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그날 밤의 모든 챕터: 챕터 861 - 챕터 870

1265 챕터

제861화

송연아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세헌 씨, 날 안아줘요.”강세헌이 몸을 숙이고는 이불을 사이 두고 그녀를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허리 아파?”송연아가 대답하지 않자 강세헌은 웃음을 터뜨렸다.“왜 이래? 아들이 울먹울먹하더니, 너도 울먹울먹하네, 두 사람 다 나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거야?”송연아는 코를 훌쩍였다.“찬이가 울었어요?”“지금은 완전히 신나서 밖에서 즐겁게 놀고 있어.”강세헌은 곧바로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넌?”송연아는 두 손을 내밀어 그를 껴안더니 얼굴을 그의 품에 파묻으며 말했다.“그냥 세헌 씨가 보고 싶어서요.”강세헌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말했다.“나도 너 보고 싶었어.”“세헌 씨, 사랑해요.”그녀는 이런 방법으로 강세헌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유산 했다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강세헌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바로 얼굴을 돌렸다.눈물이 주르륵 흘렀지만 그녀는 애써 괜찮은 척하며 말했다.“나 보지 마요, 부끄러우니까.”강세헌이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알겠어.”“나 피곤해서 잘래요.”송연아는 이불을 머리 위로 올렸다.“그래, 자.”강세헌이 깊은 눈망울로 그녀를 바라보고는 알겠다고 하고 방을 나서면서 문을 살며시 닫았다.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간 후 이영을 불렀고, 이영은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강세헌이 물었다.“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이영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없었는데요.”“확실해?”강세헌은 그의 속마음을 꿰뚫을 수 있을 것 같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이영처럼 카리스마 있는 남자도 감히 강세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네... 확실해요.”다시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별다른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예외라면 송연아와 병원을 간 거였는데 송연아가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했으니 이영도 섣불리 말할 수 없어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대표님...”그는 결국 입밖에 내뱉지 못하고 일부러 원장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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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2화

강세헌이 미간을 구겼다.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딱 질색이었다.“경찰 쪽에서 이미 입건했어요, 당신 아버지는 살해당했어요.”원장 아들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당신 아내 책임을 떠넘기려고 지어낸 이유 아니에요? 그런 황당한 소리를 믿을 줄 알았어요? 내가 그렇게 어리석고 만만해 보여요?”딱 강세헌의 진심이었다.‘어떻게 이런 어리석은 사람이 있을 수 있지? 말도 섞고 싶지 않네. 사리 분별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대기업을 다니고 있다고?’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원장 아들은 한국에서 100위 안에 드는 기업에 출근하고 있다.‘이런 머리로 어떻게 지금까지 안 잘릴 수 있었을까?’진원우가 이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 한 명과 함께 걸어 들어왔다.원장 아들은 조금 겁을 먹었다.“경찰을 부른다고 해도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절대 당신들이 두렵지 않다고요.”진원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힐끔 보며 말했다.“이 경찰관님께서 뭐라고 하시는지 들어보고 떠들어요.”“당신들...”진원우가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이 경찰은 수사한 결과를 원장 아들에게 알린 후 또 말했다.“지금 우리는 인증과 물증 모두 확보했습니다.”진원우는 원장의 죽음을 이르게 한 독까지 찾아냈다.또 인증과 물증을 다 확보했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입건할 수 있었다.원장 아들은 그래도 믿지 못했다.“당신들 책임을 떠넘기려고 만들어낸 얘기잖아요.”진원우가 그를 되물었다.“그럼 송연아 씨가 왜 당신 아버지를 해쳤겠어요? 두 사람 사이에 원한이 있나요? 원한이 있었다면 당신 아버지는 왜 원장 자리를 송연아 씨에게 물려줬을까요?”원장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진원우가 말했다.“경찰 쪽에서 이미 당신 아버지를 부검해 사인을 확인했어요. 중독된 거 맞아요.”