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그날 밤의 모든 챕터: 챕터 1011 - 챕터 1020

1265 챕터

제1011화

마음이 조마조마한 날들에 비하면 이 안에 있는 게 더 마음의 짐이 없이 오히려 행복했다. 하여 송예걸의 모습은 아주 밝아 보였다.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갖고 싶은 게 있어? 가서 사줄게.”송예걸은 고개를 저었다.“나 여기에서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아. 전에.... 이슬 누나도 와서 물건을 많이 가져다줬었어. 이슬 누나가 자주 보러 와서 누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송연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앞으로 안이슬은 아마 송예걸을 보러 올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다.“되도록 시간 나면 올게...”“누나는 아이를 돌봐야 하니까 나는 상관하지 마. 이렇게 멀리 있는데 올 일이 생기면 겸사겸사 나를 보러 와주면 돼.”송예걸이 웃었다. 송연아는 송예걸의 웃음을 보면서 죄책감이 들어서 고개를 숙였다. 송연아가 그한테 더 많은 관심을 주었다면 그가 이렇게 나쁜 길로 들어설 일도 없을 수 있다. 이 교훈은 너무 뼈저리다. 제일 좋은 시간을 다 높은 담벼락 안에서 지내게 되었다. 한창 젊고 재능이 넘치며 유망한 시기인데 말이다.“됐어. 우리 좀 있다가 재봉틀을 다뤄야 해.”송예걸이 송연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나 한가지 기능을 배웠어.”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하는 송예걸을 보고 송연아가 웃었다. 웃고 있었지만, 코가 시큰했다. “까불어.”“찬이는 많이 컸지?”송예걸의 물음에 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송예걸은 살짝 기분이 우울해졌다.“그러네. 나 나갈 때쯤에는 찬이가 나보다 더 크겠어.”송연아가 말했다.“성실하게 잘 생활해서 되도록 빨리 나와.”송예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면회시간이 끝나고 송연아는 아쉬워하며 전화를 놓고 면회실을 나와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송연아는 핸드폰을 꺼내 티켓을 찾아보았는데 오늘 항공편은 없고 내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내일도 항공편이 하나뿐이었다. 그녀는 두 장의 티켓을 예약했다.호텔로 돌아온 송연아는 심재경을 보지 못했다. 그는 방안에도 없었고 레스토랑에도 없었다. 송연아는 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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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전화에서 아주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보고 싶어.”송연아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이건 그녀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송연아는 창밖을 한번 보았다.안이슬과 심재경은 헤어지고 심재경이 아이를 안고 호텔로 들어오고 있었다. 송연아는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세헌 씨, 사랑해요.”송연아는 놓치기 싫고 헤어지기 싫고 영원히 그와 함께이고 싶었다. 안이슬과 심재경이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송연아가 본인과 강세헌과의 감정을 더 소중히 여기게 하였다. 송연아는 턱을 받치고 장난스레 물었다.“왜 말이 없어요?”강세헌이 말했다.“할 말이 없어.”“...”송연아는 실망하여 눈꼬리가 처졌다.“알겠어요.”“응.”송연아는 욕이 나오는 것을 참았다.‘응 이라고?’‘사랑한다는 말을 못 할망정 이게 무슨 태도지?’“나 지금 밥 먹고 있어서 먼저 끊어요.”말하고 송연아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강세헌의 귓가에는 뚜뚜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입꼬리에는 은은한 미소가 걸렸다.사랑이라는 건 당연히 얼굴을 보면서 말해야 더 감동이 큰 것이다. 송연아는 원래 배가 고팠지만, 지금은 밥맛이 뚝 떨어져 몇 입 먹고 방으로 돌아갔다. 송연아가 금방 누웠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심재경이었다.그는 티켓을 예약했는지 물었는데 예약 안 했다면 자기가 하겠다고 했다. 송연아가 말했다.“예약했어요.”심재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송연아가 그를 불러세웠다.“이슬 언니 아이 보러 왔어요?”심재경은 뒤돌아봤다.“봤어?”송연아가 말했다.“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봤어요.”심재경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송연아가 먼저 말했다.“이슬 언니가 임신해서부터 출산까지 열 달 동안밖에 안 되지만 이 피를 나눈 감정은 아버지 보다 진해요. 이슬 언니가 불쌍해요.”심재경은 알고 있다. 