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송연아 편에서 그녀의 결정을 지지했다.“알았어요!”결국 미디어 측은 모든 기획과 홍보 채널을 이번 생방송을 위해 준비했기에 선동적인 부분을 수정해서라도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고 동의했다.송연아는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점차 직업적인 침착함으로 곧바로 긴장을 풀고 안정을 찾았다. 방송은 시작되자, 먼저 환자 부모가 아이가 병을 확진 받고 힘들었던 치료 과정을 이야기했고 그다음은 서원연구센터의 인공 심장의 출시로 아이가 다시 살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사연이었다.이어서 MC가 송연아에게 질문을 했다.“수술하실 때 긴장되었나요?”송연아는 아주 차분하게 대답했다.“긴장하면 수술할 수 없습니다. 저희 의사 직업은 긴장하면 절대 안 됩니다.”“의사들은 모두 아주 강한 마음을 가지고 계시는 것 같아요.”송연아는 부정하지 않았다. 확실히 해부 수업에서 선생님은 메스로 사람의 배를 가르면서 일반 생활용품을 설명하듯이 그들을 가르쳤고 내부 장기들의 위치를 볼 때 그 화면은... 어떤 때는 정말로 적응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토하는 학생도 있었다.“왜 의사 직업을 선택하신 거예요?”송연아는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좋아서요.”“이렇게 젊으신 나이에 서원연구센터의 원장이 되기까지 수많은 노력을 하셨을 것 같아요?”“모든 노력이 똑같이 보상받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은 저한테 좋은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입니다.”그녀는 처음에 주석문을 만나서 그의 덕분에 미디브에 가게 되었고 그다음에는 전임 원장을 만났다. 노력하는 사람은 많고 많지만, 좋은 기회는 모든 사람이 다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MC는 송연아가 너무 직설적이고 담백하게 대답해서 진행이 힘들었다.“인공심장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수많은 노력을 하셨죠.”“인공심장의 성공은 우리 연구센터 전체 연구원들의 심혈을 깃들어 있기에 전원의 공로입니다. 특히 전임 원장님은 저보다도 더 많은 심혈을 쏟았습니다. 전임 원장은
“무슨 얘기요?”송연아는 마음이 철렁했다. 강세헌은 음식을 송연아의 그릇에 담아주며 말했다.“나 출장 다녀와야 하는데 이번에는 좀 오래 걸릴 거야.”“얼마나요?”송연아가 물었다.“보름 정도? 그리고 원우가 가정부를 찾았어. 아마 내일부터...”“걱정하지 말고 다녀와요.”송연아는 한혜숙을 보다가 다시 강세헌을 보며 말했다.“나 사직했어요. 그러니 집 걱정 안 해도 돼요.”강세헌은 순간 놀라서 굳은 표정을 짓더니 깊은 눈동자로 송연아를 바라보았다. 강세헌이 말하기 전에 송연아가 먼저 말을 이었다.“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에요.”송연아는 강세헌이 그녀가 걱정 없이 일을 하게 지원하려고 많은 일들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출장이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쌓여서 가지 않으면 안 됐기 때문이다.“세헌 씨의 회사 일은 도와 줄 수는 없지만 앞으로 집안일은 제가 있으니까 이제 걱정하지 말아요.”강세헌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송연아가 자신의 커리어를 희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송연아는 사실 이제 후회가 없었다. 가정에서 한 사람은 반드시 가정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혜숙은 예전에 송연아가 일하는 것을 지지했지만, 지금 그녀의 결정도 존중했다. 이처럼 큰 집에 두 사람 모두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기에 집의 따뜻함이 없는 것 같아 걱정되었었다. 한혜숙은 송연아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이제부터 찬이는 네 담당이야.”필경 송연아가 엄마이다. 아쉽게도 찬이의 영아시기에 같이 못 했는데 윤이의 영아시기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비록 매일 윤이를 보기는 하지만 직접 돌봐주고 하는 건 아니었다.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엄마 고마워요. 그동안 고생하셨어요.”한혜숙이 아니었으면 그녀는 출근할 수가 없었다. 찬이와 윤이 두 어린아이를 돌보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라는 것을 송연아도 알고 있기에 한혜숙에게 너무 고마웠
