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는 병실 앞에 서서 경찰의 말을 듣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그렇게 심각해요?”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안이슬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이렇게 말하는 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들어가 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송연아는 직접 병실 문을 밀고 들어갔는데 1인실이고 창문 옆으로 침대가 한 개가 놓여 있었다. 그녀가 침대의 사람을 확인하고자 앞으로 걸어갔는데 안이슬이 잘못됐을까 봐 발걸음은 무거웠고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런데...그녀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은 온 얼굴이 거즈로 싸여 있어서 안이슬인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송연아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경찰이 한마디 했다.“안이슬 씨에요.”송연아는 소름이 돋았고 두 다리는 천근이라도 되는 듯 움직이기 힘들었다. 분명 가까이에 있는데 침대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어쩌면 거리 문제가 아니라 그녀가 감히 가까이에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송연아는 힘들게 숨을 쉬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침대 옆에 도착했다.지금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이 안이슬이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전혀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믿을 수 없어서 입을 막았는데 심장이 너무 아파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으면 이 상태가 된 거지?’한참이 지나도 그녀는 감정을 진정시킬 수 없었고 심장도 튕겨 나올 것 같이 그녀의 몸에서 요동쳤다. 그때 문밖에 있던 경찰이 들어왔다.“송연아 씨를 부른 건 안이슬 씨를 설득해서 삶의 의지를 되찾아줬으면 해서입니다.”송연아가 물었다.“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양팀장님이 임무로 희생하시고 안이슬 씨가 복수를 하기 위해 잠복 요원을 신청...”경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연아가 끼어들었다.“그런다고 잠복 요원 하는 걸 동의했어요? 양명섭 씨가 희생하셨으면 그의 유가족을 잘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말을 하다가 그녀는 격동되여 목이 메었다. 그렇게 인품이 좋은 양명섭이 희생된 것도 모라자서 이제
안이슬 혼란스러워하며 눈길을 피하더니 순식간에 평온을 되찾고 말했다.“내가... 너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나한테 연락했나 보구나.”안이슬의 목소리는 약했다. 송연아는 슬픔을 거두고 가능한 평정심을 유지하기로 노력했다. 이미 이렇게 되었는데 이제 슬픔을 표현하면 안이슬이 더 힘들어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송연아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는데 손등에 수많은 구멍 흔적이 보였는데 아마도 주사를 맞은 흔적인 것 같았는데 멍이 들어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안이슬이 아플까 봐 힘을 줄 엄두도 내지 못했고 안이슬의 눈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자기의 안쓰러워하는 눈빛을 안이슬이 볼까 봐서였다.“나에게 연락 안 하고 여기서 혼자 버티려고 했던 거예요?”“그냥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송연아는 울컥하는 마음을 힘들게 참으며 말했다.“이렇게까지 됐으면서 내가 걱정할까 봐 걱정돼요?”안이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송연아가 말을 이었다.“경찰 측에 얘기했어요. 언니를 데리고 가서 치료하겠다고요. 저 아는 의사들 많아서 꼭 언니는 치료해 줄 거예요.”“됐어. 내 사정은 내가 잘 알아. 그리고 몸을 치료한들 마음까지 치료가 되겠어? 마음이 이미 죽었는데 몸만 살면 뭐해?”“그런 말 하지 말아요. 포기하면 안 돼요. 언니는 딸이 있잖아요.”“딸.”안이슬의 눈에 짧은 빛이 번쩍였다가 바로 또 어두워졌다. 지금 자기의 모습은 딸에게 겁만 줄 뿐, 좋은 엄마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날 그냥 내버려둬. 너랑 같이 가지 않을 거야.”안이슬이 단호하게 말하자 송연아는 참지 못했다.“그럼, 정말 죽을 거예요?”안이슬이 대답했다.“응.”송연아는 그런 안이슬의 기분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모습이 어떻게 되는 언니는 한 아이의 엄마예요. 언니가 없으면 그 애는 엄마가 없는 아이가 될 텐데, 엄마 없는 아이가 얼마나 불쌍한지 몰라요? 아무리 아빠가 있다고 해도 엄마가 없다면 평생 얼마나 힘들겠어요. 제가 장담해요, 꼭 언니를
