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14화

작가: 김세라
송연아도 진원우가 임지훈의 이름을 부른 걸 듣고서는 미친 듯이 뛰어오더니 진원우의 팔을 잡으며 물었다.

“누구 전화예요?”

진원우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손을 송연아의 팔을 쓰다듬으며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휴대폰에 대고 물었다.

“임지훈, 정말 너 맞아?”

그는 자기가 환청을 한 게 아닌지 의심되었다.

“맞아.”

진원우가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물었다.

“지금 어디에 있어?”

“나 프랑스에 있어...”

“잠깐만.”

진원우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프랑스에 있다고?”

“그래.”

임지훈이 단호하게 대답하고는 또 다급하게 물었다.

“나 급한 일이 있어서 그러는데 너 지금 어디에 있어? 지금 바로 찾으러 갈게.”

“대표님과 탄 비행기가 노르웨이에서 추락했어. 그래서 여기서 대표님과 너를 찾던 중이었어. 그러니 내가 어디에 있겠어?”

“얼른 돌아와.”

임지훈이 다급하게 재촉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진원우가 어리둥절했다.

“상황이 복잡하니까 만나서 얘기해.”

임지훈이 신신당부했다.

“당장 돌아와. 대표님 거기 안 계시니까.”

“그럼 어디에 있는데?”

진원우가 물었다.

“먼저 돌아와...”

임지훈이 채 말을 마치지 않았는데 이쪽이 신호가 좋지 않아 더는 그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진원우는 전화를 끊은 후 송연아와 심재경을 보며 말했다.

“대표님 괜찮으실 거예요. 방금 전화한 사람이 임지훈이에요.”

송연아가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이에요?”

진원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바로 돌아가죠. 임지훈이 그러는데 대표님 여기 안 계신대요.”

희망이 보이자 송연아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다급하게 말해다.

“빨리, 빨리 돌아가죠.”

그녀는 너무 빨리 걸어 부은 발목에서 밀려온 고통 때문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재경이 그녀의 빨갛게 부은 발목을 살펴보더니 손으로 만져보았다.

그의 손길이 닿자 송연아는 더 아파져서 미간을 찌푸렸다.

“뼈까지 다친 것 같은데.”

심재경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세헌이를 찾기도 전에 너부터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915화

    돌아가는 길에 송연아의 기분이 한껏 좋아진 것 같았다.며칠 여기저기 다니며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는데도 강세헌을 만날 생각에 흥분되면서도 기대로 가득 차 기운이 넘쳤다.심재경이 그녀에게 빵을 건네주며 말했다.“빵이라도 먹어. 그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세헌이 만나러 가도 되겠어?”송연아가 빵을 건네받고는 반박했다.“초라하긴 누가 초라해요.”강세헌이 무사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심재경도 마음이 홀가분해졌다.“알겠다. 일부러 불쌍한 모습을 보이면서 강세헌의 연민을 사려는 거야?”송연아는 눈을 희번덕거렸다.“아주 소설을 쓰고 있네요.”송연아의 말에 심재경은 피식 웃었다.송연아는 빵 한 조각 다 먹은 후 물을 두 모금 더 마셨다.음식을 조금만 먹었는데도 힘이 솟았다.심재경은 그녀더러 좀 쉬라고 권하고 싶었지만 잔뜩 흥분한 그녀를 보고는 끝내 포기했다. 아마 그가 권한다고 해도 송연아는 흥분에 겨우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기다리는 시간은 항상 괴로운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헬리콥터가 일찍 도착하기만을 바랐다.송연아도 애가 탔는지 자꾸 시간을 확인했다....헬리콥터에서 내린 후 진원우는 바로 임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임지훈은 자기가 이미 리조트에 있다고 했다.그들은 바로 차를 타고 돌아갔고, 드디어 리조트에서 임지훈을 발견했다.그는 상처 난 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송연아가 물었다.“세헌 씨는 어디에 있어요?”임지훈이 대답했다.“몰라요.”“...”송연아도 진원우도 심재경도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세헌 씨랑 같이 있었던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세헌 씨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송연아가 다급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잘 설명해 봐요.”임지훈은 난처한 얼굴로 진원우와 심재경을 바라봤다.하지만 두 사람은 그를 도와주기는커녕 한 마디 더 거들었다.“우리도 알고 싶어.”임지훈은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적어도 송연아만큼은 알리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번 사고는 회사 일 때문에

