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경이 숯불에 구운 버섯 꼬치를 들고 말했다.“이건 일본에서 공수해 온 송이버섯인데, 평소에 먹을 수 없는 버섯이야.”송연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냥 버섯이죠.”“먼저 먹어보고 얘기해. 절대로 일반 버섯이 아니야.”송연아도 한 꼬치를 들고 먹었는데 확실히 맛이 좋았다.윤이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자, 송연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드세요. 난 윤이 보러 갈게요.”심재경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말했다.“왜 나는 연아가 일부러 자리를 피하는 것 같지?”강세헌이 담담하게 심재경을 보며 말했다.“네가 뭔데? 연아가 왜 너를 피하겠어?”“연아는 이슬이와 친하잖아. 이슬이 일을 많이 알면서 나에게 말하기 싫어하는 거잖아.”“...”강세헌은 할 말이 없어 일부러 말을 돌렸다.“원우에게 전화해서 언제 돌아갈 거냐고 물어봐.”이번에는 심재경이 어이없어 할 말을 잃었다.‘금방 결혼한 신혼 부부는 귀찮게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전화하라고?’“난 악인 하지 않을 거니까, 하고 싶으면 네가 해.”심재경은 맥주 한잔 마시고 계속 말했다.“바비큐가 맞긴 한 데 뭔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식자재는 좋지만, 영혼적인 부재료가 없어서 캠핑 바비큐가 아니고 그냥 야외파티 같았다. 하지만 그냥 몇 사람이 빠졌을 뿐 그들은 아이도 있었다.강세헌이 눈썹을 치켜들며 말했다.“의사를 그만두더니 많이 변한 것 같다.”과거에 심재경은 말이 이 정도로 많지 않았다. 심재경이 한탄하며 말했다.“사람은 원래 다 변해.”강세헌은 심재경의 말에 호응하지 않고 멀리에 있는 송연아가 뭐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아 궁금해하며 일어났다.“어디 가?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안 돼? 결혼한 지도 오래되었는데도 그렇게 딱 붙어있고 싶어?”강세헌이 그를 힐끗 보며 말했다.“너 정말 말이 많은 거 알아?”심재경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너희들 이제 모두 행복해졌는데 내가 말로 좀 푸는 것도 안 돼? 너까지 가면 나 너무 심심하니까,
강세헌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우리 지금 밖에 있어.”“어디요?”진원우가 물었다. 오늘은 그들의 신혼 첫날인데 구애린이 너무 심심하다고 송연아를 찾아가서 찬이를 데리고 놀러 가자고 해서 하는 수없이 그들의 숙소에 갔는데 아무도 없었다.강세헌이 대답 대신 되물었다.“신혼부부가 왜 그렇게 한가해?”“...”신혼부부는 둘만의 시간을 보내느라 바빠야 하는 거 맞지만, 그는 옆에 활기차게 지내고 싶어 하는 새신부 구애린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웃으며 말했다.“네, 아주 한가해요.”강세헌이 주소를 알려주며 말했다.“그럼, 이쪽으로 와. 마침 할 얘기도 있으니까.”진원우가 유쾌하게 대답했다.“네.”진원우가 전화를 끊자마자 구애린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집에 있지 않고 어디 갔대?”그는 고개를 돌려 구애린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니면 집에서 애린 씨 오기를 기다리겠어요?”구애린은 자기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하며 웃었다.진원우가 한 주소를 말하자, 구애린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렇게 멀리 갔대? 거기는 뭐 하러 갔는데? 거기 예전에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호수 외에 아무것도 없어. 그런 곳에 왜 애들을 데리고 간 거지?”그녀는 이해가 안 됐다.“그만 생각하고 운전이나 잘해요.”진원우의 말에 구애린은 입을 삐쭉거렸다.“원우 씨 다 나으면 내가 조수석에 탈 거니까 운전은 원우 씨가 해.”진원우가 웃으며 대답했다.“알았어요.”차가 순조롭게 지정 장소에 도착하자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보이기 전에 맛있는 냄새부터 맡고 구애린이 물었다.“근데 바비큐 냄새가 나지 않아?”진원우도 똑같이 눈치챘다. 나무들 사이로 어렴풋이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자, 구애린은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진원우의 다리가 아직 다 낫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고 멈춰서 그의 팔을 잡았다. 진원우는 그녀를 토닥거리며 말했다.“난 괜찮으니까 부축하지 않아도 돼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늙어서 못 걷는다고 생각할 거예요.”“원우 씨 늙지 않았어.
