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그날 밤의 모든 챕터: 챕터 361 - 챕터 370

1265 챕터

제361화

사진 속 사람은 그녀도 본 적이 있었다.주석민이 예전에 그녀에게 한 특별한 환자의 진찰 기록을 정리하라고 했는데 그때 그 환자가 강세헌의 어머니와 너무 비슷해서 몇 번 더 봤었다. 그런데...강세헌이 왜 이 사진을 갖고 있는 걸까?이번에 출국한 이유가 이 사진과 연관이 있을까?그녀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렸다. 고개 들어 보니 오은화가 문 앞에 서 있었다.“주무신 거 아니었어요? 저는 또 깜빡하고 서재 등을 안 끈 줄 알았어요.”송연아는 손에 쥔 사진을 봉투에 넣어서 원래 자리에 놓았다.“잠이 안 와서 책 좀 보려고 왔어요.”“네.”오은화는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었다.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제 말 진짜예요.”오은화도 웃었다.“저는 또 도련님이 안 계셔서 사모님이 못 주무시는 줄 알았어요.”송연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오은화는 역시 눈썰미가 예리했다!“일찍 쉬세요, 저도 이젠 자야겠어요.”그녀는 아무 책이나 한 권 집어 들고 서재를 나갔다.오은화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사모님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방해 안 할게요.”송연아는 실소를 터트렸다.오은화는 지금 그녀가 강세헌의 물건을 보며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여긴 걸까?송연아는 솔직히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니다.강세헌이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그녀는 병원 일에 최지현 일까지 더해 남편을 그리워할 시간은 잠잘 때뿐이다.송연아는 책을 들고 방에 돌아가서 고작 두 페이지를 읽었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들어버렸다.고요한 밤, 그녀도 깊은 잠에 빠졌다.깨나 보니 어느덧 다음 날 아침이었다.주석민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휴대폰을 아직도 서재에서 충전하고 있다는 게 생각났다.그녀는 휴대폰을 가져와 전원을 켰지만 부재중 전화가 한 통도 없었다.실망스럽기도 하고 살짝 화가 나 강세헌에게 전화하지 않고 바로 주석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저 오늘 일이 있어서 조금 늦게 갈게요.”주석민은 그녀가 최지현 일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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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송연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물었다.“무슨 말이요?”장진희는 어차피 이제 곧 죽을 사람이라 남들이 들을까 봐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맞아, 내가 세헌의 부모를 해쳤어. 이번에 세헌이가 법원에 증거를 제출하고 뒤에서 수단을 쓴 탓에 나도 이렇게 어이없이 사형을 선고받았어. 게다가 바로 집행한다지. 난 내가 한 모든 일에 후회는 없어. 그저 이 말만 묻고 싶어. 내가 죽는다고 세헌의 부모가 살아 돌아올 것 같아? 네가 대신 물어봐 줘.”“이게 바로 당신의 가장 가증스러운 점이야.”송연아가 담담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사람을 해칠 때 알았어야지,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야.”장진희가 하찮다는 표정에 쓴웃음을 지었다.“내가 저지른 일이 얼만데. 세헌이를 해치는 일만 해도 한 두 번이 아니야. 그래도 수년간 자유롭게 살았어! 강세헌이 지금 날 죽여도 달라질 건 없어. 걔는 어릴 때부터 부모 없이 자라온 아이야! 나보다 더 가엽다고, 하하하...”송연아는 이토록 흉악하고 잔인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죽어버려.”송연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녀를 노려봤다.“당신은 죽으면 그만이겠지만 당신 아들은 어떨 것 같아? 지금도 충분히 고통스럽게 살거든.”장진희가 아무리 사악하고 매정해도 그녀는 결국 한 아이의 엄마였다.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아마 아들뿐이겠지.“세헌 씨가 놓아주지 않는 한 강세욱이 편하게 살 것 같아? 당신 아들이 세헌 씨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점은 당신한테 고마워해야겠어. 당신 덕분에 세헌 씨는 어릴 때부터 조심스럽게 지냈고 차갑고 매정한 사람으로 변했으며 머릿속에 온통 계략으로 가득 찼어. 당신은 세헌 씨를 해쳤지만 도와주기도 했지. 만약 세헌 씨가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다면 지금 같은 수단과 박력이 없었을 거야. 한편 당신 아들은 줄곧 당신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는데 인제 당신이 떠나면 뭘 할 수 있을까?”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세헌 씨를 대신해서 당신에게 감사해야겠네. 당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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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더 묻지 말고 열심히 출근해. 그건 그렇고 너한테 또 수술 하나 안배했으니까 얼른 가서 준비해. 이따가 나랑 같이 환자 보러 가.”주석민이 말했다.송연아는 여전히 일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해서 따져 물었다.“그래서 이번 일은 대체 어떻게 해결했어요?”“내가 말하지 않는 건 너한테 알려주기 싫다는 뜻이니까 더 묻지 마. 나도 널 믿고 원장님도 널 믿으셔. 이젠 다 해결됐으니 안심하고 나만 따라오면 돼.”주석민이 이렇게까지 말한 이상 그녀도 더는 따져 물을 수 없어 입을 다물었다.“네, 지금 바로 가서 준비할게요.”주석민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가봐.”점심에 고훈이 송연아를 찾아왔다.“어떻게 된 거예요? 최지현은 왜 가버렸어요?”그가 성급하게 물었다.“이미 다 해결했어요.”송연아가 말했다.“어떻게요?”고훈이 캐묻자 그녀는 어깨를 들썩거렸다.“나도 몰라요.”고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연아 씨네 병원이 대단하긴 하네요. 내게 실력 발휘할 기회도 안 주고 말이에요.”고훈이 투덜거렸다.“원래 위증인을 찾아서 연아 씨가 밀지 않았다고 말하라고 시키려 했거든요. 어차피 계단 입구에 CCTV도 없고 최지현이 한사코 연아 씨가 밀었다고 잡아떼니 그럼 나도 사람을 찾아서 연아 씨가 밀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면 되잖아요. 어차피 다들 증거가 없으니 최지현은 연아 씨가 밀었다는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또한 위증인이 계단 입구에 가지 않았다는 증거도 못 내놔요. 이렇게 되면 연아 씨는 누명을 벗을 수 있어요.”송연아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이게 바로 고훈 씨가 생각해낸 방법이에요?”“네, 별로예요?”고훈은 나름 자신 있게 물었다.“너무 별로예요. 고훈 씨 어머님은 오늘 중환자실에서 나올 거예요. 아까 봤는데 회복이 잘 되셨더라고요. 그런데 추후 관리도 중요하니 어머님을 잘 보살펴드리세요.”고훈은 감격에 겨웠다.“네, 알고 있어요. 이번 일은 정말 너무 고마워요.”“저번에도 말했듯이 난 의사의 의무를 다한 거니까 이러실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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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화