  • 미친 그날 밤   제916화

    임지훈이 계속 이렇게 머뭇거리니 송연아는 가슴이 답답했다.“할 말 있으면 바로 해요. 나 진짜 답답해서 속이 터질 수도 있어요.”송연아는 농담한 것이 아니라 진지한 얼굴을 보였다.“방금 비행기 추락 사고에 관한 뉴스를 봤어요...”“그런데요?”심재경도 덩달아 답답한 얼굴로 말했다.“포인트가 뭐죠?”임지훈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지금 포인트 말하려던 참이에요. 내 말을 끊지 말아 줄래요?”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그를 빤히 쳐다봤다.임지훈이 한참 망설이고는 끝내 입을 열었다.“주조종사가 낙하산을 편 걸 똑똑히 봤지만 뉴스에서는 사망했다고 했어요. 부조종사와 똑같은 사인으로요. 부조종사는 나에게 맞아 정신을 잃었으니 죽는 건 이상하지 않았지만 주조종사는 응당 나처럼 안전하게 착륙해야 했어요. 죽어도 그렇게 비참하게 죽진 않았겠죠.”진원우는 바로 임지훈의 뜻을 알아채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그 말은 주조종사가 살해를 당했다는 거야?”임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 말이에요.”“대표님에게 연락이 닿지 않은 게 설마...”진원우가 자기 추측을 입밖에 내뱉었다.임지훈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만약 민호준 쪽에서 주조종사를 찾아 살해했다면 그때 혼자 있던 강세헌을 찾았던 게 아닐까?임지훈은 강세헌이 민호준에게 잡혔을까 봐 두려웠다. 아니면 분명 연락이 닿을 텐데 말이다.송연아도 그의 뜻을 알아챘다.“그렇다고 집에서만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사람이 잡혔든 다쳤든 뭐든지 해야 할 거 아니에요?”그녀는 눈앞에 서 있는 세 명의 사내를 보며 말했다.“우리 따로따로 움직여. 나는 민호준 쪽을 알아볼 테니까 두 사람은 대표님 찾으러 가.”진원우가 임지훈과 심재경에게 말했다.임지훈과 심재경은 모두 동의했다.“그렇게 하지.”송연아가 말했다.“저도 재경 선배랑 비서님을 따라서 갈래요.”심재경이 그녀의 발목을 힐끔 보고는 말했다.“넌 집에서 쉬고 있어. 발목을 다쳤는데 우리를 따라오면 우리는 너까지 챙겨야

  • 미친 그날 밤   제917화

    용의자는 송예걸의 배신을 원망해 체포될 때 송예걸을 향해 총을 쏘았다.양명섭은 송예걸을 구하기 위해 그의 앞을 막았는데 총알은 그의 등을 그대로 뚫어 나왔다.양명섭은 바로 병원에 실려 갔고 지금 응급처치 중이었다.총알은 심장과 아주 가까운 위치에 박혔기에 엘리트 흉부외과 의사만이 그 수술을 할 수 있다고 한다.수술 위험이 너무나도 컸기에 병원에서는 수술 방안을 찾기 위해 회의하기 시작했다.안이슬은 체포 작전이 오늘 진행되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집에 있는 동안 아무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작전 중인 양명섭을 방해할까 봐 먼저 전화도 걸지 못했다.도저히 집에서 기다릴 수 없어 안이슬은 경찰서로 향했다.위층에서는 범인에 대한 심문이 진행되고 있었다.그 사실을 알고서야 안이슬은 작전이 끝난 걸 알고 조금 마음이 놓였다.이번 작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스파이인 송예걸일 것이다. 그는 범인 곁에 잠복했기에 발각되면 즉시 총살당할 수도 있었다.안이슬은 양명섭의 팀원인 이태민을 찾아가고는 물었다.“이번 작전 성공적으로 끝났죠?”이태민은 병원에 실려가 위급한 상태인 양명섭을 떠올리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네.”그는 겨우 대답했다.안이슬이 또 물었다.“스파이도 무사하죠?”“네, 안전하게 돌아왔습니다.”이태민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테이블만 닦으며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송예걸이 무사하다는 말에 안이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송예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더라면 그녀는 송연아를 볼 면목이 없을 것이다.“그럼 팀장님에게 전해줘요, 저녁에 일찍 돌아오라고요.”이태민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안이슬이 뭔가를 떠올린 듯 다시 고개를 돌려 이태민을 보고는 물었다.“오늘 체포 작전 성공적으로 끝난 거 맞죠? 명섭 씨가 일찍 들어올 수 있는 거 맞죠?”이태민은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양명섭은 오늘 분명 돌아가지 못할 게 뻔한데, 그렇다고 그는 출산

