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우가 솔직하게 말했다.“고훈이 도망갔습니다.”당시 고훈과 그의 비서는 모두 크게 다쳤기에 진원우는 두 사람을 같은 곳에 가두었고, 감시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강세헌은 순간 모든 것을 깨달았다.고훈이 모든 물건을 청양시에 둔 이유가 바로 그를 따돌리기 위해서였다.강세헌이 청양시로 떠나기만 하면 진원우가 아무리 많은 조치를 취했어도 고훈은 반드시 도망갔을 것이다.퇴로?이거야말로 고훈의 퇴로가 아닌가?그의 얼굴색은 한껏 어두워졌다.고훈이 머리를 제대로 쓴 것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훈이 도망간 걸 알고 바로 사람을 보내 그들을 쫓았지만 그래도 한발 늦었습니다. 고훈은 이미 출국했더라고요.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고훈이 거기서 탈출한 뒤로 국내에 한시도 더 머무르지 않고 바로 출국했습니다. 마침 그때 출발하는 항공편도 있었고요. 모든 게 그렇게 빈틈없이 이루어진 게 이해가 가지 않네요.”고훈이 도망간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진원우는 바로 추적하고 터미널과 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았는데도 고훈은 도망가는 데 성공했다.시간상으로는 미리 계획된 도주가 분명하다. 아니면 모든 게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리가 없다.국내와 달리 국외에서는 고훈을 잡기 어려웠다.“이 일은 모두 제 책임입니다. 제 부주의로 일어난 일입니다.”진원우가 자책했다.강세헌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말했다.“네 탓 아니야. 고훈이 외국으로 도망갔지만 그래도 찾아야지.”“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진원우가 대답했고 강세헌도 ‘응’하고 대답했다....깨어난 심재경은 주위에 안이슬이 안 보이고 어머니밖에 없자 얼굴색이 한껏 어두워졌다.“이슬이는요?”그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지금이 어느 때인데.”심재경 어머니는 한숨을 푹 쉬었다.“이 세상에 여자가 안이슬 뿐이니? 왜 꼭 안이슬이어야만 하는데? 꼭 안이슬의 손에 죽어야 속이 후련해?”심재경이 어머니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그 말은 제가 다친 게 이슬이 때문이라는 거예요? 아니에요. 엄마, 솔직하게 말
'인연이 없었으면 나와 이슬이가 다시 만났겠어? 학교에서부터 연애했겠냐고? 우리 두 사람이 인연이 없다는 건 터무니없는 소리야.’심재경은 짜증이 몰려와 침대에서 일어섰다.심재경 어머니가 말했다.“너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잖아...”“안 죽어요.”심재경은 욱하며 말했다.“짜증 나 죽겠어요.”심재경 어머니는 감히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심재경은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갔다.그가 예상했던 대로 안이슬은 집에 없었다.그는 혼자 소파에 앉아 고개를 푹 숙였는데 뭔가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안이슬은 송예걸이 맡아준 집에 있었다.오늘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이슬은 기분이 매우 우울했다.그녀는 몸을 움츠린 채 소파 모퉁이에 기댔다.그리고 저도 모르게 심재경이 칼을 자기 가슴에 찌르는 장면을 떠올렸다.‘심재경이 나에게 조금은 진심이지 않을까?’그 생각을 하자마자 안이슬은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이 일을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그녀는 소파에서 일어서 현관으로 가서 외출하기 위해 신발을 신었다.하지만 문 앞에 선 그녀는 주저하기 시작했다.‘내가 어디로 갈 수 있지? 누굴 찾아갈 수 있지?’안이슬은 문득 자기가 매우 외롭다는 걸 느끼고 다시 집안으로 되돌아갔다.그녀의 머릿속에 송연아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안이슬은 송인아에 대한 인상이 그렇게 좋지 않았기에 혼자 있을망정 그녀를 찾아가는 건 싫었다....송연아는 직장에서 난관에 부딪혔다.그녀의 능력이 문제 있는 게 아니라 그녀는 단 한 번도 연구센터에서 일한 적이 없는데 바로 원장 후보로 되었으니 사람들은 그녀를 낙하산이라고 생각하며 마땅하게 여기지 않았다.그래서 그녀가 쓸 기구를 일부러 숨기거나 없다고 거짓말을 하며 골칫거리를 안겨줬다.그리고 연구센터에는 고급 장비가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교대로 쓰면서 송연아은 절대 쓰지 못하게 했다.그뿐만 아니라 식사하는 거로도 사람들은 그녀에게 장난을 쳤다.그녀의 반찬에 소금을 가득 넣었는데 반찬이 너무 짜