활발한 구애린을 바라보는 송연아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 일 이후 구애린은 침울하고 과묵해졌었는데 오늘 다시 원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너무 좋았다.강세헌은 진원우와 얘기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돌아갈 시간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강세헌 일행은 괜찮지만 주요한 건 진원우와 구애린이 신혼이었기에 미국에서 좀 더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강세헌이 말하자 진원우가 자기 생각을 말했다.“저희도 대표님과 같이 돌아가겠습니다.”결혼식을 앞당긴 것도 빨리 돌아가서 일하기 위해서였는데 다리의 상처도 이제 거의 다 나았기에 같이 돌아가겠다고 했다. 게다가 오래전에 결혼식만 끝나면 돌아가기로 구애린과 의논했기에 며칠만 더 있다가 돌아갈 예정이었다.“돌아가는 건 제가 준비 할게요.”기존부터 이런 일은 그가 했었지만 이번에 강세헌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말했다.“됐어. 내가 다른 사람 시킬 거야.”진원우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휴가를 주고 싶었다.“저 다 나았습...”“지훈이가 계속 불평하고 있어. 돌아가면 할 일이 많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강세헌이 보기 드문 미소를 보였다.사실 진원우도 회사 일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게다가 그가 자리를 비워서 아마 임지훈이 더 많이 바쁠 것이다. 이제 몸이 많이 회복되었으니 다행이다.“제가 빨리 돌아가서 업무를 나눠야죠. 지훈이도 어찌 보면 불쌍해요. 가정도 없이 매일 일만 하잖아요.”진원우가 한숨을 쉬자, 강세헌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네 말은 내가 지훈이를 착취한다는 거야?”진원우가 해명하려던 찰나 강세헌이 말을 이었다.“돌아가면 지훈이 휴가 줄 거니까 모든 일은 네가 해.”“...”‘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왜 헛소리를 해서 일을 만들었지?’“대표님, 그게...”강세헌은 그의 해명을 듣지 않고 아들을 안고 자리를 떠났다.“...”진원우의 표정을 바라보는 심재경은 너무 기뻐서 웃다가 기절할 뻔했다. 그런 모습을 본 진원우는 심재경을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그렇게
강세헌이 대답하지 않자, 송연아는 일부러 장난치려고 그의 옷 안에 손을 넣고 가슴 앞에서 왔다 갔다 했다. 강세헌은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돌려 보더니 휴대폰에 대고 한마디하고 전화를 끊었다.“가능하면 이틀 내로 준비해.”그는 몸을 돌려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딱 붙게 당겼다. 옷을 통해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 송연아는 고개를 들었는데 머리가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은 채 젖어있었고 상큼한 샴푸 향기가 남아 있었다.“뭐를 가능한 이틀 내에 해요?”“빨리 돌아가자며? 그래서 이틀 내로 준비하라고 했어.”강세헌이 대답했다.송연아가 서둘러 돌아가려는 이유는 안이슬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는데 또다시 안이슬을 생각하니 마음속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저번 날 전화했던 사람이 말을 더듬으며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원래 주동적으로 강세헌을 유혹하려 했는데 순간 흥미를 잃었다.“가서 샤워해요. 저는 먼저 잘게요.”강세헌은 쉽게 그녀를 놔주지 않고 그녀를 꼭 껴안았는데 송연아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강세헌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불에 입술을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나를 유혹하고 그냥 도망가려는 거야? 그럴 수는 없지.”강세헌의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목에 닿자 송연아는 온몸으로 전율을 느꼈는데 이를 악물고 그를 밀어냈다.“이거 놔봐요.”“안 놔.”말이 떨어지자,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을 누르고 있었다.“읍...”송연아는 순식간에 숨이 막혔는데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다. 강세헌의 키스는 뜨겁고 깊었는데 매번 주도권은 그의 거였고 송연아는 피동적이었다. 그는 매번 아주 쉽게 그녀가 자신을 잃고 젖어 들게 만들었다. 송연아가 숨이 가빠지고 혼란스러워하는 사이에 강세헌의 손이 그녀의 허리에서 바로 앞쪽으로 왔는데 순간 그녀 가운의 끈이 풀였다. 송연아는 두 눈을 번쩍 뜨며 얼굴이 붉어졌는데 강세헌이 그의 가운을 벗겼다. 금방 샤워를 끝낸 송연아의 가운 안에 다른 옷이 없었기에 바로 알몸 그대로 그의 앞에 노출되었다
