”임지훈은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적어도 송연아만큼은 알리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번 사고는 회사 일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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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임지훈이 계속 이렇게 머뭇거리니 송연아는 가슴이 답답했다.“할 말 있으면 바로 해요. 나 진짜 답답해서 속이 터질 수도 있어요.”송연아는 농담한 것이 아니라 진지한 얼굴을 보였다.“방금 비행기 추락 사고에 관한 뉴스를 봤어요...”“그런데요?”심재경도 덩달아 답답한 얼굴로 말했다.“포인트가 뭐죠?”임지훈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지금 포인트 말하려던 참이에요. 내 말을 끊지 말아 줄래요?”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그를 빤히 쳐다봤다.임지훈이 한참 망설이고는 끝내 입을 열었다.“주조종사가 낙하산을 편 걸 똑똑히 봤지만 뉴스에서는 사망했다고 했어요. 부조종사와 똑같은 사인으로요. 부조종사는 나에게 맞아 정신을 잃었으니 죽는 건 이상하지 않았지만 주조종사는 응당 나처럼 안전하게 착륙해야 했어요. 죽어도 그렇게 비참하게 죽진 않았겠죠.”진원우는 바로 임지훈의 뜻을 알아채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그 말은 주조종사가 살해를 당했다는 거야?”임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 말이에요.”“대표님에게 연락이 닿지 않은 게 설마...”진원우가 자기 추측을 입밖에 내뱉었다.임지훈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만약 민호준 쪽에서 주조종사를 찾아 살해했다면 그때 혼자 있던 강세헌을 찾았던 게 아닐까?임지훈은 강세헌이 민호준에게 잡혔을까 봐 두려웠다. 아니면 분명 연락이 닿을 텐데 말이다.송연아도 그의 뜻을 알아챘다.“그렇다고 집에서만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사람이 잡혔든 다쳤든 뭐든지 해야 할 거 아니에요?”그녀는 눈앞에 서 있는 세 명의 사내를 보며 말했다.“우리 따로따로 움직여. 나는 민호준 쪽을 알아볼 테니까 두 사람은 대표님 찾으러 가.”진원우가 임지훈과 심재경에게 말했다.임지훈과 심재경은 모두 동의했다.“그렇게 하지.”송연아가 말했다.“저도 재경 선배랑 비서님을 따라서 갈래요.”심재경이 그녀의 발목을 힐끔 보고는 말했다.“넌 집에서 쉬고 있어. 발목을 다쳤는데 우리를 따라오면 우리는 너까지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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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용의자는 송예걸의 배신을 원망해 체포될 때 송예걸을 향해 총을 쏘았다.양명섭은 송예걸을 구하기 위해 그의 앞을 막았는데 총알은 그의 등을 그대로 뚫어 나왔다.양명섭은 바로 병원에 실려 갔고 지금 응급처치 중이었다.총알은 심장과 아주 가까운 위치에 박혔기에 엘리트 흉부외과 의사만이 그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한다.수술 위험이 너무나도 컸기에 병원에서는 수술 방안을 찾기 위해 회의하기 시작했다.안이슬은 체포 작전이 오늘 진행되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집에 있는 동안 아무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작전 중인 양명섭을 방해할까 봐 먼저 전화도 걸지 못했다.도저히 집에서 기다릴 수 없어 안이슬은 경찰서로 향했다.위층에서는 범인에 대한 심문이 진행되고 있었다.그 사실을 알고서야 안이슬은 작전이 끝난 걸 알고 조금 마음이 놓였다.이번 작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스파이인 송예걸일 것이다. 그는 범인 곁에 잠복했기에 발각되면 즉시 총살당할 수도 있었다.안이슬은 양명섭의 팀원인 이태민을 찾아가고는 물었다.“이번 작전 성공적으로 끝났죠?”이태민은 병원에 실려가 위급한 상태인 양명섭을 떠올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네.”그는 겨우 대답했다.안이슬이 또 물었다.“스파이도 무사하죠?”“네, 안전하게 돌아왔습니다.”이태민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테이블만 닦으며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송예걸이 무사하다는 말에 안이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송예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더라면 그녀는 송연아를 볼 면목이 없을 것이다.“그럼 팀장님에게 전해줘요, 저녁에 일찍 돌아오라고요.”이태민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안이슬이 뭔가를 떠올린 듯 다시 고개를 돌려 이태민을 보고는 물었다.“오늘 체포 작전 성공적으로 끝난 거 맞죠? 명섭 씨가 일찍 들어올 수 있는 거 맞죠?”이태민은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양명섭은 오늘 분명 돌아가지 못할 게 뻔한데, 그렇다고 그는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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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송연아는 지금 국내에 없었지만 다급한 안이슬을 알아채고 물었다.“예걸이한테 무슨 일이 있어요?”“아니, 명...섭 씨야. 연아야, 나 시간이 얼마 없어. 빨리 좀...”“이슬 언니, 아기 나와요?”“응. 명섭 씨가 총 맞았어. 듣기로는... 총알이 심장이랑 되게 가깝다고 하던데...명섭 씨한테 무슨 일 생기면 안 돼...”송연아는 자신이 지금 국내에 없다는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해 대답했다.“알겠어요. 바로 갈게요.”송연아는 전화를 끊고 바로 진원우한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송연아는 자신이 지금 당장 간다고 해도 10시간은 넘어 걸린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오래 걸리기에 골든 타임을 무조건 놓칠 것이다.송연아는 바로 정경봉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믿을만한 정경봉이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원장님...”