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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날카로운 칼끝은 순식간에 그의 옷을 꿰뚫어 살 속을 파고들었다.

새빨간 피가 하얀 셔츠를 적셨다.

안이슬은 저도 모르게 손을 부르르 떨었다. 곧이어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더니 고개를 들며 말했다.

“당신이 고육지책을 펼친다고 해도 나에게는 소용없어. 내 앞에서 죽는다고 해도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거니까.”

심재경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육체적 고통은 정신적 고통의 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는 자신과 안이슬 사이의 관계가 이대로 끝났다는 걸 믿고 싶지 않았다.

분명,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었는데 말이다.

그는 안이슬이 자신에게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조금의 감정이라도 남아 있지 않는단 말인가?

그가 안이슬의 손에 칼자루를 쥐여줬다.

“정말 나한테 조금의 감정도 남아 있지 않는다면 이 칼로 내 심장을 찔러.”

안이슬은 그의 눈빛을 피했다.

“날 살인자로 만들려는 거야? 정말 음흉한 사람이네. 정 죽고 싶다면 혼자 죽을 것이지, 왜 나를 들먹이려고 해? 나에게 살인죄를 씌우고 싶은 거야?”

심재경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안이슬, 당신이 많은 걸 잊었겠지만 성격만은 그대로네. 여전히 그렇게 강인하군. 좋아, 네 말을 따를게.”

그가 눈을 감고는 말을 이어갔다.

“너한테 목숨 하나 빚지고 있으니까 오늘 그 목숨 갚을게!”

그는 죽음으로 그녀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

그의 몸에 박힌 칼날은 눈대중으로 봤을 때 4, 5cm쯤이었다.

그녀는 법의관으로서 과거를 잊었다고 해도 직업적인 판단을 두고 있었다.

칼날이 2cm 더 깊게 박힌다면 심재경은 분명 생명이 위태로워질 것이고 어쩌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심재경도 한때 의사로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는 너무 피곤했다.

또 안이슬에게 목숨을 빚진 것도 사실이기에 그 빚을 갚아야 안이슬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안이슬이 그의 손을 잡더니 말했다.

“죽어도 내 앞에서는 죽지 마.”

안이슬은 차가운 말을 내뱉고 휴대폰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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