그는 송연아를 보면서 말했다.“네가 예전에 임신했을 때 누구 아이인지 모르면서도 낳겠다고 한 걸 보면 엄마가 되는 여자들은 모두 용기가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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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송연아는 데스크에서 강세헌의 병실 위치를 알아내지 못해 의사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꼭대기 층에 있는 VIP 병실을 찾아갔는데 마침 임지훈이 주치의와 얘기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임 비서님.”송연아가 그를 불렀다. 임지훈은 송연아인 것을 확인하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사모, 사모님.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그는 다급하게 걸어왔다. 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제가 오면 안 돼요?”임지훈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냥 너무 갑작스럽게 오셔서, 왜 미리 전화 안 하셨어요?”송연아는 살짝 미간을 치켜들었다.“제가 온 게 시기적절하지 못했나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송연아는 그를 지나서 의사한테로 갔다. 강세헌은 계속 자신에게 지금 상황이 어떠한지 얘기하지 않았다. 그를 만나러 가기 전에 당연히 지금 그의 상태에 대해서 알아야 했다.“선생님 안녕하세요. 강세헌 씨의 눈은 언제쯤 완치가 될 수 있을까요?”의사는 송연아를 보면서 물었다.“당신은...”“그의 아내입니다.”송연아가 대답했다.“아.”의사는 알아차렸다.“그때 저한테 연락하셨던 분이군요.”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얼마 안 걸립니다. 한 달이 지나지 않아 퇴원할 수 있을 거예요.”의사의 말에 송연아가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송연아에게는 강세헌이 다시 빛을 볼 수 있다면 시간이 좀 걸려도 상관없었다. 의사는 다른 일이 있어서 송연아에게 몇 마디 주의사항을 부탁한 뒤 자리를 떴다. 송연아는 고개를 돌려 임지훈을 보았다.임지훈은 난처해하며 멋쩍은 미소를 띠었다.“사모님.”강세헌이 송연아가 따라오지 못하게 한 이유 중 하나는 그녀가 위험에 처할까 봐서였고 다른 하나는 그녀에게 자신의 낭패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송연아도 강세헌이 아마 고민이 되었을 것이라 알고 있다. 하지만 부부 사이에 그가 어떤 모습이든 그녀는 다 좋아할 것이다.“저를 세헌 씨의 병실로 데려다주세요.”임지훈이 물었다.“아니면 제가 먼저 가서 강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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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송연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지금 자신을 임지훈으로 착각하고 있다.하긴, 송연아가 계속 소리를 내지 않았으니. 그리고 또 이렇게 갑작스럽게 왔으니 지금 시력을 회복하지 못한 강세헌으로서는 당연히 쉽게 송연아라는 것을 알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조금 놀라워하는 강세헌의 표정을 보면서 장난스레 웃었다. 그녀는 일부러 목소리를 변조해서 말했다.“저는 임지훈 씨가 강 대표님을 보살펴달라고 보낸 사람이에요.”“...”말하며 송연아는 일부러 이불을 들쳐서 손을 그의 가슴에 얹었다...“임지훈!”강세헌은 크게 소리를 쳤는데 밖에 있는 임지훈마저 소리를 듣고 놀라서 들어왔다.임지훈이 들어왔을 때 송연아는 강세헌의 옷 단추를 제대로 잠그지 못해 가슴이 살짝 보였다. 임지훈은 강세헌의 모습을 보고 송연아의 무고한 표정을 보며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오랜만에 만난 신혼부부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의외는 아닌데 제일 의외인 것은 강세헌이 왜 자기를 부르냐 이거였다.그는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어요?”“당장 네가 데려온 이 사람 돌려보내!”강세헌의 말투는 거의 화가 난 말투였다.“...”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누가 얘기 좀 해줬으면 좋겠다. 송연아는 손짓을 하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세헌 씨가 오해했어요.”임지훈은 머리를 끄적였다.“대표님, 그... 저는 방해하지 않을게요.”“임지훈!”강세헌은 화를 내며 일어났다. 송연아는 바로 부축해주었지만, 강세헌은 그녀를 밀어냈다. 송연아는 갑자기 밀려나며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이제 두 발자국 옮긴 임지훈은 뒤돌아 이 모습을 보았다. 속으로는 저도 모르게 욕을 한마디 했다.강세헌이 언제 이렇게 송연아를 대한 적이 있었는가? 하지만 임지훈은 이번에는 재치있게 빠르게 생각이 돌았다. 