  • 미친 그날 밤   제918화

    송연아는 지금 국내에 없었지만 다급한 안이슬을 알아채고 물었다.“예걸이한테 무슨 일이 있어요?”“아니, 명...섭 씨야. 연아야, 나 시간이 얼마 없어. 빨리 좀...”“이슬 언니, 아기 나와요?”“응. 명섭 씨가 총 맞았어. 듣기로는... 총알이 심장이랑 되게 가깝다고 하던데...명섭 씨한테 무슨 일 생기면 안 돼...”송연아는 자신이 지금 국내에 없다는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해 대답했다.“알겠어요. 바로 갈게요.”송연아는 전화를 끊고 바로 진원우한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송연아는 자신이 지금 당장 간다고 해도 10시간은 넘어 걸린다는 걸 깨달았다. 너무 오래 걸리기에 골든 타임을 무조건 놓칠 것이다.송연아는 바로 정경봉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믿을만한 정경봉이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원장님...”“경봉 씨,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지금 내 말 잘 들어요. 지금 유 주임과 함께 당장 우신시로 한번 가주세요. 구체적 주소는 이따가 보내드릴게요.”송연아는 유 주임에게 원장의 자리를 넘겨준 이유는 유 주임이 여러 방면에서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송연아는 유 주임의 이력서를 봤었는데 그는 예전에 흉부외과에서 1순위의 집도의였다. 그러니 기술은 더 말할 게 없을 것이다.정경봉도 눈치채고 더 묻지 않고 대답했다.“바로 갈게요.”“응.”송연아는 전화를 끊고 다시 안이슬한테 전화를 했는데 이번에는 안이슬이 받지 않고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송연아는 안이슬의 신음을 들었다. 애써 참고 있는 듯한데 그 고통이 엄청날 것이다. 송연아도 아이를 낳아본 사람이니까 얼마나 아픈지 잘 알고 있다. 송연아는 침착하게 물었다.“양명섭 씨는 어느 병원에 있어요?”“우신시 아성 병원이요.”그쪽에서 대답하자 송연아가 말했다.“제가 아는 의사 한 분을 보냈어요. 흉부외과 전문의입니다. 이분이 도착하면 마중 나가서 병원으로 들어가게 해주세요. 양명섭 씨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만, 이슬 언니가 저한테 전화했다는 건 아주 위급한 상황이란 걸 알아

  • 미친 그날 밤   제919화

    송연아는 재빨리 간단하게 발목의 상처를 처리하고는 집을 나서려는데 찬이가 달려와서 송연아의 다리를 붙잡았다.“엄마, 어디 가요? 저랑 같이 놀면 안 돼요? 저는 여기가 정말 좋아요. 재밌는 게 너무 많아요.”송연아는 다정하게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는 일 보러 가야 해. 집에서 외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찬이는 눈을 깜박였다.“엄마...”이영이 찬이를 안아 들었다.“사모님, 가족들 안전은 제가 잘 책임질게요.”송연아는 이영을 믿고 있으므로 고개를 끄덕였다.“수고 많으세요.”“마땅히 제가 할 일인걸요.”이영이 말했다. 송연아는 걸음을 옮겨 계단을 내려갔다.“사모님...”이영이 송연아를 불러세워 송연아가 고개를 돌렸다.“네?”이영은 돌아서서 방안으로 가더니 약을 한 통 가져와서 송연아에게 줬다.“저희처럼 경호원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약을 가지고 다니거든요. 발목이 부은 것 같은데 이걸 몇 번씩 뿌리면 부기가 가라앉고 멍든 게 사라질 거예요.”송연아는 그것을 받아들고 말했다.“고마워요.”이영은 그럴 필요 없다고 얘기했다.송연아가 문을 나서자 진원우가 도착해 있었고 송연아는 차에 타서 바로 공항으로 갔다. 가는 길에 송연아가 말했다.“세헌 씨 소식이 있으면 바로 저한테 알려주세요.”진원우가 대답했다.“그럴게요.”송연아는 시선을 내렸는데 두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강세헌도 걱정되고 안이슬도 걱정됐다. 공항에 도착하여 한참 지난 후에야 탑승 알림이 들려왔다. 진원우가 물었다.“돌아오는 티켓을 예약할까요?”송연아는 언제 돌아올지 몰라서 말했다.“돌아오는 티켓은 제가 혼자 예약할게요. 세헌 씨의 행방을 찾는 데 집중해주세요.”송연아가 진원우한테 가는 티켓을 예약해달라고 한 이유는 진원우가 그녀를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돌아오는 건 그를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다. 진원우가 대답했다.“네.”송연아는 탑승 절차를 하러 갔다....국내에서는 유 주임이 빠르게 우신시에 도착해서 이태민이

