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그날 밤의 모든 챕터: 챕터 701 - 챕터 710

1265 챕터

제701화

“너한테 목숨 하나 빚졌다는 거 알아. 날 죽여도 할 말 없어. 나의 죽음이 너랑 관계없다고 각서 쓸 수도 있어.”심재경이 웃으면서 말했다. 안이슬의 분노 따위는 전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안이슬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거짓말.”심재경은 그녀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좋을 대로 생각해.”그는 지금 그 누구보다 뻔뻔했다. 안이슬이 자기를 어떻게 얘기하든지, 어떻게 생각하든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안이슬에게 있어서 그는 더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심재경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런 상황에서 안이슬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 생각하고, 그녀에게 잘 보이려 한다면 반드시 그녀를 잃을 것이다. 심재경은 더는 그녀를 잃지 않을 것이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반드시 그녀를 꽉 잡을 것이다.심재경을 본 안이슬은 짜증이 날 뿐이었다. 그래서 안이슬은 밖으로 걸어 나갔고, 심재경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어디 가?”안이슬이 그를 보며 말했다.“일 찾으러 가려고요.”“나 너에게 돈을 줄 수 있어. 회사에 네 일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고. 내 개인 비서 하는 건 어때? 아니면 수행 비서?”심재경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는 장난으로 이 말을 한 게 아니라 너무 진지했다.그는 절대로 안이슬이 밖에서 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안이슬은 어이가 없어 미간을 찡그렸다.심재경은 시시각각 그녀를 옆에 가둬두려고 했다.‘정말 말도 안 돼!’안이슬은 절대 타협할 수 없었다. 아니면 나중에 심재경이 점점 더 욕심낼 것이다!“꼭 일을 해야 한다면요?”안이슬이 강경한 말투로 말했다, 절대 거절을 용납할 수 없듯이 말이다.심재경은 잠깐 멈칫하더니 더는 그녀를 꽉 조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일을 해도 돼...”“당신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필요 없어요. 아니면 피 터지도록 싸울 각오할 거예요.”심재경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어떻게 피 터지도록 싸울 텐데? 너 자신을 신경 안 써도 되고, 네 목숨을 살려준 부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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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송예걸은 심재경이 없는 틈을 타 안이슬을 찾아갔다.심씨 가문에서.안이슬이 송예걸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마침 집을 나섰다.그렇게 두 사람은 심씨 가문 앞에서 만나게 되었다.두 사람이 한참 동안 눈을 마주치더니 송예걸이 먼저 입을 열었다.“심재경이 원우 형을 찾으러 갔어요. 심재경이 없는 걸 알고 찾아온 거예요...”안이슬은 그를 끌고 사람이 없는 은밀한 곳으로 가서 말했다.“마침 찾아가려고 했어요. 도움이 필요해서요.”“무슨 일인데요? 말만 해요, 꼭 도울게요.”송예걸이 진지하게 말했다.안이슬이 그에게 주소 하나 넘겨주며 말했다.“이씨 성을 가지고 있는 부부예요, 저를 살려준 은인이죠. 매번 떠나려고 할 때마다 심재경은 두 사람의 안전을 가지고 저를 협박했어요. 저는 심재경에게 얽매여 도저히 떠날 수 없어요. 혹시 심재경이 찾을 수 없도록 이 두 분을 숨겨주시면 안 돼요?”송예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심재경, 이 비겁한 새끼!”“자, 빨리 가봐요.”안이슬이 그를 재촉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사고가 날까 봐 두려웠다.송예걸이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더니 말했다.“누나도 조심해요.”“심재경이 나를 어떻게 하진 않을 거예요. 나 자신을 잘 보호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두 분을 다른 곳으로 모셨다면 저에게 전화해 주세요.”안이슬이 말했다.송예걸이 단호하게 말했다.“네, 꼭 그렇게 할게요.”“고마워요.”안이슬이 진심으로 말했다.“감사 인사는 필요 없어요, 우리 사이에.”송예걸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혹시 한 번 안아봐도 될까요?”안이슬은 주저했다.저번에 송예걸이 그녀에게 입을 맞출 수 있었던 건 너무 갑작스럽게 움직였기 때문에 안이슬이 전혀 반응할 시간이 없어서였다.“예걸 씨, 시간을 좀 줘요. 심재경 일을 다 처리하면 이 일을 제대로 고민해 볼게요, 어때요?”송예걸을 향한 그녀의 마음은 복잡했다.그녀는 자신이 송예걸에게 도대체 감정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었다.이번에 그를 먼저 찾아가려 한 것도 부탁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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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비서가 동영상을 하동훈에게 보이려던 그때,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먼저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고훈의 비명이 들려왔다.