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그날 밤의 모든 챕터: 챕터 851 - 챕터 860

1265 챕터

제851화

곧이어 그는 바닥에 깨진 유리 시험관을 발견했다.강세헌이 걸어 들어오더니 그녀를 살펴보며 물었다.“괜찮아?”송연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괜찮아요.”강세헌은 그녀의 얼굴색이 어두운 것을 알아채고는 미간을 구겼다.“뭔가 검사해 냈어?”송연아는 힘없어 보였는데 테이블에 몸을 기대고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중독된 거 맞아요. 이슬 언니가 준 물건에서 독금 성분이 검출되었어요.”“독금?”강세헌이 물었다.“그게 뭔데?”송연아가 설명했다.“독금은 한 가지 식물인데 독성이 매우 강해요. 한 그루 독금에서 두 마리 소를 독살할 수 있는 독을 추출할 수 있어요.”하지만 과연 누가 원장에게 독을 먹였을까? 송연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평소 원장은 워낙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왔기 때문에 그에게 앙심을 품은 사람은 없을 텐데 말이다.“설마 잘못 알고 드신 건 아닐까?”“아니, 그럴 일은 없어요.”송연아가 단호하게 말했다.“독금이라는 식물은 유럽에만 있고, 국내에는 없어요, 그러니까 잘못 드실 일도 당연히 없겠죠. 독금은 좀 특이한 점이 있는데, 복용한 후 사람이 무기력해지고 심장 박동이 약해지며 뇌에 산소가 부족해 혼수상태까지 이르게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심장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사망하는데 꼭 수술 실패로 사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원장님은 분명 독금을 잘못 드신 게 아니라 의술을 잘 알고 있는 누군가가 일부러 이런 방법으로 원장님을 돌아가시게 한 것 같아요.”강세헌은 실눈을 뜨며 물었다.“그러니까 누군가가 일부러 너를 모함하기 위해 이런 짓을 꾸며냈다는 거야?”“적어도 지금까지의 분석으로 봐선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만약 경험이 풍부한 법의관이 아니었다면 절대 원장님이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 아닌 심장 혈액 공급 부족으로 인한 사망으로 판정했을 것이다. 그러면 이식한 인공심장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결론이 났을 것이고, 송연아도 이로 인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꾸며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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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송연아는 비몽사몽인 채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아직도 안 일어났어?”안이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송연아가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벌써 아홉 시가 다 되었다.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눈을 비비며 말했다.“어제 늦게 자서 아침에 깨지 못했어요.”“그럴 줄 알았어. 네가 나한테 보낸 동영상 말이야, 명섭이랑 자세히 봤거든. 의심스러운 부분을 발견했으니까 얼른 와, 우리 만나자.”송연아는 바로 이불을 거두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알겠어요, 지금 호텔로 찾아갈게요.”“그래.”전화를 끊은 후 송연아는 재빨리 옷을 입고는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 거실에서 찬이와 윷놀이를 하고 있는 강세헌을 발견했다.“나가봐야 해요.”송연아가 현관에 가서 신을 신으며 말했다.강세헌은 손에 든 윷을 내려놓더니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저녁에 돌아와서 다시 같이 놀아줄게.”찬이는 마음이 내키지 않은 듯 입을 삐죽 내밀고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강세헌이 말했다.“착하지? 돌아올 때 장난감 사줄게.”“트랜스포머 사줘요.”찬이는 바로 고개를 들며 활짝 웃었다.강세헌이 대답했다.“알겠어.”“아직 밥도 안 먹었잖아?”강세헌이 송연아에게 다가가며 말했고 송연아가 이어서 대답했다.“밖에서 대충 때우면 되죠.”“왜 이렇게 급해? 단서를 찾은 거야?”강세헌의 물음에 송연아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집을 나선 후 강세헌이 차를 운전했고 그들은 곧바로 호텔로 향했다.안이슬은 호텔 조식 룸서비스를 시켰다. 송연아가 방금 깼고 서둘러 호텔로 올 것이니 분명 아침을 먹지 않았을 거라고 예상해 특별히 그녀를 위해 주문했다.송연아가 아침을 먹으면서 말했다.“역시 언니는 저를 잘 아시네요.”안이슬이 그녀를 째려보며 말했다.“우리가 알고 지낸 지 얼마나 되었는데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를까 봐?”송연아는 멋쩍게 웃었다.양명섭은 강세헌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양명섭의 본업이 바로 수사하는 것이었기에 그에게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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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송연아의 얼굴이 상기되었다.안이슬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다시 자리에 앉혔다.