송연아는 강세헌의 깊은 호흡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강세헌은 몸을 돌려 송연아의 옆에 누워 이불을 덮어주었는데 송연아 역시 요동치는 마음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한지라 꼼짝하지 않았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서 송연아는 진정되었지만, 강세헌은 도저히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일어났다.“나 찬물로 샤워하고 올게.”“찬물 샤워는 몸에 안 좋아요.”송연아는 말하며 일어나 옷을 입고 강세헌에게 물을 따라 주었다.“마셔요.”강세헌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일어나서 두 모금 마셨다.“잘 수 있겠어요?”송연아의 물음에 강세헌은 의아했다.“응?”“아직 늦지 않았는데 잠이 안 오면 찬이 데리고 영화 보러 갈까요?”지금 상황에서 송연아도 그렇고 강세헌도 잘 수 없을 것 같았다.“그래, 가자.”두 사람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캐쥬얼한 옷을 입고 찬이 데리러 내려갔다. 찬이는 금방 잠옷으로 바꿔입고 자리에 누웠기에 의아해하며 물었다.“엄마, 우리 안 자요?”“엄마 아빠가 찬이 데리고 영화 보러 가려는데, 가고 싶어?”송연아가 옷을 입혀주며 물었다.“네, 가고 싶어요.”찬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아빠와 같이하는 거면 다 좋아요.”찬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좋아하자 송연아는 너무 귀여워서 그의 얼굴에 뽀뽀했다.“엄마 이제부터 찬이랑 같이 놀 시간이 많아.”송연아의 말에 찬이는 눈을 깜빡이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더니 송연아의 목을 끌어안고 그녀의 얼굴에 뽀뽀했다. 순간 송연아의 마음이 녹아내렸다.“맛있는 것도 많이 사줄게.”송연아는 순간 모성애로 가득 차서 이 세상 모든 좋은 것을 다 주고 싶었다. 두 모자가 차에 타자, 강세헌이 출발했다. 차에서 송연아는 휴대폰으로 영화 티켓을 고르고 있었는데 최근에 개봉하고 감상평이 좋은 영화 두 편이 있었지만, 찬이가 있기에 평론이 괜찮고 아이들이 볼만한 애니메이션을 골라서 3장 샀다.영화관에 도착하자 상영시간이 다 되어서 바로 팝콘과 음료를 샀는데 그사이에 찬이는 어찌나 신났는
양명섭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 잠시 당황하더니 엄숙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알아? 최근에 우리가 수사 중인 사건인데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로는 그 송예걸이라는 사람도 연루되어 있어. 당신도 살인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잖아. 그 사람과 어떤 사이이든 신경 쓰지 마. 그럴 가치도 없어!”안이슬은 양명섭의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을 보며 말했다.“송예걸은 연아의 이복동생인데 나한테도 친동생이나 다름없어.”양명섭이 미간을 찌푸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들 관계를 듣고 너무 의외여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법은 냉정하기에 누구든 법을 어기면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 어른이 되었으면 자신이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다. 그래도 양명섭은 안이슬을 위로했다.“수사가 잘못됐을 수도 있으니 그 생각은 하지 말고 아이를 무사히 낳을 생각만 해.”안이슬은 양명섭이 자기를 위로하는 걸 알고 그의 손을 꼭 잡고 부탁했다.“무슨 방법이 없을까?”양명섭이 웃으며 말했다.“알았으니까, 그 일은 마음에 새기지 말고 기쁜 일만 생각해. 뭐 먹고 싶어? 내가 사줄게. 탕수육 먹을래?”안이슬은 새콤달콤한 맛을 좋아하는데 지금은 먹을 기분이 아니었기에 싫다고 고개를 저었다.“약속해 줄 수 있어?”이건 분명 양명섭을 난처하게 만드는 일이다. 양명섭은 솔직하고 강직한 사람이어서 절대로 법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안이슬도 자기의 부탁이 양명섭을 얼마나 난감하게 하는 건지 알고 있었으며 또한 양명섭이 본인의 직업적 수칙을 어겨서 처벌받거나 옷 벗는 일을 하게 할 수 없었기에 곧바로 말을 돌렸다.“따뜻한 물 받아 줄게 시원하게 씻어.”안이슬이 일어나자, 양명섭이 붙잡았다.“그 몸으로 뭘 하겠다는 거야, 내가 하면 돼.”안이슬은 그를 앉아 기다리라고 하며 말했다.“난 괜찮아. 하루 동안 고생했잖아.”양명섭은 절대로 배가 남산만 한 안이슬이 목욕물을 내리게 할 수 없었다.“나 혼자 해도 되니까, 먼저 들어가서 자.”말하면서 양명섭은 안이슬을 침실로 데려갔다. 그