송연아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서 강세헌이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대하는 것이다. 그러니 임지훈은 더 이 자리를 떠나야 했다.부부 사이의 정취에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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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송연아는 강세헌이 손을 드는 것을 보며 망설이다가 그래도 다가와서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렸다. 강세헌은 손가락을 접어서 가볍게 힘을 주어 손을 단단히 잡았는데 팔뚝에 핏줄이 섰다.“온다고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어?”강세헌은 송연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송연아는 그의 품에서 애교를 부렸다.“내가 만약 미리 온다고 말했다면 당신은 무조건 나를 못 오게 했을 거예요.”강세헌은 한숨을 쉬었다.“나는 단지 당신이 내 지금 모습을 보지 말았으면 해서 그래.”“당신은 내 남편이에요.”송연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말했다.“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나는 다 좋아할 거예요.”말하며 송연아는 먼저 다가와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강세헌은 온몸의 근육에 긴장이 되어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 몸에는 다 약 냄새야.”송연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이건 몸에 밴 약 냄새 때문이 아니다. 눈이 보이지 않기에 주도권을 잡지 못해서 항상 도도했던 사람이 마음의 평형을 잡지 못한 것이다. 송연아가 웃었다.“내가 싫어하지 않는데 뭐가 걱정이에요?”강세헌이 웃었다. 송연아는 강세헌의 가슴을 베고 누워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나를 돌아가라고 하지 말고 여기 남아서 당신을 보살필 수 있게 하면 안 돼요?”강세헌은 침묵하다가 작게 대답했다.“좋아.”송연아는 큰 눈을 뜨고 속눈썹을 살짝 떨며 말했다.“이슬 언니의 평온한 생활이 또 깨졌어요. 명섭 씨한테 사고가 생겼는데 아주 엄중해서 지금 생사를 모른대요. 나 이슬 언니의 성격을 잘 아는데 아마 명섭 씨가 희생되었을 확률이 높아요. 아니면 절대 아이를 재경 선배한테 보내지는 않을 거예요. 언니와 재경 선배는 예전에 그렇게 사랑했고 학교 때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커플이었는데 지금, 이 지경까지 와버리고 영원히 함께 일수 없을 거라는 걸 보면서 내가 다 아쉬워요.”송연아는 강세헌을 꼭 안고 말했다.“나는 우리는 이 두 사람처럼 아쉬움이 남지 않았으면 해요. 나는 당신이랑 함께 이고 싶어요.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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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화

분명히 송연아가 먼저 시작했는데...또 송연아가 빌고 있다.“당신의 눈은 아직 낫지 않았는데...”송연아는 강세헌의 가슴을 밀어냈다.“나 눈이 안 보이는 것이지 몸이 안 되는 게 아니야...”강세헌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입술을 잡고 진하게 키스했다.두 사람이 아주 오래 함께 있지 않아서 그는 그녀가 정말 보고 싶었다. 육체적으로는 더 그리웠다. 문밖에서는 임지훈이 지키고 있었기에 아무도 감히 들어와서 방해하지 못했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다.송연아는 강세헌의 품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잠이 덜 깬 와중에 그녀는 강세헌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임지훈더러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송연아는 눈을 떴다.“당신 배고파요?”강세헌이 말했다.“당신 배고플까 봐. 몇 시인 줄 알아?”송연아는 시간을 확인했는데 이미 저녁때가 되었다. 송연아는 분명 오전에 왔는데 말이다.‘참나, 이렇게 하루를 붙어먹었네.’송연아는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씻어줄까요?”송연아가 물었다. 강세헌은 눈이 보이지 않았기에 혼자서 씻을 수 없어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강세헌은 작게 대답했다.“좋아.”송연아는 웃으며 물었다.“당신 보이지 않는 게 이제는 신경 안 쓰여요?”강세헌은 아직 신경이 쓰이지만 한 번의 친밀한 관계를 맺고 나서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송연아의 앞에서 눈이 안 보이는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전에는 사실 걱정 많이 했었다.송연아는 그를 부축하여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갔다.아마도 부부가 너무 오랫동안 관계를 맺지 않아 씻으면서 또다시 붙어먹었다. 하여 다 씻고 나오니 이미 두 시간 후의 일이었다. 