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그날 밤의 모든 챕터: 챕터 1001 - 챕터 1010

1265 챕터

제1001화

한참을 생각하고 찬이가 말했다.“저 사격 배우고 싶어요.”“...”찬이가 계속 얘기했다.“저 텔레비전에서 봤어요. 거기서 사람들이 이렇게...”찬이는 사람들이 사격하던 자세를 따라 하며 송연아한테 말했다.“슈--과녁의 중심을 맞추는 게 너무 멋있어요!”찬이가 얘기할 때 동그란 두 눈은 빛이 났다.이로 보아 진심으로 좋아하는 듯했다. 남자아이니까!“찬이가 지금 배우려면 아직 어린 것 같은데 우리 1년 더 기다릴까?”찬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저는 작은 걸 들 수 있어요.”송연아가 말했다.“엄마가 알아봐 줄게. 너랑 비슷한 어린이가 배울 수 있는 수업이 있는지 찾아볼게.”말이 끝나고 송연아가 다시 얘기했다.“이리 와, 오늘 수업을 완성해야지.”찬이가 물었다.“사격은 안 배워요?”“엄마는 사격할 줄 몰라서 가르쳐줄 수가 없어. 좀 늦게 물어봐 줄게. 잘 알아보고 찬이가 다닐 수 있는데 찾을 게.”송연아는 침착하게 해석하면서 아들을 바라보았다.“찬이가 사격을 배운다고 해도 엄마가 가르쳐주는 걸 배우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야. 찬이가 노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거야.”찬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나는 아직 이렇게 어린 나이인데 엄마는 내가 지쳐서 죽게 할 셈이에요?”송연아는 웃으며 말했다.“너는 윤이의 형이고 어엿한 어린이니까 당연히 어린이가 해야 할 일을 해야지.”“그렇지만 저는 아직 이만큼 밖에 자라지 않았는데요.”찬이는 자신과 송연아의 키를 대보고 있었다.송연아는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찬이는 아직 어린이고 이제 다 크면 사나이가 되는 거야. 그때가 되면 엄마는 찬이가 보호해줘야 해.”송연아는 아들을 안아서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혔다.“찬이는 어른이 되고 싶어?”찬이는 바로 대답했다.“네.”송연아는 한숨을 쉬고는 그를 꼭 안았다.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만, 어른이 되면 또 어린 시절의 천진난만함을 그리워하게 된다. 아는 게 적을수록 더 즐겁다. 어른이 되면 고민도 따라서 생기게 된다.“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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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사모님 저에요.”임지훈의 말에 송연아는 눈꼬리가 처지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위기가 잘 해결되어서 리조트로 돌아갈 수 있어요.”임지훈이 말했다. 민호준, 그 남몰래 나쁜 짓을 하는 놈은 이미 귀국시켜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사형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의 손에 죽은 사람이 몇 명인데 틀림없이 사형을 받을 것이다.송연아는 알겠다고 하고는 강세헌의 상황을 물었다. “의사가 언제 치료가 끝날 수 있을지 얘기했어요?”그쪽에서는 잠시 침묵하더니 한참 지나 대답했다.“의사 말로는 빨리 끝난다고 했어요.”송연아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임지훈이 잠시 말이 없었을 때는 강세헌한테 어떻게 대답할지 묻고 있었을 것이다.“임 비서님, 세헌 씨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 나한테 숨기면 안 돼요, 알겠죠?”송연아의 말투에는 은은한 위협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임지훈은 자신이 중간에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다. 강세헌 앞에서는 함부로 얘기하지 못하고 심지어 한마디라도 더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송연아가 묻는 말에는 또 잘 대답해야 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방심하여 말을 잘못하면 강세헌으로부터 오는 압박을 견뎌야 했다. 임지훈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럴 때는 진원우가 와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대신에 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다.진원우의 부상이 그렇게 엄중한데 아마 한동안은 요양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강세헌한테는 임지훈 한 사람밖에 없게 되는데 생각만 해도 너무 부담스러웠다. 임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제가 감히 어떻게 사모님한테 뭘 숨기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강 대표님 상태 좋아요.”송연아가 물었다.“세헌 씨는요?”“검사받으러 갔어요.”이 점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방금 의사가 와서 강세헌을 데리고 진료실로 갔다.송연아가 한마디 당부했다.“잘 보살펴 주세요.”강세헌의 곁에는 임지훈 한 사람뿐이다. 송연아는 임지훈의 개인 능력이 진원우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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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여자 목소리?