저녁 12시.한밤중의 바닷가, 반짝이는 해면 위로 바닷바람이 살살 불었고, 짜고 비릿한 바닷냄새가 스쳐 지나갔다.날씨는 몸이 떨릴 정도로 추웠다.컨테이너 안에 숨어 있던 경찰은 꼼짝하지 않고 집중해서 바깥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잠복 요원이 준 정보 덕에 그들은 용의선상에 있는 배를 확정할 수 있었다.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들은 바로 배 안의 사람들을 포위하고 체포할 것이다.범죄자들의 생각은 너무 뻔히 보였다. 그들은 배를 공해 구역으로 몰아 거래할 셈이었다.그래서 경찰들은 미리 움직여야 했다. 바다 위에서는 육지에서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없으니 배가 도망가기 전에 일거에 체포해야 한다.그들이 지켜보고 있던 배가 움직이자 부국장은 바로 그 배를 포위하고 안에 있는 사람들을 체포하라고 명령했다.그들이 거래한 물건은 다른 사람을 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도 해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사람을 죽인 전적도 있었기에 체포되면 최소 십여 년, 혹은 수십 년의 옥살이를 해야 했다. 그러니 별다른 선택이 없는 그들은 체포될 위험을 감수하고도 경찰과 맞서 싸우려고 했다.그렇게 치열한 전투가 시작됐다.총소리가 밤하늘을 가르자 그 소리는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샀다.그렇게 많은 이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되었다.다행히 격렬한 전투 끝에 배 위에 있던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체포되었다.하지만 경찰 쪽에서도 희생을 치렀다.양명섭은 사람들을 데리고 배 위에 올라갔는데 그는 팀장으로서 앞장서야 했다.다행히 찰과상을 입었을 뿐이지,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상처를 치료하니 움직이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경찰은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배 위에는 조직의 우두머리가 없었기 때문이다.“이 사람은 내가 심문할게.”양명섭이 검은색 후드를 입은 채 벽에 기대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람을 가리키며 말하고는 검은색 후드를 입은 남자를 데리고 취조실로 향했다.양명섭이 말했다.“나 먼저 전화를 한 통 해야겠어.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누구 아이예요?”안이슬은 앞으로 걸어가서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혹시 법에 어긋난 짓을 했어?”송예걸은 눈이 벌게진 채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혹시 심재경 그놈이랑 재결합한 거예요?”젓가락으로 만두를 집던 양명섭이 그 말을 듣고는 흠칫했다. 그리고 또 아무것도 못 들은 척 계속 만두를 먹었다.안이슬은 인내심 있게 그를 바라봤다.“내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네 일이나 똑바로 말해. 그래야 널 어떻게 구할 수 있을지 생각할 테니까.”“하하.”송예걸이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나를 구한다고요? 어떻게요? 법을 어기면서 나를 구할 거예요? 그럴 권력이 있어요?”안이슬이 그의 어깨를 움켜쥐며 말했다.“예걸아...”“나 부르지 마요!”격분한 송예걸은 소리를 질렀고 양명섭이 고개를 들었다.“만약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 이슬아, 너 먼저 나가 있어.”안이슬이 고개를 돌렸다.“명섭 씨, 나 시간 좀 줘...”“엄청 예민하게 구는 거 못 봤어? 어차피 얘기해도 아무 것도 알아내지 못할 거야.”송예걸은 양명섭과 안이슬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고는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며 물었다.“두 사람...”“우리 부부 사이야.”양명섭의 말에 송예걸은 그대로 굳어졌다.그의 눈빛 속에 담겼던 분노는 서서히 사라지고 오로지 충격과 놀라움만이 남았다.안이슬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송예걸에게 말했다.“이 사람 말이 맞아. 우리 결혼했어. 내 배 속의 아이는... 이 사람 아이야.”“하, 하하.”송예걸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심재경만 아니면 돼요.”그는 안이슬과 심재경이 재결합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심재경과 그의 가족이 안이슬에게 그렇게 많은 상처를 안겨줬는데도 안이슬이 심재경을 용서한다면 송예걸은 울화통이 터질 것이다.제복을 입고 늠름한 모습의 양명섭은 안정감 있어 보였다.송예걸도 안이슬이 왜 눈앞의 남자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안이슬은 다시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말을 더듬거렸다.