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는 병원 산부인과에서 접수증을 받고는 검사를 몇 개 진행한 후 결과를 기다렸다.약 한 시간이 지나서 결과가 나왔고 그녀는 결과를 든 채 진료실로 향했다.의사가 결과를 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검사 결과에 의하면 자연유산이 맞네요. 대부분 환자들은 그걸 느끼지 못하는데 어떻게 유산이라는 걸 아셨죠?”송연아는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추측이 정확했으니 말이다.생리가 미뤄진 건 아니지만 이번에 유독 출혈량이 많았고 핏덩이도 많았다.그녀의 전공은 흉부외과이다. 산부인과는 전문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지식은 알고 있었다. 적어도 일반인 여성들보다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송연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는 그녀가 우연히 발견한 줄 알고는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HCG 결과가 있기에 우리는 환자가 자연유산을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있어요. 보통은 그 어떤 임신 증상도 나타나지 않죠. 심지어 임신한 기간이 매우 짧은데 생리 기간보다도 짧아 알아차리기 쉽지 않죠. 배아에 문제가 있어서 자연사한 거예요. 이 과정이 자연유산이죠. 보통 이런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HCG 검사도 하지 않으면 그저 평소보다 생리량이 많고, 생리 기간이 길다고 느껴졌을 거예요. 며칠 지나서 한 번 다시 검사를 받아봐요. 유산이 철저하게 끝나면 임신에는 영향 주지 않을 거예요. 다만...”의사가 그녀를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검사 결과를 봤는데 아마도 아이를 가지기에 적합한 몸 상태는 아닌 것 같아요. 자궁벽이 워낙 얇으셔서.”송연아는 자기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네, 알고 있어요.”“알고 있으면 피임을 잘해야죠.”의사가 말하고는 고개를 숙여 종이에 뭔가를 적었다.“약을 처방해 줄게요. 깨끗하게 유산되는 것을 도와주는 약이에요.”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자연 유산도 보통 유산과 다를 것 없어요, 몸조리를 잘해야 해요.”의사가 신신당부했고 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진료실에서 나온 후 그녀는 약을 받으러 아래층에서 줄을 섰다.줄을 설
송연아가 웃으면서 말했다.“아파요.”한혜숙은 생강차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아픈데 찬이를 안아주고 있어? 찬이가 지금 얼마나 무거운지 알아? 아직 많이 안 아픈가보지.”그녀는 딸을 아끼는 마음에 찬이를 송연아 품에서 다시 안아왔다.“고통이 좀 가라앉으면 다시 찬이를 안아.”한혜숙이 찬이를 아래층으로 데려가려고 하면서 가기 전 그녀는 또 송연아에게 신신당부했다.“생강차를 꼭 다 마셔.”찬이는 속상한 마음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할머니 미워요.”한혜숙이 그의 코를 쓱 쓸어내리고는 말했다.“말 들어. 엄마가 편찮으셔. 좀 나으면 엄마랑 같이 있게 해줄게.”“엄마 저를 안아 들었잖아요, 어디가 편찮으시다는 거예요? 저에게 활짝 웃으셨단 말이에요. 할머니 왜 거짓말을 하세요?”찬이가 발버둥 치며 말했다.“이거 놔요.”한혜숙은 그를 바닥에 내려놓았다.그는 씩씩거리며 거실로 뛰어가고는 소파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한혜숙이 그를 어르고 달랬다.“찬이야, 착하지. 아니면 트랜스포머를 사줄까?”“싫어요!”트랜스포머는 찬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인데도 지금은 너무 화가 났는지 거절했다.한혜숙은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효과가 없자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이제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풀리겠지.강세헌이 돌아왔을 때 찬이는 아직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강세헌을 본 찬이는 그의 품에 쏙 안기며 말했다.“아빠!”강세헌이 그를 안아 들며 물었다.“왜 그래? 울었어?”찬이는 억울한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더니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한혜숙이 말했다.“연아가 찬이를 안지 못하게 했더니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야.”찬이가 얼굴을 강세헌의 품에 파묻고는 말했다.“할머니는 엄마가 저를 못 안게 하셨어요. 엄마는 분명 저를 안아주고 싶어 하셨는데요.”“...”한혜숙은 말문이 막혔다.“누가 너를 안아주고 싶어 해, 네가 얼마나 무거운데.”찬이는 강세헌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아빠, 빨리 저를