임지훈이 먹을 것을 사 오고 송연아가 강세헌에게 먹여주었다. 강세헌이 말했다.“나 혼자 먹을 수 있어...”송연아는 거절하고 본인이 직접 먹여줬다.“내가 해줄게요.”...양명섭이 죽었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산 채로 고문을 당하다가 죽었다. 몸도 온전하지 못했다. 안이슬이 아이를 보낸 이유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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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송연아는 고개를 들어 임지훈이 강세헌을 부축하여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바로 핸드폰을 놓고 앞으로 가서 강세헌을 임지훈의 손으로부터 부축했다.“의사가 뭐래요?”송연아가 물었다.“회복이 아주 잘 되었대요.”이 말은 임지훈이 한 말이다. 송연아는 기쁜 나머지 안이슬의 일에 대해 잊어버렸다. 모든 신경이 강세헌에게 집중되었다. 그의 눈을 감싸고 있던 면포는 이미 벗어버렸는데 아직은 사물을 완전히 뚜렷하게 보지 못해서 조금 희미했다.하지만 의사가 얘기하길 며칠 더 지나면 거의 다 회복된다고 했다. 송연아는 아주 기뻤다.“내가 여기 온 지도 오래 지났는데 어제 찬이가 전화 와서 언제 오느냐고 묻더라고요. 세헌 씨가 다 나으면 우리 돌아갈 수 있겠네요.”강세헌이 그렇다고 말했다.말하자면 송연아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심재경이 있어서 집안을 돌봤는데 지금은 심재경에게 아이가 생겨서 그의 모든 신경은 아이에게로 집중되어 있어야 했다. 진원우도 다쳐서 구애린과 함께 미국으로 갔고 임지훈도 여기에 있다. 집에는 이영만 있었지만 두 아이 때문에 송연아는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송연아는 강세헌한테 물었다.“내가 너무 제멋대로 인 것 아니에요?”아이 쪽은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오고 싶다고 그냥 왔다. 강세헌은 그녀에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그들은 빠른 시일 안에 돌아갈 수 있었다. 모든 위험이 다 해결되었기에 소란이 없을 것이다.송연아는 단지 트라우마가 생긴 것이다. 매번 일이 발생할 때마다 그렇게 험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세헌의 눈을 보고 있으면 아직도 마음이 철렁했다. 행여나 또 무슨 사고가 생길까 봐.“뭐 먹고 싶어? 내가 데리고 갈까?”강세헌이 물었다. 일부러 그녀를 위로하는 것도 있었다. 송연아는 강세헌의 품에 기대 있었다.“나는 먹는 데 대해서 그렇게 큰 요구가 없으니 당신이 정해요!”하여 강세헌은 송연아를 데리고 외식을 나갔다. 환경이 아주 좋은 레스토랑이었는데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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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한혜숙은 언짢았다.“우리 찬이랑 윤이가 어디가 어때서요?”심재경이 다급하게 해명했다.“안 좋다는 게 아니라요. 아직 어리니까 결혼이니 뭐니 하는 게 이르다는 얘기죠.”심재경은 송연아가 강세헌이 딸을 좋아한다고 했던 거로 기억하고 있다. 강세헌은 평생 딸이 있을 가능성이 없었다. 강세헌이 돌아오면 아이가 생겼다고 그것도 딸이라고 한바탕 자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혜숙은 심재경의 득의양양한 표정을 눈치채고 말했다.“아들도 부모의 따뜻한 담요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어요.”심재경이 웃었다.“그래요, 그래요. 심재경은 담요가 두 개나 있으니 다 두르면 더워서 죽겠네요.”“...”...송연아와 강세헌은 병원에 있었다. 어차피 병실은 아주 컸고 외부인들이 없었다. 돌아오기 전날 저녁 송연아는 구애린의 전화를 받았다. 먼저 강세헌의 상황을 물었는데 강세헌이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아주 기뻐했다. 그리고는 언제 돌아가는지 물었다. 송연아가 말했다.“내일 티켓을 샀어요...”구애린은 한참을 침묵하더니 말하려다가 또 말았다. 송연아가 말했다.“할 얘기 있으면 하세요.”구애린이 말했다.“저 원우 씨랑 여기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했어요. 올 거예요?”송연아는 고개를 들어 강세헌을 보았다. 그는 지금 눈 회복치료를 받고 있다. 구애린과 진원우의 결혼식인데 송연아와 강세헌은 꼭 갈 것이다. 다만...“언제예요?”“다음 주 토요일이에요.”구애린이 대답했다. 송연아는 시간을 보았는데 이제 수요일이니 다음 주 토요일이면 아직 열흘이 넘어 남았다.“우리 꼭 갈 거예요.”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으므로 그들은 돌아가서 아이를 보고 오려고 했다.“네.”몇 마디 더 하고 송연아는 강세헌의 곁으로 가서 손을 들어 눈 안마를 해주었다.“방금 애린 씨한테서 전화가 왔어요.”강세헌은 눈을 감고 있어도 귀는 그녀의 얘기를 들었다.“애린 씨가 원우 씨랑 결혼식이 할거래요.”송연아가 이 정도까지 말하면 강세헌은 아마 이미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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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심재경이 말했다.