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그날 밤의 모든 챕터: 챕터 901 - 챕터 910

1265 챕터

제901화

저녁 12시.한밤중의 바닷가, 반짝이는 해면 위로 바닷바람이 살살 불었고, 짜고 비릿한 바닷냄새가 스쳐 지나갔다.날씨는 몸이 떨릴 정도로 추웠다.컨테이너 안에 숨어 있던 경찰은 꼼짝하지 않고 집중해서 바깥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잠복 요원이 준 정보 덕에 그들은 용의선상에 있는 배를 확정할 수 있었다.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들은 바로 배 안의 사람들을 포위하고 체포할 것이다.범죄자들의 생각은 너무 뻔히 보였다. 그들은 배를 공해 구역으로 몰아 거래할 셈이었다.그래서 경찰들은 미리 움직여야 했다. 바다 위에서는 육지에서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없으니 배가 도망가기 전에 일거에 체포해야 한다.그들이 지켜보고 있던 배가 움직이자 부국장은 바로 그 배를 포위하고 안에 있는 사람들을 체포하라고 명령했다.그들이 거래한 물건은 다른 사람을 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도 해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사람을 죽인 전적도 있었기에 체포되면 최소 십여 년, 혹은 수십 년의 옥살이를 해야 했다. 그러니 별다른 선택이 없는 그들은 체포될 위험을 감수하고도 경찰과 맞서 싸우려고 했다.그렇게 치열한 전투가 시작됐다.총소리가 밤하늘을 가르자 그 소리는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샀다.그렇게 많은 이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되었다.다행히 격렬한 전투 끝에 배 위에 있던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체포되었다.하지만 경찰 쪽에서도 희생을 치렀다.양명섭은 사람들을 데리고 배 위에 올라갔는데 그는 팀장으로서 앞장서야 했다.다행히 찰과상을 입었을 뿐이지,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상처를 치료하니 움직이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경찰은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배 위에는 조직의 우두머리가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람은 내가 심문할게.”양명섭이 검은색 후드를 입은 채 벽에 기대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말하고는 검은색 후드를 입은 남자를 데리고 취조실로 향했다.양명섭이 말했다.“나 먼저 전화를 한 통 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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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누구 아이예요?”안이슬은 앞으로 걸어가서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혹시 법에 어긋난 짓을 했어?”송예걸은 눈이 벌게진 채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혹시 심재경 그놈이랑 재결합한 거예요?”젓가락으로 만두를 집던 양명섭이 그 말을 듣고는 흠칫했다. 그리고 또 아무것도 못 들은 척 계속 만두를 먹었다.안이슬은 인내심 있게 그를 바라봤다.“내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네 일이나 똑바로 말해. 그래야 널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생각할 테니까.”“하하.”송예걸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나를 구한다고요? 어떻게요? 법을 어기면서 나를 구할 거예요? 그럴 권력이 있어요?”안이슬이 그의 어깨를 움켜쥐며 말했다.“예걸아...”“나 부르지 마요!”격분한 송예걸은 소리를 질렀고 양명섭이 고개를 들었다.“만약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 이슬아, 너 먼저 나가 있어.”안이슬이 고개를 돌렸다.“명섭 씨, 나 시간 좀 줘...”“엄청 예민하게 구는 거 못 봤어? 어차피 얘기해도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야.”송예걸은 양명섭과 안이슬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고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며 물었다.“두 사람...”“우리 부부 사이야.”양명섭의 말에 송예걸은 그대로 굳어졌다.그의 눈빛 속에 담겼던 분노는 서서히 사라지고 오로지 충격과 놀라움만이 남았다.안이슬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송예걸에게 말했다.“이 사람 말이 맞아. 우리 결혼했어. 내 배 속의 아이는... 이 사람 아이야.”“하, 하하.”송예걸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심재경만 아니면 돼요.”그는 안이슬과 심재경이 재결합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심재경과 그의 가족이 안이슬에게 그렇게 많은 상처를 안겨줬는데도 안이슬이 심재경을 용서한다면 송예걸은 울화통이 터질 것이다.제복을 입고 늠름한 모습의 양명섭은 안정감 있어 보였다.송예걸도 안이슬이 왜 눈앞의 남자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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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안이슬은 다시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말을 더듬거렸다.