이 도시락은 식당 도시락이 아니었다.게다가 이 도시락에는 잘 썰린 용과도 담겨 있었다.귀한 과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결코 흔하진 않았다.한혜숙도 그녀가 예전에 용과를 좋아했었다는 걸 모를 것이다.용과는 당분이 높아 많은 과일보다 달았다. 그래서 어렸을 때 송연아는 용과를 아주 좋아했다.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기에 송연아는 바로 상대를 추측할 수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하동훈이 갑자기 문 앞에 나타났다.그가 미소를 지은 채 들어왔다.송연아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여기는 웬일이에요?”“제인 님 얼굴 보러 왔는데, 안 돼요?”송연아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안 돼요.”하동훈은 포기하지 않았다.그는 지금까지 송연아와 고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이미 교훈을 섭취했기에 그 일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그 일이 너무 알고 싶었지만 말이다.“어렸을 때 제인 님이 용과를 아주 좋아했던 게 생각 나요. 그래서 특별히 도시락에 넣었는데. 식사 마치고 후식으로 용과 먹어요.”송연아가 고개를 숙였다.그녀가 어렸을 때 단 과일을 좋아했던 이유는 아마 삶이 너무 고달팠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더는 어릴 때의 송연아가 아니었고, 더는 단 과일에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송연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도시락을 쓰레기통에 버렸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하동훈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도시락은 내가 정성을 다해 준비한 거란 말이에요.”“이미 밥을 먹었어요. 그리고 당장 내 앞에서 꺼져요!”송연아는 일을 할 때 될수록 그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 하동훈만 보면 그 일이 또렷이 머릿속에 떠오른다.하동훈은 입술을 씰룩거리며 말했다.“우린 친구잖아요...”“나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아요!”송연아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일을 방해하지 말아요, 또 당신이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나와 당신은 영원히,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어요!”“우린 예
강세헌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고, 오히려 되물었다.“몸이 불편해?”송연아는 배에 올린 손을 내려놓으며 부인했다.“아니요, 그냥 오래 서 있었더니 허리가 아파서요.”처음 강세헌을 발견했을 때를 제외하고 송연아는 강세헌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가요.”말을 마친 그녀는 먼저 자리를 떴다.강세헌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게 그녀는 애써 허리를 곧게 펴려고 했다.강세헌은 제자리에 선 채 물었다.“얼마나 오래 걸려?”송연아가 굳어 서더니 잠시 후 더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그녀는 더는 그 일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강세헌과 말이다.강세헌이 앞으로 다가가더니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송연아는 그의 손길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대로 잡혀 어쩔 수 없이 그의 걸음을 따라가야 했다.차는 마당 앞에 세워져 있었다.강세헌이 차 키를 꺼내서 버튼을 누르자 차 라이트가 깜박거렸다.그가 한 손으로 문을 열자 송연아가 창문 유리를 짚고는 말했다.“세헌 씨.”그녀가 고개를 들며 말을 이어갔다.“나 오늘 피곤해요. 더는 그 일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강세헌은 입술을 씰룩거리더니 아주 낮은 목소리로 ‘응’하고 대답했다.송연아가 손목을 비틀며 말했다.“먼저 내 손부터 놔줘요.”강세헌은 그녀의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송연아는 그의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져 그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이제 집으로 가요.”그러고는 차에 올라탔다.강세헌이 반대편에서 차에 올라타고는 시동을 걸었다.위가 아픈 송연아는 편한 자세를 취하기 위해 좌석에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차 안에는 아주 조용했고, 두 사람 모두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이라 그런지 길에 차도 많지 않아 전혀 막히지 않았다.차가 멈춰 선 걸 느낀 송연아는 눈을 떴다.하지만 밖을 내다보니 집이 아닌 병원 앞이었다.송연아가 미간을 구기며
