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그날 밤의 모든 챕터: 챕터 891 - 챕터 900

1265 챕터

제891화

송연아가 사람들 앞과 뒤에서 두 얼굴을 하는 게 아니고 원래부터 그녀는 이런 대인관계가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분 때문에 사람들의 열정을 무시하고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웃음을 거두며 한숨을 쉬었다. 엘리베이터는 곧장 지하 주차장까지 갔고 차 키의 버튼을 누르자 차의 헤드라이트가 번쩍였으며 차의 위치를 확인하고 바로 차를 타고 출발했다.서점에 도착해서 그녀는 아주 신중하게 가정요리 책 두 권을 골랐다. 송연아는 다시 사무실에 돌아와서는 소파에 앉아 열심히 책을 보다가 가끔은 일하고 있는 강세헌을 힐끗 쳐다보기도 했다.강세헌은 본사 측과 영상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몸을 뒤로 젖히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때로는 표정을 찡그리고 때로는 기지개를 켜고 했다.송연아는 옆에서 조용히 그를 방해하지 않았고 그의 커피잔이 비어 있으면 새로 커피를 내려서 테이블 위에 가져다 놓았다. 송연아의 그런 모습에 강세헌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 없이 소파 쪽으로 몸을 돌렸다.송연아는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레시피를 연구하더니 앉아있는 게 힘들었는지 아예 신발을 벗고 소파에 누웠다.강세헌은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으며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는데 송연아가 자기만의 조용한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짓더니 다시 영상회의 화면에 시선을 돌리는 순간 표정이 엄숙해졌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송연아는 조급해지기 시작했는데 강세헌의 회의는 끝나지 않았다. 오은화가 집에 없어서 한혜숙이 혼자서 두 아이를 돌보기에 저녁 준비를 할 시간이 없다.그녀는 강세헌에게 다가가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나 먼저 들어갈까요?”강세헌은 그녀가 무엇 때문에 서두르는지 알고 비서를 불렀다.“식당 예약하고 우리 집에 가서 두 아이와 어머니를 그 식당으로 모셔. 우리는 여기 일을 마무리하고 그쪽으로 갈게.”비서가 말했다.“네.”송연아는 하는 수 없이 다시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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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송연아는 생각하는 척하다가 말했다.“글쎄요, 세헌 씨가 저한테 잘해주면 가정주부가 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강세헌은 화를 내는 듯했다가 웃었다.“내가 잘 해주지 않는다는 거야?”“아직 더 관찰해야죠.”송연아의 말에 강세헌은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나를 화내게 하지 마!”송연아는 곧바로 그의 품에 딱 붙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세헌 씨 말 잘 들을게요.”차가 식당 앞에 멈춰 섰고 비서는 아직 식당에 있었다.“대표님, 다 준비되었고 모두 방에 계십니다.”강세헌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알았어.”송연아는 강세헌과 같이 안으로 들어가다가 비서가 여전히 문 앞에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식사했어요?”“저는 조금 있다가 먹을 겁니다.”비서가 아직 자리를 떠나지 않은 것은 강세헌이 식사 후에 또 시킬 일이 있을까 봐서였다. 애들과 한혜숙을 그가 데려왔기에 다시 데려가라고 할 것 같아서 대기했다. 비서로서 모든 것을 고려해야 했다. 송연아는 눈빛으로 같이 식사해도 되는지 강세헌에게 물었고 강세헌이 묵인하자 웃으며 비서에게 말했다.“저희와 같이 식사해요.”“그건...”비서는 강세헌의 눈치를 봤다. 가족끼리 식사하는 자리인데 외부인인 그가 끼면 좋지 않을 것 같았다.“아내가 요청했으니 같이 식사해.”강세헌이 말하자 비서가 대답했다.“네.”비서는 두 사람을 방으로 안내하고는 복무원에게 사전에 주문한 음식을 올리라고 얘기했는데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식사하는 사람들의 입맛을 신중하게 고려해 주문했다. 강세헌은 평소에도 접대를 많이 하다 보니 입맛이 까다롭지 않았으므로 어렵지 않았는데 지금 이 식당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수하는 대중적인 맛이다. 그는 모두가 좋아할 만한 음식들을 골고루 주문했었는데 그중에서 디저트로 나온 요구르트푸딩을 찬이가 엄청 좋아해서 하나 더 주문했다.송연아가 윤이를 안으려고 할 때 비서가 먼저 주동적으로 한혜숙에게서 윤이를 받아 안으며 한혜숙에게 먼저 식사하라고 했고 이어서 송연아가 윤이를 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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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강세헌은 곧바로 인맥을 동원해 송연아의 병원 방문 기록을 입수했는데 진단서에 생화학적 임신이라고 적힌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병원 산부인과 전문의가 설명했다.