“언니!”송연아는 살짝 미안해하며 말했다.“예걸이한테 언니가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연락하는 걸 깜빡했어요.”안이슬은 두 눈이 퀭하고 빨갛게 부어오르기까지 했다. 그녀는 심하게 잠긴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연아야...”송연아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을 졸였다.“무슨 일이에요?”“재경이가... 날 배신했어.”안이슬은 또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송연아는 얼른 그녀를 안아주었다.“우리 딴 데 가서 얘기해요.”고훈은 이때다 싶어 친절하게 말했다.“내가 아는 곳 하나 있는데 조용해서 아무도 방해 안 할 거예요. 두 분 술 한 잔 기울여도 돼요.”송연아는 안이슬이 걱정돼 고훈을 힐긋 쳐다보며 말했다.“길 안내해요.”“네, 알겠습니다.”고훈은 재빨리 차를 가져왔다.송연아는 안이슬을 부축하며 차에 탔다.잠시 후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이곳은 사설 클럽이라 고훈은 자기만의 고정 룸을 갖고 있었다.송연아는 안이슬의 팔짱을 끼고 안으로 걸어갔다. 고훈이 따라가려 하자 그녀는 날카롭게 째려봤다.“왜 따라와요?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는데 고훈 씨도 들으려고요?”고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줄곧 시중만 들었는데 문전박대를 당하다니?“알았어요. 얼른 들어가요. 저는 밖에서 기다릴게요.”고훈은 두어 걸음 물러섰다.송연아는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훈은 비록 짜증 나게 굴지만 이번 일은 확실히 그의 도움을 받았으니까.고훈이 웃으며 말했다.“고맙긴요, 내가 더 고맙죠. 연아 씨가 우리 엄마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서 나을 수 있게 됐어요...”“후!”순간 방문이 확 닫혔다.송연아는 더는 그의 잡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고훈은 문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의 마음에 찬바람이 윙윙 휘몰아쳤다!“어떻게 된 거예요?”자리에 앉자마자 송연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재경 선배가 언니한테 얼마나 일편단심인데, 배신이라니요?”안이슬은 입술을 깨물고 저 자신을 비웃었다.“일편단심?”그녀는 나지막이 고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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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5화

