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미친 그날 밤: Chapter 1031 - Chapter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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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1화

“별거 아닌 정장 가지고 뭘 그래? 옷이 나보다 중요하다는 거야?”진원우가 말했다.“당연히 옷이 더 중요하지.”“...”심재경이 삐쳐서 뒤로 돌아 걸어가자, 진원우가 그를 따라가서 붙잡았다.“농담한 건데 그렇게 진지하게 받으면 어떡해?”심재경이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나보다 신부가 더 중요하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나보다 옷이 더 중요하다는 건 너무한 거 아니야? 나 너와 절교할 거야.”“왜 그렇게 소심해?”진원우가 웃으며 말했다.“소심한 건 너야.”심재경이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두 사람은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사람들이 많은 결혼식장에 도착하자, 입을 다물고 얼굴에 열정적인 미소를 지었는데 그들의 표정 변화 속도는 책장을 넘기듯 빨랐다.오늘의 주인공인 진원우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구진학은 오랜 세월을 이곳에 살면서 많은 지인이 있었는데 오늘도 적지 않게 참석하였다. 그는 열정적으로 지인들에게 진원우를 소개했다.결혼식은 전문 웨딩기획사를 통해 현지 풍습으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되지 않았기에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미국의 결혼식은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복잡한 예의범절이나 프로세스가 없이 간단했다.그때 무대에서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우리말로 진행했다. 비록 미국에서 결혼식을 올리지만, 진원우와 구애린은 모두 한국 사람이기에 특별히 우리말로 진행해 달라고 특별 요청했다.“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바쁘신 와중에도 진원우 씨와 구애린 씨의 결혼식에 참석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사회자의 목소리는 힘차고 우렁차고 정중했다.“이제 신랑, 신부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먼저 신랑, 입장!”진원우가 뒤쪽에서 무대 앞으로 입장했다. 신랑 입장이 끝나자,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또다시 들렸다.“신부, 입장!”신부 입장 차례가 되자 모든 사람들의 눈길은 아치형 출입구를 향했다. 그때 찬이가 송연아의 손을 잡고 흥분된 목소리로 아치형 출입구를 가리키며 물었다.“엄마, 고모가 저기에서 나와요?”“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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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진원우와 구애린은 입꼬리를 가볍게 들어 올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렇다 오늘은 두 사람에게 좋은 날이므로 너무나 행복했다.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든 간에 지금, 이 순간은 너무 행복했다.다음은 반지 교환 순서였다.“신랑은 신부에게 키스를 해주세요.”두 사람이 서로에게 반지를 끼워준 다음 바로 사회자의 목소리가 타임을 딱 맞춰 울려 퍼졌다. 심재경이 무대 아래에서 분위기를 띄웠다.“키스해, 키스해!”원래 진원우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심재경이 외치자 오히려 조금 자연스럽지 않았다. 그는 무대 아래에 있는 심재경을 내려다보았는데 다른 관객들이 아니었다면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심재경은 진원우의 모습을 보고는 일부러 휘파람까지 불며 한술 더 떴다.“키스해! 설마 신랑이 부끄러워하는 거예요?”“...”진원우는 어이없어 할 말이 잃었지만, 구애린은 그런 진원우가 너무 웃겼다. 그녀는 진원우와 제일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서 그의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진원우가 이렇게 부끄러워할 줄은 몰랐다.“진원우 씨, 못하겠으면 내려와요. 내 대신해 줄게!”심재경은 지금의 진원우가 자기를 어떻게 하지 못하는 걸 잘 알고 더 무모하게 들이댔다.그때 구애린이 주동적으로 진원우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의 목을 감싸 안고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발끝을 세우고는 진원우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진원우의 몸이 놀라서 잠시 굳어지더니 이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열정적인 반응을 보였다.찬이는 사람들을 따라 두 손으로 박수를 치면서 송연아에게 말했다.“엄마, 뽀뽀해요. 부끄럽지도 않나 봐요.”송연아는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엄마, 엄마와 아빠도 뽀뽀해요?”찬이가 고개를 들고 물었다.“...”