송연아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세헌 씨, 날 안아줘요.”강세헌이 몸을 숙이고는 이불을 사이 두고 그녀를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허리 아파?”송연아가 대답하지 않자 강세헌은 웃음을 터뜨렸다.“왜 이래? 아들이 울먹울먹하더니, 너도 울먹울먹하네, 두 사람 다 나에게 우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거야?”송연아는 코를 훌쩍였다.“찬이가 울었어요?”“지금은 완전히 신나서 밖에서 즐겁게 놀고 있어.”강세헌은 곧바로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넌?”송연아는 두 손을 내밀어 그를 껴안더니 얼굴을 그의 품에 파묻으며 말했다.“그냥 세헌 씨가 보고 싶어서요.”강세헌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는 말했다.“나도 너 보고 싶었어.”“세헌 씨, 사랑해요.”그녀는 이런 방법으로 강세헌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유산 했다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강세헌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바로 얼굴을 돌렸다.눈물이 주르륵 흘렀지만 그녀는 애써 괜찮은 척하며 말했다.“나 보지 마요, 부끄러우니까.”강세헌이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말했다.“알겠어.”“나 피곤해서 잘래요.”송연아는 이불을 머리 위로 올렸다.“그래, 자.”강세헌이 깊은 눈망울로 그녀를 바라보고는 알겠다고 하고 방을 나서면서 문을 살며시 닫았다.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간 후 이영을 불렀고, 이영은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강세헌이 물었다.“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이영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없었는데요.”“확실해?”강세헌은 그의 속마음을 꿰뚫을 수 있을 것 같은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이영처럼 카리스마 있는 남자도 감히 강세헌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네... 확실해요.”다시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별다른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예외라면 송연아와 병원을 간 거였는데 송연아가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했으니 이영도 섣불리 말할 수 없어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대표님...”그는 결국 입밖에 내뱉지 못하고 일부러 원장 아
강세헌이 미간을 구겼다.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 딱 질색이었다.“경찰 쪽에서 이미 입건했어요, 당신 아버지는 살해당했어요.”원장 아들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당신 아내 책임을 떠넘기려고 지어낸 이유 아니에요? 그런 황당한 소리를 믿을 줄 알았어요? 내가 그렇게 어리석고 만만해 보여요?”딱 강세헌의 진심이었다.‘어떻게 이런 어리석은 사람이 있을 수 있지? 말도 섞고 싶지 않네. 사리 분별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대기업을 다니고 있다고?’조사된 자료에 의하면 원장 아들은 한국에서 100위 안에 드는 기업에 출근하고 있다.‘이런 머리로 어떻게 지금까지 안 잘릴 수 있었을까?’진원우가 이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 한 명과 함께 걸어 들어왔다.원장 아들은 조금 겁을 먹었다.“경찰을 부른다고 해도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절대 당신들이 두렵지 않다고요.”진원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힐끔 보며 말했다.“이 경찰관님께서 뭐라고 하시는지 들어보고 떠들어요.”“당신들...”진원우가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이 경찰은 수사한 결과를 원장 아들에게 알린 후 또 말했다.“지금 우리는 인증과 물증 모두 확보했습니다.”진원우는 원장의 죽음을 이르게 한 독까지 찾아냈다.또 인증과 물증을 다 확보했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입건할 수 있었다.원장 아들은 그래도 믿지 못했다.“당신들 책임을 떠넘기려고 만들어낸 얘기잖아요.”진원우가 그를 되물었다.“그럼 송연아 씨가 왜 당신 아버지를 해쳤겠어요? 두 사람 사이에 원한이 있나요? 원한이 있었다면 당신 아버지는 왜 원장 자리를 송연아 씨에게 물려줬을까요?”원장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진원우가 말했다.“경찰 쪽에서 이미 당신 아버지를 부검해 사인을 확인했어요. 중독된 거 맞아요.”강세헌은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원장을 부검했는데 이제 그 과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일부러 원장 아들에게 경찰 쪽에서 증거 확보를 위한 부검