“생화학적 임신이란 쉽게 말하면 일종의 조기 유산입니다. 초음파상으로 난소가 자궁벽에 이식되었음을 확인하기도 전에 생리현상처럼 유산되는 것을 말합니다.”송연아의 경우 유산 시기가 우연히도 생리 기간과 겹쳤고, 생리를 하는 상태까지 정확히 일치했다. 강세헌은 의사의 말을 듣고 그날 송연아가 술에 취해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했다. 그는 마음에 기복이 일어났지만 크지 않았고 그의 관심은 오로지 송연아뿐이었다.“몸 건강에 영향이 있을까요?”송연아가 윤이를 낳을 때 몸을 많이 다쳤기 때문에 다시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또 찬이와 윤이로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상황은 괜찮습니다만 그분의 몸 상태는 워낙 좋지 않았습니다.”이 부분은 강세헌도 잘 알고 있는 것이었기에 바로 병원을 나왔다....송연아는 병원에서 나와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요리 재료를 사러 갔는데 몇 가지 요리에 관심이 생겨서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송연아는 재료들을 손질하기 시작했는데 강세헌이 돌아와서 주방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갔는데 송연아가 앞치마를 두르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때 송연아는 한창 양념한 고기를 옆으로 하고 전분 반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녀는 프린트한 요리 레시피를 벽에 붙여놓고 보면서 만들고 있었는데 강세헌이 들어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안고 턱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놓고 물었다.“뭘 만들어?”송연아는 뒤돌아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바삭 고기 튀김요.”“새로 배운 거야?”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매일 야채 볶음만 먹을 수 없잖아요. 몇 가지 더 배워야 세헌 씨도 질리지 않고 먹죠.”강세헌이 그녀의 손을 잡자 뿌리치며 말했다.“손에 다 기름이에요.”“괜찮아.”강세헌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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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휴대폰 건너편에서 안이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아야, 난데 혹시 예걸이와 연락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했어.”송연아가 대답했다.“아니요, 예걸이가 선배 찾아갔어요?”“아니, 아니야.”안이슬은 말하려 하다가 멈췄다.“선배를 찾아간 것도 아닌데 왜 물어봐요?”송연아는 안이슬이 아무 이유 없이 전화해서 송예걸에 관해 물어보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송예걸의 소식이 있는 게 분명했다.“떠나면서 저에게 편지를 남겼었는데 나가서 혼자서 해보겠다고 하고 소식이 없어요. 지금까지 연락이 없어서 저도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몰라요. 알고 있는 거 있으면 꼭 얘기해 줘요.”송연아의 말에 안이슬은 잠시 망설이다가 간단하게 말했다.“명섭 씨가 사건 하나 맡았는데 예걸이가 연루된 것 같아.”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법을 어기는 일을 했어요?”“상세한 내용은 아직 모르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만나면 잘 설득할게.”송연아는 여전히 불안해하며 말했다.“만나게 되면 꼭 저에게 전화하라고 해줘요.”“알았어. 그럼, 이만 끊을게.”송연아는 알았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강세헌이 휴대폰을 내리며 말했다.“송예걸도 이제 다 큰 어른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송연아는 고개를 기울여 강세헌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복동생에 대해 애정이 별로 없었는데 백수연이 죽은 이후로 그들을 이간질 놓는 사람이 없어지자 점점 사이가 좋아졌는데 이런 게 바로 혈연관계인가 보다. 그가 혼자서 알지도 못하는 곳에 있을 걸 생각하면 너무 걱정되었다. 게다가 불법적인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두려웠다.“아직 확실한 것 없는데 먼저 허튼 생각하지 마.”강세헌의 말에 송연아는 웃으며 답했다.“네, 알아요.”그녀는 요리를 계속했다. 처음 만든 고기 튀김은 불 조절을 잘 못해서 조금 질긴 것만 빼면 괜찮았다.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다른 식당에서 만든 것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느낌이 전혀 없었다.“다음에는 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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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강세헌은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나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지 않아?”