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깔고 얘기했다.“이슬 언니가 말하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거예요...”“무슨 이유, 본인이 사람을 잘못 봐서 인정하기 싫고 말하기도 싫고 사람들이 본인이 남자 보는 눈이 잘못됐다는 것을 아는 게 싫어서 그러는 거.”심재경이 화가 난 이유는 안이슬이 아무 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이슬이 양명섭이 잘못했다고 한마디만 하면 바로 가서 사람을 칠 생각이었다. 안이슬을 위해 화풀이를 하는 거다. 연인이 될 수 없다면 가족이 되어 안이슬의 뒷배가 되어주는 이 점은 그래도 해줄 수 있다.송연아는 안이슬을 보러 갔는데 그녀는 아이를 안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송연아는 안이슬이 아이에 대한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어쩔 수 없지 않은 이상 절대 자신의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키워달라고 보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심재경은 남이 아니지만 열 달을 품어서 하루아침에 낳은 사람은 안이슬이다. 그녀는 아이와 제일 가까운 사람이다. 송연아 본인도 엄마이기에 그 감정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송연아는 일어서며 말했다.“배고파요. 제가 나가서 먹을 것 좀 사 올게요.”송연아는 안이슬이 아이를 자신에게 준다는 말이 사실은 심재경한테 보낸다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직접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마 그녀는 심재경에게 부탁할 말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송연아는 그들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송연아는 집을 나서고 문을 닫았다. 심재경은 예전이라면 안이슬과 둘만 있기를 바랄 것이지만 지금 그들 사이의 유일한 연결고리는 아이일 뿐이다. 아무리 깊은 관계라도 이미 다 소모돼버리고 말았다.송연아가 있을 때는 잘만 말하더니 송연아가 없고 심재경과 안이슬만 남으니까 그는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 공기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심재경은 앉아있지 못하고 베란다에 가 서서 더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안이슬도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아 분위기는 그렇게 얼어붙었다. 보아가 울어서야 심재경은 안이슬의 곁으로 가서 고개를 숙여 아이를
심재경은 고개를 들어 안이슬을 보았다.“아이는 내가 키워.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내가 정할 거야.”그 의미는 그렇게 많은 부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그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본인의 혈육이기에 당연히 조금의 비굴함도 없게 할 것이다! 그리고 안이슬은 어떻게 심재경이 꼭 결혼할 것이라고 확정 짓는가? 심재경은 아예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았다.사랑이 뭔가? 당신을 아프게 하는 것이다.지금 그는 모든 걸 다 놓아버리고 새 삶을 사는 것 같은데 여자가 자신의 생활에 개입되는 일을 하겠는가? 그건 불가능한 것이다. 육체의 수요는 그저 육체의 수요일 뿐이다. 감정이 필요 없다.안이슬도 자기가 아이를 그에게 주면 더는 간섭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안다. 안이슬은 움찔거리는 아이의 작은 입을 보고 있었다. 아이는 아직 아주 작고 아주 어렸다. 마음이 슬퍼졌다. 엄마로서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보는 것은 그녀의 소원이기도 했고 엄마로서의 책임이기도 했다.그런데 지금은...안이슬이 등을 돌리고 말했다.“빨리 가!”...송연아는 집 아래에 있었는데 먹을 것을 사러 가지 않고 꽃밭 옆에 앉아있었다.이번에 와서 송예걸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저번에는 오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여기까지 온 마당에 보러 가지 않는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다. 그녀는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는데 이제 십몇 분이 지났다. 송연아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심재경이 아이를 안고 말했다.“우리 가자.”안이슬이 물건을 건넸다.“아이의 물건은...”“내가 사줄 거야.”심재경이 먼저 문을 나섰다. 송연아는 그를 보고 한숨을 쉬더니 집 안으로 들어가서 안이슬을 보고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안아주었다.“나랑 재경 선배는 호텔을 찾아서 묵을 거예요. 하루 이틀 정도 늦게 돌아갈 거예요. 나는 예걸이를 보러 갈 예정이에요.”안이슬은 낮은 목소리로 알았다고 대답했다. 송연아는 안이슬이 정리해둔 물건을 가졌다.“호텔을 예약하면 문자 보낼게요. 언니 만약 아이를 보려면 와요.”송연