“나 때문에 화가 났어?”그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원인은 바로 자기가 송연아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었다.강세헌이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마 그녀를 화나게 할 만한 일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이때 송연아도 진정을 되찾았다.방금은 그녀가 잘못한 게 맞다, 강세헌에게 화를 내지 말았어야 했다.“미안해요.”송연아가 먼저 사과했다.강세헌이 말했다.“괜찮아.”“...”송연아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우리 사이에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송연아가 입술을 씰룩거렸다.강세헌이 웃으면서 말했다.“잘못하면 사과하는 게 맞지. 아니면 앞으로 화를 잘 내는 버릇 생긴단 말이야.”강세헌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 서로 예의를 차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사이가 점점 멀어질 거니까 말이다.강세헌은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았다.그 일은 이미 발생했고, 송연아도 충분히 괴로울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그는 송연아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게 도와야 했다.강세헌이 너그러워서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송연아도 이 일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그녀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비겁하고 뻔뻔스러운 사람은 고훈이었다.송연아를 예전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시간이 필요했고, 그만큼 강세헌의 태도도 중요했다.이럴 때일수록 강세헌은 그녀를 예전처럼, 평범하게 대해야 했다. 특별하게 대할수록 그 일을 상기시키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니 말이다.송연아가 결심한 듯 손을 움켜쥐었다.“세헌 씨, 한 가지 물어볼게요. 솔직하게 대답해 줘요. 요 며칠 집으로 들어오지 않은 게 나 보기 싫어서죠...”“그게 무슨 말이야?”송연아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세헌이 그녀의 말을 끊어버리고는 엄숙한 얼굴을 보였다.“계속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던 게 그것 때문이었어?”송연아가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의 말에 묵인하는 셈이었다.강세헌은 그녀의 의심을 풀기 위해 솔직하게 말했다.“나 청양시로 갔었어.”단
“연아야, 우리 한번 만나자.”강세헌이 고개를 들더니 상대가 누군지 물어보는 듯했다.송연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도 너무나도 낯선 목소리였다.게다가 전화가 걸려 온 번호도 전혀 익숙지 않았다.강세헌이 스피커 폰에 연결하고는 물었다.“당신 누구야?”‘뚜뚜뚜...’송연아의 목소리가 아닌 걸 확인하고 상대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송연아가 미간을 구겼다.“이 사람 누굴까요?”강세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몰라.”사실 속으로는 도망간 고훈이 변성기를 쓰고 전화를 걸어온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갔다.그는 번호를 적고 진원우에게 보내 알아보라고 했다.“이 시간이면 응급실에 갈 수밖에 없겠지?”강세헌이 물었다.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사실 그녀에게는 정말 별일이 아니었다, 따뜻한 죽만 먹으면 통증이 곧 가라앉을 텐데 말이다.의사가 진료하더니 고통을 참지 못하겠으면 진통제를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송연아는 그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크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위통은 천천히 치료해야 하지, 그 약으로만 치료되는 게 아니라 송연아는 괜찮다며 거절했다.송연아가 진료실을 나서자 강세헌이 물었다.“의사가 뭐래?”“뭘 좀 먹으면 나을 거래요.”송연아가 대답했다.강세헌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시간에 아직 문을 연 식당은 없었다.송연아가 먼저 말했다.“집에 돌아가서 죽 좀 끓여서 먹으면 돼요.”“미리 집에 전화할게. 아주머니더러 죽 끓이라고 할 테니까 집 가면 바로 먹을 수 있을 거야.”그가 말하면서 집에 전화를 걸었다.강세헌이 전화로 오은화에게 죽 끓여달라며 부탁하던 그때, 송연아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강세헌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 그래?”송연아는 강세헌에게 앞을 보라며 눈짓했다.그가 고개를 들자 마침 전 집사를 발견했다.전 집사의 손에도 많은 약이 들려 있었다.그들을 발견한 전 집사도 흠칫했다.아마 이 시간에 이곳에서 그들과 마주칠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한 모양이다.전 집사가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