이 여자는 누구지?송연아는 떠보듯 말했다.“심재경 씨 찾아요.”“아, 지금 씻고 있어요...”“...”“알겠어요. 다 씻으면 저한테 전화 달라고 전해주세요.”송연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쪽에서는 말을 끊었다.“그것에 대해서는 제가 보기에 시간이 없을 것 같아요.”송연아는 미간이 세게 찌푸려졌다. ‘이건 나랑 재경 선배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거잖아?’“저는 재경 선배의 여자친구가 아니고 그냥 단순한 친구예요. 재경 선배한테 볼 일이 있는 것뿐입니다.”송연아는 해명했다.“전화 달라고 해주세요.”말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송연아는 소파에 앉아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심재경이 상처에서 헤어나오는 방법이 밖에 나가서 방탕하게 노는 거였어?윤이가 송연아의 머리카락을 잡고 있어 송연아는 아들을 토닥이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윤이와 놀아주는 데 집중하였다.윤이는 이제 점점 더 안정하게 잘 걸었다. 처음에는 자주 넘어지고 하더니.“윤이 최고야.”송연아는 아들을 안고 그의 볼에 뽀뽀했다. 금방 밥을 다 먹은 찬이가 와서 이 광경을 보더니 눈을 깜빡이며 속으로 윤이가 지금이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처럼 이렇게 컸을 때는 공부를 해야 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니까 말이다.찬이는 털썩 소파에 앉았다. 송연아는 찬이를 보며 말했다.“밥 먹는데도 힘들어?”찬이가 말했다.“공부하는 게 힘들어요.”“다 잘 배웠어?”송연아가 묻자 찬이가 조금 자랑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어려워지고 아는데 못 배울 게 뭐가 있어요?”쯧쯧... 이 말투.송연아는 찬이를 테스트해 보려고 했다.“산울림 외울 수 있어?”찬이는 바로 외우기 시작했다.“까치가 울어서 산울림, 아무도 못들은 산울림. 까치가 들었다 산울림, 저 혼자 들었다 산울림.”송연아는 계속해서 물었다.“지구.”“지구는 하나의 꽃병. 꽃 한 송이 꽂으면 밝아오고 물 한 모금 뿌려주면 더욱 밝아오지만, 꽃 한 송이 시들면 금방 어두워진다. 지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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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문을 열자 심재경이 살금살금 방으로 들어가려는 게 보였다. 송연아가 그를 불러세웠다.“어디 갔다와요?”심재경은 몸을 펴면서 뒤돌아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야.”송연아가 물었다.“제가 전화했었다고 얘기하지 않던가요?”심재경의 얼굴에는 얼핏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비췄고 궁색한 것 같기도 했다.“나한테 전화했었어?”심재경이 물었다. 송연아는 아주 확신에 차게 대답했다.“네. 전화했었는데 어떤 여자가 받더라고요. 선배가 씻고 있다고 얘기해서 제가 씻고 나오면 저한테 전화를 주라고 전해달라고 했는데 얘기 안 하던가요?”심재경이 웃었다.“나한테 얘기 안 했어.”송연아가 물었다.“진심이에요?”심재경이 다가와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뭘 말하는 거야?”“전화 받은 여자요.”송연아의 말에 심재경은 개의치 않는듯했다.“그냥 여자 하나일 뿐인데 진심이고 뭐고 할 게 뭐 있어. 그냥 육체적인 수요일뿐이야.”“...”송연아는 얼굴을 찌푸렸다.“자포자기하는 거예요?”심재경은 진지하게 말했다.“아니. 내가 무슨 속세를 초월한 신선도 아니고. 내가 여자를 찾아서 하룻밤을 보내는 게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인가?”송연아는 확실히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아무 여자나 찾아서 그냥 잔다고?’“남자들은 다 그래요?”송연아의 물음에 심재경이 말했다.“다 비슷해!”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너희 강세헌은 아닐 거야. 다른 남자들이랑 다르게 잘 참거든.”송연아는 콧방귀를 꼈다.“끝에 붙은 한마디는 선배가 세헌 씨를 위해 변명을 하거나 뭘 감춰주는 것 같네요.”심재경이 말했다.“너는 세헌이랑 함께한 시간이 짧지도 않은데 걔가 행실이 어떤지 모르겠어?”송연아는 이렇게 말할 뿐이지 마음속으로는 강세헌에 대해 믿음이 있었다.“선배도 본인이 알아서 하세요!”송연아는 말하고는 일어서서 방으로 가려고 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송연아도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심재경이 그녀를 붙잡았다.“전화했다며 무슨 일인데?”송연아는 이마를 치며 이 일을 어떻게 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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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찬이는 아직 어리니까 먼저 접촉해보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단번에 보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아주 흥미가 있어 보입니다.”이영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송연아를 쳐다보지 못하는 것 같았고 시선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송연아는 아들을 보면서 웃으며 말했다.