“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해, 너를 모함하기 위해 그들이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으니.”“어떻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어요? 이익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건가요?”송연아는 곧바로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걸 깨닫고는 바로 사과했다.“미안해요...”안이슬은 웃으면서 전혀 개의치 않았다.“인간의 고약한 마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내가 너보다 훨씬 많이 경험했어.”그래서 이렇게 태연자약할 수 있었다.“지금 의심이 가는 사람을 찾았으니 이제 증거만 찾으면 너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 거야.”안이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송연아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송연아는 덤덤한 얼굴을 보이더니 저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원장 아들이 또 그녀를 고소했고 이제 법원에서 또 고소장이 날아올 것이다.송연아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그녀는 자리에 앉아 감정을 추슬렀다.이제 그녀가 해야 할 일은 강세헌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양명섭은 수상한 사람을 발견했는데 병원의 한 간호사였다.간호사가 원장에게 물을 건넸고, 원장은 그 물을 마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르렀다.강세헌은 양명섭이 짚은 사람을 조사하기 시작했다....진원우는 사람을 데리고 마침 출국하려던 그 간호사의 앞길을 막았다.“같이 가시죠.”간호사는 손에 든 캐리어를 움켜쥐고는 경계심을 높였다.“당신은 누구죠?”진원우는 부하더러 움직이라고 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렇게 대놓고 사람 잡아도 되는 거예요? 법도가 안중에도 없나요?”간호사가 발버둥치며 소리를 질러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진원우가 설명했다.“우리는 경찰입니다. 이분을 잡으러 온 겁니다.”하지만 간호사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경찰이면 경찰증을 내놔 봐요.”간호사가 벌컥 역정을 냈고 진원우는 여유롭게 대처했다.“급할 것 없어요, 이제 보여줄게요.”간호사는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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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나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 제발 살려주세요.”간호사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진원우가 말했다.“입이 엄청 무거워요,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려고 해요.”강세헌은 싸늘한 얼굴로 간호사를 힐끔 보더니 입꼬리를 씩 올리고는 말했다.“입이 무거워? 그 말을 못 믿겠는데? 세상에 비밀이란 게 어디 있어? 말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걸 설명하지.”진원우가 말했다.“네, 저에게 맡겨주세요. 10분 안에 반드시 말하게 하겠습니다.”그는 손을 휙 저으며 말했다.“여봐라...”“말할게요, 저 말 할게요.”간호사는 눈앞의 사람들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바로 눈치챘다. 계속 입을 다물고 있다가는 분명 그녀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그녀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인턴으로 일하기 위해 병원으로 들어갔고, 또 순조롭게 정규직으로 채용되었다. 그동안 그녀는 고생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이 상황이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지금 말하지 않아도 맞고 나서도 말하게 되어 있을 것이다.“말해!”진원우가 웅크려 앉아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그래도 눈치는 빠르네. 조금만 늦었어도 제대로 고통을 맛봤을 것인데 말이야.”간호사는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누군가가 저에게 돈을 줬어요. 방금 수술을 마친 환자분께 물 한 잔을 건네주라며. 물은 그 사람이 준 거예요.”“그 사람이 누군데?”“모르는 사람이에요.”간호사는 진원우가 믿지 않을까 봐 말을 보탰다.“정말 누군지 몰라요. 그때 그 사람이 그저 환자분께 물을 건네면 6000만 원을 준다고 했어요. 워낙 많은 돈을 준다고 하니까, 그대로 한 것뿐이에요.”진원우는 또 간호사에게 신일제약의 임원들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이 안에 당신을 매수한 사람이 있어?”간호사가 차례로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없어요.”그러고는 또 말 한마디를 보탰다.“이 안에 정말 없어요. 저에게 물을 준 그 사람은 아주 말랐고, 얼굴에 주근깨가 있었어요.”진원우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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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그럼 원장님은 어떻게 돌아가셨는데요?”옥자현이 거침없이 물었다.송연아가 대답했다.“중독으로 돌아가셨어요.”