비서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고훈의 목소리가 어찌나 비참했는지 비서는 등골이 서늘했다.그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하지만 대답은 없고, 비명만 1분 동안 지속되었다. 1분 동안 그의 비명을 그대로 듣기만 한 비서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고훈이 어떤 비인간적인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전화가 갑자기 끊겨 비서는 어안이 벙벙했다.이게 무슨 상황인지 헷갈렸다.그에게 고훈의 비명을 들려주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인가? 도대체 목적이 무엇인가?“왜 그래요? 안색이 안 좋은데.”하동훈이 물었다.비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괜찮아요, 그저 대표님 안전이 걱정돼서 그래요.”“방금 형이 전화한 거예요?”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마 고훈이 건 전화는 아닐 것이다.그의 추측이 맞는다면 아마 강세헌이 부하를 시켜 전화를 하게 했을 것이다.하지만 강세헌이 이 전화를 한 목적이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쾅!’방문이 갑자기 세게 열리더니 대략 예닐곱 명의 검은 양복을 입은 키 크고 위엄 있는 남자들이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앞장선 사람은 바로 진원우였는데 그는 손을 휙 들더니 말했다.“잡아.”비서는 그제야 강세헌이 그 전화를 건 목적을 알 것만 같았다.틀림없이 위치를 추적하기 위해서일 것이다.하지만 이제 알아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그는 혼자뿐이었으니 반항할 수도 없었고, 설사 반항한다고 해도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수색해.”진원우도 직접 수색하기 시작했다.하동훈은 옆에 서서 감히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했다.이런 광경은 처음 보기 때문에 마음이 불안했다.곧이어 진원우는 서랍에서 USB를 찾았고, 컴퓨터도 확인하더니 안에 들어 있는 파일을 모두 지웠다.그는 곧 물건을 챙기고 부하들을 데리고 떠났다.문 앞에 이르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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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비서는 머리를 끌어안으며 몸을 움츠렸다.사람들의 발길질에 오장육부가 터질 것 같았다.그는 극심한 고통에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저, 진짜 아무것도 몰라요...”말하지 않으면 모를까, 그 말을 하고 그는 더 심하게 얻어맞았다!진원우도 가까이하더니 그의 가슴팍을 향해 발길질했다.“악!”비서가 비명을 질렀다.방금 뼈가 갈라지는 소리가 분명 난 것 같았다.그는 가슴팍을 움켜쥐며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는데 숨을 못 쉬어서인지 경련을 일으켰다.진원우는 비서가 죽을까 봐 부하들에게 멈추라고 했다.“너희들도 말이야, 너무 세게 때리지 말라고.”그러자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그를 빤히 쳐다봤다. 방금 비서에게 가장 세게 폭력을 가한 건 진원우였으니 그들은 어이가 없었다.진원우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말했다.“왜 나를 봐?”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빤히 쳐다보자 진원우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알겠어, 알겠어. 내가 제일 세게 때린 걸 인정해. 가서 죽었는지 봐봐.”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웅크려 앉아 비서가 죽었는지 확인했다.비서는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안 죽었습니다.”그가 일어서며 말했다.강세헌이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고훈은 아무리 괴롭혀도 절대 죽이지 않을 거야. 하지만 넌 달라. 잘 생각했어?”비서는 전전긍긍하더니 말을 더듬었다.“저, 저 진짜 몰라요.”사는 게 죽는 것만 못할 정도로 고통이 몰려왔지만, 그는 고훈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물론 그도 죽는 게 두려웠다. 죽으면 곁에 아무도 없을 것이고, 세상 만물을 더는 느끼지 못할 것이다. 또 사람들에게 점점 잊혀지면서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하지만 사람은 항상 자신만의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고훈은 그를 박하게 대하지 않았으니 그는 절대 고훈을 배신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강세헌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래도 꽤 의리가 있는 놈이네?’“고훈을 깨울까요?”진원우가 낮은 목소리로 제안했고 강세헌이 고개를 들어 진원우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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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저 사람 놓아주면... 