“그래도 감옥에 가야 하는 거야?”“옥살이는 무조건 해야 할 거야.”하지만 양명섭은 계속 그녀를 위로했다.“그래도 목숨을 반쯤 잃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어?”안이슬이 송예걸을 바라보며 말했다.“그게...”“네, 그렇게 할게요.”송예걸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그는 자신이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커버한다고 해도 처벌은 무조건 받을 것이다. 양명섭의 방법은 실로 현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먼저 돌아가, 나머지는 나에게 맡겨.”양명섭이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안이슬도 자신이 여기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양명섭에게 폐가 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양명섭이라면 안이슬도 마음이 놓였다.다만...그녀는 고개를 돌려 송예걸을 바라봤다.송예걸은 그녀를 보더니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돌아가요.”안이슬은 취조실을 나섰고, 양명섭은 그녀를 경찰서 밖까지 바래다줬다.“나 아직 못 돌아가. 밤새 잘 자지도 못했을 텐데 돌아가서 좀 자. 이제 내가 돌아갈 때 음식을 챙겨 갈게.”양명섭의 말에 안이슬이 대답했다.“뭘 먹고 싶어? 내가 만들어 줄게.”“아니야. 임신하고 있는데 불편하잖아. 말 들어. 푹 쉬고. 여기는 내가 있잖아. 내가 될수록 적은 형량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하고.”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양명섭이 경찰서로 돌아가고는 송예걸의 모든 자백을 받았다.그리고 스파이를 하겠다는 것도 윗선의 허락을 받았다.이제 남은 일은 그를 다시 조직으로 돌려보내는 거였다.송예걸은 경찰에게 잡히지 않고 도망가는 척 연기를 했고 스파이를 하며 경찰 쪽에서 동선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넘겼다....안이슬이 집으로 돌아간 후 무기력하게 침대 옆에 앉았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가서 음식을 만들었다.양명섭이 돌아왔을 때 그녀는 마침 요리를 끝냈다.“가서 손 씻고 와.”음식을 사 온 양명섭이
양명섭이 말했다.“네가 너무 감정적이어서 스스로 고민을 떠안는 거야.”안이슬도 그를 따라 웃었다.“지금 나 칭찬하는 거야?”“아니, 아니. 사실 너무 감정적이어도 안 좋지. 감정적이면 주위 사람과 일에 쉽게 휘둘리잖아. 사람이 편안하게 살자면 먼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양명섭의 말에 안이슬은 미간을 구겼다.그럼 사람이 너무 매정해지는 거 아닌가?그래도 사람이 사는 동안 걱정해야 할 사람이 한두 명쯤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그녀는 양명섭을 바라보며 말했다.“사람이 왜 이렇게 매정해. 내가 죽으면 바로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거 아니야? 어차피 여자들은 다 비슷비슷하잖아.”“...”양명섭은 한참 동안 안이슬을 뚫어지게 쳐다봤다.“내 뜻은 그게 아니라.”안이슬이 웃으며 말했다.“농담한 거야. 깜짝 놀라긴.”양명섭도 웃는 안이슬을 따라 웃음을 터뜨렸다.안이슬이 처음 그와 함께 있을 때는 즐겁지도 않은데 애써 미소를 짜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안이슬의 웃음은 진심에서 우러나오고 있다.양명섭은 흐뭇한 마음에 그녀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됐어, 얼른 밥 먹어.”“응.”안이슬이 대답하며 젓가락을 들었다.밥을 먹은 양명섭은 자러 갔다. 어젯밤 밤새 잠을 못 잤으니 많이 피곤했다.안이슬은 테이블과 주방을 정리한 후 자는 양명섭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나가서 좀 걸으려고 했다. 의사가 많이 걸으면 나중에 출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도 했으니.그녀는 외투를 가지러 방에 들어갔는데 거즈로 감싼 양명섭의 팔을 발견하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침대 쪽으로 향했다.깊게 잠들지 않은 양명섭은 누군가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눈을 희미하게 떴고 곧이어 안이슬의 얼굴이 점점 또렷하게 보였다.“이슬아?”안이슬이 물었다.“다쳤어?”양명섭이 대답했다.“찰과상이야, 걱정할 것 없어.”안이슬이 자책하면서 말했다.“나 진짜 아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인가 봐. 네가 다쳤는데도 모르고...”“아이고.”양명섭이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