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놓고도 송연아의 마음은 뒤숭숭했다. 송연아는 빨리 가서 안이슬한테 자초지종을 들어야 했다. 양명섭이 설마 아닐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엄중한 일이 생기면 안이슬이 자신의 아이도 키울 수 없게 되겠는가.송연아가 문을 열자 심재경이 문 앞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손을 들고 노크를 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문이 갑자기 열려서 그도 놀랐다가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방금 이슬이랑 통화했어?”송연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또 말했다.“앞으로 연락할 때 나 피하지 않아도 돼.”심재경은 어깨를 으쓱했다.“나는 상관없어졌어. 이 세상에 여자가 이슬이 하나뿐인 것도 아니고.”송연아는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다 놓아버려서 아무 여자나 다 선배 침대에 오를 수 있는 거예요?”“...”그는 송연아가 뭘 말하는지 알고 있다. 사실 부인하지는 않는다.“나는 이런 게 아주 좋다고 생각해. 몸은 힘을 써야 하지만 마음은 주지 않으니 상처받을 일도 없고, 얼마나 좋아?”송연아가 말했다.“그래도 선배 이미지 좀 신경 쓰세요. 아무래도 아빠가 되었다는 사람이, 선배 딸이 만약...”“그 얘기는 안 하면 안 돼?”송연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재경이 말을 끊었다. 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아이...”“안이슬의 아이야.”심재경은 또다시 송연아의 말을 끊었다.“...”송연아가 심재경을 보는 눈빛은 그를 뚫어버릴 듯했다.“제 얘기 다 듣고 얘기하면 안 돼요?”심재경이 말했다.“안이슬이랑 연관되는 일이라면 나한테 말하지 마.”“그래요. 선배가 얘기했어요. 절대 후회하지 말아요.”송연아는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가며 이영을 불렀다.심재경도 따라왔다.“알겠어. 입 다물게. 무슨 일인데, 얘기해!”송연아는 그를 보지도 않고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다.“이슬 언니가 얘기하길 명섭 씨한테 일이 생겼대요. 그래서 나더러 아이를 데리고 와서 선배한테 줘도 된다고 했어요.”심재경은 넋이 나갔다. 자신이 마치 환청이라도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송연아는 심재경과 제일 빠른 항공편을 타고 제일 이른 시간에 우신 시에 도착했다. 안이슬도 아이의 물건을 다 정리해서 그들이 도착하면 바로 데리고 갈 수 있도록 준비해두었다. 송연아와 심재경은 비행기를 11시간 타고 내려서 또 차를 타고 안이슬이 사는 곳으로 갔다. 안이슬이 마중 나왔다...그녀는 아이를 안고 있었는데 송연아는 단번에 그녀가 살이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제가 안을게요.”송연아는 먼저 아이를 받아 안으려 하자 안이슬이 말했다.“너도 힘들 텐데 먼저 들어가자. 아이는 내가 안고 있으면 돼.”안이슬은 먼저 뒤돌았고 송연아는 고개를 돌려 심재경을 바라보았다. 심재경은 안이슬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입을 꾹 다물었고 눈동자가 어두웠다. 송연아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무슨 생각 해요?”심재경의 목젖이 아래위로 움직였다.“아무 생각도 안 해.”사실 아니다. 마음이 전혀 평온하지 못했다. 그는 마음을 접고 진심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려고 했다. 왜 이 행복에 또 뜻밖의 일이 생겨서 이미 상처투성이인 이 여자가 다시 상처를 받게 하는지 모르겠다.“양명섭이 바람을 피웠어, 아니면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었어?”심재경이 물었다. 그는 양명섭한테 아주 큰 일이 생겼기에 안이슬이 이런 결정을 했다고 생각했다. 안이슬은 발걸음을 멈추고 몸도 따라서 휘청했지만 아무 대답 없이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송연아는 심재경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하지 말라는 눈치를 줬다.심재경은 송연아의 말을 듣지 않았다.“만약 전자라면 내가 그 사람 죽여버릴 거야.”송연아는 미간이 찌푸려졌다.“재경 선배, 너무 흥분했어요.”“나 흥분하지 않았어.”지금 심재경의 마음속에는 정말 이렇게 생각했다. 양명섭은 안이슬을 잘 보살피겠다고 약속했었다.그런데 안이슬의 지금 모습을 보고 어떻게 화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안이슬은 여전히 대답 없이 그들을 데리고 그녀와 양명섭이 사는 단지로 들어섰다. 단지는 조금 낡았지만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래도 지금의