“그래도 감옥에 가야 하는 거야?”“옥살이는 무조건 해야 할 거야.”하지만 양명섭은 계속 그녀를 위로했다.“그래도 목숨을 반쯤 잃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안이슬이 송예걸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게...”“네, 그렇게 할게요.”송예걸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그는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커버한다고 해도 처벌은 무조건 받을 것이다. 양명섭의 방법은 실로 현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먼저 돌아가, 나머지는 나에게 맡겨.”양명섭이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안이슬도 자신이 여기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양명섭에게 폐가 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양명섭이라면 안이슬도 마음이 놓였다.다만...그녀는 고개를 돌려 송예걸을 바라봤다.송예걸은 그녀를 보더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돌아가요.”안이슬은 취조실을 나섰고, 양명섭은 그녀를 경찰서 밖까지 바래다줬다.“나 아직 못 돌아가. 밤새 잘 자지도 못했을 텐데 돌아가서 좀 자. 이제 내가 돌아갈 때 음식을 챙겨 갈게.”양명섭의 말에 안이슬이 대답했다.“뭘 먹고 싶어? 내가 만들어 줄게.”“아니야. 임신하고 있는데 불편하잖아. 말 들어. 푹 쉬고. 여기는 내가 있잖아. 내가 될수록 적은 형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하고.”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양명섭이 경찰서로 돌아가고는 송예걸의 모든 자백을 받았다.그리고 스파이를 하겠다는 것도 윗선의 허락을 받았다.이제 남은 일은 그를 다시 조직으로 돌려보내는 거였다.송예걸은 경찰에게 잡히지 않고 도망가는 척 연기를 했고 스파이를 하며 경찰 쪽에서 동선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넘겼다....안이슬이 집으로 돌아간 후 무기력하게 침대 옆에 앉았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가서 음식을 만들었다.양명섭이 돌아왔을 때 그녀는 마침 요리를 끝냈다.“가서 손 씻고 와.”음식을 사 온 양명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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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양명섭이 말했다.“네가 너무 감정적이어서 스스로 고민을 떠안는 거야.”안이슬도 그를 따라 웃었다.“지금 나 칭찬하는 거야?”“아니, 아니. 사실 너무 감정적이어도 안 좋지. 감정적이면 주위 사람과 일에 쉽게 휘둘리잖아. 사람이 편안하게 살자면 먼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양명섭의 말에 안이슬은 미간을 구겼다.그럼 사람이 너무 매정해지는 거 아닌가?그래도 사람이 사는 동안 걱정해야 할 사람이 한두 명쯤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그녀는 양명섭을 바라보며 말했다.“사람이 왜 이렇게 매정해. 내가 죽으면 바로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거 아니야? 어차피 여자들은 다 비슷비슷하잖아.”“...”양명섭은 한참 동안 안이슬을 뚫어지게 쳐다봤다.“내 뜻은 그게 아니라.”안이슬이 웃으며 말했다.“농담한 거야. 깜짝 놀라긴.”양명섭도 웃는 안이슬을 따라 웃음을 터뜨렸다.안이슬이 처음 그와 함께 있을 때는 즐겁지도 않은데 애써 미소를 짜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안이슬의 웃음은 진심에서 우러나오고 있다.양명섭은 흐뭇한 마음에 그녀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됐어, 얼른 밥 먹어.”“응.”안이슬이 대답하며 젓가락을 들었다.밥을 먹은 양명섭은 자러 갔다. 어젯밤 밤새 잠을 못 잤으니 많이 피곤했다.안이슬은 테이블과 주방을 정리한 후 자는 양명섭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나가서 좀 걸으려고 했다. 의사가 많이 걸으면 나중에 출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했으니.그녀는 외투를 가지러 방에 들어갔는데 거즈로 감싼 양명섭의 팔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침대 쪽으로 향했다.깊게 잠들지 않은 양명섭은 누군가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눈을 희미하게 떴고 곧이어 안이슬의 얼굴이 점점 또렷하게 보였다.“이슬아?”안이슬이 물었다.“다쳤어?”양명섭이 대답했다.“찰과상이야, 걱정할 것 없어.”안이슬이 자책하면서 말했다.“나 진짜 아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인가 봐. 네가 다쳤는데도 모르고...”“아이고.”양명섭이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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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안이슬이 대답했다.“심각해.”송연아가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물었다.