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헌은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나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지 않아?”송연아는 깜짝 놀라며 잠을 다 깼다. 방이 너무 어두워서 눈을 떴지만, 강세헌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강세헌이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움직였지만, 목이 마르는 것을 느낄 뿐이었다.“나에 대한 건 다 알고 있잖아요?”송연아가 말했다. 강세헌이 손을 뻗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당겨 자기 몸에 바짝 밀착시키자, 순간 송연아는 숨을 쉴 수 없었다.“세헌 씨...”“오늘 병원에 갔었지?”강세헌이 그녀의 귀에 나지막하게 물었다. 송연아는 깜짝 놀라며 긴장하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진정하고 물었다.“다 알았어요?”“응.”...끝없는 침묵이 흘렀다.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았는데 서로의 심장 박동 소리만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한참이 지나 송연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속상하죠?”“아니.”송연아는 고개를 들고 그의 표정을 보려고 했지만, 너무 어두워서 희미한 윤곽만 보였다.“앞으로 이런 일 생기면 혼자 앓지 말고 꼭 나한테 말해줘.”강세헌이 송연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그녀는 그의 품에 안기며 물었다.“딸을 좋아하잖아요?”“두 아들로 충분히 만족해.”송연아는 눈을 감고 그의 품에 파고들며 말했다.“네.”만약 송연아가 건강하고 임신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싫다고 하면 딸 하나 더 갖지 못한 아쉬움이 조금은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녀의 건강 상태가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이건 그녀를 탓할 수 없다. 송연아는 이미 몸과 마음에 그보다 더 깊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이해해 주고 위로해 줘야 한다....아침 송연아는 하우스코트를 입고 있었고 식사 후에는 까치발을 세우고 강세헌의 넥타이를 매주려고 했지만, 아무리 해도 제대로 되지 않아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할게!”강세헌이 웃으며 말하자, 송연아가 손을 등 뒤로 가져가며 물었다.“나 바보죠?”강세헌은
“제가 가서 유 주임님에게 얘기해 볼게요.”송연아는 말하면서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았다.“원장님 가셔도 소용없어요. 주임님은 수술을 직접 하지 않았기에 절대 동의하지 않으실 거예요. 만약 수술에 대해 상세하게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난감할 거잖아요.”“수술 과정을 정리해서 드리면 돼요.”송연아의 태도는 견결했다.“못 믿으시겠으면 직접 얘기해 보세요.”송연아가 정경봉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떠나면서 연구센터를 대표해 대중들 앞에 나서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고 또 계속 남아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송연아가 유 주임을 찾아가자, 유 주임은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말했다.“저는 절대 나가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설득하실 생각 하지 마세요.”“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거절부터 하세요?”“제가 한 수술도 아닌데 제가 나갈 자리는 아니죠.”“주임님은 이제 곧 원장이 되실 거니까, 나가셔야죠.”얼마 전에 송연아는 유 주임과 면담했었고 유 주임도 원장직을 인계받겠다고 동의했었다. 연구센터는 곧 새로운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기에 앞으로 많이 바쁠 것이다.유 주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무슨 얘기를 해도 저는 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 곧 떠나시기에 더 하셔야죠. 큰일 하시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나시면 안 되죠.”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건 아니죠. 여러분들의 기억 속에 남았잖아요. 그리고 앞으로 자주 놀러 올 건데요.”“다른 사람 찾아보세요. 저는 안 해요.”송연아는 할 수 없이 다른 사람을 찾으러 갔는데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본인이 직접 한 수술이 아니었기에 나중에 밝혀져서 괜히 입방아에 오르면 창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한번 잘못 걸리면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송연아는 하는 수 없이 직접 하겠다고 하며 정경봉에게 물었다.“뭘 준비해야 해요?”정경봉이 일정표를 건네줬다.“언제 해요?”“오늘 저녁에요.”송연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렇게