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깔고 얘기했다.“이슬 언니가 말하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거예요...”“무슨 이유, 본인이 사람을 잘못 봐서 인정하기 싫고 말하기도 싫고 사람들이 본인이 남자 보는 눈이 잘못됐다는 것을 아는 게 싫어서 그러는 거.”심재경이 화가 난 이유는 안이슬이 아무 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이슬이 양명섭이 잘못했다고 한마디만 하면 바로 가서 사람을 칠 생각이었다. 안이슬을 위해 화풀이를 하는 거다. 연인이 될 수 없다면 가족이 되어 안이슬의 뒷배가 되어주는 이 점은 그래도 해줄 수 있다.송연아는 안이슬을 보러 갔는데 그녀는 아이를 안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송연아는 안이슬이 아이에 대한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어쩔 수 없지 않은 이상 절대 자신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키워달라고 보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심재경은 남이 아니지만 열 달을 품어서 하루아침에 낳은 사람은 안이슬이다. 그녀는 아이와 제일 가까운 사람이다. 송연아 본인도 엄마이기에 그 감정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송연아는 일어서며 말했다.“배고파요. 제가 나가서 먹을 것 좀 사 올게요.”송연아는 안이슬이 아이를 자신에게 준다는 말이 사실은 심재경한테 보낸다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직접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마 그녀는 심재경에게 부탁할 말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송연아는 그들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송연아는 집을 나서고 문을 닫았다. 심재경은 예전이라면 안이슬과 둘만 있기를 바랄 것이지만 지금 그들 사이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아이일 뿐이다. 아무리 깊은 관계라도 이미 다 소모돼버리고 말았다.송연아가 있을 때는 잘만 말하더니 송연아가 없고 심재경과 안이슬만 남으니까 그는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 공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심재경은 앉아있지 못하고 베란다에 가 서서 더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안이슬도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아 분위기는 그렇게 얼어붙었다. 보아가 울어서야 심재경은 안이슬의 곁으로 가서 고개를 숙여 아이를
심재경은 고개를 들어 안이슬을 보았다.“아이는 내가 키워.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내가 정할 거야.”그 의미는 그렇게 많은 부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그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본인의 혈육이기에 당연히 조금의 비굴함도 없게 할 것이다! 그리고 안이슬은 어떻게 심재경이 꼭 결혼할 것이라고 확정 짓는가? 심재경은 아예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았다.사랑이 뭔가? 당신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지금 그는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새 삶을 사는 것 같은데 여자가 자신의 생활에 개입되는 일을 하겠는가? 그건 불가능한 것이다. 육체의 수요는 그저 육체의 수요일 뿐이다. 감정이 필요 없다.안이슬도 자기가 아이를 그에게 주면 더는 간섭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안다. 안이슬은 움찔거리는 아이의 작은 입을 보고 있었다. 아이는 아직 아주 작고 아주 어렸다. 마음이 슬퍼졌다. 엄마로서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은 그녀의 소원이기도 했고 엄마로서의 책임이기도 했다.그런데 지금은...안이슬이 등을 돌리고 말했다.“빨리 가!”...송연아는 집 아래에 있었는데 먹을 것을 사러 가지 않고 꽃밭 옆에 앉아있었다.이번에 와서 송예걸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저번에는 오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여기까지 온 마당에 보러 가지 않는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그녀는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는데 이제 십몇 분이 지났다. 송연아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심재경이 아이를 안고 말했다.“우리 가자.”안이슬이 물건을 건넸다.“아이의 물건은...”“내가 사줄 거야.”심재경이 먼저 문을 나섰다. 송연아는 그를 보고 한숨을 쉬더니 집 안으로 들어가서 안이슬을 보고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안아주었다.“나랑 재경 선배는 호텔을 찾아서 묵을 거예요. 하루 이틀 정도 늦게 돌아갈 거예요. 나는 예걸이를 보러 갈 예정이에요.”안이슬은 낮은 목소리로 알았다고 대답했다. 송연아는 안이슬이 정리해둔 물건을 가졌다.“호텔을 예약하면 문자 보낼게요. 언니 만약 아이를 보려면 와요.”송연