심재경은 눈동자를 움직이더니 말했다.“사고.”송연아의 얼굴색이 변했다. 그녀는 양명섭의 직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또 사고를 당했다니 송연아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안이슬이 어렵게 누군가를 만났는데 말이다.“아주 심각하대요?”송연아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심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아직 시체를 찾지 못했대...”송연아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물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심재경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몰랐다. 양명섭이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안이슬은 아이를 그에게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이번 생은 이 아이를 그저 멀리서만 바라보고 평생 아이가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양명섭이 사고를 당해 그가 이 아이를 데려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안이슬의 행복한 생활은 아마도 이로 인해 파괴되었을 것이다. 심재경이 마지막으로 물어본 말에 안이슬이 대답해서 그가 알게 되었다. 그는 송연아를 보며 말했다.“이슬이 아이를 나한테 주는 건 자책하고 있기 때문이야.”송연아가 물었다.“무슨 뜻이에요?”“이슬이랑 양명섭이 싸웠는데 그것 때문에 양명섭이 무슨 접선자를 하게 된 거야. 그리고 사고가 나서 지금 생사를 알 수가 없대.”심재경이 덤덤하게 말하자, 송연아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말은 사람이 꼭 희생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아니...”심재경이 말했다.“상대방은 흉악범인데 그런 사람의 손에 들어갔으면 살 가망이 적어. 그리고...”심재경은 말투가 가라앉았다.“이슬이가 상대방의 협박을 받았대. 아이의 안전이 걱정되어서 나한테 보낸 거야.”송연아는 한참을 침묵하더니 말했다.“그럼 이슬 언니는요?”“이슬이는 팀으로 가서 업무를 볼 예정이래. 그렇게 되면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게 된대.”심재경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나는 이해해. 이슬이가 그저 팀으로 돌아가서 업무를 본다고 하지만 사실 양명섭을 위한 거야.”
마음이 조마조마한 날들에 비하면 이 안에 있는 게 더 마음의 짐이 없이 오히려 행복했다. 하여 송예걸의 모습은 아주 밝아 보였다.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갖고 싶은 게 있어? 가서 사줄게.”송예걸은 고개를 저었다.“나 여기에서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아. 전에.... 이슬 누나도 와서 물건을 많이 가져다줬었어. 이슬 누나가 자주 보러 와서 누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송연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앞으로 안이슬은 아마 송예걸을 보러 올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다.“되도록 시간 나면 올게...”“누나는 아이를 돌봐야 하니까 나는 상관하지 마. 이렇게 멀리 있는데 올 일이 생기면 겸사겸사 나를 보러 와주면 돼.”송예걸이 웃었다. 송연아는 송예걸의 웃음을 보면서 죄책감이 들어서 고개를 숙였다. 송연아가 그한테 더 많은 관심을 주었다면 그가 이렇게 나쁜 길로 들어설 일도 없을 수 있다. 이 교훈은 너무 뼈저리다. 제일 좋은 시간을 다 높은 담벼락 안에서 지내게 되었다. 한창 젊고 재능이 넘치며 유망한 시기인데 말이다.“됐어. 우리 좀 있다가 재봉틀을 다뤄야 해.”송예걸이 송연아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나 한가지 기능을 배웠어.”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하는 송예걸을 보고 송연아가 웃었다. 웃고 있었지만, 코가 시큰했다. “까불어.”“찬이는 많이 컸지?”송예걸의 물음에 송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송예걸은 살짝 기분이 우울해졌다.“그러네. 나 나갈 때쯤에는 찬이가 나보다 더 크겠어.”송연아가 말했다.“성실하게 잘 생활해서 되도록 빨리 나와.”송예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면회시간이 끝나고 송연아는 아쉬워하며 전화를 놓고 면회실을 나와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갔다. 송연아는 핸드폰을 꺼내 티켓을 찾아보았는데 오늘 항공편은 없고 내일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내일도 항공편이 하나뿐이었다. 그녀는 두 장의 티켓을 예약했다.호텔로 돌아온 송연아는 심재경을 보지 못했다. 그는 방안에도 없었고 레스토랑에도 없었다. 송연아는 레스