“어느 정도로 심각한데요?”안이슬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목숨을 반쯤 잃을 수도 있어.”그 말을 들은 송연아의 얼굴색이 확 바뀌었다.그녀는 윤이를 안은 채 자리에 앉았는데 다리에 힘이 탁 풀리는 것 같았다.윤이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을 툭툭 치다가, 또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장난을 쳤다.“연아야, 내가 너에게 이 얘기를 한 것도 네가 마음 준비를 단단히 했으면 해서야. 명섭 씨가 최선을 다해 방법을 강구할 거야.”안이슬의 말에 송연아가 대답했다.“그럼 두 사람에게 좀 부탁할게요, 예걸이를 좀 잘 챙겨주세요. 세헌 씨도 없고 집에서 아이 둘이나 돌봐야 해서 거기로 갈 수도 없어요...”“걱정하지 마, 나랑 명섭이가 최선을 다할 테니까.”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고마워요.”“고맙긴 뭘.”전화를 끊은 후 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집으로 들어갔다.하지만 윤이는 실내가 싫은지 안에 도착하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송연아는 어쩔 수 없이 밖에서 계속 그에게 걷는 방법을 가르쳐줬다.이때 진원우가 다급하게 걸어 들어왔다.송연아가 고개를 들고는 물었다.“어쩐 일로 오셨어요?”진원우는 그녀를 보더니 주춤거렸다.송연아가 말했다.“할 얘기가 있으면 해요.”하지만 진원우의 얼굴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쭈뼛쭈뼛 제자리에 서 있었다.송연아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물었다.“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이렇게 난감한 얼굴을 보이는 거예요?”진원우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대표님에게 사고가 생겼습니다.”송연아는 충격에 몸을 비틀거리더니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심장이 찢어진 듯이 아팠다.진원우는 바로 그녀를 의자 쪽으로 부축하고는 그녀의 품에 안긴 윤이를 받아 안았다.“형수님...”송연아는 숨이 턱턱 막혔다.방금 송예걸이 일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또 강세헌에게 사고가 생겼다니, 그녀는 갑작스럽게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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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진원우는 송연아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는데 그녀의 물음에는 더 대답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그녀의 마음을 더 불안하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다만...그는 사고 소식을 접한 후 바로 송연아에게 알리지 않고 그쪽에 사람을 먼저 보냈는데 전해진 소식에 의하면 비행기가 추락한 게 확실했다. 노르웨이 공역에서 떨어졌다고 한다.그리고 그가 송연아를 찾아오기 전 노르웨이의 초각봉 구역에서 비행기 잔해를 찾아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비행기는 사고가 적고 비교적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한 번 사고가 난다면 그 심각성은 실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그래서 진원우는 감히 송연아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희망을 크게 안을수록 실망도 크게 올 수 있으니 말이다.송연아는 무기력하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알겠으니까 가서 준비해요.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출발할 수 있을까요?”진원우가 대답했다.“네.”송연아는 윤이를 안아 들었는데 가슴이 후벼 파인 것처럼 허전했다.그녀는 윤이를 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면서 조금이라도 안정감을 찾으려고 했다.하지만 윤이는 불편한지 발버둥 쳤다. 송연아는 윤이가 울고서야 그가 불편해한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정신을 차리면서 손에 힘을 풀었다.한혜숙이 걸어 나오며 물었다.“왜 그래?”송연아는 멍하니 한혜숙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엄마, 가서 짐을 정리해요.”한혜숙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짐은 왜 준비해?”“우리 프랑스로 가요.”송연아가 대답했다.그녀가 애써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기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한혜숙은 한눈에 바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어?”송연아는 그저 한혜숙을 바라보고만 있었고, 혹시나 그녀가 감당할 수 없을까 봐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다.“세헌 씨가 진작 프랑스에 가서 살고 싶어 했잖아요. 그런데 제가 국내에서 일하고 있었으니 계속 지체했었죠. 이제 일도 그만두고 갈 수 있어요. 