안이슬이 되물었다.“그건 이젠 중요하지 않아!”“왜 안 중요해요? 재경 선배 어머니가 무슨 수를 써서 선배랑 그 여자가 관계를 갖게 했다면 적어도 선배가 원해서 한 일이 아니란 걸 설명하죠. 그럼 그건 선배가 일부러 언니를 배신한 것도 아니에요.”안이슬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다 부질없어.”그녀는 송연아를 지그시 바라봤다.“본의가 아니어도 상대가 이미 재경의 애를 가졌는데, 설마 싫다고 하겠어?”송연아는 침묵했다.그랬다.상대는 이미 임신했고 심재경의 엄마가 콕 집은 며느릿감이니 반드시 이 결혼을 성사시킬 것이다.“하지만 언니는...”안이슬은 초점 없이 흐려진 눈길로 한곳을 바라보며 한참 침묵했다.“우린 인연이 아닌가 봐. 만남과 이별을 끊임없이 반복하더니, 결국 운명의 장난에 무릎 꿇고 말았어. 나랑 재경이는... 이젠 정말 끝이야.”송연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연아야, 나랑 한잔해. 오늘 밤이 지나면 새 출발을 할 거야. 더는 재경이 때문에 눈물 흘릴 일도 없고 가슴 아파하지도 않을 거야.”그녀는 힘껏 얼굴을 닦았다.송연아도 알겠다며 대답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고훈이 여전히 문밖에 서 있자 송연아는 바로 그에게 술을 가져오라고 했다.고훈은 냉큼 사람을 시켜 술을 가져오더니 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술 한 잔 기울이면서 스트레스 풀려고요?”송연아가 대답했다.“먼저 가세요. 나랑 언니는 좀 더 있다가 갈 테니 언제까지 여기 있을 필요 없어요.”고훈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여자 둘이서 술에 취해 나쁜 놈이라도 만나면 어떡해요? 시름 놓고 마셔요. 만약 두 사람 다 취하면 나 여기 방 있으니까 그리로 가서 쉬면 돼요.”송연아는 문에 기대어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난 왜 고훈 씨가 꼭 나쁜 놈 같죠?”고훈은 말문이 막혔다.“난 인물이 훤칠하고 성품이 바른 정인군자인데 나쁜 놈 같다니요?”고훈은 가슴을 치며 장담했다.“난 절대 취한 사람 건드리는 비겁한 짓은 안 해요.”송연아가 웃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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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6화

“보긴 뭘 봐요?”고훈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술도 잘하지 못하면서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마셔요?”송연아는 실망스러웠다.“그 입 좀 다물래요? 난 또 세헌 씨인 줄 알았잖아.”고훈은 말문이 막혔다.“왜요? 내가 말없이 서 있으니까 세헌이 같아 보였어요?”고훈은 화나서 눈이 뒤집힐 지경이었다.“나랑 강세헌은 닮은 곳도 없는데.”“그럼요. 고훈 씨는 세헌 씨보다 못생겼잖아요...”고훈은 어이가 없었다.“연아 씨, 세헌이가 아무리 좋아도 지금 당신을 챙겨주는 건 나예요. 강세헌 좀 그만 언급하면 안 돼요?”“그 사람은 내 남편인데 왜 언급하면 안 되죠? 난 세헌 씨가 보고 싶어서 계속 세헌 씨만 언급할래요.”송연아는 술에 취해서 과감하게 말을 내뱉었다.평소에 못 하던 말도 쉽게 내뱉었다.고훈은 입이 쩍 벌어졌다.‘나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고?’“남편 자랑 하고 싶으면 집에 돌아가서 해요.”고훈이 차갑게 쏘아붙였다.말끝마다 강세헌이니 화나지 않을 수 없었다.송연아는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고 했는데 조심하지 않아 술병을 넘어뜨렸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술병이 산산조각이 났다.그녀는 흠칫 놀라면서 몸을 기울이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이때 고훈이 잽싸게 달려가 그녀를 꼭 붙잡고 품에 끌어안았다.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이거 놔요.”고훈은 어이가 없었다.“이봐요, 연아 씨, 방금 나 아니면 당신 그대로 넘어졌다고요. 도움을 받았으면 감사하다고 해도 모자랄망정!”고훈은 하마터면 양심도 없냐고 욕할 뻔했다.송연아는 그를 밀쳤다.술에 취해도 남녀 사이에 지나친 스킨쉽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 듯싶었다.고훈은 그녀를 부축해서 똑바로 세우며 물었다.“제대로 설 수 있겠어요?”송연아가 머리를 끄덕였다.“네.”그녀는 대답하자마자 트림을 했더니 술 냄새가 정면으로 풍겨왔다.고훈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연아야, 우리 계속 마셔야지.”안이슬이 술잔을 들었다.송연아도 화장실에 다녀온 뒤 잔을 들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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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7화