안이슬이 기운이 없어 눈을 감자, 송연아는 안이슬에게 이불을 여며주고 말했다.“좀 쉬어요.”송연아는 안이슬을 혼자 여기에 둘 수 없다고 생각하며 아무리 힘들어도 꼭 안이슬을 치료할 거라고 다짐했다. 그녀는 병실에서 많은 것을 생각했는데 안이슬이 만약 계속 이 도시에 있으면 양명섭의 일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판단하여 꼭 낯선 곳으로 데려가서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만이 지금의 어두운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안이슬은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송연아는 경찰서로 협상하러 갔다. 경찰 측에서도 현재 안이슬의 상황을 고려해서 송연아의 요청에 동의했는데 단 한 가지, 반드시 안이슬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송연아는 반드시 설득할 거라고 했다.“만약 안이슬 씨 치료를 잘 받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설득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세요.”송연아는 다른 건 필요 없고 부탁할 게 하나 있었다.“제가 안이슬 씨를 데리고 갈 때 차를 준비해 주세요.”“그건 걱정하지 마세요.”안이슬에 관한 거라면 어떤 측면으로든 이유를 막론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 측의 동의를 얻자, 송연아는 이제 인내심을 가지고 안이슬을 설득할 일만 남았다. 그녀는 안이슬을 설득하는데 말로는 쉽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시간을 들이기로 했는데 옆에서 조용히 돌봐주면서 안이슬이 스스로 인지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며칠 동안 안이슬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송연아는 병실에 작은 간이침대를 놓고 안이슬과 같이 먹고, 자고 생활했는데 안이슬이 다른 마음을 먹을까 봐 시시각각 함께 있어야 시름이 놓였다. 이영은 며칠 동안 송연아가 휴식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사모님, 제가 여기에서 꼼짝하지 않고 지킬 테니 호텔에 가셔서 조금 쉬세요.”송연아는 고개를 저었는데 이영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지켜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녀는 강세헌에게 전화해서 상황설명을 했는데 강세헌은 이해한다고
안이슬이 말했다.“왜 굳이 나를 데리고 가겠다는 거야?”“그럼 언니가 죽든 말든 상관하지 말라고요?”송연아는 안이슬이 자포자기하는 모습이 싫었다.“사람은 평생을 살다 보면 이런 저런 많을 일들을 겪을 거예요. 평탄하고 쉬운 길이 있으면 울퉁불퉁하고 험난한 길도 있을 거고요. 한번 안 좋은 길을 걸었다고 해서 모두 죽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이 세상에 살아남을 사람 몇 명 안 될걸요?”안이슬이 물었다.“아무리 험난해도 나만큼 하겠어?”송연아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안이슬의 고통은 보통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옛말에 먼저 쓴맛을 보면 나중에 꼭 단맛이 온다고 하잖아요.”안이슬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 피곤해.”송연아는 안이슬이 아직도 자기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말했다“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않더라도 언니 딸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 만약 나중에 심재경이 결혼해서 아이에게 새 엄마가 생겼는데 그 계모가 언니 아이에게 잘 해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얼마나 슬프겠어요. 이 부분은 언니도 잘 알 거잖아요. 언니는 많이 커서 새엄마가 생겼는데도 그 집에 있고 싶지 않았는데 언니 딸은요? 어려서부터 엄마가 없으면 얼마나 불쌍할 지 생각이나 해 봤어요?”송연아는 심재경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다른 여자를 찾지 않을 거라는 걸 마음속으로 알고 있다. 그녀가 봐도 심재경은 아이를 정말 사랑했는데 딸이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심재경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 알면서도 그렇게 말한 것은 안이슬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다. 딸을 위해서라도 살겠다는 의지를 되찾아주고 싶었다. 찰나 안이슬의 표정도 잠깐 풀렸던 것 같은데 엄마는 강하다고 송연아는 안이슬도 딸을 위해서라면 살아갈 욕망을 되찾을 거라고 믿었다.“ 재경 선배가 나중에 결혼을 했는데 그의 와이프가 아이에게 잘 하지 않으면 언니가 아이를 데려올 수도 있잖아요. 그럼 아이도 계모의 구박을 받지 않을 수 있고. 언니 뉴스에서