“사실 이영 씨가 무술 같은 걸 가르쳐줬으면 해요.”찬이가 싸울 때 쓰라고 하는 게 아니라 커서 호신용으로 쓰게 하고 싶었다. 송연아는 마음속으로 강세헌이 장차 회사를 찬이에게 물려주리라 생각하고 있다. 그녀는 강세헌이 이번에 사람한테 당해서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날 뻔했다는 것을 보고 이후에 아들도 이 길에 들어서게 될 때 찬이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으면 했다.이영이 말했다.“그럴게요.”송연아는 웃으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한혜숙한테서 윤이를 받아 안았을 때 핸드폰이 울려서 화면을 보니 안이슬한테서 온 전화였다. 송연아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쪽에서는 안이슬의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연아야.”송연아는 안이슬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래요? 울었어요? 명섭 씨랑 싸웠어요?”“아니.”송연아가 물었다.“그럼...”심재경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송연아는 방으로 들어갔다. 심재경은 송연아의 행동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러는 거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지?’“어머님, 연아 왜 저래요?”“아닌데, 아무 일도 없어 보이는데?”한혜숙은 송연아가 수상해 보이는 점이 없다고 느꼈다. 심재경은 송연아가 자기를 피한다는 것을 선명하게 느꼈다. 하지만 심재경도 빠르게 알아차렸다. 송연아가 누구의 전화를 받으면 이렇게 자신을 피하겠는지, 당연히 안이슬의 전화였다. 사실 송연아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양명섭의 목에 있는 붉은 자국을 보는 순간, 심재경은 마음을 완전히 접었었다. 자신과 안이슬은 이번 생에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만약 어느 날 안이슬이 돌아오는 날이 있더라도 심재경은 그녀를 받아주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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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핸드폰을 놓고도 송연아의 마음은 뒤숭숭했다. 송연아는 빨리 가서 안이슬한테 자초지종을 들어야 했다. 양명섭이 설마 아닐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엄중한 일이 생기면 안이슬이 자신의 아이도 키울 수 없게 되겠는가.송연아가 문을 열자 심재경이 문 앞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손을 들고 노크를 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문이 갑자기 열려서 그도 놀랐다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방금 이슬이랑 통화했어?”송연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또 말했다.“앞으로 연락할 때 나 피하지 않아도 돼.”심재경은 어깨를 으쓱했다.“나는 상관없어졌어. 이 세상에 여자가 이슬이 하나뿐인 것도 아니고.”송연아는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다 놓아버려서 아무 여자나 다 선배 침대에 오를 수 있는 거예요?”“...”그는 송연아가 뭘 말하는지 알고 있다. 사실 부인하지는 않는다.“나는 이런 게 아주 좋다고 생각해. 몸은 힘을 써야 하지만 마음은 주지 않으니 상처받을 일도 없고, 얼마나 좋아?”송연아가 말했다.“그래도 선배 이미지 좀 신경 쓰세요. 아무래도 아빠가 되었다는 사람이, 선배 딸이 만약...”“그 얘기는 안 하면 안 돼?”송연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재경이 말을 끊었다. 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아이...”“안이슬의 아이야.”심재경은 또다시 송연아의 말을 끊었다.“...”송연아가 심재경을 보는 눈빛은 그를 뚫어버릴 듯했다.“제 얘기 다 듣고 얘기하면 안 돼요?”심재경이 말했다.“안이슬이랑 연관되는 일이라면 나한테 말하지 마.”“그래요. 선배가 얘기했어요. 절대 후회하지 말아요.”송연아는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가며 이영을 불렀다.심재경도 따라왔다.“알겠어. 입 다물게. 무슨 일인데, 얘기해!”송연아는 그를 보지도 않고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다.“이슬 언니가 얘기하길 명섭 씨한테 일이 생겼대요. 그래서 나더러 아이를 데리고 와서 선배한테 줘도 된다고 했어요.”심재경은 넋이 나갔다. 자신이 마치 환청이라도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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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송연아는 심재경과 제일 빠른 항공편을 타고 제일 이른 시간에 우신 시에 도착했다. 안이슬도 아이의 물건을 다 정리해서 그들이 도착하면 바로 데리고 갈 수 있도록 준비해두었다. 송연아와 심재경은 비행기를 11시간 타고 내려서 또 차를 타고 안이슬이 사는 곳으로 갔다. 안이슬이 마중 나왔다...