그러면 송연아 사진이랑... 동영상을 지울게.”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진원우가 그를 경고했다.“다른 수작 부릴 생각 하지 마. 저 새끼 풀어줄 수 있으면 다시 잡을 수 있는 거야. 다음에는 육체적인 고통만 느끼게 하지 않을 거라고. 잘 생각해.”고훈은 다른 꿍꿍이가 있었던 게 맞았다.하지만 진원우의 말을 듣고는 그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진원우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왜 나를 그렇게 봐? 왜? 나를 좋아해?”고훈은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 싶었지만 그에게 그럴 힘도 없었다.“강세헌이랑 얘기하게 해줘.”고훈이 조건을 제시했다.진원우가 그를 힐끔 보더니 아무 말도 안 하고는 돌아서서 나갔다.문밖에서.강세헌은 문밖의 창가에 서 있었고, 진원우는 그를 향해 걸어갔다.“고훈이 모든 걸 얘기하려는 것 같습니다.”한참 동안의 정적이 흐르더니 강세헌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그 사람을 밖으로 끌어와.”“네.”진원우는 방으로 돌아가 사람을 시켜 고훈의 비서를 끌어내라고 했다.방으로 들어간 강세헌은 주위를 둘러봤는데 바닥에 많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그는 덤덤한 얼굴로 시선을 다시 거두고는 곧바로 침대 앞으로 갔다.허약한 기색의 고훈은 겨우 고개를 들며 말했다.“네가 원하는 걸 내놓기 전에 뭐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해 줄 수 있어?”“안 돼.”강세헌은 더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여기서 시간을 끌어도 돼. 다만 네 비서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죽지 않아야 하는데 말이야.”“정말 비겁하네.”고훈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만약 몸이 성하다면 분명 강세헌과 한바탕 싸웠을 것이다.“비겁한 걸로 따지자면 내가 과연 너를 따라갈 수 있을까?”강세헌은 이미 인내심을 잃었다.“쓸데없는 말 더하면 지금 바로 네 비서를 죽여버릴 거야.”고훈은 강세헌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고, 항상 덤덤하던 그를 이제야 미치게 만들었는데 여기서 포기하면 그가 한 고생은 모두 수포가 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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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아무리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과연 그럴까?’송연아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강세헌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입장을 바꿔 생각해 만약 강세헌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그녀는 절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편하게 그를 대할 수 없을 것이다.송연아는 그를 원망하거나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지만 마음에 응어리가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사람이라면 생각하는 바가 있을 것이고,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녀는 강세헌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그녀와 강세헌 두 사람 모두 이 일을 잊어버리려면 시간이 필요했다.송연아는 소파에 앉아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이곳에 ‘똑딱똑딱’거리는 시계의 소리는 유난히 잘 들렸다.그녀는 휴대폰을 힐끔 보면서 주춤거리더니 끝내 휴대폰을 들지 않았다.소파에 누워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아 잠을 청했다....심재경은 진원우를 찾아가 고민 상담을 하려고 했는데 진원우가 너무 바빠 시간이 없었다.그래서 심재경은 회사로 갔고, 날이 어두워지자마자 집으로 돌아갔다.집에는 심재경 어머니뿐이었다.안이슬이 보이지 않자, 그는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아니나 다를까, 안이슬의 물건들은 또 사라졌다.그 광경을 본 심재경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또 도망간 거야? 내가 그 부부를 잡아 올까 봐 두렵지도 않나?’그는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어 밖으로 안이슬을 찾으러 나갔다.이튿날 점심, 그는 어느 한 레스토랑에서 안이슬을 찾았다. 그녀는 송예걸과 같이 식사하고 있었다.심재경은 지금까지 살아온 그 어느 때보다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안이슬의 모든 행동은 그녀가 송예걸에게 마음이 갔다는 걸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아니면 그녀는 송예걸과 이렇게 가까이하지 않을 것이다.안이슬이 먼저 심재경을 발견했다.하지만 그저 덤덤한 얼굴로 그를 힐끔 보고는 바로 시선을 거뒀다.그녀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송예걸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말했다.“많이 먹어요.”