심재경은 눈동자를 움직이더니 말했다.“사고.”송연아의 얼굴색이 변했다. 그녀는 양명섭의 직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또 사고를 당했다니 송연아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안이슬이 어렵게 누군가를 만났는데 말이다.“아주 심각하대요?”송연아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아직 시체를 찾지 못했대...”송연아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물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심재경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몰랐다. 양명섭이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안이슬은 아이를 그에게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이번 생은 이 아이를 그저 멀리서만 바라보고 평생 아이가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양명섭이 사고를 당해 그가 이 아이를 데려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안이슬의 행복한 생활은 아마도 이로 인해 파괴되었을 것이다. 심재경이 마지막으로 물어본 말에 안이슬이 대답해서 그가 알게 되었다. 그는 송연아를 보며 말했다.“이슬이 아이를 나한테 주는 건 자책하고 있기 때문이야.”송연아가 물었다.“무슨 뜻이에요?”“이슬이랑 양명섭이 싸웠는데 그것 때문에 양명섭이 무슨 접선자를 하게 된 거야. 그리고 사고가 나서 지금 생사를 알 수가 없대.”심재경이 덤덤하게 말하자, 송연아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말은 사람이 꼭 희생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아니...”심재경이 말했다.“상대방은 흉악범인데 그런 사람의 손에 들어갔으면 살 가망이 적어. 그리고...”심재경은 말투가 가라앉았다.“이슬이가 상대방의 협박을 받았대. 아이의 안전이 걱정되어서 나한테 보낸 거야.”송연아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말했다.“그럼 이슬 언니는요?”“이슬이는 팀으로 가서 업무를 볼 예정이래. 그렇게 되면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게 된대.”심재경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나는 이해해. 이슬이가 그저 팀으로 돌아가서 업무를 본다고 하지만 사실 양명섭을 위한 거야.”
마음이 조마조마한 날들에 비하면 이 안에 있는 게 더 마음의 짐이 없이 오히려 행복했다. 하여 송예걸의 모습은 아주 밝아 보였다.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갖고 싶은 게 있어? 가서 사줄게.”송예걸은 고개를 저었다.“나 여기에서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아. 전에.... 이슬 누나도 와서 물건을 많이 가져다줬었어. 이슬 누나가 자주 보러 와서 누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송연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앞으로 안이슬은 아마 송예걸을 보러 올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다.“되도록 시간 나면 올게...”“누나는 아이를 돌봐야 하니까 나는 상관하지 마. 이렇게 멀리 있는데 올 일이 생기면 겸사겸사 나를 보러 와주면 돼.”송예걸이 웃었다. 송연아는 송예걸의 웃음을 보면서 죄책감이 들어서 고개를 숙였다. 송연아가 그한테 더 많은 관심을 주었다면 그가 이렇게 나쁜 길로 들어설 일도 없을 수 있다. 이 교훈은 너무 뼈저리다. 제일 좋은 시간을 다 높은 담벼락 안에서 지내게 되었다. 한창 젊고 재능이 넘치며 유망한 시기인데 말이다.“됐어. 우리 좀 있다가 재봉틀을 다뤄야 해.”송예걸이 송연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나 한가지 기능을 배웠어.”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하는 송예걸을 보고 송연아가 웃었다. 웃고 있었지만, 코가 시큰했다. “까불어.”“찬이는 많이 컸지?”송예걸의 물음에 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송예걸은 살짝 기분이 우울해졌다.“그러네. 나 나갈 때쯤에는 찬이가 나보다 더 크겠어.”송연아가 말했다.“성실하게 잘 생활해서 되도록 빨리 나와.”송예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면회시간이 끝나고 송연아는 아쉬워하며 전화를 놓고 면회실을 나와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송연아는 핸드폰을 꺼내 티켓을 찾아보았는데 오늘 항공편은 없고 내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내일도 항공편이 하나뿐이었다. 그녀는 두 장의 티켓을 예약했다.호텔로 돌아온 송연아는 심재경을 보지 못했다. 그는 방안에도 없었고 레스토랑에도 없었다. 송연아는 레스