그녀는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송연아는 단번에 그녀가 살이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제가 안을게요.”송연아는 먼저 아이를 받아 안으려 하자 안이슬이 말했다.“너도 힘들 텐데 먼저 들어가자. 아이는 내가 안고 있으면 돼.”안이슬은 먼저 뒤돌았고 송연아는 고개를 돌려 심재경을 바라보았다. 심재경은 안이슬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입을 꾹 다물었고 눈동자가 어두웠다. 송연아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무슨 생각 해요?”심재경의 목젖이 아래위로 움직였다.“아무 생각도 안 해.”사실 아니다. 마음이 전혀 평온하지 못했다. 그는 마음을 접고 진심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려고 했다. 왜 이 행복에 또 뜻밖의 일이 생겨서 이미 상처투성이인 이 여자가 다시 상처를 받게 하는지 모르겠다.“양명섭이 바람을 피웠어, 아니면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었어?”심재경이 물었다. 그는 양명섭한테 아주 큰 일이 생겼기에 안이슬이 이런 결정을 했다고 생각했다. 안이슬은 발걸음을 멈추고 몸도 따라서 휘청했지만 아무 대답 없이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송연아는 심재경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하지 말라는 눈치를 줬다.심재경은 송연아의 말을 듣지 않았다.“만약 전자라면 내가 그 사람 죽여버릴 거야.”송연아는 미간이 찌푸려졌다.“재경 선배, 너무 흥분했어요.”“나 흥분하지 않았어.”지금 심재경의 마음속에는 정말 이렇게 생각했다. 양명섭은 안이슬을 잘 보살피겠다고 약속했었다.그런데 안이슬의 지금 모습을 보고 어떻게 화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안이슬은 여전히 대답 없이 그들을 데리고 그녀와 양명섭이 사는 단지로 들어섰다. 단지는 조금 낡았지만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래도 지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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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깔고 얘기했다.“이슬 언니가 말하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거예요...”“무슨 이유, 본인이 사람을 잘못 봐서 인정하기 싫고 말하기도 싫고 사람들이 본인이 남자 보는 눈이 잘못됐다는 것을 아는 게 싫어서 그러는 거.”심재경이 화가 난 이유는 안이슬이 아무 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이슬이 양명섭이 잘못했다고 한마디만 하면 바로 가서 사람을 칠 생각이었다. 안이슬을 위해 화풀이를 하는 거다. 연인이 될 수 없다면 가족이 되어 안이슬의 뒷배가 되어주는 이 점은 그래도 해줄 수 있다.송연아는 안이슬을 보러 갔는데 그녀는 아이를 안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송연아는 안이슬이 아이에 대한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어쩔 수 없지 않은 이상 절대 자신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키워달라고 보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심재경은 남이 아니지만 열 달을 품어서 하루아침에 낳은 사람은 안이슬이다. 그녀는 아이와 제일 가까운 사람이다. 송연아 본인도 엄마이기에 그 감정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송연아는 일어서며 말했다.“배고파요. 제가 나가서 먹을 것 좀 사 올게요.”송연아는 안이슬이 아이를 자신에게 준다는 말이 사실은 심재경한테 보낸다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직접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마 그녀는 심재경에게 부탁할 말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송연아는 그들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송연아는 집을 나서고 문을 닫았다. 심재경은 예전이라면 안이슬과 둘만 있기를 바랄 것이지만 지금 그들 사이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아이일 뿐이다. 아무리 깊은 관계라도 이미 다 소모돼버리고 말았다.송연아가 있을 때는 잘만 말하더니 송연아가 없고 심재경과 안이슬만 남으니까 그는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 공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심재경은 앉아있지 못하고 베란다에 가 서서 더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안이슬도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아 분위기는 그렇게 얼어붙었다. 보아가 울어서야 심재경은 안이슬의 곁으로 가서 고개를 숙여 아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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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심재경은 고개를 들어 안이슬을 보았다.“아이는 내가 키워.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내가 정할 거야.”