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심재경의 눈이 송연아 목의 붉은 자국에 닿았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순간 모든 것을 알아챘지만, 모르는 척했다.“아무것도 아니면 됐지, 왜 그렇게 말까지 더듬으며 긴장해? 무슨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되는 일이라도 들킨 것 같다.”“헛소리하지 마요.”그녀는 애써 침착한 척했다.“내 말이 헛소리인지, 아닌지는 네가 잘 알겠지. 이봐, 얼굴도 빨개졌어.”“...”송연아는 할 말을 잃었다.“심재경, 너 그렇게 한가해? 그만하지 못해?”강세헌이 다가오며 그를 노려보자, 심재경은 헛기침하고 말했다.“그냥, 부러워서 질투하는 거야.”진원우와 구애린은 얼마 전에 결실을 보았고 송연아와 강세헌도 행복해 보이니 자신의 아무것도 없는 구차한 처지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다, 딸이 있다. 하지만 딸에게 엄마가 옆에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불쌍한 걸로 따지면 지훈이가 더 불쌍해.”강세헌이 한마디 끼어들어서 심재경을 웃겼다. 그렇다, 그는 예쁜 딸이라도 있지, 임지훈은 여자도, 아이도 없이 맨날 강세헌에게 착취당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임지훈이 더 가여웠다.“그게 또 그러네.”송연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두 사람 무슨 얘기에요?”심재경이 대답 대신 말했다.“너 가서 옷이나 갈아입어.”“...”‘내 옷이 어떻다는 거지?’그녀는 강세헌을 바라보며 눈빛으로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들은 합법적인 부부로서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했을 뿐인데 뭐가 잘못된 거지? 남 부끄러운 거 없기에 숨길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준비해, 우리 오늘 오후에 출발할 거야.”“준비가 다 됐어요?”송연아의 물음에 강세헌이 대답했다.“응.”“그럼, 짐 쌀게요.”송연아가 방으로 짐을 싸러 들어가자, 강세헌은 진원우에게 전화해서 일정을 공유해주고 같이 출발할 거면 준비하라고 했다.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기던 송연아는 자기 목을 뚫어지게 보던 심재경이 생각나 화장실에 가서 거울에 비친 자기 목에 있는 붉은색 자국을 확인했다. 그녀는 얼굴은 붉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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