강세헌은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원장을 부검했는데 이제 그 과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일부러 원장 아들에게 경찰 쪽에서 증거 확보를 위한 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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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사내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는데 진원우마저 미간을 구겼다.하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 때문에 울고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기에 그에게 티슈까지 건네줬다.한참 지나서야 그는 감정을 추스르고는 티슈로 얼굴을 닦고 진원우에게 물었다.“정말 거짓말한 거 아니죠?”진원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당신 아버지는 좋은 분이시잖아요, 우리 절대 거짓말을 안 해요.”원장 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그가 자리를 뜨려고 하자 강세헌이 그를 불렀다.“웨인 그룹에서 출근하고 있다면서요? 마침 웨인 그룹 사장을 알고 있어요. 당신 아버지 일이 끝나면 당신은 승진할 거예요.”원장 아들은 놀란 마음에 눈을 크게 떴다.그는 회사에서 일한 지 여러 해가 되었는데도 계속 승진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감사합니다.”원장 아들은 내심 기뻤다.승진하면 월급도 분명 같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다만...그는 또다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설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나 승진시켜 주는 거 아니에요?”“...”진원우는 어이가 없었고 강세헌도 곧바로 차가운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의심이 들면 이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요.”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소파에서 일어나 자리를 떴다.‘정말 한 번 대화하기 힘드네.’진원우도 생각지 못한 전개에 말문이 막혔다.“당신 아버지 체면을 봐서 당신을 도와주는 거예요. 당신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송연아 씨는 원장 자리에 앉지 못했을 것이니 우리도 마땅히 성의를 보여야죠.”진원우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만약 우리가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면 당신 아버지의 죽음이 송연아 씨가 진행한 수술과 상관이 있든 없든 당신을 진작 죽였겠죠. 지금까지 대화하려고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잖아요.”원장 아들은 몸을 흠칫 떨더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당신들 정말 사람도 죽일 수 있어요?”진원우가 차가운 눈빛을 보이며 물었다.“한번 겪어볼래요?”원장 아들이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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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양명섭이 물었다.“뭘?”안이슬이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내가 뭐 말하고 있는지 알잖아.”양명섭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나 정말 몰라,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그는 하품을 하고는 말을 이어갔다.“나 피곤해.”그리고 안이슬을 꼭 안았다.“우리 이대로 자자.”안이슬은 마음이 불안했고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그 사람에게 희망을 품고 있었으면 너와 결혼하지도 않았어. 날 믿었으면 좋겠어. 난 널 믿고 의지하고 있단 말이야. 알아?”양명섭이 그녀의 머리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알겠어, 내가 말을 잘못해서 널 불편하게 만들었지? 다음부터는 주의할게.”안이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것 때문이 아니야.”그녀는 한참 동안 망설이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우리가 도착한 그날, 호텔에서 만난 그 사람이 내 전 남친 친구야.”양명섭이 말했다.“알고 있어.”안이슬은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네가 눈치챘다는 걸 진작 생각했어야 하는데.”그녀는 고개를 숙이더니 말을 이어갔다.“내가 말하지 않았던 건 너를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서야.”“그런 말은 하지 마.”양명섭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내가 너와 결혼하기 전에 네 과거를 몰랐을까 봐? 신경 쓰지 않으니까 너와 결혼했지.”안이슬이 눈을 감았다.“이 아이가 없었더라면 좋겠네. 그럼 마음 놓고 너랑 잘 살 수 있을텐데 말이야.”양명섭이 미간을 구겼다.“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아이는 내가 남기라고 했잖아. 그래도 사람 목숨이 어떻게 쉽게 지울 수 있어? 그리고 이 아이가 있어도 우리는 잘 살 수 있어.”그는 한숨을 푹 쉬더니 말을 이어갔다.“네가 미안하게 생각하는 거 알아, 하지만 나 진짜 신경 안 써.”안이슬은 목이 메었다.“고마워.”양명섭이 그녀를 더 끌어안으며 말했다.“부부 사이에 고맙긴 뭘. 앞으로 그런 말은 하지 마. 너도 알다시피 난 가족도 없잖아. 네 덕분에 다시 가족이 생긴 거야. 오히려 내가 너에게 고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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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5화