환자는 송연아 편에서 그녀의 결정을 지지했다.“알았어요!”결국 미디어 측은 모든 기획과 홍보 채널을 이번 생방송을 위해 준비했기에 선동적인 부분을 수정해서라도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동의했다.송연아는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점차 직업적인 침착함으로 곧바로 긴장을 풀고 안정을 찾았다. 방송은 시작되자, 먼저 환자 부모가 아이가 병을 확진 받고 힘들었던 치료 과정을 이야기했고 그다음은 서원연구센터의 인공 심장의 출시로 아이가 다시 살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사연이었다.이어서 MC가 송연아에게 질문을 했다.“수술하실 때 긴장되었나요?”송연아는 아주 차분하게 대답했다.“긴장하면 수술할 수 없습니다. 저희 의사 직업은 긴장하면 절대 안 됩니다.”“의사들은 모두 아주 강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는 것 같아요.”송연아는 부정하지 않았다. 확실히 해부 수업에서 선생님은 메스로 사람의 배를 가르면서 일반 생활용품을 설명하듯이 그들을 가르쳤고 내부 장기들의 위치를 볼 때 그 화면은... 어떤 때는 정말로 적응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토하는 학생도 있었다.“왜 의사 직업을 선택하신 거예요?”송연아는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좋아서요.”“이렇게 젊으신 나이에 서원연구센터의 원장이 되기까지 수많은 노력을 하셨을 것 같아요?”“모든 노력이 똑같이 보상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은 저한테 좋은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그녀는 처음에 주석문을 만나서 그의 덕분에 미디브에 가게 되었고 그다음에는 전임 원장을 만났다. 노력하는 사람은 많고 많지만, 좋은 기회는 모든 사람이 다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MC는 송연아가 너무 직설적이고 담백하게 대답해서 진행이 힘들었다.“인공심장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수많은 노력을 하셨죠.”“인공심장의 성공은 우리 연구센터 전체 연구원들의 심혈을 깃들어 있기에 전원의 공로입니다. 특히 전임 원장님은 저보다도 더 많은 심혈을 쏟았습니다. 전임 원장은
“무슨 얘기요?”송연아는 마음이 철렁했다. 강세헌은 음식을 송연아의 그릇에 담아주며 말했다.“나 출장 다녀와야 하는데 이번에는 좀 오래 걸릴 거야.”“얼마나요?”송연아가 물었다.“보름 정도? 그리고 원우가 가정부를 찾았어. 아마 내일부터...”“걱정하지 말고 다녀와요.”송연아는 한혜숙을 보다가 다시 강세헌을 보며 말했다.“나 사직했어요. 그러니 집 걱정 안 해도 돼요.”강세헌은 순간 놀라서 굳은 표정을 짓더니 깊은 눈동자로 송연아를 바라보았다. 강세헌이 말하기 전에 송연아가 먼저 말을 이었다.“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에요.”송연아는 강세헌이 그녀가 걱정 없이 일을 하게 지원하려고 많은 일들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출장이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쌓여서 가지 않으면 안 됐기 때문이다.“세헌 씨의 회사 일은 도와 줄 수는 없지만 앞으로 집안일은 제가 있으니까 이제 걱정하지 말아요.”강세헌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송연아가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송연아는 사실 이제 후회가 없었다. 가정에서 한 사람은 반드시 가정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혜숙은 예전에 송연아가 일하는 것을 지지했지만, 지금 그녀의 결정도 존중했다. 이처럼 큰 집에 두 사람 모두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기에 집의 따뜻함이 없는 것 같아 걱정되었었다. 한혜숙은 송연아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이제부터 찬이는 네 담당이야.”필경 송연아가 엄마이다. 아쉽게도 찬이의 영아시기에 같이 못 했는데 윤이의 영아시기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비록 매일 윤이를 보기는 하지만 직접 돌봐주고 하는 건 아니었다.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엄마 고마워요. 그동안 고생하셨어요.”한혜숙이 아니었으면 그녀는 출근할 수가 없었다. 찬이와 윤이 두 어린아이를 돌보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라는 것을 송연아도 알고 있기에 한혜숙에게 너무 고마웠