‘오지 말란 말이야!’고훈이 속으로 외쳤지만 송연아는 결국 그의 얼굴에 토해버렸다.고훈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송연아는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역겨워 재빨리 화장실에 뛰쳐가 계속 토했다.밖에 있는 고훈은 지금 심정을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었다.얼굴에 토해버리다니.고훈은 난생처음 겪는 일이었다.아니, 세상에 또 이런 짜릿한 경험을 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그는 울화가 치밀었지만 만취한 여자와 따지고 들 순 없었다!이미 취해서 인사불성인데 따지고 들면 그만 쪼잔해 보일 테니까!다행히 고훈은 여기에 개인 방이 있어 샤워하러 갔고 웨이터에게 깨끗한 옷 한 벌 사 오라고 했다.그가 깨끗하게 정리하고 룸에 돌아왔을 때 송연아는 소파에 엎드려 잠들었다.시계를 보니 어느덧 12시가 다 돼갔다.고훈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를 안고 방에 갔다.침대에 눕히고 이불까지 덮어준 뒤 옆에 서서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봤는데 조용히 있는 모습이 실로 아름다웠다.그녀는 민낯이 예쁜 미인이라 화장을 안 해도 고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고훈은 사악한 미소를 날렸다.“연아 씨가 지금 나랑 한 방에서 인사불성이 된 채 내 침대에 누워있는 걸 세헌이가 알면 화나서 돌아버리겠죠?”그는 지금 이 장면을 사진 찍어 강세헌에게 보내고 싶었다.“나 그렇게 해? 말아?”고훈이 자신에게 물었다.송연아는 지금 대답할 리가 없으니까!그는 사진을 찍을지 말지 엄청 고민했다.강세헌이 전에 그에게 했던 일을 떠올리자 이번엔 그도 속 좁고 교활한 이 남자를 약 올려보기로 했다!...공항.강세헌이 차에 타고 진원우가 짐을 내려놓았다.“이번엔 진짜 운이 안 따라주네요. 딜레이가 이렇게 많이 되다니.”그가 궁시렁댔다.강세헌은 줄곧 무표정한 얼굴이었고 심지어 약간 차갑기까지 했다.진원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이제 감정 결과만 나오면 그분 신원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이번 일정은 꽤 보람차네요.”강세헌이 갑자기 출국한 이유는 강의건이 그에게 사진 한 장 주었기 때문이다.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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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8화

그는 휴대폰을 꺼내서 화면에 뜬 사진 메시지를 열어보았는데 송연아가 자고 있는 모습이 떡하니 펼쳐졌다.그는 순간 표정이 굳고 미간이 구겨졌다.이어서 문자 메시지가 한 통 도착했다.「연아 씨는 지금 나랑 같이 있어.」문자를 보낸 후 고훈은 흐뭇하게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흔들었다.강세헌은 지금 외국에 있어 이 문자를 봐도 애만 태우겠지!바로 돌아온다고 해도 시간이 걸릴 테니 그사이에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우웅...이때 송연아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고훈은 예상했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누구는 안달이 났나 봐?”그는 말하면서 송연아를 쳐다봤다.송연아는 몸 위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느낌을 받아 짜증 내며 마구 뒤척였다.고훈은 그녀의 옷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며 나지막이 말했다.“계속 자고 있어요. 내가 대신 받아줄게요.”송연아는 정신이 몽롱하여 아무런 잡음도 듣고 싶지 않아 그를 등져 누웠다.고훈은 씩 웃었다. 발신자가 강세헌이었으니까.‘안달 났네! 하하...’고훈은 침대 머리맡에 서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로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고훈이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저쪽에서 먼저 말을 꺼냈다.“연아 바꿔.”고훈은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힘들 것 같아. 이미 잠들었거든.”고훈이 말할 때 그 득의양양한 말투는 사람을 약 올려서 돌아버리게 할 지경이었다!강세헌도 이미 분노가 들끓었지만 고훈의 도발 때문이 아니었다.송연아는 그와 함께 살면서 어떻게 딴 남자와 가깝게 지낼 수 있단 말인가?!심지어 밖에서 자다니, 그것도 고훈과 함께!아무 일 없을 거라고 굳게 믿는다고 해도 이는 상당히 역겹고 기분 더러운 일이다.“어떡해? 연아 씨는 나랑 함께 있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이참에 연아 씨를 나한테 양보하지 그래?”고훈이 계속 도발했다.강세헌은 몇 초 동안 조용히 있다가 전화를 꺼버렸다.고훈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입을 삐죽거렸다.“뭐야? 화나서 돌아버렸나?”그는 휴대폰을 책상에 내려놓고 무심코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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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9화