안이슬은 직원을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조식은 필요 없으니 가지고 나가세요!”양명섭이 안이슬을 바라봤다.평소 그녀는 화를 잘 내지 않았는데 오늘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까?하지만 그는 바로 묻지 않고 호텔 직원을 향해 말했다.“호텔 조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니까 다시 가져가세요.”직원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호텔 조식이 아니라 어떤 손님께서 보내오신 거예요.”양명섭은 왜 안이슬이 화를 내는지 바로 알아챘다.아마 이 조식도 그날 호텔에서 만난 남자가 보내왔을 것이다.“음식은 남기고 다들 나가줘요.”안이슬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게 누가 보낸 건 줄 알고 남겨?”양명섭이 말했다.“알고 있어.”안이슬은 더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알면서 왜...”양명섭은 바로 설명하지 않고 먼저 직원들을 내보낸 후 문을 닫았다.그는 안이슬 곁으로 다가가더니 그녀를 소파에 앉히고는 인내심 있게 말했다.“이걸 내다 버린다고 해도 뭐가 달라져?”양명섭은 그녀의 속마음을 다 알았다.“이 음식들, 다 네가 예전에 좋아했던 거지? 사람 시켜 음식을 보내온 건 나를 도발하기 위해서일 거야. 나는 네가 예전에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모르잖아. 하지만 모르면 어때? 어차피 다 지나간 일인데. 사람은 입맛도 바뀌고 감정도 시간에 따라 바뀌게 되어있어. 지금의 너와 나처럼 말이야.”안이슬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만약 넌 일말의 미련이 남아있지 않는다면, 그 어떤 환상도 품지 않는다면 덤덤하게 받아들여.”양명섭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난 네가 그 사람 때문에 네 기분이 영향받지 않았으면 해. 이런 내 마음 이해해 줄 수 있어?”안이슬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그녀는 양명섭의 어깨에 기대면서 말했다.“고마워.”양명섭은 이런 일로 비난하거나 꾸짖는 게 아니라 위로하고 타일렀기에 그녀는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었다.“배고프지?”양명섭이 말했다.“식기 전에 좀 먹을까?”안이슬이 말했다.“내가 대학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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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6화

사나이가 자존심이 있지, 심재경은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안이슬이 그렇게 말했는데도 따라간다면 그의 체면은 형편없이 구겨질 것이다.‘나 왜 지금까지 집착하고 있는 거야? 이슬이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데 말이야.’그는 안이슬과 양명섭의 꽉 잡은 두 손을 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떨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아마 오늘 내가 여기에 나타난 것도 두 사람에겐 하나의 웃음거리로 되겠지?’그는 호텔을 나선 후 차를 운전하며 떠났다.안이슬이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으니 더 이상 그녀를 방해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녀를 축복하는 것이 오히려 그녀를 보상하는 좋은 방법일 지도 모른다....송연아는 안이슬과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오은화는 그들에게 꽃차를 건넸다.찬이는 아직도 마당에서 트랜스포머 장난감에 흠뻑 빠져 있었고, 아기는 잠이 들어 집은 매우 조용했다.안이슬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일은 잘 해결됐어?”송연아는 강세헌에게 자세한 상황을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어젯밤 늦게 들어온 걸로 봐선 해결하고 있는 중인 듯했다.“곧 해결되겠죠.”송연아가 그녀를 보며 물었다.“왜요? 급하게 돌아갈 일이 있어요?”안이슬이 대답했다.“급한 건 아닌데. 네 일이 완전히 해결되면 돌아가려고, 아니면 마음이 안 놓여.”한혜숙은 잘 깎은 과일을 가져와 안이슬 앞에 놓았다.“원래 임신하면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해. 그래야 아이도 피부가 좋다잖아.”안이슬이 고개를 들고는 웃으며 말했다.“네, 알겠어요.”한혜숙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다행이야, 너도 결혼하고 아이가 있다니.”