송연아는 강세헌의 깊은 호흡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강세헌은 몸을 돌려 송연아의 옆에 누워 이불을 덮어주었는데 송연아 역시 요동치는 마음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한지라 꼼짝하지 않았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서 송연아는 진정되었지만, 강세헌은 도저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일어났다.“나 찬물로 샤워하고 올게.”“찬물 샤워는 몸에 안 좋아요.”송연아는 말하며 일어나 옷을 입고 강세헌에게 물을 따라 주었다.“마셔요.”강세헌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일어나서 두 모금 마셨다.“잘 수 있겠어요?”송연아의 물음에 강세헌은 의아했다.“응?”“아직 늦지 않았는데 잠이 안 오면 찬이 데리고 영화 보러 갈까요?”지금 상황에서 송연아도 그렇고 강세헌도 잘 수 없을 것 같았다.“그래, 가자.”두 사람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캐쥬얼한 옷을 입고 찬이 데리러 내려갔다. 찬이는 금방 잠옷으로 바꿔입고 자리에 누웠기에 의아해하며 물었다.“엄마, 우리 안 자요?”“엄마 아빠가 찬이 데리고 영화 보러 가려는데, 가고 싶어?”송연아가 옷을 입혀주며 물었다.“네, 가고 싶어요.”찬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아빠와 같이하는 거면 다 좋아요.”찬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좋아하자 송연아는 너무 귀여워서 그의 얼굴에 뽀뽀했다.“엄마 이제부터 찬이랑 같이 놀 시간이 많아.”송연아의 말에 찬이는 눈을 깜빡이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더니 송연아의 목을 끌어안고 그녀의 얼굴에 뽀뽀했다. 순간 송연아의 마음이 녹아내렸다.“맛있는 것도 많이 사줄게.”송연아는 순간 모성애로 가득 차서 이 세상 모든 좋은 것을 다 주고 싶었다. 두 모자가 차에 타자, 강세헌이 출발했다. 차에서 송연아는 휴대폰으로 영화 티켓을 고르고 있었는데 최근에 개봉하고 감상평이 좋은 영화 두 편이 있었지만, 찬이가 있기에 평론이 괜찮고 아이들이 볼만한 애니메이션을 골라서 3장 샀다.영화관에 도착하자 상영시간이 다 되어서 바로 팝콘과 음료를 샀는데 그사이에 찬이는 어찌나 신났는
양명섭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 잠시 당황하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알아? 최근에 우리가 수사 중인 사건인데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로는 그 송예걸이라는 사람도 연루되어 있어. 당신도 살인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잖아. 그 사람과 어떤 사이이든 신경 쓰지 마. 그럴 가치도 없어!”안이슬은 양명섭의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을 보며 말했다.“송예걸은 연아의 이복동생인데 나한테도 친동생이나 다름없어.”양명섭이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들 관계를 듣고 너무 의외여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법은 냉정하기에 누구든 법을 어기면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어른이 되었으면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다. 그래도 양명섭은 안이슬을 위로했다.“수사가 잘못됐을 수도 있으니 그 생각은 하지 말고 아이를 무사히 낳을 생각만 해.”안이슬은 양명섭이 자기를 위로하는 걸 알고 그의 손을 꼭 잡고 부탁했다.“무슨 방법이 없을까?”양명섭이 웃으며 말했다.“알았으니까, 그 일은 마음에 새기지 말고 기쁜 일만 생각해. 뭐 먹고 싶어? 내가 사줄게. 탕수육 먹을래?”안이슬은 새콤달콤한 맛을 좋아하는데 지금은 먹을 기분이 아니었기에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약속해 줄 수 있어?”이건 분명 양명섭을 난처하게 만드는 일이다. 양명섭은 솔직하고 강직한 사람이어서 절대로 법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안이슬도 자기의 부탁이 양명섭을 얼마나 난감하게 하는 건지 알고 있었으며 또한 양명섭이 본인의 직업적 수칙을 어겨서 처벌받거나 옷 벗는 일을 하게 할 수 없었기에 곧바로 말을 돌렸다.“따뜻한 물 받아 줄게 시원하게 씻어.”안이슬이 일어나자, 양명섭이 붙잡았다.“그 몸으로 뭘 하겠다는 거야, 내가 하면 돼.”안이슬은 그를 앉아 기다리라고 하며 말했다.“난 괜찮아. 하루 동안 고생했잖아.”양명섭은 절대로 배가 남산만 한 안이슬이 목욕물을 내리게 할 수 없었다.“나 혼자 해도 되니까, 먼저 들어가서 자.”말하면서 양명섭은 안이슬을 침실로 데려갔다. 그
