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니 그의 옆에는 이영이 서 있었다.원장 아들이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이영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당, 당신, 또, 또 나를 때려? 내가 당신을 상해죄로 고소하겠어!”이영이 일부러 손을 들자 원장 아들은 잔뜩 겁을 먹으면서 머리를 끌어안았다.“나 때리지 마!”“맞기 싫으면 꺼져!”이영이 엄숙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원장 아들은 자기가 싸움을 잘하는 걸 이영을 전혀 상대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의기소침하여 도망갔다.송연아가 이영에게 다가갔다.경호원인 그는 너무 든든했고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다음에 또 오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어요. 한두 번도 아니고, 끝이 없네요.”송연아가 차에 올라타고는 말했다.“이런 사람은 멀리하는 게 좋아요.”도리를 따지지 않고 마구 사람에게 달라붙으면서 따졌는데 떼어내려고 해도 떼어낼 수 없는 귀찮은 존재였으니 말이다.이영이 말했다.“이런 사람, 저 많이 봤어요.”세상은 넓고 맞을 놈은 많다.그 도리를 납득하고 나면 모든 걸 내려놓게 된다.이영이 물었다.“이번 일, 어떻게 해결할까요? 저 사람 쉽게 그만두지 않을 것 같은데요.”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 송연아는 이마를 짚었다.“계속 찾으러 오니 피할 수밖에 없죠.”원장 아들은 쉽게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송연아는 몸이 끈적거리는 느낌에 불편했다.휴대폰을 꺼내 확인해 보니 벌써 생리가 올 때가 되었다. 어쩐지 아까부터 몸이 무겁게 느껴지더라니.“이영 씨, 마트 앞에서 차 세워요.”이영이 알겠다고 대답했다.“뭐 사려고 하세요? 제가 사 올까요?”송연아가 말했다.“괜찮아요.”한참 후, 이영은 한 마트 앞에서 차를 세웠다.송연아는 차에서 내려 마트로 향했고 생리대를 사서 주머니에 넣은 후 물도 한 병 챙기고는 돈을 내고 마트에서 나왔다. 그리고 손에 물을 든 채 차에 올라탔다.이영이 물었다.“목마르셨어요?”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한 병 샀는데 이영 씨는 목말라요? 이거 줄까요?”이영은 괜찮다고 했다.“그럼 우리
송연아는 강세헌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곧이어 문이 열렸고 강세헌은 그녀의 손에 든 주머니를 발견하고는 물었다.“뭐 들고 있어?”송연아가 사무실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말했다.“더러워진 옷이에요.”강세헌이 더 자세히 물어보려던 그때 진원우가 들어왔다.“먼저 소파에 앉아있어, 뭐 마실래?”강세헌이 물었다.송연아는 소파에 웅크리고 앉은 채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강세헌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지만 더 물어보지 않고 테이블 앞으로 가 진원우에게 물었다.“어떻게 됐어? 사람은 찾았어?”진원우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찾았습니다. 신일제약 부대표 부하인 것 같더라고요.”부대표 부하가 사람을 찾아 간호사를 매수한 것이다.이제 중요한 단서를 모두 찾았으니 이제 원장 아들만 잘 설득하면 되었다.그는 지금 원장의 죽음을 송연아의 수술과 이식된 인공심장 때문이라고 잡아떼고 있는데 만약 이때 원장이 수술 때문이 아닌 독살로 돌아가신 걸 알게 되면 한동안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물론 그들에게 지금 증거와 증인 모두 있었지만 그래도 미리 원장 아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게 좋은 방법일 듯했다.강세헌이 잠깐 고민하고는 말했다.“원우야, 지난번에 조사한 원장 아들 자료는?”진원우가 대답했다.“지금 바로 가지러 가겠습니다.”그가 말하고는 사무실을 나섰다.강세헌은 송연아에게 눈길을 돌렸다.이 일에 관심을 보여야 하는 그녀가 왜 이렇게 우울한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강세헌이 송연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연아야? 어디 불편해?”그의 목소리에 송연아는 생각을 거두고는 입을 열었다.“왜 그래요?”강세헌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무슨 생각 그렇게 골똘히 해?”강세헌이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어디 아파?”송연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애써 기운이 넘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그녀는 겨우 입꼬리를 끌어올리더니 강세헌의 손을 잡았다.“왜 그래요? 왜 그런 눈빛으로 날 봐요?”강세헌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너 오늘