  • 미친 그날 밤   제920화

    안이슬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여 경무관은 거절하지 못해 다시 수술실로 가서 상황을 물었다. 여전히 수술은 진행 중이었는데 이태민은 그녀가 또 온 것을 보고 물었다.“낳았어?”여 경무관은 고개를 저었다.“의사 선생님이 난산일 거라고 제왕절개를 권했는데 거부했어. 내가 보기에는 양 팀장님 소식 기다리는 것 같아. 만약 양 팀장님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살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 같아...”이태민은 이 말을 듣고 화가 차올랐다.“내가 설득할게.”이태민은 빠른 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산부인과로 향했다. 여 경무관도 뒤따랐다.이태민은 의사의 동의하에 분만실로 들어섰다. “형수님, 양 팀장님 지금 생사 위기에 있는데 팀장님 아이라도 무사하게 태어나야죠. 팀장님 아이라도 이 세상에 남겨주어야 하죠...”안이슬은 허약하게 눈을 감아버렸다. 안이슬은 이런 설득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만약 배 속의 아이가 양명섭의 아이라면 당연히 수술하려고 할 것이다.지금, 이 순간 안이슬은 애초에 아이를 지우지 말라고 하던 양명섭의 말을 들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이 아이가 없다면 지금 이렇게 괴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만약 양명섭이 죽는다면 안이슬은 그를 위해 이 세상에 아무것도 남겨주지 못한 것이다.“형수님...”이태민은 급해서 미칠 것 같았다.“형수님 친구분이 와서 양 팀장님 수술을 하고 있기에 별일 없을 거예요. 형수님 친구분 믿으셔야죠!”이태민은 유 주임도 안이슬의 친구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친구가 맞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안이슬이 제왕절개를 동의하게 설득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는 배 속의 아이가 위험한 것은 물론이고 어른도 난산 때문에 죽을 위험이 있다. 안이슬이 중얼거렸다.“연아가 왔어?”“...”온 사람은 안이슬이 말하는 연아가 아니라 남자지만 이태민은 안이슬을 안심하게 하려고 이렇게 말했다.“네, 그분이 말하길 수술 성공확률이 아주 높아서 걱정하지 말고 아기를 출산하라고 했습니다.”안이