안이슬은 비행기에 있는 내내 불안했다. 오기로 결정을 했지만, 여기에서 잘 치료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송연아가 위로했다.“다 괜찮을 거예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걱정하지 마요.”안이슬은 고개를 끄덕였다.비행기가 착륙했다. 병원에서 담당자가 데리러 왔는데 송연아가 준비한 거였다. 비록 그녀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의학 쪽에 관련된 사람은 적지 않았고 또 강세헌이라는 뒷배가 있어 돈 문제도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에 뭐든지 제일 좋은 것으로 안이슬을 위해 준비했다. 치료하는 병원도 의료진도 모두 특급이었는데 특별히 담당 의사는 성형외과 쪽에서 조예가 대단한 사람이다. 이분을 찾기 위해 송연아는 많은 노력을 했다. 의사가 휴가로 치료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차는 병원의 구급차였는데 그들은 바로 그 차를 타고 병으로 갔다. 송연아도 계속 동행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안이슬은 우선 여러 가지 검사를 했는데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송연아는 찬이의 전화를 받았다.“엄마, 언제 돌아와요? 저도 엄마가 보고 싶고 아빠도 엄마를 보고 싶어 해요.”“엄마 금방 돌아갈게.”“금방은 며칠이에요?”찬이가 물었다.“지난번에도 금방 돌아온다고 하고 아직도 안 왔잖아요. 거짓말만 하고.”송연아가 웃었다.“엄마가 돌아갈 때 찬이 선물을 사 갈건데 뭘 가지고 싶어?”“저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요. 엄마만 보고 싶어요. 제가 귀찮아서 혼자 놀러 간 거 아니에요?”“아니야. 엄마 빨리 돌아갈게. 우리 찬이 착하지.”송연아가 낮은 목소리로 위로했다.“엄마 믿어. 엄마도 우리 찬이가 많이 보고 싶어.”“그럼, 아빠도 보고 싶어요?”찬이가 물었다.송연아는 이건 찬이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것 같아 미간을 찌푸렸다.“찬이야, 옆에 누가 있어?”찬이가 눈을 깜빡이면서 자기에게 말을 가르쳐 주는 심재경을 보자, 심재경은 손을 저었다.“제 옆에 아무도 없어요.”찬이가 대답했다.“정말이야?”송연아는 믿지 않았다.“엄마, 언제
의사는 안이슬의 증상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눈치챘는데 수술은 필수였다.다만 뭐든 신중한 것이 좋으니 수술하기 전에 한 번 더 자세히 검사를 해야 수술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송연아가 말했다.“그럼 부탁할게요.”“환자분을 받기로 했으니 무조건 최선을 다해서 치료할 겁니다. 저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이에요. 환자분 전의 얼굴이 어떤지는 몰라 원래 모습대로 회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꼭 예쁜 얼굴을 가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원래 모습대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안이슬의 성형이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안이슬은 그렇게 입원했고 수술 계획의 완성을 위해 며칠 동안 검사를 진행했다.송연아는 이쪽 전문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의사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수술의 타당성을 판단했다.며칠간의 논의 후 수술 계획이 결정되었는데 완벽한 성형을 위해서라면 크고 작은 수술이 십여 차례 필요했다. 게다가 진행되는 과정에 따라 수술이 더 추가될 수도 있었다.송연아는 모두 이해하고 수술 계획을 안이슬에게 알렸다.안이슬은 그저 침묵을 지킨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연아는 그녀가 동의하는지 않는지 몰라 타이르기 시작했다.“언니 원래 모습대로 회복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예쁜 얼굴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다른 얼굴로 다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잖아요.”안이슬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 하지만...“그냥 그렇게 해!”이미 입원하는 것까지 동의한 마당에 아이를 위해서라도 연명하며 살아가야 했다.송연아는 그런 안이슬을 보며 너무 가슴이 아팠다.“언니 외롭고 두렵게 하지 않을게요. 제가 계속 옆에 있을게요.”“네가 그랬잖아, 수술을 십여 차례 해야 한다고. 그럼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릴 거야. 나도 어느 정도 각오하고, 마음 준비를 다 했어. 넌 여기서 나랑 같이 있는 게 아니라 돌아가야 해. 넌 남편이랑 아이들도 있잖아. 계속 내 옆에 있으면 네 가족은 어떻게 할 거야?”“