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믿지 못하는 듯이 침묵을 지켰다.중독? 그럴 리가 있나?“무슨 독에 중독됐나요?”옥자현은 분명 송연아의 말을 못 믿는 눈치였다. 그리고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일부러 중독됐다고 말하는 게 아니냐는 표정을 보였다.원장의 수술은 송연아가 고집해서 진행했고, 이 수술에 문제가 생겼으니 송연아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사람들 모두 알고 있었다.송연아가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오늘 내가 이 자리에서 한 얘기 모두 비밀을 지켜줬으면 해요. 아직 증거가 불충분하고, 이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면 괜히 상대는 경계심만 높일 거예요. 아직 내가 원장님이 중독된 것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그녀는 잠깐 멈칫하다가 말을 이어갔다.“여러분들도 분명 원장님께서 중독으로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을 거예요. 내가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핑계를 찾고 있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걸 당당하고도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어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그때 인공심장 개발에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혔고, 나중에 이 박사님의 합류 덕분에 우리는 순조롭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이 박사님이 우리 연구센터에 합류하기 전에 신일제약에서도 이 박사님과 계약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이 박사님에게 비열한 방법을 쓰면서 협박도 했지만 이 박사님은 결국 우리 연구센터에 들어왔어요. 인공심장 시장은 방대해요. 나라에서도 투자하고 있으니 말이죠. 신일제약은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게 목적인데 이 박사님이 우리 연구센터로 왔으니 그들에게 있어서 우리 연구센터는 그들의 돈줄을 끊어버린 것과도 같겠죠. 그래서 최선을 다해 우리가 먼저 인공심장을 만들어내고 시장에 진입하는 걸 막으려는 거예요. 신일제약에서 이 박사님를 스카우트하지 못했어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그들은 아직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기에 만약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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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다시 보니 그의 옆에는 이영이 서 있었다.원장 아들이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이영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당, 당신, 또, 또 나를 때려? 내가 당신을 상해죄로 고소하겠어!”이영이 일부러 손을 들자 원장 아들은 잔뜩 겁을 먹으면서 머리를 끌어안았다.“나 때리지 마!”“맞기 싫으면 꺼져!”이영이 엄숙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원장 아들은 자기가 싸움을 잘하는 걸 이영을 전혀 상대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의기소침하여 도망갔다.송연아가 이영에게 다가갔다.경호원인 그는 너무 든든했고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다음에 또 오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요. 한두 번도 아니고, 끝이 없네요.”송연아가 차에 올라타고는 말했다.“이런 사람은 멀리하는 게 좋아요.”도리를 따지지 않고 마구 사람에게 달라붙으면서 따졌는데 떼어내려고 해도 떼어낼 수 없는 귀찮은 존재였으니 말이다.이영이 말했다.“이런 사람, 저 많이 봤어요.”세상은 넓고 맞을 놈은 많다.그 도리를 납득하고 나면 모든 걸 내려놓게 된다.이영이 물었다.“이번 일, 어떻게 해결할까요? 저 사람 쉽게 그만두지 않을 것 같은데요.”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 송연아는 이마를 짚었다.“계속 찾으러 오니 피할 수밖에 없죠.”원장 아들은 쉽게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송연아는 몸이 끈적거리는 느낌에 불편했다.휴대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벌써 생리가 올 때가 되었다. 어쩐지 아까부터 몸이 무겁게 느껴지더라니.“이영 씨, 마트 앞에서 차 세워요.”이영이 알겠다고 대답했다.“뭐 사려고 하세요? 제가 사 올까요?”송연아가 말했다.“괜찮아요.”한참 후, 이영은 한 마트 앞에서 차를 세웠다.송연아는 차에서 내려 마트로 향했고 생리대를 사서 주머니에 넣은 후 물도 한 병 챙기고는 돈을 내고 마트에서 나왔다. 그리고 손에 물을 든 채 차에 올라탔다.이영이 물었다.“목마르셨어요?”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한 병 샀는데 이영 씨는 목말라요? 이거 줄까요?”이영은 괜찮다고 했다.“그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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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송연아는 강세헌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곧이어 문이 열렸고 강세헌은 그녀의 손에 든 주머니를 발견하고는 물었다.