게다가 세헌 씨 본사도 프랑스에 있어서 프랑스에 가면 세헌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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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이영은 갑자기 일어난 송연아 때문에 놀라지 않고 오히려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사모님, 깨셨어요?”송연아가 멍하니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물었다.“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쓰러지셨어요.”이영이 말했다.송연아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점점 정신을 차리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이영은 송연아가 너무 허약해 보여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하려고 했는데 송연아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괜찮아요.”그녀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었다.이영은 내밀었던 손을 그대로 멈추고는 이내 손을 거둬들여 몸 뒤에 숨겼다.송연아가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말했다.“이영 씨.”“사모님,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시켜주세요.”이영이 공손하게 말했다.“이영 씨 도움이 필요하긴 한데 그 전에 물어볼 게 있어요.”“네, 물어보세요.”“나랑 같이 프랑스 갈 수 있어요?”이영은 강세헌이 고용한 사람이기에 두 사람은 분명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영이 자기와 함께 프랑스에 갈 수 있는지 송연아도 몰랐다.다만 그녀는 이영이 아주 필요한 게 사실이었다.오래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지만 이영의 능력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이영이 대답했다.“네, 당연히 되죠. 계약 기간 동안 사모님이 어디 계시면 저도 따라가야 하니까요.”“고마워요.”송연아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이영 씨가 필요했어요.”이영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네, 알겠어요.”“병원에 가서 아주머니 좀 데려오시겠어요?”오은화는 몸이 많이 회복되었다.송연아는 원래 오은화를 더 요양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워낙 비상 상황이라 그것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아주머니에게 한 번 물어보세요. 만약 아주머니가 가기 싫다고 하신다면 치료비는 그대로 계속 낼게요. 그리고 나갈 때 기사님에게도 물어보세요. 프랑스로 가겠는지. 가겠다고 하시면 지금 바로 짐을 챙기라고 하고, 거절하시면 나한테 와서 월급을 받아 가라고 해요.”송연아는 이번에 프랑스에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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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그녀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진원우는 강세헌을 따르던 것처럼 그녀를 바짝 따랐다.“사모님.”어떤 사람이 그녀를 발견하고는 인사를 건넸다.송연아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은 채 눈인사로 화답하고는 또 큰 목소리로 말했다.“원우 씨, 사람들에게 곧 회의가 열릴 거라고 알리세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곧장 강세헌 사무실로 향해 걸어갔다.그 말을 들은 어떤 사람이 진원우에게 다가가고는 물었다.“실장님, 사모님께서 회의를 여신대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대표님께서 사모님보고 회사 업무를 공부하기 시작하라고 권유했대요. 아마 그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일 거예요. 여러분들에게 잘 부탁한다며 인사하겠죠.”진원우가 말했다.“그래요?”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진원우에게 물었다.“사모님 서원연구센터 원장님이라면서요? 얼마 전에 휴대폰에서 사모님이 인터뷰를 한 영상을 봤어요. 그 영상이 얼마나 핫했는데요.”“사모님 벌써 일 그만두셨어요.”진원우가 말했다.“그런 거예요?”또 누군가가 다가오더니 물었다.“참 아쉽게 됐네요. 사실 다들 대표님이 사모님의 얼굴을 보고 결혼하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희 생각이 짧은 거였네요. 사모님께서 젊은 나이에 이런 엄청난 성과를 거두다니, 정말 대단하세요.”진원우는 이 틈을 타서 말했다.“사모님 예전에 미국의 미디브 연구센터에서 일했어요.”“미디브 연구센터 알아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최고급 연구센터잖아요.”진원우 옆에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모이기 시작했다. 다들 송연아에 대한 일이 많이 궁금한 모양이다. 아무래도 그녀는 강세헌의 여자였으니 주의를 끌어모을 수밖에 없었다.진원우가 대답했다.“네, 바로 그 연구센터예요. 사모님께서 귀국하신 후 서원연구센터 원장직을 맡으셨어요. 인공심장 개발에도 성공하셨고요. 그뿐만 아니라 사모님은 훌륭한 흉부외과 선생님이기도 하셨죠. 다만 일이 너무 바쁘시고, 또 대표님도 바쁘시기에 두 사람 모두 가정을 돌볼 시간이 없으세요. 