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38화

송연아는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심재경을 놀렸다.

“결혼했었던 게 뭐 그리 자랑할 일이라고?”

“...”

자기의 흑역사를 직접 말하고 나니 본인도 기분이 이상했는지 황급히 말을 바꿨다.

“포도 먹을래? 다 씻어서 가져온 거야. 내가 가져다줄게.”

송연아는 그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이제 다시 결혼하면 그럼 재혼이겠네요?”

“휴, 연아야, 예전에 선배를 존경하던 연아는 지금 어디에 간 거니? 왜 점점 못돼먹은 강세헌을 닮아가는 거야?”

강세헌이 마침 담담한 눈길을 보내며 경고가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어디가 덧나?”

‘어디가 덧나는 게 아니라 심심하거든.’

“나까지 입을 꼭 다물고 있으면 너희들이 얼마나 심심하겠어. 이런 좋은 풍경과 날씨에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있으면 그거야말로 좋은 시간을 낭비하는 거 아니겠어?”

심재경의 말은 부드러웠고 조금은 무력했다.

“나도 괴롭지만 즐기려고 하는 거야.”

“뭐가 괴로운데?”

강세헌은 아직도 그가 딸 자랑을 늘어놓던 일을 맘에 담아두고는 그를 힐끗 보더니 물었다.

“넌 딸도 있는데 뭘 더 바라는 거야?”

심재경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 딸은 엄마가 없잖아.”

아이에게 건강한 가정을 꾸려주지 못하는 것은 그의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송연아는 그제야 심재경이 말을 많이 하는 건 속마음을 숨기기 위한 거라는 것을 눈치챘다. 심재경은 딸이 생겨서 너무 행복했지만, 아이가 엄마가 없어서 항상 마음이 아팠다. 이런 것을 다 이해하고 다시 심재경을 보니 그의 미소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가 아닌 것 같았다. 송연아는 순간 자기가 심재경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이고 친구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비큐를 하고 싶다면서요? 사람들에게 도구와 재료를 보내달라고 하면 돼요.”

심재경이 말했다.

“그리고 시원한 맥주도 있어야 해.”

송연아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생각했다.

‘잘해주니 한술 더 뜨네.’

“딸이 있다는 거 항상 명심해요. 너무 과한 건 안 좋은 거예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