안이슬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한혜숙이 고개를 돌려 양명섭을 보며 말했다.“우리 이슬이가 정말 좋은 여자예요. 그러니까 꼭 잘해줘야 해요. 만약 이슬이를 괴롭힌다면 내가 제일 먼저 따지러 갈 거예요. 엄마 없고 아빠가 책임을 안 진다고 이슬이를 얕잡아보면 안 돼요. 나랑 연아가 다 이슬이 친정 식구나 마찬가지니까. 우리 이슬이 잘 부탁해요.”양명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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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송연아는 놀라하면서 그녀를 집안으로 들였다.“언제 돌아왔어요?”“비행기에서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구애린이 말하고는 집 안을 들여다봤다.“집에 손님이 있어요?”송연아는 그녀를 데리고 들어와서 소개를 시작했다.“이슬 언니는 내 친구예요, 여기는 양명섭 경찰관님이에요.”구애린이 눈인사를 하며 말했다.“안녕하세요.”안이슬도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로 화답했다.그 일이 있은 뒤로 구애린은 예전처럼 발랄하지 않고 많이 차분해졌다.안이슬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오랜만에 돌아와서 명섭이를 데리고 이곳저곳 돌아보고 싶어.”집에 손님이 왔으니 그녀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송연아는 구애린이 갑자기 돌아온 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몰라 안이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송연아는 안이슬을 직접 배웅하며 그녀의 팔짱을 꼈다.“저녁에 밥 먹으러 와요. 오랜만에 봤는데 제대로 밥 한 끼도 못 먹고 말이에요.”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송연아는 운전기사더러 두 사람을 모시라고 했다. 안이슬과 양명섭은 차를 안 가지고 왔으니 어디 다닐 때도 불편할 것이다.“언니가 임신했으니까 운전기사님이 데려다주실 거예요.”송연아가 말했다.안이슬은 고맙게 생각하며 말했다.“그럼 신세 좀 질게.”송연아가 말했다.“언니가 나 엄청 많이 도와줬잖아요, 그 신세는 언제 갚아요?”송연아가 도와서 차 문을 닫고 그들이 떠난 걸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갔다.“뭐 마실래요?”송연아가 물었다.구애린은 목이 말라 고개를 끄덕였다.“뭐 마시고 싶어요?”송연아의 물음에 구애린이 대답했다.“주스면 돼요.”송연아는 오은화가 만든 신선한 과일 주스를 잔에 따랐고, 또 생강차 한 잔을 만들었다.그녀는 자리에 앉은 후 구애린을 보며 물었다.“원우 씨 보러 돌아온 거죠?”구애린은 고개를 숙였다.“원우 씨가 많이 바빠서 얼굴 보러 온 거예요.”송연아가 찻잔을 꽉 쥐자 손바닥으로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하지만 구애린을 마주하니 또 그녀 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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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강세헌은 진원우를 데리고 돌아왔다. 진원우는 요즘 바쁜 탓에 구애린에게 메시지를 적게 남겼었다. 현재 일이 해결되고 그는 미국에 잠시 갔다 오고 싶었는데 강세헌은 집에 손님이 있어서 함께 손님맞이를 해달라고 오늘 가지 말라고 말렸다. 진원우는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가는 시간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구애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내일 애린 씨 보러 갈게요. 내일 저녁 티켓으로 예약했어요.」구애린은 윤이랑 놀고 있던 중에 휴대폰 진동 소리가 울려 꺼내 보니 진원우가 보낸 메시지가 떴다. 구애린은 메시지 내용을 보더니 웃음을 띠고는 일부러 이렇게 답장했다.「그렇게 바쁘면 뭐하러 와. 이제 나도 뒷전이고, 일이나 열심히 해.」진원우는 미간을 찌푸렸다.「화났어요?」「응.」이때 구애린은 윤이를 안고 살금살금 진원우의 뒤로 가서 그의 귓가에 작게 입김을 불었다. 진원우는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누구...”도대체 누가 감히 자신에게 이런 장난을 치는 건지, 구애린인 것을 확인한 진원우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을 더듬었다.“애, 애린 씨, 언제 왔어요?”“방금 왔어.”구애린이 대답하자 진원우는 코를 끄적였다.“나는 애린 씨가 정말로 화난 줄 알고 놀라서 심장이 멎을 뻔했어요.”“멎기는 무슨, 잘만 살아있구먼.”구애린의 말에 진원우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말 함부로 하면 안 돼요.”진원우는 윤이를 안아 들고는 구애린에게 가까이 가서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나 보러 온 거예요?”구애린은 그렇다고 작게 대답했다.“너 바쁜 거 알아서 내가 보러 왔어.”진하게 감동한 진원우는 구애린의 손을 잡고 싶고 포옹도 하고 싶었지만, 여기에서 그러면 민폐일 것 같아서 꾹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주방에서는 아직 바빴다.강세헌은 거실에 있는 게 뻘쭘해서 송연아의 뒤에 따라다니며 그녀가 세팅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송연아는 할 줄 아는 요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오은화가 주로 요리를 했고 송연아와 한혜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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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9화