그래서 사모님은 일을 그만두고 가정에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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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진원우가 의자를 당겨 주자 송연아는 자리에 앉았다.“여러분,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제가 여러분들을 지키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를 너무 어려워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사실 저는 회사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 공부하러 온 거예요.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으네 여러분들에게 잘 부탁드릴게요.”송연아는 비굴하지도, 자만하지도 않았다. 자기가 왜 이 회의를 열었는지 적당하게 잘 설명했다.다들 이미 진원우에게서 소식을 들었으니 너무 놀란 얼굴을 보이진 않았다.“사모님, 저희가 잘 부탁드려야죠.”송연아는 강세헌의 아내였기에 그녀의 미움을 사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모두 예의를 갖춰 대답했다.게다가 송연아는 공격적이지 않고 오히려 겸손한 모습을 보였으니 사람들이 굳이 그녀를 싫어할 이유도 없었다.송연아가 웃으면서 대답했다.“세헌 씨가 그러던데, 여러분들은 모두 회사의 기둥이라고. 많이 따라 배우면 무조건 얻는 게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제가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가정에 집중하기 위해서죠. 시간이 날 때나 회사로 와서 일을 배울 거예요. 물론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오는 것도 있겠지만, 세헌 씨가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세헌 씨가 진짜로 바쁜지 아닌지도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회사에 일이 많긴 해요. 대표님은 또 온라인으로 본사 쪽 일도 다 처리해야 하고요. 이번에 대표님이 자리를 비우신 것도 전에 인수한 한 회사에 문제가 생겨서예요. 지사에 모두 책임자도 있다고 하지만 큰 틀은 대표님께서 정하셔야죠.”송연아는 테이블 밑으로 무릎을 꽉 잡았다.그녀는 강세헌이 바쁜 것만 알았지, 단 한 번도 강세헌이 하는 일에 대해 알아본 적이 없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원래 일찍 일을 그만두고 집을 돌보면서 강세헌을 걱정하지 않게 해야 하는데 말이다.아무리 내심 불안하다고 해도 겉으로 그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되었다.송연아가 농담하듯이 말했다.“대표님 대신 무슨 일을 숨긴 건 아니시죠?”“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바쁘신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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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진원우는 백미러로 그녀를 힐끔 봤다.송연아가 보인 침착함과 논리는 그를 놀라게 했다.“완벽했어요.”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더는 미소가 걸리지 않았다.회사에서 보인 미소는 그녀가 억지로 짜낸 거짓 미소였다.지금 강세헌의 행방이 묘연하니 그녀는 정신을 차려야 했다.송연아는 힘껏 마른세수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도착할 때 마침 오은화가 이영의 차에서 내리는 걸 발견했다.“사모님.”오은화가 송연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같이 갈게요.”송연아가 말했다.“하지만 아주머니 몸이...”“다 나았어요.”오은화가 가슴팍을 두드리며 말했다.“봐봐요, 엄청 건강하잖아요.”송연아가 말했다.“그럼 그쪽에 도착하면 의사를 준비할게요.”“괜찮아요, 괜찮아요. 저 다 나았어요. 사모님이 계속 병원에 있으라고 하지 않으셨으면 저는 진작 퇴원했을 거예요. 매일 병원에만 있으니 어찌나 답답하던지. 참, 찬이를 보러 빨리 가야겠어요. 며칠 보지 못했더니 어찌나 보고 싶던지.”오은화가 종종걸음으로 집으로 걸어갔다.송연아가 이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영 씨도 준비하세요.”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6시, 그들은 공항으로 출발했고 진원우는 이미 비행기를 준비해 뒀다.사람도 많고 짐도 많았는데 다행히 진원우가 미리 준비한 덕분에 너무 오랜 시간이 지체되지 않았다. 짐도 그들이 탄 같은 비행기에 실려 따로 수하물을 위탁할 필요가 없었다.비행기에 오른 후, 송연아는 여전히 침착한 모습을 보였는데 윤이가 투정을 부리면 송연아는 직접 그를 달랬다. 찬이는 그래도 조금 컸다고 간식을 먹으면서 조용히 있었다.“엄마, 외할머니가 그러시는데 우리 놀러 가는 거래요. 맞아요?”한혜숙이 짐을 정리할 때 찬이가 물었었다.“왜 제 물건을 모두 캐리어에 넣으세요?”한혜숙이 대충 둘러댔었다.“우리 지금 놀러 가는 거야.”그 말을 듣고 찬이는 잔뜩 신이 났다.한혜숙은 그런 찬이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송연아가 웃으면서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응, 우리 지금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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