송연아는 고개를 숙여 찬이를 내려다보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강세헌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부끄러워하는 송연아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심재경이 찬이를 번뜩 들어 안으며 말했다.“네 아빠 엄마가 키스를 안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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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구애린이 기대하는 눈빛으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뭐에요?”“신혼 방에서 첫날밤을 보내면 볼 수 있어요.”찬이도 궁금했는지 송연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물었다.“엄마, 어떤 선물이에요?”송연아는 찬이의 코를 쓸어주며 말했다.“어린이들은 몰라도 돼. 이제 엄마와 함께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밖에는 결혼식 연회가 시작되었다.“애린 씨 배고프지 않아요? 먹을 것들 조금 가져다줄가요?”“아직 괜찮아요. 배고프지 않아요.”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찬이랑 먼저 가볼게요.”구애린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좀 있다가 봐요.”...송연아는 연회장에서 강세헌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렸는데 오은화가 구진학이 불러서 갔다고 알려줬다. 그녀가 윤이를 받아 안자 윤이가 꾸물댔다.“엄마, 엄마...”아직 말도 잘 못하는 윤이의 손에 뽀뽀하며 송연아가 말했다.“가만히 있어.”“지금 윤이는 제일 분주할 때예요. 윤이는 저한테 주고 식사해요.”오은화가 말하며 손을 내밀자, 송연아가 손을 저었다.“아주머니가 찬이 데리고 먼저 식사하세요. 저는 윤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 있을게요.”윤이는 계속 진정하지 못했다.오은화는 가정부로서 주인보다 먼저 먹기가 미안했다.“사모님...”송연아는 진작에 오은화를 가정부가 아닌 가족으로 생각했기에 누가 먼저 먹든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며 윤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자, 오은화도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결혼식의 음식들은 미국식으로 아주 고품격으로 차렸는데 신선한 재료만 사용하여 호화롭고 푸짐했다. 천이는 맛있는 거만 있으면 되기에 오은화의 옆에서 신나 하며 맛있게 먹었다. 오은화는 재빨리 몇 입 먹었는데 이런 자리는 시간 여유가 없고 또 조금 있으면 신랑 신부가 건배하러 오는 시간이기에 신부의 언니인 송연아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윤이는 이런 환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빨리 먹고 가서 송연아를 바꿔주려고 했다.신랑 신부와 건배할 때 송연아는 강세헌을 보았는데 그의 옆에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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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신혼 방은 아주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진원우는 구애린이 여기저기 뒤지는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뭐 해요?”그 순간 구애린은 자기가 오늘의 신부라는 사실을 잊은 듯 신랑인 진원우를 돌아보지도 않고 웃으며 말했다.“언니가 결혼 선물을 여기에 뒀다고 했는데 뭔지 빨리 보고 싶어서 그래.”진원우가 말했다.“그럼 찾아요. 나는 먼저 샤워할게요.”구애린은 진원우를 등지고 손만 흔들었다.“가.”“...”‘선물이 나보다 중요하다는 건가? 나를 보지도 않네.’그는 참다못해 구애린의 앞에 가서 물었다.“내가 선물보다 더 좋지 않아요?”구애린이 당황한 듯 거의 1분 동안 진원우를 올려다보자 오히려 진원우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애린 씨, 왜 그렇게 봐요? 내 얼굴에 먼지라도 묻었어요?”구애린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얼굴에 먼지가 묻은 건 아니고 다른 게 없어.”진원우가 물었다.“그게 뭔데요?”“쑥스러움이 없어. 언제부터 그렇게 얼굴이 두꺼워졌어?”진원우가 반응하기도 전에 구애린이 말을 이었다.“당연히 선물이 더 좋지. 우리 오빠가 뭘 선물했는지 잊었어? 원우 씨보다 더 좋아.”그 선물은 그녀가 평생 돈을 벌지 않고 먹고 마시고 놀고 해도 남을 충분한 돈이었다.‘내가 바보도 아니고 당연히 돈이 좋지! 남자는 배신할 수 있지만, 돈은 절대 배신하지 않거든. 요즘 세상에 돈만큼 믿을 만한 것은 없어.’“...”진원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까먹은 거 있는 것 같은데 형수님은 형님만큼 돈이 많지 않아요. 절대 평생 써도 남는 돈을 주지 않았을 거예요.”“언니가 특별히 얘기해 줬다는 건 분명 특별한 선물이기 때문이야. 돈 같은 그런 평범한 건 아닐 거야. 내가 찾을 동안 얼른 가서 샤워해.”“...”진원우는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든 다 잘못이라는 걸 깨달았다.‘오늘은 결혼 첫날밤인데 이렇게 지내야 한단 말인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그래요, 꼭 찾아요.”