송연아는 깜짝 놀라며 잠을 다 깼다. 방이 너무 어두워서 눈을 떴지만, 강세헌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세헌이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움직였지만, 목이 마르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나에 대한 건 다 알고 있잖아요?”송연아가 말했다. 강세헌이 손을 뻗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당겨 자기 몸에 바짝 밀착시키자, 순간 송연아는 숨을 쉴 수 없었다.“세헌 씨...”“오늘 병원에 갔었지?”강세헌이 그녀의 귀에 나지막하게 물었다. 송연아는 깜짝 놀라며 긴장하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진정하고 물었다.“다 알았어요?”“응.”...끝없는 침묵이 흘렀다.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는데 서로의 심장 박동 소리만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한참이 지나 송연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속상하죠?”“아니.”송연아는 고개를 들고 그의 표정을 보려고 했지만, 너무 어두워서 희미한 윤곽만 보였다.“앞으로 이런 일 생기면 혼자 앓지 말고 꼭 나한테 말해줘.”강세헌이 송연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그녀는 그의 품에 안기며 물었다.“딸을 좋아하잖아요?”“두 아들로 충분히 만족해.”송연아는 눈을 감고 그의 품에 파고들며 말했다.“네.”만약 송연아가 건강하고 임신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싫다고 하면 딸 하나 더 갖지 못한 아쉬움이 조금은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녀의 건강 상태가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이건 그녀를 탓할 수 없다. 송연아는 이미 몸과 마음에 그보다 더 깊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이해해 주고 위로해 줘야 한다....아침 송연아는 하우스코트를 입고 있었고 식사 후에는 까치발을 세우고 강세헌의 넥타이를 매주려고 했지만, 아무리 해도 제대로 되지 않아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할게!”강세헌이 웃으며 말하자, 송연아가 손을 등 뒤로 가져가며 물었다.“나 바보죠?”강세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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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제가 가서 유 주임님에게 얘기해 볼게요.”송연아는 말하면서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았다.“원장님 가셔도 소용없어요. 주임님은 수술을 직접 하지 않았기에 절대 동의하지 않으실 거예요. 만약 수술에 대해 상세하게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난감할 거잖아요.”“수술 과정을 정리해서 드리면 돼요.”송연아의 태도는 견결했다.“못 믿으시겠으면 직접 얘기해 보세요.”송연아가 정경봉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떠나면서 연구센터를 대표해 대중들 앞에 나서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계속 남아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송연아가 유 주임을 찾아가자, 유 주임은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말했다.“저는 절대 나가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설득하실 생각 하지 마세요.”“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거절부터 하세요?”“제가 한 수술도 아닌데 제가 나갈 자리는 아니죠.”“주임님은 이제 곧 원장이 되실 거니까, 나가셔야죠.”얼마 전에 송연아는 유 주임과 면담했었고 유 주임도 원장직을 인계받겠다고 동의했었다. 연구센터는 곧 새로운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기에 앞으로 많이 바쁠 것이다.유 주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무슨 얘기를 해도 저는 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 곧 떠나시기에 더 하셔야죠. 큰일 하시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나시면 안 되죠.”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건 아니죠. 여러분들의 기억 속에 남았잖아요. 그리고 앞으로 자주 놀러 올 건데요.”“다른 사람 찾아보세요. 저는 안 해요.”송연아는 할 수 없이 다른 사람을 찾으러 갔는데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본인이 직접 한 수술이 아니었기에 나중에 밝혀져서 괜히 입방아에 오르면 창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한번 잘못 걸리면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송연아는 하는 수 없이 직접 하겠다고 하며 정경봉에게 물었다.