전화에서 아주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보고 싶어.”송연아는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이건 그녀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송연아는 창밖을 한번 보았다.안이슬과 심재경은 헤어지고 심재경이 아이를 안고 호텔로 들어오고 있었다. 송연아는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세헌 씨, 사랑해요.”송연아는 놓치기 싫고 헤어지기 싫고 영원히 그와 함께이고 싶었다. 안이슬과 심재경이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송연아가 본인과 강세헌과의 감정을 더 소중히 여기게 하였다. 송연아는 턱을 받치고 장난스레 물었다.“왜 말이 없어요?”강세헌이 말했다.“할 말이 없어.”“...”송연아는 실망하여 눈꼬리가 처졌다.“알겠어요.”“응.”송연아는 욕이 나오는 것을 참았다.‘응 이라고?’‘사랑한다는 말을 못 할망정 이게 무슨 태도지?’“나 지금 밥 먹고 있어서 먼저 끊어요.”말하고 송연아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강세헌의 귓가에는 뚜뚜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입꼬리에는 은은한 미소가 걸렸다.사랑이라는 건 당연히 얼굴을 보면서 말해야 더 감동이 큰 것이다. 송연아는 원래 배가 고팠지만, 지금은 밥맛이 뚝 떨어져 몇 입 먹고 방으로 돌아갔다. 송연아가 금방 누웠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심재경이었다.그는 티켓을 예약했는지 물었는데 예약 안 했다면 자기가 하겠다고 했다. 송연아가 말했다.“예약했어요.”심재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송연아가 그를 불러세웠다.“이슬 언니 아이 보러 왔어요?”심재경은 뒤돌아봤다.“봤어?”송연아가 말했다.“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봤어요.”심재경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송연아가 먼저 말했다.“이슬 언니가 임신해서부터 출산까지 열 달 동안밖에 안 되지만 이 피를 나눈 감정은 아버지 보다 진해요. 이슬 언니가 불쌍해요.”심재경은 알고 있다. 그는 송연아를 보면서 말했다.“네가 예전에 임신했을 때 누구 아이인지 모르면서도 낳겠다고 한 걸 보면 엄마가 되는 여자들은 모두 용기가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아.”“
송연아는 데스크에서 강세헌의 병실 위치를 알아내지 못해 의사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꼭대기 층에 있는 VIP 병실을 찾아갔는데 마침 임지훈이 주치의와 얘기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임 비서님.”송연아가 그를 불렀다. 임지훈은 송연아인 것을 확인하고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사모, 사모님.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그는 다급하게 걸어왔다. 송연아가 웃으며 말했다.“제가 오면 안 돼요?”임지훈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냥 너무 갑작스럽게 오셔서, 왜 미리 전화 안 하셨어요?”송연아는 살짝 미간을 치켜들었다.“제가 온 게 시기적절하지 못했나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송연아는 그를 지나서 의사한테로 갔다. 강세헌은 계속 자신에게 지금 상황이 어떠한지 얘기하지 않았다. 그를 만나러 가기 전에 당연히 지금 그의 상태에 대해서 알아야 했다.“선생님 안녕하세요. 강세헌 씨의 눈은 언제쯤 완치가 될 수 있을까요?”의사는 송연아를 보면서 물었다.“당신은...”“그의 아내입니다.”송연아가 대답했다.“아.”의사는 알아차렸다.“그때 저한테 연락하셨던 분이군요.”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얼마 안 걸립니다. 한 달이 지나지 않아 퇴원할 수 있을 거예요.”의사의 말에 송연아가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송연아에게는 강세헌이 다시 빛을 볼 수 있다면 시간이 좀 걸려도 상관없었다. 의사는 다른 일이 있어서 송연아에게 몇 마디 주의사항을 부탁한 뒤 자리를 떴다. 송연아는 고개를 돌려 임지훈을 보았다.임지훈은 난처해하며 멋쩍은 미소를 띠었다.“사모님.”강세헌이 송연아가 따라오지 못하게 한 이유 중 하나는 그녀가 위험에 처할까 봐서였고 다른 하나는 그녀에게 자신의 낭패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송연아도 강세헌이 아마 고민이 되었을 것이라 알고 있다. 하지만 부부 사이에 그가 어떤 모습이든 그녀는 다 좋아할 것이다.“저를 세헌 씨의 병실로 데려다주세요.”임지훈이 물었다.“아니면 제가 먼저 가서 강 대표님