그녀는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을 똑똑히 보았다.화가 나 있는 모습은 강세헌과 똑같았는데, 사람으로 하여금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서게 하였다.“강... 강세헌?”송연아는 침을 꼴깍 삼켰다.그녀는 진짜인지 헛것인지 구별하기 위해 그를 만지려고 손을 뻗었지만 아직 그에게 닿지는 않았다.강세헌은 문득 몸을 돌려 한마디를 내뱉었다.“나와.”“...”송연아는 침대에 앉아 아직 상황 파악을 전혀 못 하고 있었는데, 한참 고훈을 바라보다가 문 앞에 서 있는 임지훈과 진원우를 또 한참 바라보았다.갑자기 그녀는 머리가 너무 아파 관자놀이를 힘껏 주물렀고 한참이 지나서야 조금 통증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송연아는 이제야 정신을 차렸는데, 만약 진원우와 임지훈이 계속 여기에 있었다면, 강세헌이 돌아왔다는 뜻이 아닐까?그러면 아까 그녀가 본 사람이 정말로 강세헌이란 말인가?송연아는 급급히 침대에서 뛰어내렸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뛰쳐나갔다.임지훈과 진원우는 경멸에 찬 눈빛으로 고훈을 한 번 보고는 코웃음을 쳤다.두 사람 모두 고훈의 수법이 저급하고 남자로서 해야 할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고훈은 고개를 치켜들었다. 강세헌을 두려워하는 것이지, 이 두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뭘 봐요? 나 아니었으면, 송연아는 이미 길바닥에 나앉았을 거예요. 당신들은 나한테 감사해야 한다고요.”임지훈은 그를 제일 못마땅해했다.“내가 지난번에 너무 살살 때렸죠? 한 번만 더 임자 있는 여자를 탐내기만 해봐요. 그땐 당신 엄마도 못 알아볼 정도로 때려 줄 거예요. 각오해요.”고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거렸다.“한낱 비서 주제에 너무 오지랖이 넓은 거 아니에요? 지금 당신 상사의 집안일에까지 끼어들려고요?”“죽고 싶어 환장했어?”임지훈은 화가 나서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고 진원우는 다급히 그의 팔을 붙잡고 말렸다.“됐어.”“하지만 저 사람이 너무 눈에 거슬린다고.”임지훈이 앞으로 가려고 했고 언제든지 주먹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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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정신이 들지 않았어도 이 말에 놀라 정신이 들 것 같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언제 돌아왔어요?”한 마디를 두 번이나 묻는 것을 보니, 십중팔구 아직 정신이 들지 않은 것 같다.“먼저 돌아가.”강세헌의 말투는 덤덤했다.“...”아직도 그녀에게 화가 난 건가?송연아는 힘껏 얼굴을 비볐다.“그게...”“술이 좀 깨고 난 후에 얘기하자.”강세헌이 그녀를 말을 끊었다.“...”송연아는 입을 앙다물었다.그래, 어쨌든 지금 송연아는 몸이 불편했고 정신이 좀 들었지만, 술 때문에 속이 좋지 않았다.그녀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고 차는 안정적으로 가고 있었다.송연아는 졸음이 쏟아졌고 눈꺼풀이 무거워 천천히 눈을 감았다.강세헌은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는데, 옷이 쭈글쭈글할 뿐만이 아니라 맨발이었다.그의 얼굴은 저절로 어두워졌고 잔소리를 하려고 했지만 피곤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애써 참았다.이 시간대에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아서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했지만, 송연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된 것만 같았다.강세헌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화가 치밀어도 그녀를 외면할 수 없었기에 차 문을 열고 먼저 내려 그녀를 등에 업었다.송연아는 비록 그 과정에서 깨어났지만, 눈은 뜨지 않았고 그저 흐뭇했다.강세헌은 화가 났지만 그녀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아직도 그녀를 아낀다는 것이 아닌가?분명 그럴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니 송연아의 마음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고 편안하게 그의 등에 기대어 꿈나라로 갔다.강세헌은 송연아를 방으로 데려왔고 그녀가 더럽다며 짜증을 냈지만, 몸은 성실하게 수건을 적셔 그녀를 닦아주고 있었다.송연아는 편안히 누워있었고 그녀가 세상 모르게 자고 있을 때, 누군가가 자신을 안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코끝에 은은한 바디워시 향기가 맴돌아 기분이 좋았다.송연아는 강세헌의 품에 더 비집고 들어갔다.희미하게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나 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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