그는 일어나면서 방를 뒤지는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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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구애린이 집어 들자, 옷은 활짝 펴졌는데 한눈에 아주 섹시한 잠옷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잠옷 스타일은 그녀가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는 노출이 꽤 심한 섹시한 옷이었다. 그녀는 행복하면서도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원우 씨는 내가 이 옷을 입은 모습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그녀는 진원우의 반응을 생각만 해도 설레었다. 그리고 진원우에게 깜짝 서프라이즈를 하려고 옷을 밖에 내놓았다.그때 진원우가 샤워를 마치고 나오며 물었다.“선물은 찾았어요?”구애린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찾았어.”“뭐예요?”진원우는 송연아가 여자니까 보석이 박힌 목걸이, 팔찌 등 액세서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하며 물었다.“별거 아니야.”구애린의 대답에 진원우는 호기심이 더 생겼다.“별거 아니면 뭔데요?”“나 샤워하러 갈게.”구애린이 욕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진원우가 웃으며 물었다.“왜 그래요? 결혼하자마자 벌써 숨기는 게 있어요? 대체 얼마나 귀한 건데 보여주지도 않아요?”“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살 수 없는 거라서 쉽게 보여 줄 수 없어.”구애린은 진원우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고 침실을 나갔다. 진원우는 더 이상 따져 묻지 않고 그냥 웃어넘겼다. 진원우는 침대에 누워 구애린을 기다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와 구애린은 오랫동안 함께 하였지만, 두 사람은 지금까지 친밀한 행동을 하지 않고 자제해 왔다. 한편으로는 그의 부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구애린이 그때 일로 인해 마음속에 그늘이 남아있어서 그녀의 아픔을 자극할까 봐 쉽게 다가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구애린도 예전의 성격이 어느 정도 돌아와서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 같았다. 진원우는 구애린이 예전의 소박하고 솔직하고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예전에 구애린과 함께 있었던 모습이 떠올랐는지 진원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샤워를 아무리 오래 한다고 해도 이젠 끝나야 할 시간인데 구애린이 욕실에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진원우는 일어나 방에서 나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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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진원우는 구애린을 보는 순간 얼어붙었다! 자기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애린 씨...”구애린은 가슴을 두 손을 올리며 물었다.“나 어때?”진원우는 고개를 숙여 웃었는데 그는 구애린이 오늘 첫날밤을 이렇게까지 섹시하고 도발적으로 준비해서 자기를 유혹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안 예뻐?”구애린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면서 물었는데 본인이 봤을 때는 괜찮아 보였는지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꼈다.진원우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예뻐요.”사실 예쁘다는 말보다 섹시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지금 그녀에게서 전에 보지 못했던 매력이 풍겼는데 남자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정상이 아니다. 진원우가 구애린을 가로 안자, 그녀가 놀라 하며 외쳤다.“내려줘.”진원우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당신은 내 신부에요.”“원우 씨, 다리가 아직 다 안 나았...”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원우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녀의 말은 목구멍에 막혀 버렸고 그 뒤의 첫날밤 대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대사를 마친 후, 구애린은 진원우의 팔을 베고 그의 품에 안겨 고개를 기울이며 얼굴은 분홍빛으로 붉어진 채 물었다.“내가 입었던 옷 누가 준비해 줬는지 알아?”진원우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누군데요?”“언니야.”