송연아가 물컵을 내려놓고는 그의 손에 든 바지를 다시 주머니 안에 넣으면서 시선을 그에게로 돌렸다.“세헌 씨, 왜 그렇게 민감해요?”그녀는 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생리 와서 피 묻은 바지를 갈아입었어요. 그런데 그걸 왜 열어봐요? 내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어요?”강세헌은 주머니에 비밀이 숨겨졌을 거라고 생각했다.오늘 송연아의 반응이 워낙 이상했으니 강세헌은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송연아가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얼굴을 그의 가슴팍에 파묻었다.“왜 그렇게 유치하게 굴어요. 나 오늘 생리 와서 기운이 없단 말이에요.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아요.”강세헌이 알겠다고 대답했다.‘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게 맞겠지?’“일찍 돌아가서 쉬어.”강세헌이 그녀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말했다.“난 아직 할 일이 남았어. 일이 끝나면 너랑 있어 줄게.”송연아는 애교를 부리면서 그를 꼭 껴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쇄골과 목젖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나 집으로 데려다줘요.”강세헌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알겠어.”송연아도 활짝 미소를 지었다.여기가 회사이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강세헌을 꼭 안은 채 놓아주지 않았다. 오늘따라 유난히 그에게 더 달라붙었는데 이는 흔히 일어나는 상황이 아니었다.강세헌이 그녀에게 물었다.“회사 사람들이 네가 얼굴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말이 나오는 게 이제 안 두려워?”송연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이미 지난번에 세헌 씨 때문에 망신을 다 당했는데 뭐가 더 두려워요?”강세헌이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말했다.“너도 안 두려워하는데 나는 두려워할 이유가 더 없지.”그 말에 송연아가 웃었다.두 사람이 사무실을 나섰다.“대표님.”직원이 인사를 건넸고 강세헌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지난번에 송연아가 왔을 때 사람들은 그녀의 얼굴을 알게 되었고 또 그녀가 강세헌에게 엄청 달라붙는다는 인상이 있었기에 지금 둘이 꼭 껴안고 있어도 직원들은 전혀
송연아는 병원 산부인과에서 접수증을 받고는 검사를 몇 개 진행한 후 결과를 기다렸다.약 한 시간이 지나서 결과가 나왔고 그녀는 결과를 든 채 진료실로 향했다.의사가 결과를 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검사 결과에 의하면 자연유산이 맞네요. 대부분 환자들은 그걸 느끼지 못하는데 어떻게 유산이라는 걸 아셨죠?”송연아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추측이 정확했으니 말이다.생리가 미뤄진 건 아니지만 이번에 유독 출혈량이 많았고 핏덩이도 많았다.그녀의 전공은 흉부외과이다. 산부인과는 전문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지식은 알고 있었다. 적어도 일반인 여성들보다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송연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는 그녀가 우연히 발견한 줄 알고는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HCG 결과가 있기에 우리는 환자가 자연유산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어요. 보통은 그 어떤 임신 증상도 나타나지 않죠. 심지어 임신한 기간이 매우 짧은데 생리 기간보다도 짧아 알아차리기 쉽지 않죠. 배아에 문제가 있어서 자연사한 거예요. 이 과정이 자연유산이죠. 보통 이런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HCG 검사도 하지 않으면 그저 평소보다 생리량이 많고, 생리 기간이 길다고 느껴졌을 거예요. 며칠 지나서 한 번 다시 검사를 받아봐요. 유산이 철저하게 끝나면 임신에는 영향 주지 않을 거예요. 다만...”의사가 그녀를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검사 결과를 봤는데 아마도 아이를 가지기에 적합한 몸 상태는 아닌 것 같아요. 자궁벽이 워낙 얇으셔서.”송연아는 자기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네, 알고 있어요.”“알고 있으면 피임을 잘해야죠.”의사가 말하고는 고개를 숙여 종이에 뭔가를 적었다.“약을 처방해 줄게요. 깨끗하게 유산되는 것을 도와주는 약이에요.”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자연 유산도 보통 유산과 다를 것 없어요, 몸조리를 잘해야 해요.”의사가 신신당부했고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진료실에서 나온 후 그녀는 약을 받으러 아래층에서 줄을 섰다.줄을 설