“그래, 너 부럽잖아. 나는 딸이 있는데 너는 없으니까.”강세헌이 웃었다.“네 딸은 지금은 네 딸이 맞는데 커서도 네 딸이 맞을지 장담 못 하지만 내 아들은 내 아들이 맞고 커서도 내 아들이야.”“...”지금 강세헌의 말은 무슨 뜻인가? 심재경의 딸은 크면 그의 딸이 아니라는 뜻인가?웃긴 얘기다. 심재경의 딸은 언제라도 심재경의 딸이다. 어떻게 컸다고 그의 딸이 아닌 게 되겠는가?하지만 심재경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강세헌의 뜻을 알아채고 미간을 찌푸렸다.“강세헌!”심재경이 앞까지 쫓아왔다.“너, 너 아들 간수 잘해. 네 아들이 우리 딸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게 해.”강세헌은 품 안에 있는 작은 아들을 보면서 웃었다.“그러니가 쓸데없이 나대지 마. 그렇게 나대다가 내 것이 될 수도 있어.”“...”자신이 조심스럽게 키운 딸애가 앞으로 커서 다른 사람의 여자 친구가 되고 아내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 특히 강세헌의 말은 유독 사람을 돋구었다.‘자신의 것이 된다니? 내 딸은 네 아들이 눈에 차지 않을 건데?’“망상이나 하고 앉았네.”심재경은 콧방귀를 꼈다. 자기 딸은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 강세헌은 그와 더 왈가불가하기 귀찮았다. 이제 금방 딸이 생겼는데 그새 딸바보가 되었는가?“그럼 딸을 곁에 두고 칠순 팔순까지 살아.”“...”그건 싫다. 딸은 언젠가 시집을 가야 한다. 앞으로 재능이 넘치고 잘생긴 청년한테 시집을 보낼 것이다. 어떻게 자신의 곁에 두고 노처녀로 늙게 하겠는가?곰곰이 생각해보니 만약 강세헌의 아들한테 시집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강세헌은 돈이 그렇게 많고 생긴 것도 못생기지 않았고 송연아도 괜찮게 생겼으니 아이가 두 사람을 닮으면 당연히 꿀리지는 않을 것이다.거기다가 심재경은 두 아이를 어릴 때부터 관찰할 수 있었고 누가 더 우수하면 딸을 누구한테 주면 된다. 강세헌의 아들이니 그가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게 아닌가?자신의 딸이 만약 강세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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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강세헌은 바로 심재경의 속셈을 알아챘다. 본인의 아들이 경호원도 아니고 왜 무술을 배워서 심재경의 딸을 보호해줘야 하는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꿈속에 있는 것 같다.송연아는 다가와서 심재경을 놀렸다.“선배 딸은 아직 포대기에 싸여있는데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니네요.”심재경은 한숨을 내쉬며 한탄했다.“딸이 있으면 언젠가는 마주할 일인데 다른 사람일 바에는 나는 네 아들이었으면 좋겠어. 적어도 너랑 세헌이는 내 딸을 난처하게 하지 않고 더 보살펴줄 거잖아. 네가 만약 내 딸의 시어머니가 된다면 무조건 안이슬을 봐서 내 딸한테 잘해줄 거잖아!”“...”송연아는 아직 아주 젊다. 시어머니가 된다는 것은...그건 아주 먼 이후의 일이다. 지금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알겠어요.”송연아가 말했다.“세헌 씨의 눈이 금방 나아서 좀 휴식하게 두세요.”심재경이 물었다.“네 뜻은 내가 지금 강세헌을 귀찮게 한다는 거야?”“...”그가 일부러 한 게 아니더라도 강세헌을 쫓아다니며 아이들 얘기를 하고 아들이 이제 금방 걸음마를 떼었는데 결혼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선배 생각에는요?”송연아가 되물었다.“...”심재경도 자신이 너무 갔다고 느꼈다. 아이가 아직 어린데 말이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딸이 생겨서 내가 너무 들떴나 봐.”송연아는 안이슬이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가 생각나서 한마디 물었다.“이슬 언니가 선배한테 전화 왔었어요?”심재경은 고개를 저었다. 송연아는 안이슬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바빠도 자신의 아이는 보고 싶을 텐데?“시간 나면 이슬 언니한테 연락해 줘요.”송연아가 말했다. 심재경은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 심재경은 안이슬이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데 물론 지금 양명섭한테 일이 좀 생겼지만 말이다. 그의 신분으로 더 안이슬에게 연락하는 게 안 좋을 것 같았다. 조금의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양명섭이 괜찮아지면 두 사람도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데 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심재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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