구애린은 송연아가 자기에게 그런 옷을 준비해 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진원우도 역시 뜻밖이라는 생각에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런 건 보통 절친들이 준비해 주는 건데, 언니가 나한테 이런 거 준비해 주니 정말로 친한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진원우도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친밀한 일은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비록 고아로 버림을 받았었지만, 입양한 양부모는 그녀를 친자식처럼, 아니 친자식보다 더 아껴주었고 강세헌도 혈연이 섞여 있지 않고 명의상 오빠라고 하기도 애매했지만 그녀에게 회사 지분까지 양도해 주고 가족으로 대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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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이렇게 네 식구가 함께 여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송연아는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기분 좋아?”찬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품에 기어들었다.“우리 어디 가요?”송연아도 목적지는 모르기에 앞에서 운전하는 남자를 보며 물었다.“우리 어디 가요?”그녀는 윤이도 챙겨야 했기에 조수석에 앉지 않고 뒷좌석에 앉았고 강세헌이 앞에서 운전했다. 강세헌이 오늘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자, 송연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미국에는 볼거리가 많기는 하지만 모두 거의 비슷하기에 강세헌은 그런데 별 관심이 없었다. 또한 애들이 좋아할 만한 곳도 아니어서 그는 특별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찾았다. 미국은 땅이 넓고 인구는 적어서 괜찮은 곳들이 많다. 차로 한참을 달려 몇 개 지역을 지났는데 대부분 단독 주택이었다. 여기에는 국내의 그런 혼잡함이 없었는데 나라가 좋고 나쁨은 떠나서 생활 환경은 정말 좋은 것 같다. 그러니까 구진학이 여기에 습관 되어 다른 데는 가지 않으려고 하나 보다.드디어 차는 나무가 무성하고 공기가 상쾌한 지역에 멈췄다. 윤이가 최근 많이 무거워졌고 더 중요한 건 진정하지 못하고 안겨있지 않으려고 하고 저절로 걷겠다고 하는데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빠르지도 않아 돌보기가 너무 힘든데 강세헌만이 안을 수 있어서 그가 담당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윤이는 강세헌이 안고, 송연아는 찬이의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는데 아주 행복한 네 식구의 모습이었다. 둘째가 딸이었으면 더 완벽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너무 부러워했다.“여기는 어디...”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을 잃었다. 그리고 넓지 않은 숲을 지나자, 눈앞에 맑은 호수가 펼쳐졌고 옆으로는 에메랄드빛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간단히 피크닉을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은 공기를 상쾌하게 만들었다.찬이는 송연아의 손을 놓고 호수를 향해 신나게 뛰어갔다. 찬이도 야외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송연아가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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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송연아는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심재경을 놀렸다.“결혼했었던 게 뭐 그리 자랑할 일이라고?”“...”자기의 흑역사를 직접 말하고 나니 본인도 기분이 이상했는지 황급히 말을 바꿨다.“포도 먹을래? 다 씻어서 가져온 거야. 내가 가져다줄게.”송연아는 그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이제 다시 결혼하면 그럼 재혼이겠네요?”“휴, 연아야, 예전에 선배를 존경하던 연아는 지금 어디에 간 거니? 왜 점점 못돼먹은 강세헌을 닮아가는 거야?”강세헌이 마침 담담한 눈길을 보내며 경고가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말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어디가 덧나?”‘어디가 덧나는 게 아니라 심심하거든.’“나까지 입을 꼭 다물고 있으면 너희들이 얼마나 심심하겠어. 이런 좋은 풍경과 날씨에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있으면 그거야말로 좋은 시간을 낭비하는 거 아니겠어?”심재경의 말은 부드러웠고 조금은 무력했다.“나도 괴롭지만 즐기려고 하는 거야.”“뭐가 괴로운데?”강세헌은 아직도 그가 딸 자랑을 늘어놓던 일을 맘에 담아두고는 그를 힐끗 보더니 물었다.“넌 딸도 있는데 뭘 더 바라는 거야?”심재경이 한숨을 내쉬었다.“내 딸은 엄마가 없잖아.”아이에게 건강한 가정을 꾸려주지 못하는 것은 그의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송연아는 그제야 심재경이 말을 많이 하는 건 속마음을 숨기기 위한 거라는 것을 눈치챘다. 심재경은 딸이 생겨서 너무 행복했지만, 아이가 엄마가 없어서 항상 마음이 아팠다. 이런 것을 다 이해하고 다시 심재경을 보니 그의 미소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가 아닌 것 같았다. 송연아는 순간 자기가 심재경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이고 친구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바비큐를 하고 싶다면서요? 