그녀는 아주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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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심재경은 그녀의 입을 막았다.그녀가 아무리 자신에게 주먹을 휘둘러도 그녀를 억지로 차에 밀어 넣고는 말했다.“기사님, 출발하세요.”심재경의 명령에 차는 곧이어 출발했다.안이슬은 분노가 끓어올라 그의 손바닥을 깨물었다.심재경은 극심한 고통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그는 여전히 안이슬을 꼭 끌어안고는 단호하게 말했다.“나 절대 너 놓지 않을 거야!”안이슬이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하지만 난 당신이 싫고, 미워. 영원히 당신 좋아하지 않을 거야. 아무리 당신이 날 잡고 놓지 않는다고 해도 날 가질 수 없을 거야. 나에게서 시간 낭비를 하는 대신 다른 여자를 찾는 게 어때?”“그게 무슨 소리야?”심재경은 애써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난 너밖에 없어.”“그래?”안이슬은 그의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그가 지금 보이는 다정함도 다 연기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해 안이슬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캐물었다.“예걸 씨가 나한테 그랬어, 당신 결혼했었다고, 다른 여자 있었다고? 그게 전부 거짓이란 말이야?”심재경은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그 일은 어머니가 강요한 거야. 너에 대한 내 마음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너를 배신했다고 하더라도 내 자의가 아니야.”“하하.”안이슬이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배신을 그렇게 고상하게 말하다니, 내가 따봉을 보내줘야 하는가? 그 논리면 나도 당신에게 상처를 주고, 나중에 그게 내 본의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겠네? 그러면 당신에게 상처를 준 것도 아니잖아?”심재경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가 아무리 설명해도 안이슬은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어차피 그를 믿지 않을 것이다.입 아프게 설명하는 것보다 차라리 입 꾹 닫고 있는 게 나았다.곧이어 차는 심씨 저택에 도착했다.심재경이 차에서 내리고는 안이슬을 차에서 안아 내렸다.심재경 어머니는 마침 외출 준비 중이었다.안이슬을 안고 돌아오는 심재경을 보고 그녀는 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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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날카로운 칼끝은 순식간에 그의 옷을 꿰뚫어 살 속을 파고들었다.새빨간 피가 하얀 셔츠를 적셨다.안이슬은 저도 모르게 손을 부르르 떨었다. 곧이어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고개를 들며 말했다.“당신이 고육지책을 펼친다고 해도 나에게는 소용없어. 내 앞에서 죽는다고 해도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거니까.”심재경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육체적 고통은 정신적 고통의 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다.그는 자신과 안이슬 사이의 관계가 이대로 끝났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았다.분명,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었는데 말이다.그는 안이슬이 자신에게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조금의 감정이라도 남아 있지 않는단 말인가?그가 안이슬의 손에 칼자루를 쥐여줬다.“정말 나한테 조금의 감정도 남아 있지 않는다면 이 칼로 내 심장을 찔러.”안이슬은 그의 눈빛을 피했다.“날 살인자로 만들려는 거야? 정말 음흉한 사람이네. 정 죽고 싶다면 혼자 죽을 것이지, 왜 나를 들먹이려고 해? 나에게 살인죄를 씌우고 싶은 거야?”심재경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안이슬, 당신이 많은 걸 잊었겠지만 성격만은 그대로네. 여전히 그렇게 강인하군. 좋아, 네 말을 따를게.”그가 눈을 감고는 말을 이어갔다.“너한테 목숨 하나 빚지고 있으니까 오늘 그 목숨 갚을게!”그는 죽음으로 그녀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그의 몸에 박힌 칼날은 눈대중으로 봤을 때 4, 5cm쯤이었다.그녀는 법의관으로서 과거를 잊었다고 해도 직업적인 판단을 두고 있었다.칼날이 2cm 더 깊게 박힌다면 심재경은 분명 생명이 위태로워질 것이고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심재경도 한때 의사로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다만 그는 너무 피곤했다.또 안이슬에게 목숨을 빚진 것도 사실이기에 그 빚을 갚아야 안이슬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안이슬이 그의 손을 잡더니 말했다.“죽어도 내 앞에서는 죽지 마.”안이슬은 차가운 말을 내뱉고 휴대폰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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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그 사람 혼자 자해했는데요.”