“뭘 준비해야 해요?”정경봉이 일정표를 건네줬다.“언제 해요?”“오늘 저녁에요.”송연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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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환자는 송연아 편에서 그녀의 결정을 지지했다.“알았어요!”결국 미디어 측은 모든 기획과 홍보 채널을 이번 생방송을 위해 준비했기에 선동적인 부분을 수정해서라도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동의했다.송연아는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점차 직업적인 침착함으로 곧바로 긴장을 풀고 안정을 찾았다. 방송은 시작되자, 먼저 환자 부모가 아이가 병을 확진 받고 힘들었던 치료 과정을 이야기했고 그다음은 서원연구센터의 인공 심장의 출시로 아이가 다시 살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사연이었다.이어서 MC가 송연아에게 질문을 했다.“수술하실 때 긴장되었나요?”송연아는 아주 차분하게 대답했다.“긴장하면 수술할 수 없습니다. 저희 의사 직업은 긴장하면 절대 안 됩니다.”“의사들은 모두 아주 강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는 것 같아요.”송연아는 부정하지 않았다. 확실히 해부 수업에서 선생님은 메스로 사람의 배를 가르면서 일반 생활용품을 설명하듯이 그들을 가르쳤고 내부 장기들의 위치를 볼 때 그 화면은... 어떤 때는 정말로 적응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토하는 학생도 있었다.“왜 의사 직업을 선택하신 거예요?”송연아는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좋아서요.”“이렇게 젊으신 나이에 서원연구센터의 원장이 되기까지 수많은 노력을 하셨을 것 같아요?”“모든 노력이 똑같이 보상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은 저한테 좋은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그녀는 처음에 주석문을 만나서 그의 덕분에 미디브에 가게 되었고 그다음에는 전임 원장을 만났다. 노력하는 사람은 많고 많지만, 좋은 기회는 모든 사람이 다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MC는 송연아가 너무 직설적이고 담백하게 대답해서 진행이 힘들었다.“인공심장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수많은 노력을 하셨죠.”“인공심장의 성공은 우리 연구센터 전체 연구원들의 심혈을 깃들어 있기에 전원의 공로입니다. 특히 전임 원장님은 저보다도 더 많은 심혈을 쏟았습니다. 전임 원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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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무슨 얘기요?”송연아는 마음이 철렁했다. 강세헌은 음식을 송연아의 그릇에 담아주며 말했다.“나 출장 다녀와야 하는데 이번에는 좀 오래 걸릴 거야.”“얼마나요?”송연아가 물었다.“보름 정도? 그리고 원우가 가정부를 찾았어. 아마 내일부터...”“걱정하지 말고 다녀와요.”송연아는 한혜숙을 보다가 다시 강세헌을 보며 말했다.“나 사직했어요. 그러니 집 걱정 안 해도 돼요.”강세헌은 순간 놀라서 굳은 표정을 짓더니 깊은 눈동자로 송연아를 바라보았다. 강세헌이 말하기 전에 송연아가 먼저 말을 이었다.“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에요.”송연아는 강세헌이 그녀가 걱정 없이 일을 하게 지원하려고 많은 일들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출장이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쌓여서 가지 않으면 안 됐기 때문이다.“세헌 씨의 회사 일은 도와 줄 수는 없지만 앞으로 집안일은 제가 있으니까 이제 걱정하지 말아요.”강세헌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송연아가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송연아는 사실 이제 후회가 없었다. 가정에서 한 사람은 반드시 가정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혜숙은 예전에 송연아가 일하는 것을 지지했지만, 지금 그녀의 결정도 존중했다. 이처럼 큰 집에 두 사람 모두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기에 집의 따뜻함이 없는 것 같아 걱정되었었다. 한혜숙은 송연아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이제부터 찬이는 네 담당이야.”필경 송연아가 엄마이다. 아쉽게도 찬이의 영아시기에 같이 못 했는데 윤이의 영아시기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비록 매일 윤이를 보기는 하지만 직접 돌봐주고 하는 건 아니었다.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엄마 고마워요. 그동안 고생하셨어요.”한혜숙이 아니었으면 그녀는 출근할 수가 없었다. 