송연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지금 자신을 임지훈으로 착각하고 있다.하긴, 송연아가 계속 소리를 내지 않았으니. 그리고 또 이렇게 갑작스럽게 왔으니 지금 시력을 회복하지 못한 강세헌으로서는 당연히 쉽게 송연아라는 것을 알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조금 놀라워하는 강세헌의 표정을 보면서 장난스레 웃었다. 그녀는 일부러 목소리를 변조해서 말했다.“저는 임지훈 씨가 강 대표님을 보살펴달라고 보낸 사람이에요.”“...”말하며 송연아는 일부러 이불을 들쳐서 손을 그의 가슴에 얹었다...“임지훈!”강세헌은 크게 소리를 쳤는데 밖에 있는 임지훈마저 소리를 듣고 놀라서 들어왔다.임지훈이 들어왔을 때 송연아는 강세헌의 옷 단추를 제대로 잠그지 못해 가슴이 살짝 보였다. 임지훈은 강세헌의 모습을 보고 송연아의 무고한 표정을 보며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오랜만에 만난 신혼부부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의외는 아닌데 제일 의외인 것은 강세헌이 왜 자기를 부르냐 이거였다.그는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어요?”“당장 네가 데려온 이 사람 돌려보내!”강세헌의 말투는 거의 화가 난 말투였다.“...”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누가 얘기 좀 해줬으면 좋겠다. 송연아는 손짓을 하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세헌 씨가 오해했어요.”임지훈은 머리를 끄적였다.“대표님, 그... 저는 방해하지 않을게요.”“임지훈!”강세헌은 화를 내며 일어났다. 송연아는 바로 부축해주었지만, 강세헌은 그녀를 밀어냈다. 송연아는 갑자기 밀려나며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이제 두 발자국 옮긴 임지훈은 뒤돌아 이 모습을 보았다. 속으로는 저도 모르게 욕을 한마디 했다.강세헌이 언제 이렇게 송연아를 대한 적이 있었는가? 하지만 임지훈은 이번에는 재치있게 빠르게 생각이 돌았다. 송연아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아서 강세헌이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대하는 것이다. 그러니 임지훈은 더 이 자리를 떠나야 했다.부부 사이의 정취에 본
송연아는 강세헌이 손을 드는 것을 보며 망설이다가 그래도 다가와서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렸다. 강세헌은 손가락을 접어서 가볍게 힘을 주어 손을 단단히 잡았는데 팔뚝에 핏줄이 섰다.“온다고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어?”강세헌은 송연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송연아는 그의 품에서 애교를 부렸다.“내가 만약 미리 온다고 말했다면 당신은 무조건 나를 못 오게 했을 거예요.”강세헌은 한숨을 쉬었다.“나는 단지 당신이 내 지금 모습을 보지 말았으면 해서 그래.”“당신은 내 남편이에요.”송연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며 말했다.“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나는 다 좋아할 거예요.”말하며 송연아는 먼저 다가와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강세헌은 온몸의 근육에 긴장이 되어 쉰 목소리로 말했다.“내 몸에는 다 약 냄새야.”송연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이건 몸에 밴 약 냄새 때문이 아니다. 눈이 보이지 않기에 주도권을 잡지 못해서 항상 도도했던 사람이 마음의 평형을 잡지 못한 것이다. 송연아가 웃었다.“내가 싫어하지 않는데 뭐가 걱정이에요?”강세헌이 웃었다. 송연아는 강세헌의 가슴을 베고 누워 그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나를 돌아가라고 하지 말고 여기 남아서 당신을 보살필 수 있게 하면 안 돼요?”강세헌은 침묵하다가 작게 대답했다.“좋아.”송연아는 큰 눈을 뜨고 속눈썹을 살짝 떨며 말했다.“이슬 언니의 평온한 생활이 또 깨졌어요. 명섭 씨한테 사고가 생겼는데 아주 엄중해서 지금 생사를 모른대요. 나 이슬 언니의 성격을 잘 아는데 아마 명섭 씨가 희생되었을 확률이 높아요. 아니면 절대 아이를 재경 선배한테 보내지는 않을 거예요. 언니와 재경 선배는 예전에 그렇게 사랑했고 학교 때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는 커플이었는데 지금, 이 지경까지 와버리고 영원히 함께 일수 없을 거라는 걸 보면서 내가 다 아쉬워요.”송연아는 강세헌을 꼭 안고 말했다.“나는 우리는 이 두 사람처럼 아쉬움이 남지 않았으면 해요. 나는 당신이랑 함께 이고 싶어요. 영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