그때 심재경의 눈이 송연아 목의 붉은 자국에 닿았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순간 모든 것을 알아챘지만, 모르는 척했다.“아무것도 아니면 됐지, 왜 그렇게 말까지 더듬으며 긴장해? 무슨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되는 일이라도 들킨 것 같다.”“헛소리하지 마요.”그녀는 애써 침착한 척했다.“내 말이 헛소리인지, 아닌지는 네가 잘 알겠지. 이봐, 얼굴도 빨개졌어.”“...”송연아는 할 말을 잃었다.“심재경, 너 그렇게 한가해? 그만하지 못해?”강세헌이 다가오며 그를 노려보자, 심재경은 헛기침하고 말했다.“그냥, 부러워서 질투하는 거야.”진원우와 구애린은 얼마 전에 결실을 보았고 송연아와 강세헌도 행복해 보이니 자신의 아무것도 없는 구차한 처지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다, 딸이 있다. 하지만 딸에게 엄마가 옆에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불쌍한 걸로 따지면 지훈이가 더 불쌍해.”강세헌이 한마디 끼어들어서 심재경을 웃겼다. 그렇다, 그는 예쁜 딸이라도 있지, 임지훈은 여자도, 아이도 없이 맨날 강세헌에게 착취당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임지훈이 더 가여웠다.“그게 또 그러네.”송연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두 사람 무슨 얘기에요?”심재경이 대답 대신 말했다.“너 가서 옷이나 갈아입어.”“...”‘내 옷이 어떻다는 거지?’그녀는 강세헌을 바라보며 눈빛으로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들은 합법적인 부부로서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했을 뿐인데 뭐가 잘못된 거지? 남 부끄러운 거 없기에 숨길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준비해, 우리 오늘 오후에 출발할 거야.”“준비가 다 됐어요?”송연아의 물음에 강세헌이 대답했다.“응.”“그럼, 짐 쌀게요.”송연아가 방으로 짐을 싸러 들어가자, 강세헌은 진원우에게 전화해서 일정을 공유해주고 같이 출발할 거면 준비하라고 했다.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기던 송연아는 자기 목을 뚫어지게 보던 심재경이 생각나 화장실에 가서 거울에 비친 자기 목에 있는 붉은색 자국을 확인했다. 그녀는 얼굴은 붉히며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이어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사람들의 웃는 모습을 보며 찬이는 생각했다.‘도대체 왜 다들 웃는 거지? 내가 무슨 말을 잘못했나?’찬이가 크고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왜 웃어요?”찬이는 자기가 비웃음을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비웃는 거지?송연아가 찬이를 자기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찬이는 엄마랑 같이 있자.”“왜요?”송연아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를 때 심재경이 끼어들었다.“네가 방해 되니까 그렇지.”“제가 삼촌을 방해했어요?”찬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내가 아니고 진원우의 일을 방해했어. 원우 삼촌이 금방 결혼했는데 네가 삼촌의 신부를 귀찮게 하니 방해가 된다는 거야.”“고모는 원우 삼촌의 와이프지만, 또 저의 고모잖아요. 그리고 고모도 저를 더 좋아한다고 했어요.”심재경이 웃었다.“원우 삼촌이 고모에게 줄 수 있는 것은...”“닥쳐!”심재경은 말이 끝나기 전에 제지당했다. 그의 말은 모두의 분노를 일으켰는데 다들 그를 노려보자, 그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그래, 그래. 내가 잘못했어.”송연아는 찬이를 안고 자고 일어나면 비행기가 착륙할 거니까 조금 자라고 했지만, 찬이가 전혀 자려고 하지 않아 간식과 그림책을 줬다. 그러다가 비행기가 착륙하는 시점에 잠이 들었는데 강세헌이 안고 비행기에서 내렸다.사전에 전화했기에 한혜숙은 이미 사람을 시켜 그들이 돌아오면 편안하게 쉴 수 있게 정리를 끝내고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먹을 것들도 많이 준비했다.송연아는 바로 강세헌을 방으로 불러들여 귀국 얘기를 했다. 이렇게 빨리 돌아온 것도 안이슬을 보러 가기 위한 거였기에 강세헌은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나랑 같이 가.”송연아가 말했다.“괜찮아요. 오래 자리를 비워서 회사 일 처리할 게 많을 거잖아요. 이영 씨가 같이 가면 돼요.”강세헌이 또 말하려할 때 송연아가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내 말대로 해요. 네?”강세헌은 그녀의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송연아는 병실 앞에 서서 경찰의 말을 듣자,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그렇게 심각해요?”