사내가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는데 진원우마저 미간을 구겼다.하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 때문에 울고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기에 그에게 티슈까지 건네줬다.한참 지나서야 그는 감정을 추스르고는 티슈로 얼굴을 닦고 진원우에게 물었다.“정말 거짓말한 거 아니죠?”진원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당신 아버지는 좋은 분이시잖아요, 우리 절대 거짓말을 안 해요.”원장 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그가 자리를 뜨려고 하자 강세헌이 그를 불렀다.“웨인 그룹에서 출근하고 있다면서요? 마침 웨인 그룹 사장을 알고 있어요. 당신 아버지 일이 끝나면 당신은 승진할 거예요.”원장 아들은 놀란 마음에 눈을 크게 떴다.그는 회사에서 일한 지 여러 해가 되었는데도 계속 승진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감사합니다.”원장 아들은 내심 기뻤다.승진하면 월급도 분명 같이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다만...그는 또다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설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나 승진시켜 주는 거 아니에요?”“...”진원우는 어이가 없었고 강세헌도 곧바로 차가운 얼굴을 보이며 말했다.“의심이 들면 이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요.”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소파에서 일어나 자리를 떴다.‘정말 한 번 대화하기 힘드네.’진원우도 생각지 못한 전개에 말문이 막혔다.“당신 아버지 체면을 봐서 당신을 도와주는 거예요. 당신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송연아 씨는 원장 자리에 앉지 못했을 것이니 우리도 마땅히 성의를 보여야죠.”진원우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만약 우리가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면 당신 아버지의 죽음이 송연아 씨가 진행한 수술과 상관이 있든 없든 당신을 진작 죽였겠죠. 지금까지 대화하려고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잖아요.”원장 아들은 몸을 흠칫 떨더니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당신들 정말 사람도 죽일 수 있어요?”진원우가 차가운 눈빛을 보이며 물었다.“한번 겪어볼래요?”원장 아들이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
양명섭이 물었다.“뭘?”안이슬이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내가 뭐 말하고 있는지 알잖아.”양명섭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나 정말 몰라,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그는 하품을 하고는 말을 이어갔다.“나 피곤해.”그리고 안이슬을 꼭 안았다.“우리 이대로 자자.”안이슬은 마음이 불안했고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그 사람에게 희망을 품고 있었으면 너와 결혼하지도 않았어. 날 믿었으면 좋겠어. 난 널 믿고 의지하고 있단 말이야. 알아?”양명섭이 그녀의 머리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알겠어, 내가 말을 잘못해서 널 불편하게 만들었지? 다음부터는 주의할게.”안이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것 때문이 아니야.”그녀는 한참 동안 망설이더니 겨우 입을 열었다.“우리가 도착한 그날, 호텔에서 만난 그 사람이 내 전 남친 친구야.”양명섭이 말했다.“알고 있어.”안이슬은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네가 눈치챘다는 걸 진작 생각했어야 하는데.”그녀는 고개를 숙이더니 말을 이어갔다.“내가 말하지 않았던 건 너를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서야.”“그런 말은 하지 마.”양명섭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내가 너와 결혼하기 전에 네 과거를 몰랐을까 봐? 신경 쓰지 않으니까 너와 결혼했지.”안이슬이 눈을 감았다.“이 아이가 없었더라면 좋겠네. 그럼 마음 놓고 너랑 잘 살 수 있을텐데 말이야.”양명섭이 미간을 구겼다.“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아이는 내가 남기라고 했잖아. 그래도 사람 목숨이 어떻게 쉽게 지울 수 있어? 그리고 이 아이가 있어도 우리는 잘 살 수 있어.”그는 한숨을 푹 쉬더니 말을 이어갔다.“네가 미안하게 생각하는 거 알아, 하지만 나 진짜 신경 안 써.”안이슬은 목이 메었다.“고마워.”양명섭이 그녀를 더 끌어안으며 말했다.“부부 사이에 고맙긴 뭘. 앞으로 그런 말은 하지 마. 너도 알다시피 난 가족도 없잖아. 네 덕분에 다시 가족이 생긴 거야. 오히려 내가 너에게 고맙지.”