송연아는 다급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저 여기 있어요.”그리고 말을 이어갔다.“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안이슬이 송연아를 보며 말했다.“응, 나 목말라...”송연아는 물 한 잔을 따르고 그녀에게 먹여줬다. 안이슬은 지금 침대에 누워 꼼짝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물을 마신 후 안이슬은 한결 편안해졌고, 목도 그렇게 마르지 않았다.“첫 번째 수술을 마쳤으니 넌 언제 돌아가?”안이슬이 물었다.송연아가 대답했다.“이제 비행기 티켓 예약해야죠.”송연아는 떠나기 전 안이슬을 돌볼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을 찾아야 했다. 만약 낯선 사람이 그녀를 돌본다면 송연아는 분명 마음이 놓이지 않을 것이다.오은화는 그녀가 믿는 사람이니까 오은화를 부르고 싶었는데 그러면 분명 심재경의 의심을 살 것이다.아무리 고민해 봐도 오은화를 이곳으로 부르는 건 맞는 선택이 아닌 것 같았지만, 다른 더 좋은 방법도 없었다.“연아야, 네가 여기 계속 있으면 나 부담스러워.”안이슬이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송연아는 그녀더러 편히 쉬라고 했다.“방금 수술을 끝냈잖아요. 푹 쉬고 기운을 차려야 두 번째 수술을 하죠.”하지만 안이슬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네가 있어서 부담스러운 거야. 네가 계속 여기에 있으면 세헌 씨가 나 미워하면 어떻게 해, 네 시간을 다 차지했다고.”송연아가 그녀의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그런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말아요.”강세헌은 겨우 이런 일로 불만을 가질 리가 없다. 그는 사리 분별 능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리고 강세헌은 송연아와 안이슬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송연아에게 어러운 일이 있었을 때도 안이슬이 그녀를 도와줬었는데 서로 돕고 걱정하는 두 사람은 가족이 아니었지만 가족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였다.“푹 쉬고 있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내일 다시 말해요.”송연아는 안이슬더러 쉬라고 했다.안이슬은 확실히 피곤한지라 눈을 감았고, 곧이어 잠이 들었다.이영이 음식을 사 왔다.송연아는 계
“먼저 얘기해봐요.”워낙 강세헌의 존재가 든든했으니 송연아는 돈이 드는 걸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다만 이영의 방법이 과연 믿음직스러울지 걱정이 되었다.지금의 안이슬은 워낙 심신상으로 취약한 상태이기에 절대 이 일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이영이 말했다.“아는 여자 직장 동료가 있는데 능력이 출중해요, 책임감도 있고요. 다만 비용이 많이 들 거예요. 만약 괜찮으시다면 안이슬 씨를 보호할 수 있게 그 사람을 고용하시면 돼요. 다만 살뜰히 사람 돌보는 일은 잘하지 못할 거예요. 싸움 실력 하나는 출중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간병인 한 분을 더 모시면 그 간병인과 안이슬 씨 두 사람 모두 보호할 수 있을 거예요. 어때요?”송연아가 고민에 잠겼다.“좀 생각해 볼게요.”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영이 말한 동료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으니 그녀에게는 낯선 사람과 마찬가지였다.이영의 생각대로라면 차라리 이영이 여기에 남고, 또 다른 간병인을 찾는 게 더 괜찮은 방법인 듯했다.“시간이 늦었으니 가서 쉬어요. 여기에 위험할 일도 없을 것 같고요.”이영이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방을 나섰다.송연아는 시계 한 번 쳐다봤다.‘이 시간이면 세헌 씨 아직 안 잤겠지?’그녀는 창가에 걸어가고는 강세헌에게 전화를 걸었다.곧이어 전화가 연결되었다.송연아가 입을 열었다.“아직 안 잤어요?”전화기 너머로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직 회사에 있어.”“많이 바빠요?”“응.”송연아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바쁘다는 그의 말에 끝내 말을 다시 삼켰다.“그래도 좀 쉬어요.”“언제 돌아와?”“곧 가요.”송연아는 일부러 강세헌에게 서프라이즈를 하기 위해 구체적인 시간을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강세헌은 그저 침묵을 지켰다.송연아가 또 물었다.“나 보고 싶었어요?”“응...”강세헌은 잠깐 침묵하더니 대답했다.“일할 때 빼고 계속 네 생각만 했어.”“그 말, 못 믿겠는데요?”송연아가 창문에 기대면서 말했다.“자면서 내 생각을 했을 리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