“경봉 씨,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지금 내 말 잘 들어요. 지금 유 주임과 함께 당장 우신시로 한번 가주세요. 구체적 주소는 이따가 보내드릴게요.”송연아는 유 주임에게 원장의 자리를 넘겨준 이유는 유 주임이 여러 방면에서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송연아는 유 주임의 이력서를 봤었는데 그는 예전에 흉부외과에서 1순위의 집도의였다. 그러니 기술은 더 말할 게 없을 것이다.정경봉도 눈치채고 더 묻지 않고 대답했다.“바로 갈게요.”“응.”송연아는 전화를 끊고 다시 안이슬한테 전화를 했는데 이번에는 안이슬이 받지 않고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송연아는 안이슬의 신음을 들었다. 애써 참고 있는 듯한데 그 고통이 엄청날 것이다. 송연아도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니까 얼마나 아픈지 잘 알고 있다. 송연아는 침착하게 물었다.“양명섭 씨는 어느 병원에 있어요?”“우신시 아성 병원이요.”그쪽에서 대답하자 송연아가 말했다.“제가 아는 의사 한 분을 보냈어요. 흉부외과 전문의입니다. 이분이 도착하면 마중 나가서 병원으로 들어가게 해주세요. 양명섭 씨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만, 이슬 언니가 저한테 전화했다는 건 아주 위급한 상황이란 걸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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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송연아는 재빨리 간단하게 발목의 상처를 처리하고는 집을 나서려는데 찬이가 달려와서 송연아의 다리를 붙잡았다.“엄마, 어디 가요? 저랑 같이 놀면 안 돼요? 저는 여기가 정말 좋아요. 재밌는 게 너무 많아요.”송연아는 다정하게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는 일 보러 가야 해. 집에서 외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찬이는 눈을 깜박였다.“엄마...”이영이 찬이를 안아 들었다.“사모님, 가족들 안전은 제가 잘 책임질게요.”송연아는 이영을 믿고 있으므로 고개를 끄덕였다.“수고 많으세요.”“마땅히 제가 할 일인걸요.”이영이 말했다. 송연아는 걸음을 옮겨 계단을 내려갔다.“사모님...”이영이 송연아를 불러세워 송연아가 고개를 돌렸다.“네?”이영은 돌아서서 방안으로 가더니 약을 한 통 가져와서 송연아에게 줬다.“저희처럼 경호원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약을 가지고 다니거든요. 발목이 부은 것 같은데 이걸 몇 번씩 뿌리면 부기가 가라앉고 멍든 게 사라질 거예요.”송연아는 그것을 받아들고 말했다.“고마워요.”이영은 그럴 필요 없다고 얘기했다.송연아가 문을 나서자 진원우가 도착해 있었고 송연아는 차에 타서 바로 공항으로 갔다. 가는 길에 송연아가 말했다.“세헌 씨 소식이 있으면 바로 저한테 알려주세요.”진원우가 대답했다.“그럴게요.”송연아는 시선을 내렸는데 두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강세헌도 걱정되고 안이슬도 걱정됐다. 공항에 도착하여 한참 지난 후에야 탑승 알림이 들려왔다. 진원우가 물었다.“돌아오는 티켓을 예약할까요?”송연아는 언제 돌아올지 몰라서 말했다.“돌아오는 티켓은 제가 혼자 예약할게요. 세헌 씨의 행방을 찾는 데 집중해주세요.”송연아가 진원우한테 가는 티켓을 예약해달라고 한 이유는 진원우가 그녀를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돌아오는 건 그를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다. 진원우가 대답했다.“네.”송연아는 탑승 절차를 하러 갔다....국내에서는 유 주임이 빠르게 우신시에 도착해서 이태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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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안이슬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여 경무관은 거절하지 못해 다시 수술실로 가서 상황을 물었다. 여전히 수술은 진행 중이었는데 이태민은 그녀가 또 온 것을 보고 물었다.“낳았어?”여 경무관은 고개를 저었다.“의사 선생님이 난산일 거라고 제왕절개를 권했는데 거부했어. 내가 보기에는 양 팀장님 소식 기다리는 것 같아. 만약 양 팀장님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살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 같아...”이태민은 이 말을 듣고 화가 차올랐다.“내가 설득할게.”이태민은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산부인과로 향했다. 여 경무관도 뒤따랐다.이태민은 의사의 동의하에 분만실로 들어섰다. “형수님, 양 팀장님 지금 생사 위기에 있는데 팀장님 아이라도 무사하게 태어나야죠. 팀장님 아이라도 이 세상에 남겨주어야 하죠...”안이슬은 허약하게 눈을 감아버렸다. 안이슬은 이런 설득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만약 배 속의 아이가 양명섭의 아이라면 당연히 수술하려고 할 것이다.지금, 이 순간 안이슬은 애초에 아이를 지우지 말라고 하던 양명섭의 말을 들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이 아이가 없다면 지금 이렇게 괴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만약 양명섭이 죽는다면 안이슬은 그를 위해 이 세상에 아무것도 남겨주지 못한 것이다.“형수님...”이태민은 급해서 미칠 것 같았다.“형수님 친구분이 와서 양 팀장님 수술을 하고 있기에 별일 없을 거예요. 형수님 친구분 믿으셔야죠!”이태민은 유 주임도 안이슬의 친구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친구가 맞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안이슬이 제왕절개를 동의하게 설득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는 배 속의 아이가 위험한 것은 물론이고 어른도 난산 때문에 죽을 위험이 있다. 안이슬이 중얼거렸다.“연아가 왔어?”“...”온 사람은 안이슬이 말하는 연아가 아니라 남자지만 이태민은 안이슬을 안심하게 하려고 이렇게 말했다.“네, 그분이 말하길 수술 성공확률이 아주 높아서 걱정하지 말고 아기를 출산하라고 했습니다.”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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