사람들에게 도구와 재료를 보내달라고 하면 돼요.”심재경이 말했다.“그리고 시원한 맥주도 있어야 해.”송연아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생각했다.‘잘해주니 한술 더 뜨네.’“딸이 있다는 거 항상 명심해요. 너무 과한 건 안 좋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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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찬이는 큰 눈을 깜빡이며 강세헌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강세헌은 소고기 한 조각을 깨물어 입에 넣고 씹으면서 진지하게 말했다.“괜찮아.”찬이가 눈을 깜빡이며 생각했다.‘지금 칭찬하는 거 맞지?’그러고는 하하하 웃으며 퐁퐁 뛰어갔다. 송연아는 찬이의 행복한 표정을 바라보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윙윙...그때 호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울려 꺼내서 받았더니 한 남자의 목소리였다.“안이슬 씨의 친구 맞죠?”송연아는 목소리가 조금 낯익었는데 바로 그때 안이슬을 만나러 우신시에 갔을 때 만났던 양명섭 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말했다.“네, 맞는데요. 그런데 이슬 언니의 휴대폰을 왜 그쪽이 가지고 계신 거죠? 이슬 언니는요?”뭔가 이상한 느낌 들었다. 안이슬이 그녀를 찾는 거면 직접 전화를 했을 건데 왜...“이슬 씨가 다쳤어요.”송연아가 벌떡 일어서며 다급하게 물었다.“어쩌다가요? 얼마나 다쳤어요? 심각해요?”잠시 침묵이 흘렀다.“네, 심각해요. 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송연아의 긴장된 마음이 조금은 내려앉았다.“지금 상황은 어때요?”“상황이 좋지 않아요...”그쪽에서 말을 더듬자, 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솔직하게 얘기해주세요.”“시간이 되시면 여기에 오셔서 이슬 씨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그 말에 송연아는 조금 짐작이 가는 듯싶었다.“양명섭 씨 일 때문인가요? 그래서...”“네, 그 원인도 조금 있긴 한데 전부는 아니에요. 시간이 안 되시면 그냥 잊어버리세요. 저희가 잘 돌볼 거예요.”송연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는데, 가기 싫은 게 아니라 적어도 2~3일은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두 아이가 모두 여기에 함께 있어 프랑스에 데려가야 했다.“며칠만 시간을 주세요.”“네, 알았어요.”휴대폰을 끊자, 강세헌이 물었다.“무슨 일이 있어? 표정이 안 좋아 보여.”“아무것도 아니에요.”송연아는 다시 그의 어깨에 기대며 천천히 말했다.“이슬 언니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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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심재경이 숯불에 구운 버섯 꼬치를 들고 말했다.“이건 일본에서 공수해 온 송이버섯인데, 평소에 먹을 수 없는 버섯이야.”송연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냥 버섯이죠.”“먼저 먹어보고 얘기해. 절대로 일반 버섯이 아니야.”송연아도 한 꼬치를 들고 먹었는데 확실히 맛이 좋았다.윤이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자, 송연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드세요. 난 윤이 보러 갈게요.”심재경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말했다.“왜 나는 연아가 일부러 자리를 피하는 것 같지?”강세헌이 담담하게 심재경을 보며 말했다.“네가 뭔데? 연아가 왜 너를 피하겠어?”“연아는 이슬이와 친하잖아. 이슬이 일을 많이 알면서 나에게 말하기 싫어하는 거잖아.”“...”강세헌은 할 말이 없어 일부러 말을 돌렸다.“원우에게 전화해서 언제 돌아갈 거냐고 물어봐.”이번에는 심재경이 어이없어 할 말을 잃었다.‘금방 결혼한 신혼 부부는 귀찮게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전화하라고?’“난 악인 하지 않을 거니까, 하고 싶으면 네가 해.”심재경은 맥주 한잔 마시고 계속 말했다.“바비큐가 맞긴 한 데 뭔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식자재는 좋지만, 영혼적인 부재료가 없어서 캠핑 바비큐가 아니고 그냥 야외파티 같았다. 하지만 그냥 몇 사람이 빠졌을 뿐 그들은 아이도 있었다.강세헌이 눈썹을 치켜들며 말했다.“의사를 그만두더니 많이 변한 것 같다.”과거에 심재경은 말이 이 정도로 많지 않았다. 심재경이 한탄하며 말했다.“사람은 원래 다 변해.”강세헌은 심재경의 말에 호응하지 않고 멀리에 있는 송연아가 뭐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아 궁금해하며 일어났다.“어디 가?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안 돼? 결혼한 지도 오래되었는데도 그렇게 딱 붙어있고 싶어?”강세헌이 그를 힐끗 보며 말했다.“너 정말 말이 많은 거 알아?”심재경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너희들 이제 모두 행복해졌는데 내가 말로 좀 푸는 것도 안 돼? 너까지 가면 나 너무 심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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