  • 미친 그날 밤   제921화

    이태민은 듣지 않았다. 그는 안이슬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쌍방은 대치상태에 들어갔는데, 여 경무관이 번뜩 생각이 들어 전화를 받는 척하며 말했다.“여보세요.”“아, 수술 끝났어요?”“괜찮다고 하니 정말 다행입니다.”이태민은 두 눈이 번쩍였다.“양 팀장님 수술 끝났어?”여 경무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수술이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안이슬은 손을 내리고 안도의 미소를 지었지만, 눈가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안이슬은 갈라 터진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별일 없다니 다행이야.”“이제 수술하러 가도 되죠?”이태민이 묻는 말에 안이슬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묵인한 것이다. 안이슬은 수술실로 실려 가서 제왕절개를 진행했다. 이태민이 뒤돌아 가려는데 여 경무관이 그를 잡았다.“이태민, 나 방금 거짓말했어.”이태민은 의아하게 그녀를 쳐다보면서 미간이 천천히 찌푸려졌다. 이태민은 서서히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그럼 방금 그 전화는...”“아무도 전화 온 적 없어.”여 경무관의 말에 이태민은 그래도 칭찬을 했다.“좋아, 잘했어.”이러지 않으면 안이슬은 수술을 받지 않을 것이다. 시간을 끌다가 둘 다 죽기를 기다리는 건 안 될 일이다. 이태민은 긴 의자에 앉아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속으로는 양 팀장과 안이슬이 무사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이 부부에게 오늘이 참 험난하네.”여 경무관의 말에 이태민이 동의했다.“그러게 말이야.”“양 팀장님과 형수님의 사이가 이렇게까지 좋을 줄 몰랐어.”안이슬이 양명섭이 죽으면 자기도 살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태민의 마음속에는 큰 요동이 일렀다. 둘 사이의 감정이 이 정도로 깊을 줄 몰랐다. 이렇게까지 애절한 두 사람한테 절대 무슨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한 시간이 넘어 지나고 안이슬은 제왕절개로 여아를 출산했다. 배 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몸에는 여러 군데 멍 자국이 있어서 신생아검사를 하러 보내졌다.이태민은 감개무량해서 말했다.“여자애도 좋지.”적어도 양명섭에

  • 미친 그날 밤   제922화

    송연아는 시선을 깔며 눈가의 슬픔을 가렸다.“세헌 씨가 딸을 되게 좋아해요.”안이슬은 잠시 침묵했다.“왜 그렇게 만족을 몰라?”“세헌 씨는 아무 얘기 안 했어요. 제가 세헌 씨한테 딸을 안겨주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거예요.”송연아가 작게 말하자 안이슬이 말했다.“넌 생각이 너무 많아. 세헌 씨가 별말을 안 했는데 왜 스스로 자기한테 스트레스를 주는 거야?”송연아가 웃었다.“네, 만족을 모르는 건 저예요. 됐어요?”“원래 네가 만족을 잘 모르는 거야. 네가 딸을 낳았으면 아들을 또 갖고 싶었을 거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거지. 그러니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마.”안이슬은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연아야, 나는 명섭 씨랑 이렇게 평범하게 여기서 평생을 살고 싶어.”송연아가 말했다.“그럴 거예요. 명섭 씨 수술 성공적으로 아주 잘 끝났어요.”안이슬은 입술을 깨물었고 송연아는 사과를 건넸다. 송연아는 이태민한테서 일의 자초지종을 전해 들었는데 양명섭이 아니었으면 총을 맞은 사람은 송예걸이었다고 한다. 아무쪼록 송예걸이 그들을 번거롭게 만든 것이니 송연아가 한숨을 쉬고 말했다.“예걸이가 이렇게 큰 사고를 칠 줄 몰랐어요.”안이슬이 위로하며 말했다.“아직 어리잖아.”송예걸은 나쁜 길에 들어섰다...송연아가 말했다.“이번 일은 교훈이 너무 커요. 그 애의 평생은 그저 이렇게 망하는 거잖아요?”안이슬은 침묵했다. 송예걸이 공을 세운 건 맞지만 이번 일은 사건이 중대하여 감옥살이하는 건 절대 면치 못할 것이다. 다만 시간이 길고 짧음의 문제인 것이지. 공을 세웠으니 재판에서 정상을 참작할 것이고 감옥에서 모범수로 생활하면 감형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괜찮은 결과인 것이다.송연아도 인정했다. 이러한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본인이 저지른 일은 본인이 감당해야 하고 이번 일을 겪고 그도 성숙해야 한다.“나가서 먹을 것 좀 사 올게요.”송연아가 몸을 일으키며 했다. 안이슬도 확실히 좀 배가 고팠다. 제왕절개 수술이라고 해도 6시간

최신 챕터

  • 미친 그날 밤   제1265화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 미친 그날 밤   제1264화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 미친 그날 밤   제1263화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 미친 그날 밤   제1262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 미친 그날 밤   제1261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 미친 그날 밤   제1260화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 미친 그날 밤   제1259화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 미친 그날 밤   제1258화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 미친 그날 밤   제1257화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