“뭐 들고 있어?”송연아가 사무실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더러워진 옷이에요.”강세헌이 더 자세히 물어보려던 그때 진원우가 들어왔다.“먼저 소파에 앉아있어, 뭐 마실래?”강세헌이 물었다.송연아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은 채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강세헌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지만 더 물어보지 않고 테이블 앞으로 가 진원우에게 물었다.“어떻게 됐어? 사람은 찾았어?”진원우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찾았습니다. 신일제약 부대표 부하인 것 같더라고요.”부대표 부하가 사람을 찾아 간호사를 매수한 것이다.이제 중요한 단서를 모두 찾았으니 이제 원장 아들만 잘 설득하면 되었다.그는 지금 원장의 죽음을 송연아의 수술과 이식된 인공심장 때문이라고 잡아떼고 있는데 만약 이때 원장이 수술 때문이 아닌 독살로 돌아가신 걸 알게 되면 한동안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물론 그들에게 지금 증거와 증인 모두 있었지만 그래도 미리 원장 아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게 좋은 방법일 듯했다.강세헌이 잠깐 고민하고는 말했다.“원우야, 지난번에 조사한 원장 아들 자료는?”진원우가 대답했다.“지금 바로 가지러 가겠습니다.”그가 말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강세헌은 송연아에게 눈길을 돌렸다.이 일에 관심을 보여야 하는 그녀가 왜 이렇게 우울한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강세헌이 송연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연아야? 어디 불편해?”그의 목소리에 송연아는 생각을 거두고는 입을 열었다.“왜 그래요?”강세헌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무슨 생각 그렇게 골똘히 해?”강세헌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어디 아파?”송연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애써 기운이 넘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그녀는 겨우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강세헌의 손을 잡았다.“왜 그래요? 왜 그런 눈빛으로 날 봐요?”강세헌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너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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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송연아가 물컵을 내려놓고는 그의 손에 든 바지를 다시 주머니 안에 넣으면서 시선을 그에게로 돌렸다.“세헌 씨, 왜 그렇게 민감해요?”그녀는 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생리 와서 피 묻은 바지를 갈아입었어요. 그런데 그걸 왜 열어봐요? 내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어요?”강세헌은 주머니에 비밀이 숨겨졌을 거라고 생각했다.오늘 송연아의 반응이 워낙 이상했으니 강세헌은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송연아가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얼굴을 그의 가슴팍에 파묻었다.“왜 그렇게 유치하게 굴어요. 나 오늘 생리 와서 기운이 없단 말이에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아요.”강세헌이 알겠다고 대답했다.‘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게 맞겠지?’“일찍 돌아가서 쉬어.”강세헌이 그녀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말했다.“난 아직 할 일이 남았어. 일이 끝나면 너랑 있어 줄게.”송연아는 애교를 부리면서 그를 꼭 껴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쇄골과 목젖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나 집으로 데려다줘요.”강세헌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알겠어.”송연아도 활짝 미소를 지었다.여기가 회사이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강세헌을 꼭 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그에게 더 달라붙었는데 이는 흔히 일어나는 상황이 아니었다.강세헌이 그녀에게 물었다.“회사 사람들이 네가 얼굴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말이 나오는 게 이제 안 두려워?”송연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이미 지난번에 세헌 씨 때문에 망신을 다 당했는데 뭐가 더 두려워요?”강세헌이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말했다.“너도 안 두려워하는데 나는 두려워할 이유가 더 없지.”그 말에 송연아가 웃었다.두 사람이 사무실을 나섰다.“대표님.”