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안이슬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이렇게 말하는 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들어가 보시면 알게 될 거예요.”송연아는 직접 병실 문을 밀고 들어갔는데 1인실이고 창문 옆으로 침대가 한 개가 놓여 있었다. 그녀가 침대의 사람을 확인하고자 앞으로 걸어갔는데 안이슬이 잘못됐을까 봐 발걸음은 무거웠고 마음속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런데...그녀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은 온 얼굴이 거즈로 싸여 있어서 안이슬인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송연아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경찰이 한마디 했다.“안이슬 씨에요.”송연아는 소름이 돋았고 두 다리는 천근이라도 되는 듯 움직이기 힘들었다. 분명 가까이에 있는데 침대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어쩌면 거리 문제가 아니라 그녀가 감히 가까이에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송연아는 힘들게 숨을 쉬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침대 옆에 도착했다.지금 병상에 누워 있는 사람이 안이슬이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전혀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믿을 수 없어서 입을 막았는데 심장이 너무 아파서 숨쉬기조차 힘들었다.‘도대체 어떤 일을 겪었으면 이 상태가 된 거지?’한참이 지나도 그녀는 감정을 진정시킬 수 없었고 심장도 튕겨 나올 것 같이 그녀의 몸에서 요동쳤다. 그때 문밖에 있던 경찰이 들어왔다.“송연아 씨를 부른 건 안이슬 씨를 설득해서 삶의 의지를 되찾아줬으면 해서입니다.”송연아가 물었다.“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양팀장님이 임무로 희생하시고 안이슬 씨가 복수를 하기 위해 잠복 요원을 신청...”경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연아가 끼어들었다.“그런다고 잠복 요원 하는 걸 동의했어요? 양명섭 씨가 희생하셨으면 그의 유가족을 잘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말을 하다가 그녀는 격동되여 목이 메었다. 그렇게 인품이 좋은 양명섭이 희생된 것도 모라자서 이제
안이슬 혼란스러워하며 눈길을 피하더니 순식간에 평온을 되찾고 말했다.“내가... 너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나한테 연락했나 보구나.”안이슬의 목소리는 약했다. 송연아는 슬픔을 거두고 가능한 평정심을 유지하기로 노력했다. 이미 이렇게 되었는데 이제 슬픔을 표현하면 안이슬이 더 힘들어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송연아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았는데 손등에 수많은 구멍 흔적이 보였는데 아마도 주사를 맞은 흔적인 것 같았는데 멍이 들어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녀는 안이슬이 아플까 봐 힘을 줄 엄두도 내지 못했고 안이슬의 눈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자기의 안쓰러워하는 눈빛을 안이슬이 볼까 봐서였다.“나에게 연락 안 하고 여기서 혼자 버티려고 했던 거예요?”“그냥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송연아는 울컥하는 마음을 힘들게 참으며 말했다.“이렇게까지 됐으면서 내가 걱정할까 봐 걱정돼요?”안이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송연아가 말을 이었다.“경찰 측에 얘기했어요. 언니를 데리고 가서 치료하겠다고요. 저 아는 의사들 많아서 꼭 언니는 치료해 줄 거예요.”“됐어. 내 사정은 내가 잘 알아. 그리고 몸을 치료한들 마음까지 치료가 되겠어? 마음이 이미 죽었는데 몸만 살면 뭐해?”“그런 말 하지 말아요. 포기하면 안 돼요. 언니는 딸이 있잖아요.”“딸.”안이슬의 눈에 짧은 빛이 번쩍였다가 바로 또 어두워졌다. 지금 자기의 모습은 딸에게 겁만 줄 뿐, 좋은 엄마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날 그냥 내버려둬. 너랑 같이 가지 않을 거야.”안이슬이 단호하게 말하자 송연아는 참지 못했다.“그럼, 정말 죽을 거예요?”안이슬이 대답했다.“응.”송연아는 그런 안이슬의 기분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모습이 어떻게 되는 언니는 한 아이의 엄마예요. 언니가 없으면 그 애는 엄마가 없는 아이가 될 텐데, 엄마 없는 아이가 얼마나 불쌍한지 몰라요? 아무리 아빠가 있다고 해도 엄마가 없다면 평생 얼마나 힘들겠어요. 제가 장담해요, 꼭 언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