전화에서 아주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보고 싶어.”송연아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이건 그녀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송연아는 창밖을 한번 보았다.안이슬과 심재경은 헤어지고 심재경이 아이를 안고 호텔로 들어오고 있었다. 송연아는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세헌 씨, 사랑해요.”송연아는 놓치기 싫고 헤어지기 싫고 영원히 그와 함께이고 싶었다. 안이슬과 심재경이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송연아가 본인과 강세헌과의 감정을 더 소중히 여기게 하였다. 송연아는 턱을 받치고 장난스레 물었다.“왜 말이 없어요?”강세헌이 말했다.“할 말이 없어.”“...”송연아는 실망하여 눈꼬리가 처졌다.“알겠어요.”“응.”송연아는 욕이 나오는 것을 참았다.‘응 이라고?’‘사랑한다는 말을 못 할망정 이게 무슨 태도지?’“나 지금 밥 먹고 있어서 먼저 끊어요.”말하고 송연아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강세헌의 귓가에는 뚜뚜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입꼬리에는 은은한 미소가 걸렸다.사랑이라는 건 당연히 얼굴을 보면서 말해야 더 감동이 큰 것이다. 송연아는 원래 배가 고팠지만, 지금은 밥맛이 뚝 떨어져 몇 입 먹고 방으로 돌아갔다. 송연아가 금방 누웠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심재경이었다.그는 티켓을 예약했는지 물었는데 예약 안 했다면 자기가 하겠다고 했다. 송연아가 말했다.“예약했어요.”심재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송연아가 그를 불러세웠다.“이슬 언니 아이 보러 왔어요?”심재경은 뒤돌아봤다.“봤어?”송연아가 말했다.“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봤어요.”심재경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송연아가 먼저 말했다.“이슬 언니가 임신해서부터 출산까지 열 달 동안밖에 안 되지만 이 피를 나눈 감정은 아버지 보다 진해요. 이슬 언니가 불쌍해요.”심재경은 알고 있다. 그는 송연아를 보면서 말했다.“네가 예전에 임신했을 때 누구 아이인지 모르면서도 낳겠다고 한 걸 보면 엄마가 되는 여자들은 모두 용기가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아.”“
송연아는 데스크에서 강세헌의 병실 위치를 알아내지 못해 의사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꼭대기 층에 있는 VIP 병실을 찾아갔는데 마침 임지훈이 주치의와 얘기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임 비서님.”송연아가 그를 불렀다. 임지훈은 송연아인 것을 확인하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사모, 사모님.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그는 다급하게 걸어왔다. 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제가 오면 안 돼요?”임지훈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냥 너무 갑작스럽게 오셔서, 왜 미리 전화 안 하셨어요?”송연아는 살짝 미간을 치켜들었다.“제가 온 게 시기적절하지 못했나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송연아는 그를 지나서 의사한테로 갔다. 강세헌은 계속 자신에게 지금 상황이 어떠한지 얘기하지 않았다. 그를 만나러 가기 전에 당연히 지금 그의 상태에 대해서 알아야 했다.“선생님 안녕하세요. 강세헌 씨의 눈은 언제쯤 완치가 될 수 있을까요?”의사는 송연아를 보면서 물었다.“당신은...”“그의 아내입니다.”송연아가 대답했다.“아.”의사는 알아차렸다.“그때 저한테 연락하셨던 분이군요.”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얼마 안 걸립니다. 한 달이 지나지 않아 퇴원할 수 있을 거예요.”의사의 말에 송연아가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송연아에게는 강세헌이 다시 빛을 볼 수 있다면 시간이 좀 걸려도 상관없었다. 의사는 다른 일이 있어서 송연아에게 몇 마디 주의사항을 부탁한 뒤 자리를 떴다. 송연아는 고개를 돌려 임지훈을 보았다.임지훈은 난처해하며 멋쩍은 미소를 띠었다.“사모님.”강세헌이 송연아가 따라오지 못하게 한 이유 중 하나는 그녀가 위험에 처할까 봐서였고 다른 하나는 그녀에게 자신의 낭패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송연아도 강세헌이 아마 고민이 되었을 것이라 알고 있다. 하지만 부부 사이에 그가 어떤 모습이든 그녀는 다 좋아할 것이다.“저를 세헌 씨의 병실로 데려다주세요.”임지훈이 물었다.“아니면 제가 먼저 가서 강 대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