익숙한 목소리였는데 송연아는 바로 어제도 들은 것 같았다.그녀가 고개를 돌려 보니 전 집사였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경계심을 높였다.“무슨 일이세요.”“볼일이 있어서 찾아왔어요.”전 집사가 말하고는 한마디 더 보탰다.“어르신은 제가 이곳으로 온 걸 몰라요. 지금 워낙 위급하신 상황이라 저에게 뭘 시키지도 못해요. 사모님을 만나러 온 건 온전히 제 생각이에요.”송연아가 바로 거절했다.“저희가 얘기할 게 뭐가 더 있나요?”말을 마친 그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전 집사가 빠른 걸음으로 송연아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어르신께서 많은 잘못된 선택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 사모님을 도련님에게로 보낸 건 분명 어르신께서 하신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겁니다.”송연아는 전 집사가 일부러 감정을 호소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강의건이 했던 일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강의건은 그녀에게 잘해 주기도 했고, 또 나쁘게 굴기도 했다.송연아는 지나간 일은 더는 따지지 않을 수 있었지만 그가 강세헌에게 한 모든 일은 절대로 잊을 수 없었다.강의건 때문에 강세헌은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고, 또 이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그래서 송연아는 절대로 강세헌 몰래 강의건을 만나지 않을 것이다.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강의건과 어떠한 만남도 갖지 않는 것이고, 각자 삶을 알아서 살아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제발 부탁드려요. 사모님은 훌륭하고 권위 있는 의사라는 걸 알아요. 혹시 사모님이면 어르신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어르신은 뇌암을 앓고 계시고, 저는 흉부외과 의사입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텐데요!”말을 마친 그녀는 성큼성큼 자리를 떴다.전 집사는 어쩔 수 없이 제자리에 서 있다가 실망스러운 얼굴로 자리를 떴다.병원으로 돌아오고.강의건은 병상에 누워 있었다.그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건 모두 약물 덕분이었다. 그것도 외제의약품이라 주사 한 번에 2억을 써야 했다.
상대가 그녀에게 덮쳐 두 사람이 같이 넘어지게 되었는데 안이슬의 뒤통수는 그대로 바닥에 부딪혔다.‘쿵’ 소리와 함께 안이슬은 눈앞이 깜깜해졌고, 머리가 ‘윙’ 울리는 것 같았다.송예걸이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죄송해요, 그냥 누나를 안고 싶었는데 발이 미끄러진 바람에... 어디 다쳤어요?”안이슬은 실눈을 떴는데 눈앞의 사람이 점점 흐릿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더니 서서히 의식을 잃었다.“누나, 이슬 누나.”송예걸이 그녀를 부르며 그녀의 볼을 두드렸는데 안이슬은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송예걸은 당황한 나머지 바로 전화를 걸려고 했고,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꺼낸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리자 그는 다시 휴대폰을 주우려고 했다.“욱...”안이슬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인기척을 들은 송예걸은 바로 그녀에게 다가가고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이슬 누나.”“나 부축해 줘요.”안이슬이 미간을 찌푸렸다.송예걸은 그녀를 소파로 부축하고는 걱정 어린 얼굴로 물었다.“머리 다친 거 아니에요? 병원에서 검사해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안이슬이 그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괜찮아요.”“하지만 아까...”“예걸 씨, 그 부부를 집으로 데려다줘요.”안이슬이 그의 말을 뚝 끊었다.“왜요?”송예걸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분들 돌려보내면 심재경은 분명 그들을 다시 붙잡아 누나를 협박할 거잖아요. 아직 숨겨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안이슬이 말했다.“괜찮아요. 심재경이 더는 두 분을 잡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두 분 계속 숨어 살 수도 없고요, 그들도 정상적인 생활이 필요하지 않겠어요.”“심재경이 누나한테 그랬어요? 더는 두 분을 잡지 않겠다고요? 심재경 말을 믿을 수 있어요?”송예걸은 안이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심재경 믿으면 안 돼요. 분명 뒤에서 누나를 붙잡으려고 온갖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누나, 더는 심재경에게 속으면 안 돼요.”안이슬이 말했다.“그러지 않을 거예요.”송예걸은 드디어 뭔가를 눈치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