저녁 12시.한밤중의 바닷가, 반짝이는 해면 위로 바닷바람이 살살 불었고, 짜고 비릿한 바닷냄새가 스쳐 지나갔다.날씨는 몸이 떨릴 정도로 추웠다.컨테이너 안에 숨어 있던 경찰은 꼼짝하지 않고 집중해서 바깥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잠복 요원이 준 정보 덕에 그들은 용의선상에 있는 배를 확정할 수 있었다.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들은 바로 배 안의 사람들을 포위하고 체포할 것이다.범죄자들의 생각은 너무 뻔히 보였다. 그들은 배를 공해 구역으로 몰아 거래할 셈이었다.그래서 경찰들은 미리 움직여야 했다. 바다 위에서는 육지에서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없으니 배가 도망가기 전에 일거에 체포해야 한다.그들이 지켜보고 있던 배가 움직이자 부국장은 바로 그 배를 포위하고 안에 있는 사람들을 체포하라고 명령했다.그들이 거래한 물건은 다른 사람을 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도 해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사람을 죽인 전적도 있었기에 체포되면 최소 십여 년, 혹은 수십 년의 옥살이를 해야 했다. 그러니 별다른 선택이 없는 그들은 체포될 위험을 감수하고도 경찰과 맞서 싸우려고 했다.그렇게 치열한 전투가 시작됐다.총소리가 밤하늘을 가르자 그 소리는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샀다.그렇게 많은 이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되었다.다행히 격렬한 전투 끝에 배 위에 있던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체포되었다.하지만 경찰 쪽에서도 희생을 치렀다.양명섭은 사람들을 데리고 배 위에 올라갔는데 그는 팀장으로서 앞장서야 했다.다행히 찰과상을 입었을 뿐이지,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상처를 치료하니 움직이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경찰은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배 위에는 조직의 우두머리가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람은 내가 심문할게.”양명섭이 검은색 후드를 입은 채 벽에 기대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말하고는 검은색 후드를 입은 남자를 데리고 취조실로 향했다.양명섭이 말했다.“나 먼저 전화를 한 통 해야겠어.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누구 아이예요?”안이슬은 앞으로 걸어가서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혹시 법에 어긋난 짓을 했어?”송예걸은 눈이 벌게진 채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혹시 심재경 그놈이랑 재결합한 거예요?”젓가락으로 만두를 집던 양명섭이 그 말을 듣고는 흠칫했다. 그리고 또 아무것도 못 들은 척 계속 만두를 먹었다.안이슬은 인내심 있게 그를 바라봤다.“내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네 일이나 똑바로 말해. 그래야 널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생각할 테니까.”“하하.”송예걸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나를 구한다고요? 어떻게요? 법을 어기면서 나를 구할 거예요? 그럴 권력이 있어요?”안이슬이 그의 어깨를 움켜쥐며 말했다.“예걸아...”“나 부르지 마요!”격분한 송예걸은 소리를 질렀고 양명섭이 고개를 들었다.“만약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 이슬아, 너 먼저 나가 있어.”안이슬이 고개를 돌렸다.“명섭 씨, 나 시간 좀 줘...”“엄청 예민하게 구는 거 못 봤어? 어차피 얘기해도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야.”송예걸은 양명섭과 안이슬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고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며 물었다.“두 사람...”“우리 부부 사이야.”양명섭의 말에 송예걸은 그대로 굳어졌다.그의 눈빛 속에 담겼던 분노는 서서히 사라지고 오로지 충격과 놀라움만이 남았다.안이슬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송예걸에게 말했다.“이 사람 말이 맞아. 우리 결혼했어. 내 배 속의 아이는... 이 사람 아이야.”“하, 하하.”송예걸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심재경만 아니면 돼요.”그는 안이슬과 심재경이 재결합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심재경과 그의 가족이 안이슬에게 그렇게 많은 상처를 안겨줬는데도 안이슬이 심재경을 용서한다면 송예걸은 울화통이 터질 것이다.제복을 입고 늠름한 모습의 양명섭은 안정감 있어 보였다.송예걸도 안이슬이 왜 눈앞의 남자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