안이슬은 직원을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조식은 필요 없으니 가지고 나가세요!”양명섭이 안이슬을 바라봤다.평소 그녀는 화를 잘 내지 않았는데 오늘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까?하지만 그는 바로 묻지 않고 호텔 직원을 향해 말했다.“호텔 조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니까 다시 가져가세요.”직원이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호텔 조식이 아니라 어떤 손님께서 보내오신 거예요.”양명섭은 왜 안이슬이 화를 내는지 바로 알아챘다.아마 이 조식도 그날 호텔에서 만난 남자가 보내왔을 것이다.“음식은 남기고 다들 나가줘요.”안이슬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게 누가 보낸 건 줄 알고 남겨?”양명섭이 말했다.“알고 있어.”안이슬은 더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알면서 왜...”양명섭은 바로 설명하지 않고 먼저 직원들을 내보낸 후 문을 닫았다.그는 안이슬 곁으로 다가가더니 그녀를 소파에 앉히고는 인내심 있게 말했다.“이걸 내다 버린다고 해도 뭐가 달라져?”양명섭은 그녀의 속마음을 다 알았다.“이 음식들, 다 네가 예전에 좋아했던 거지? 사람 시켜 음식을 보내온 건 나를 도발하기 위해서일 거야. 나는 네가 예전에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모르잖아. 하지만 모르면 어때? 어차피 다 지나간 일인데. 사람은 입맛도 바뀌고 감정도 시간에 따라 바뀌게 되어있어. 지금의 너와 나처럼 말이야.”안이슬이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만약 넌 일말의 미련이 남아있지 않는다면, 그 어떤 환상도 품지 않는다면 덤덤하게 받아들여.”양명섭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난 네가 그 사람 때문에 네 기분이 영향받지 않았으면 해. 이런 내 마음 이해해 줄 수 있어?”안이슬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그녀는 양명섭의 어깨에 기대면서 말했다.“고마워.”양명섭은 이런 일로 비난하거나 꾸짖는 게 아니라 위로하고 타일렀기에 그녀는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었다.“배고프지?”양명섭이 말했다.“식기 전에 좀 먹을까?”안이슬이 말했다.“내가 대학 다
사나이가 자존심이 있지, 심재경은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안이슬이 그렇게 말했는데도 따라간다면 그의 체면은 형편없이 구겨질 것이다.‘나 왜 지금까지 집착하고 있는 거야? 이슬이는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데 말이야.’그는 안이슬과 양명섭의 꽉 잡은 두 손을 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떨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아마 오늘 내가 여기에 나타난 것도 두 사람에겐 하나의 웃음거리로 되겠지?’그는 호텔을 나선 후 차를 운전하며 떠났다.안이슬이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으니 더 이상 그녀를 방해하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녀를 축복하는 것이 오히려 그녀를 보상하는 좋은 방법일 지도 모른다....송연아는 안이슬과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오은화는 그들에게 꽃차를 건넸다.찬이는 아직도 마당에서 트랜스포머 장난감에 흠뻑 빠져 있었고, 아기는 잠이 들어 집은 매우 조용했다.안이슬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일은 잘 해결됐어?”송연아는 강세헌에게 자세한 상황을 물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어젯밤 늦게 들어온 걸로 봐선 해결하고 있는 중인 듯했다.“곧 해결되겠죠.”송연아가 그녀를 보며 물었다.“왜요? 급하게 돌아갈 일이 있어요?”안이슬이 대답했다.“급한 건 아닌데. 네 일이 완전히 해결되면 돌아가려고, 아니면 마음이 안 놓여.”한혜숙은 잘 깎은 과일을 가져와 안이슬 앞에 놓았다.“원래 임신하면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해. 그래야 아이도 피부가 좋다잖아.”안이슬이 고개를 들고는 웃으며 말했다.“네, 알겠어요.”한혜숙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다행이야, 너도 결혼하고 아이가 있다니.”안이슬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한혜숙이 고개를 돌려 양명섭을 보며 말했다.“우리 이슬이가 정말 좋은 여자예요. 그러니까 꼭 잘해줘야 해요. 만약 이슬이를 괴롭힌다면 내가 제일 먼저 따지러 갈 거예요. 엄마 없고 아빠가 책임을 안 진다고 이슬이를 얕잡아보면 안 돼요. 나랑 연아가 다 이슬이 친정 식구나 마찬가지니까. 우리 이슬이 잘 부탁해요.”양명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