안이슬은 전혀 두려운 게 없었다. 그녀가 칼을 찌르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심재경 어머니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재경이가 바보니? 칼로 자기를 찌르게? 너라면 네가 한 말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당연히 믿죠.”안이슬이 대답했다.심재경 어머니가 미간을 구겼다.“너...”이때 간호사가 말했다.“사인해 주세요.”심재경 어머니는 아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바로 사인하고는 당부했다.“제발 제 아들을 살려주세요.”“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들도 최선을 다하실 겁니다. 게다가 환자분께서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니고요.”말을 마친 간호사는 수술 동의서를 들고 수술실로 들어갔다.심재경 어머니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그녀는 더는 안이슬과 입씨름을 벌이지 않았다.‘나는 안이슬과 영 인연이 아닌가 보네.’그녀가 아무리 마음을 돌려 안이슬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안이슬이 한 짓은 그녀의 반감을 샀다.계속 그녀에게 목숨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나, 아니면 그녀와 심재경을 해치는 일을 여러 번 저지르지 않나, 아마 그녀는 앞으로 잠을 잘 때도 마음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안이슬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말이다.이번에 칼로 심재경을 찌를 수 있으면 다음번에는 충분히 그녀도 찌를 수 있었다.이게 어디 며느리란 말인가? 집안을 망치는 화근이 따로 없었다.“어떻게 재경이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 수 있어? 재경이를 사랑하지 않는 거지?”심재경 어머니가 갑자기 물었다.안이슬이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는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그 사람을 아직도 사랑할 리가 있겠어요?”“재경이를 사랑하지 않으면 좀 멀리 떠나는 건 어때? 재경이가 평생 너 찾지 못하도록 말이야.”심재경 어머니가 말했다.“그럼 그 사람 때문에 제가 남은 평생 숨고 지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안이슬이 되물었다.“외국으로 나가 유학하거나, 아니면 마음에 드는 나라에 정착해도 돼. 너한테 남은 평생 풍족하게 살 수 있는 큰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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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진원우가 솔직하게 말했다.“고훈이 도망갔습니다.”당시 고훈과 그의 비서는 모두 크게 다쳤기에 진원우는 두 사람을 같은 곳에 가두었고, 감시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강세헌은 순간 모든 것을 깨달았다.고훈이 모든 물건을 청양시에 둔 이유가 바로 그를 따돌리기 위해서였다.강세헌이 청양시로 떠나기만 하면 진원우가 아무리 많은 조치를 취했어도 고훈은 반드시 도망갔을 것이다.퇴로?이거야말로 고훈의 퇴로가 아닌가?그의 얼굴색은 한껏 어두워졌다.고훈이 머리를 제대로 쓴 것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훈이 도망간 걸 알고 바로 사람을 보내 그들을 쫓았지만 그래도 한발 늦었습니다. 고훈은 이미 출국했더라고요.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고훈이 거기서 탈출한 뒤로 국내에 한시도 더 머무르지 않고 바로 출국했습니다. 마침 그때 출발하는 항공편도 있었고요. 모든 게 그렇게 빈틈없이 이루어진 게 이해가 가지 않네요.”고훈이 도망간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진원우는 바로 추적하고 터미널과 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았는데도 고훈은 도망가는 데 성공했다.시간상으로는 미리 계획된 도주가 분명하다. 아니면 모든 게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리가 없다.국내와 달리 국외에서는 고훈을 잡기 어려웠다.“이 일은 모두 제 책임입니다. 제 부주의로 일어난 일입니다.”진원우가 자책했다.강세헌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말했다.“네 탓 아니야. 고훈이 외국으로 도망갔지만 그래도 찾아야지.”“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진원우가 대답했고 강세헌도 ‘응’하고 대답했다....깨어난 심재경은 주위에 안이슬이 안 보이고 어머니밖에 없자 얼굴색이 한껏 어두워졌다.“이슬이는요?”그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지금이 어느 때인데.”심재경 어머니는 한숨을 푹 쉬었다.“이 세상에 여자가 안이슬 뿐이니? 왜 꼭 안이슬이어야만 하는데? 꼭 안이슬의 손에 죽어야 속이 후련해?”심재경이 어머니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그 말은 제가 다친 게 이슬이 때문이라는 거예요? 아니에요. 엄마, 솔직하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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