그 의미는 그렇게 많은 부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그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본인의 혈육이기에 당연히 조금의 비굴함도 없게 할 것이다! 그리고 안이슬은 어떻게 심재경이 꼭 결혼할 것이라고 확정 짓는가? 심재경은 아예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았다.사랑이 뭔가? 당신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지금 그는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새 삶을 사는 것 같은데 여자가 자신의 생활에 개입되는 일을 하겠는가? 그건 불가능한 것이다. 육체의 수요는 그저 육체의 수요일 뿐이다. 감정이 필요 없다.안이슬도 자기가 아이를 그에게 주면 더는 간섭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안다. 안이슬은 움찔거리는 아이의 작은 입을 보고 있었다. 아이는 아직 아주 작고 아주 어렸다. 마음이 슬퍼졌다. 엄마로서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은 그녀의 소원이기도 했고 엄마로서의 책임이기도 했다.그런데 지금은...안이슬이 등을 돌리고 말했다.“빨리 가!”...송연아는 집 아래에 있었는데 먹을 것을 사러 가지 않고 꽃밭 옆에 앉아있었다.이번에 와서 송예걸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저번에는 오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여기까지 온 마당에 보러 가지 않는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그녀는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는데 이제 십몇 분이 지났다. 송연아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심재경이 아이를 안고 말했다.“우리 가자.”안이슬이 물건을 건넸다.“아이의 물건은...”“내가 사줄 거야.”심재경이 먼저 문을 나섰다. 송연아는 그를 보고 한숨을 쉬더니 집 안으로 들어가서 안이슬을 보고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안아주었다.“나랑 재경 선배는 호텔을 찾아서 묵을 거예요. 하루 이틀 정도 늦게 돌아갈 거예요. 나는 예걸이를 보러 갈 예정이에요.”안이슬은 낮은 목소리로 알았다고 대답했다. 송연아는 안이슬이 정리해둔 물건을 가졌다.“호텔을 예약하면 문자 보낼게요. 언니 만약 아이를 보려면 와요.”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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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심재경은 눈동자를 움직이더니 말했다.“사고.”송연아의 얼굴색이 변했다. 그녀는 양명섭의 직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또 사고를 당했다니 송연아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안이슬이 어렵게 누군가를 만났는데 말이다.“아주 심각하대요?”송연아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아직 시체를 찾지 못했대...”송연아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물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심재경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몰랐다. 양명섭이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안이슬은 아이를 그에게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이번 생은 이 아이를 그저 멀리서만 바라보고 평생 아이가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양명섭이 사고를 당해 그가 이 아이를 데려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안이슬의 행복한 생활은 아마도 이로 인해 파괴되었을 것이다. 심재경이 마지막으로 물어본 말에 안이슬이 대답해서 그가 알게 되었다. 그는 송연아를 보며 말했다.“이슬이 아이를 나한테 주는 건 자책하고 있기 때문이야.”송연아가 물었다.“무슨 뜻이에요?”“이슬이랑 양명섭이 싸웠는데 그것 때문에 양명섭이 무슨 접선자를 하게 된 거야. 그리고 사고가 나서 지금 생사를 알 수가 없대.”심재경이 덤덤하게 말하자, 송연아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말은 사람이 꼭 희생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아니...”심재경이 말했다.“상대방은 흉악범인데 그런 사람의 손에 들어갔으면 살 가망이 적어. 그리고...”심재경은 말투가 가라앉았다.“이슬이가 상대방의 협박을 받았대. 아이의 안전이 걱정되어서 나한테 보낸 거야.”송연아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말했다.“그럼 이슬 언니는요?”“이슬이는 팀으로 가서 업무를 볼 예정이래. 그렇게 되면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게 된대.”심재경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나는 이해해. 이슬이가 그저 팀으로 돌아가서 업무를 본다고 하지만 사실 양명섭을 위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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