직원이 인사를 건넸고 강세헌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지난번에 송연아가 왔을 때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을 알게 되었고 또 그녀가 강세헌에게 엄청 달라붙는다는 인상이 있었기에 지금 둘이 꼭 껴안고 있어도 직원들은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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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송연아는 병원 산부인과에서 접수증을 받고는 검사를 몇 개 진행한 후 결과를 기다렸다.약 한 시간이 지나서 결과가 나왔고 그녀는 결과를 든 채 진료실로 향했다.의사가 결과를 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검사 결과에 의하면 자연유산이 맞네요. 대부분 환자들은 그걸 느끼지 못하는데 어떻게 유산이라는 걸 아셨죠?”송연아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추측이 정확했으니 말이다.생리가 미뤄진 건 아니지만 이번에 유독 출혈량이 많았고 핏덩이도 많았다.그녀의 전공은 흉부외과이다. 산부인과는 전문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지식은 알고 있었다. 적어도 일반인 여성들보다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송연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는 그녀가 우연히 발견한 줄 알고는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HCG 결과가 있기에 우리는 환자가 자연유산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어요. 보통은 그 어떤 임신 증상도 나타나지 않죠. 심지어 임신한 기간이 매우 짧은데 생리 기간보다도 짧아 알아차리기 쉽지 않죠. 배아에 문제가 있어서 자연사한 거예요. 이 과정이 자연유산이죠. 보통 이런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HCG 검사도 하지 않으면 그저 평소보다 생리량이 많고, 생리 기간이 길다고 느껴졌을 거예요. 며칠 지나서 한 번 다시 검사를 받아봐요. 유산이 철저하게 끝나면 임신에는 영향 주지 않을 거예요. 다만...”의사가 그녀를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검사 결과를 봤는데 아마도 아이를 가지기에 적합한 몸 상태는 아닌 것 같아요. 자궁벽이 워낙 얇으셔서.”송연아는 자기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네, 알고 있어요.”“알고 있으면 피임을 잘해야죠.”의사가 말하고는 고개를 숙여 종이에 뭔가를 적었다.“약을 처방해 줄게요. 깨끗하게 유산되는 것을 도와주는 약이에요.”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자연 유산도 보통 유산과 다를 것 없어요, 몸조리를 잘해야 해요.”의사가 신신당부했고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진료실에서 나온 후 그녀는 약을 받으러 아래층에서 줄을 섰다.줄을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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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송연아가 웃으면서 말했다.“아파요.”한혜숙은 생강차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아픈데 찬이를 안아주고 있어? 찬이가 지금 얼마나 무거운지 알아? 아직 많이 안 아픈가보지.”그녀는 딸을 아끼는 마음에 찬이를 송연아 품에서 다시 안아왔다.“고통이 좀 가라앉으면 다시 찬이를 안아.”한혜숙이 찬이를 아래층으로 데려가려고 하면서 가기 전 그녀는 또 송연아에게 신신당부했다.“생강차를 꼭 다 마셔.”찬이는 속상한 마음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할머니 미워요.”한혜숙이 그의 코를 쓱 쓸어내리고는 말했다.“말 들어. 엄마가 편찮으셔. 좀 나으면 엄마랑 같이 있게 해줄게.”“엄마 저를 안아 들었잖아요, 어디가 편찮으시다는 거예요? 저에게 활짝 웃으셨단 말이에요. 할머니 왜 거짓말을 하세요?”찬이가 발버둥 치며 말했다.“이거 놔요.”한혜숙은 그를 바닥에 내려놓았다.그는 씩씩거리며 거실로 뛰어가고는 소파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한혜숙이 그를 어르고 달랬다.“찬이야, 착하지. 아니면 트랜스포머를 사줄까?”“싫어요!”트랜스포머는 찬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인데도 지금은 너무 화가 났는지 거절했다.한혜숙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효과가 없자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이제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풀리겠지.강세헌이 돌아왔을 때 찬이는 아직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강세헌을 본 찬이는 그의 품에 쏙 안기며 말했다.“아빠!”강세헌이 그를 안아 들며 물었다.“왜 그래? 울었어?”찬이는 억울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더니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한혜숙이 말했다.“연아가 찬이를 안지 못하게 했더니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야.”찬이가 얼굴을 강세헌의 품에 파묻고는 말했다.“할머니는 엄마가 저를 못 안게 하셨어요. 엄마는 분명 저를 안아주고 싶어 하셨는데요.”“...”한혜숙은 말문이 막혔다.“누가 너를 안아주고 싶어 해, 네가 얼마나 무거운데.”찬이는 강세헌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아빠, 빨리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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