송연아가 웃으면서 말했다.“아파요.”한혜숙은 생강차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아픈데 찬이를 안아주고 있어? 찬이가 지금 얼마나 무거운지 알아? 아직 많이 안 아픈가보지.”그녀는 딸을 아끼는 마음에 찬이를 송연아 품에서 다시 안아왔다.“고통이 좀 가라앉으면 다시 찬이를 안아.”한혜숙이 찬이를 아래층으로 데려가려고 하면서 가기 전 그녀는 또 송연아에게 신신당부했다.“생강차를 꼭 다 마셔.”찬이는 속상한 마음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할머니 미워요.”한혜숙이 그의 코를 쓱 쓸어내리고는 말했다.“말 들어. 엄마가 편찮으셔. 좀 나으면 엄마랑 같이 있게 해줄게.”“엄마 저를 안아 들었잖아요, 어디가 편찮으시다는 거예요? 저에게 활짝 웃으셨단 말이에요. 할머니 왜 거짓말을 하세요?”찬이가 발버둥 치며 말했다.“이거 놔요.”한혜숙은 그를 바닥에 내려놓았다.그는 씩씩거리며 거실로 뛰어가고는 소파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한혜숙이 그를 어르고 달랬다.“찬이야, 착하지. 아니면 트랜스포머를 사줄까?”“싫어요!”트랜스포머는 찬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인데도 지금은 너무 화가 났는지 거절했다.한혜숙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효과가 없자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이제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풀리겠지.강세헌이 돌아왔을 때 찬이는 아직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강세헌을 본 찬이는 그의 품에 쏙 안기며 말했다.“아빠!”강세헌이 그를 안아 들며 물었다.“왜 그래? 울었어?”찬이는 억울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더니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한혜숙이 말했다.“연아가 찬이를 안지 못하게 했더니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야.”찬이가 얼굴을 강세헌의 품에 파묻고는 말했다.“할머니는 엄마가 저를 못 안게 하셨어요. 엄마는 분명 저를 안아주고 싶어 하셨는데요.”“...”한혜숙은 말문이 막혔다.“누가 너를 안아주고 싶어 해, 네가 얼마나 무거운데.”찬이는 강세헌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아빠, 빨리 저를
송연아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세헌 씨, 날 안아줘요.”강세헌이 몸을 숙이고는 이불을 사이 두고 그녀를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허리 아파?”송연아가 대답하지 않자 강세헌은 웃음을 터뜨렸다.“왜 이래? 아들이 울먹울먹하더니, 너도 울먹울먹하네, 두 사람 다 나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거야?”송연아는 코를 훌쩍였다.“찬이가 울었어요?”“지금은 완전히 신나서 밖에서 즐겁게 놀고 있어.”강세헌은 곧바로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넌?”송연아는 두 손을 내밀어 그를 껴안더니 얼굴을 그의 품에 파묻으며 말했다.“그냥 세헌 씨가 보고 싶어서요.”강세헌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말했다.“나도 너 보고 싶었어.”“세헌 씨, 사랑해요.”그녀는 이런 방법으로 강세헌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유산 했다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강세헌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바로 얼굴을 돌렸다.눈물이 주르륵 흘렀지만 그녀는 애써 괜찮은 척하며 말했다.“나 보지 마요, 부끄러우니까.”강세헌이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알겠어.”“나 피곤해서 잘래요.”송연아는 이불을 머리 위로 올렸다.“그래, 자.”강세헌이 깊은 눈망울로 그녀를 바라보고는 알겠다고 하고 방을 나서면서 문을 살며시 닫았다.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간 후 이영을 불렀고, 이영은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강세헌이 물었다.“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이영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없었는데요.”“확실해?”강세헌은 그의 속마음을 꿰뚫을 수 있을 것 같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이영처럼 카리스마 있는 남자도 감히 강세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네... 확실해요.”다시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별다른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예외라면 송연아와 병원을 간 거였는데 송연아가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했으니 이영도 섣불리 말할 수 없어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대표님...”그는 결국 입밖에 내뱉지 못하고 일부러 원장 아