심재경은 송연아의 말을 무시하고 물었다.“안이슬 거기 있지?”송연아는 식탁에서 일어서서 나왔다.“재경 선배, 허튼짓하지 말아요...”“허튼짓하려는 거 아니야. 내가 뭘 하려 한다면 그날 호텔에서 했겠지, 지금까지 기다렸을 리는 없잖아. 너도 알다시피 이슬이는 지금 그 남자랑 사이가 아주 좋아. 내가 뭘 어떻게 한다고 해도 그 두 사람의 관계를 흔들지는 못할 거야. 왜 이렇게 경계하는 거야?”송연아가 말했다.“네,경계할 수밖에 없네요. 지금 이슬 선배 임신 중인데 선배가 아이를 해칠까 봐 두렵기도 하고 이슬 선배의 생활에 불필요한 소란을 가져다줄까 봐 두렵네요...”“안이슬 거기 있지? 지금 갈게.”심재경이 송연아의 말을 끊자 송연아는 얼굴을 찌푸렸다.“재경 선배... 뚜뚜...”통화는 이미 끊겼다. 송연아가 바로 다시 걸었지만, 심재경은 전화를 받지 않아 송연아는 애가 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일을 안이슬한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할 건지 상의를 해야 하기에 송연아는 안이슬한테 문자를 보냈다.「재경 선배 이리로 온대요.」안이슬은 문자를 확인하고 거실을 힐끔 보더니 답장했다.「괜찮아.」안이슬이 이렇게 대답하는 걸 봐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대처할 생각도 한 모양이기에 송연아는 식탁에 돌아와서 웃으며 얘기했다.“죄송해요. 센터에서 확인할 게 있다고 전화가 왔네요.”말하며 송연아가 안이슬을 보자 그녀는 송연아에게 요리를 집어 주며 말했다.“생각 말고 밥 먹어.”송연아는 안이슬을 보면서 대답했다.“네.”안이슬은 긴장하지 않았고 심재경이 온다고 해서 어떤 감정의 기복도 일지 않았지만, 송연아는 양명섭이 오해를 할까 걱정되었다. 하여 식사를 하는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 맛있는 요리들도 송연아는 맛을 음미할 겨를이 없었다.강세헌은 송연아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국물을 한 그릇 떠서 송연아의 앞에 놓으며 물었다.“무슨 생각해?”송연아는 얼른 정신을 가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송연아는 그릇을 들었다. 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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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심재경은 온몸이 굳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한참 침묵하다가 작게 말했다.“괜찮고말고.”심재경은 차 문을 열고 올라타며 말했다.“들어가.”송연아는 다가가서 손으로 차 문을 잡더니 한참을 망설이다 한마디 했다.“포기하세요.”고개를 들어 송연아를 보는 심재경의 얼굴에는 슬픈 기색이 역력했다.“포기했어.”송연아는 뭐라고 위로를 하고 싶었지만, 마땅히 할 수 있는 말을 찾지 못했다.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세상에 여자는 많으니까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더 좋은 사람은 만날 수 있어도 더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제일 어려운 건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었다.“나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심재경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어서 들어가.”말을 마치고 심재경은 차를 몰고 떠났다. 송연아는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지금의 심재경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어깨에 손이 올려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니 강세헌이었다.“내가 봤을 때 재경 선배 많이 슬픈 것 같아요.”송연아가 이렇게 말하자 강세헌이 말했다.“다른 사람의 일은 신경을 좀 덜 써도 돼.”말하고는 송연아를 끌어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송연아가 말했다.“식사를 마치고 세헌 씨가 재경 선배 만나러 가요.”강세헌이 대답했다.“알겠어.”심재경이 식탁에 더 머물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를 망친 건 사실이었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식기가 부딪치는 낭랑한 소리만 공기 속에 울려 퍼졌다. 진원우가 침묵을 깨고 술잔을 들어 양명섭과 건배를 했다.“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도와주셔서 감사해요.”양명섭이 대답했다.“별말씀을요. 지금 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오는 것도 편리해요.”“어찌 됐든 이슬 씨가 원장이 중독된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이번 일은 이렇게 순조롭게 해결되지 못했을 거예요.”진원우는 진심으로 말하니 양명섭도 거절하기 어려워 둘은 몇 잔 더 기울였다.식사를 마치고 모두 흩어지고 송연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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