찬이와 윤이 두 어린아이를 돌보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라는 것을 송연아도 알고 있기에 한혜숙에게 너무 고마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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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송연아는 강세헌의 깊은 호흡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강세헌은 몸을 돌려 송연아의 옆에 누워 이불을 덮어주었는데 송연아 역시 요동치는 마음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한지라 꼼짝하지 않았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서 송연아는 진정되었지만, 강세헌은 도저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일어났다.“나 찬물로 샤워하고 올게.”“찬물 샤워는 몸에 안 좋아요.”송연아는 말하며 일어나 옷을 입고 강세헌에게 물을 따라 주었다.“마셔요.”강세헌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일어나서 두 모금 마셨다.“잘 수 있겠어요?”송연아의 물음에 강세헌은 의아했다.“응?”“아직 늦지 않았는데 잠이 안 오면 찬이 데리고 영화 보러 갈까요?”지금 상황에서 송연아도 그렇고 강세헌도 잘 수 없을 것 같았다.“그래, 가자.”두 사람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캐쥬얼한 옷을 입고 찬이 데리러 내려갔다. 찬이는 금방 잠옷으로 바꿔입고 자리에 누웠기에 의아해하며 물었다.“엄마, 우리 안 자요?”“엄마 아빠가 찬이 데리고 영화 보러 가려는데, 가고 싶어?”송연아가 옷을 입혀주며 물었다.“네, 가고 싶어요.”찬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아빠와 같이하는 거면 다 좋아요.”찬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좋아하자 송연아는 너무 귀여워서 그의 얼굴에 뽀뽀했다.“엄마 이제부터 찬이랑 같이 놀 시간이 많아.”송연아의 말에 찬이는 눈을 깜빡이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더니 송연아의 목을 끌어안고 그녀의 얼굴에 뽀뽀했다. 순간 송연아의 마음이 녹아내렸다.“맛있는 것도 많이 사줄게.”송연아는 순간 모성애로 가득 차서 이 세상 모든 좋은 것을 다 주고 싶었다. 두 모자가 차에 타자, 강세헌이 출발했다. 차에서 송연아는 휴대폰으로 영화 티켓을 고르고 있었는데 최근에 개봉하고 감상평이 좋은 영화 두 편이 있었지만, 찬이가 있기에 평론이 괜찮고 아이들이 볼만한 애니메이션을 골라서 3장 샀다.영화관에 도착하자 상영시간이 다 되어서 바로 팝콘과 음료를 샀는데 그사이에 찬이는 어찌나 신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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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양명섭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 잠시 당황하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알아? 최근에 우리가 수사 중인 사건인데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로는 그 송예걸이라는 사람도 연루되어 있어. 당신도 살인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잖아. 그 사람과 어떤 사이이든 신경 쓰지 마. 그럴 가치도 없어!”안이슬은 양명섭의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을 보며 말했다.“송예걸은 연아의 이복동생인데 나한테도 친동생이나 다름없어.”양명섭이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들 관계를 듣고 너무 의외여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법은 냉정하기에 누구든 법을 어기면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어른이 되었으면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다. 그래도 양명섭은 안이슬을 위로했다.“수사가 잘못됐을 수도 있으니 그 생각은 하지 말고 아이를 무사히 낳을 생각만 해.”안이슬은 양명섭이 자기를 위로하는 걸 알고 그의 손을 꼭 잡고 부탁했다.“무슨 방법이 없을까?”양명섭이 웃으며 말했다.“알았으니까, 그 일은 마음에 새기지 말고 기쁜 일만 생각해. 뭐 먹고 싶어? 내가 사줄게. 탕수육 먹을래?”안이슬은 새콤달콤한 맛을 좋아하는데 지금은 먹을 기분이 아니었기에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약속해 줄 수 있어?”이건 분명 양명섭을 난처하게 만드는 일이다. 양명섭은 솔직하고 강직한 사람이어서 절대로 법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안이슬도 자기의 부탁이 양명섭을 얼마나 난감하게 하는 건지 알고 있었으며 또한 양명섭이 본인의 직업적 수칙을 어겨서 처벌받거나 옷 벗는 일을 하게 할 수 없었기에 곧바로 말을 돌렸다.“따뜻한 물 받아 줄게 시원하게 씻어.”안이슬이 일어나자, 양명섭이 붙잡았다.“그 몸으로 뭘 하겠다는 거야, 내가 하면 돼.”안이슬은 그를 앉아 기다리라고 하며 말했다.“난 괜찮아. 하루 동안 고생했잖아.”양명섭은 절대로 배가 남산만 한 안이슬이 목욕물을 내리게 할 수 없었다.“나 혼자 해도 되니까, 먼저 들어가서 자.”말하면서 양명섭은 안이슬을 침실로 데려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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