강세헌이 미간을 구겼다.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딱 질색이었다.“경찰 쪽에서 이미 입건했어요, 당신 아버지는 살해당했어요.”원장 아들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당신 아내 책임을 떠넘기려고 지어낸 이유 아니에요? 그런 황당한 소리를 믿을 줄 알았어요? 내가 그렇게 어리석고 만만해 보여요?”딱 강세헌의 진심이었다.‘어떻게 이런 어리석은 사람이 있을 수 있지? 말도 섞고 싶지 않네. 사리 분별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대기업을 다니고 있다고?’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원장 아들은 한국에서 100위 안에 드는 기업에 출근하고 있다.‘이런 머리로 어떻게 지금까지 안 잘릴 수 있었을까?’진원우가 이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 한 명과 함께 걸어 들어왔다.원장 아들은 조금 겁을 먹었다.“경찰을 부른다고 해도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절대 당신들이 두렵지 않다고요.”진원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힐끔 보며 말했다.“이 경찰관님께서 뭐라고 하시는지 들어보고 떠들어요.”“당신들...”진원우가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이 경찰은 수사한 결과를 원장 아들에게 알린 후 또 말했다.“지금 우리는 인증과 물증 모두 확보했습니다.”진원우는 원장의 죽음을 이르게 한 독까지 찾아냈다.또 인증과 물증을 다 확보했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입건할 수 있었다.원장 아들은 그래도 믿지 못했다.“당신들 책임을 떠넘기려고 만들어낸 얘기잖아요.”진원우가 그를 되물었다.“그럼 송연아 씨가 왜 당신 아버지를 해쳤겠어요? 두 사람 사이에 원한이 있나요? 원한이 있었다면 당신 아버지는 왜 원장 자리를 송연아 씨에게 물려줬을까요?”원장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진원우가 말했다.“경찰 쪽에서 이미 당신 아버지를 부검해 사인을 확인했어요. 중독된 거 맞아요.”강세헌은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원장을 부검했는데 이제 그 과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일부러 원장 아들에게 경찰 쪽에서 증거 확보를 위한 부검
사내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는데 진원우마저 미간을 구겼다.하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 때문에 울고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기에 그에게 티슈까지 건네줬다.한참 지나서야 그는 감정을 추스르고는 티슈로 얼굴을 닦고 진원우에게 물었다.“정말 거짓말한 거 아니죠?”진원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당신 아버지는 좋은 분이시잖아요, 우리 절대 거짓말을 안 해요.”원장 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그가 자리를 뜨려고 하자 강세헌이 그를 불렀다.“웨인 그룹에서 출근하고 있다면서요? 마침 웨인 그룹 사장을 알고 있어요. 당신 아버지 일이 끝나면 당신은 승진할 거예요.”원장 아들은 놀란 마음에 눈을 크게 떴다.그는 회사에서 일한 지 여러 해가 되었는데도 계속 승진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감사합니다.”원장 아들은 내심 기뻤다.승진하면 월급도 분명 같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다만...그는 또다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설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나 승진시켜 주는 거 아니에요?”“...”진원우는 어이가 없었고 강세헌도 곧바로 차가운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의심이 들면 이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요.”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소파에서 일어나 자리를 떴다.‘정말 한 번 대화하기 힘드네.’진원우도 생각지 못한 전개에 말문이 막혔다.“당신 아버지 체면을 봐서 당신을 도와주는 거예요. 당신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송연아 씨는 원장 자리에 앉지 못했을 것이니 우리도 마땅히 성의를 보여야죠.”진원우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만약 우리가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면 당신 아버지의 죽음이 송연아 씨가 진행한 수술과 상관이 있든 없든 당신을 진작 죽였겠죠. 지금까지 대화하려고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잖아요.”원장 아들은 몸을 흠칫 떨더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당신들 정말 사람도 죽일 수 있어요?”진원우가 차가운 눈빛을 보이며 물었다.“한번 겪어볼래요?”원장 아들이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