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네 식구가 함께 여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송연아는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기분 좋아?”찬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품에 기어들었다.“우리 어디 가요?”송연아도 목적지는 모르기에 앞에서 운전하는 남자를 보며 물었다.“우리 어디 가요?”그녀는 윤이도 챙겨야 했기에 조수석에 앉지 않고 뒷좌석에 앉았고 강세헌이 앞에서 운전했다. 강세헌이 오늘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자, 송연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미국에는 볼거리가 많기는 하지만 모두 거의 비슷하기에 강세헌은 그런데 별 관심이 없었다. 또한 애들이 좋아할 만한 곳도 아니어서 그는 특별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찾았다. 미국은 땅이 넓고 인구는 적어서 괜찮은 곳들이 많다. 차로 한참을 달려 몇 개 지역을 지났는데 대부분 단독 주택이었다. 여기에는 국내의 그런 혼잡함이 없었는데 나라가 좋고 나쁨은 떠나서 생활 환경은 정말 좋은 것 같다. 그러니까 구진학이 여기에 습관 되어 다른 데는 가지 않으려고 하나 보다.드디어 차는 나무가 무성하고 공기가 상쾌한 지역에 멈췄다. 윤이가 최근 많이 무거워졌고 더 중요한 건 진정하지 못하고 안겨있지 않으려고 하고 저절로 걷겠다고 하는데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빠르지도 않아 돌보기가 너무 힘든데 강세헌만이 안을 수 있어서 그가 담당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윤이는 강세헌이 안고, 송연아는 찬이의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는데 아주 행복한 네 식구의 모습이었다. 둘째가 딸이었으면 더 완벽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너무 부러워했다.“여기는 어디...”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을 잃었다. 그리고 넓지 않은 숲을 지나자, 눈앞에 맑은 호수가 펼쳐졌고 옆으로는 에메랄드빛 잔디가 넓게 펼쳐져 있었는데 간단히 피크닉을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은 공기를 상쾌하게 만들었다.찬이는 송연아의 손을 놓고 호수를 향해 신나게 뛰어갔다. 찬이도 야외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송연아가 웃
송연아는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심재경을 놀렸다.“결혼했었던 게 뭐 그리 자랑할 일이라고?”“...”자기의 흑역사를 직접 말하고 나니 본인도 기분이 이상했는지 황급히 말을 바꿨다.“포도 먹을래? 다 씻어서 가져온 거야. 내가 가져다줄게.”송연아는 그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이제 다시 결혼하면 그럼 재혼이겠네요?”“휴, 연아야, 예전에 선배를 존경하던 연아는 지금 어디에 간 거니? 왜 점점 못돼먹은 강세헌을 닮아가는 거야?”강세헌이 마침 담담한 눈길을 보내며 경고가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말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어디가 덧나?”‘어디가 덧나는 게 아니라 심심하거든.’“나까지 입을 꼭 다물고 있으면 너희들이 얼마나 심심하겠어. 이런 좋은 풍경과 날씨에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있으면 그거야말로 좋은 시간을 낭비하는 거 아니겠어?”심재경의 말은 부드러웠고 조금은 무력했다.“나도 괴롭지만 즐기려고 하는 거야.”“뭐가 괴로운데?”강세헌은 아직도 그가 딸 자랑을 늘어놓던 일을 맘에 담아두고는 그를 힐끗 보더니 물었다.“넌 딸도 있는데 뭘 더 바라는 거야?”심재경이 한숨을 내쉬었다.“내 딸은 엄마가 없잖아.”아이에게 건강한 가정을 꾸려주지 못하는 것은 그의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송연아는 그제야 심재경이 말을 많이 하는 건 속마음을 숨기기 위한 거라는 것을 눈치챘다. 심재경은 딸이 생겨서 너무 행복했지만, 아이가 엄마가 없어서 항상 마음이 아팠다. 이런 것을 다 이해하고 다시 심재경을 보니 그의 미소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가 아닌 것 같았다. 송연아는 순간 자기가 심재경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이고 친구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바비큐를 하고 싶다면서요? 사람들에게 도구와 재료를 보내달라고 하면 돼요.”심재경이 말했다.“그리고 시원한 맥주도 있어야 해.”송연아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생각했다.‘잘해주니 한술 더 뜨네.’“딸이 있다는 거 항상 명심해요. 너무 과한 건 안 좋은 거예요.
찬이는 큰 눈을 깜빡이며 강세헌의 인정을 받고 싶어서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강세헌은 소고기 한 조각을 깨물어 입에 넣고 씹으면서 진지하게 말했다.“괜찮아.”찬이가 눈을 깜빡이며 생각했다.‘지금 칭찬하는 거 맞지?’그러고는 하하하 웃으며 퐁퐁 뛰어갔다. 송연아는 찬이의 행복한 표정을 바라보며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윙윙...그때 호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울려 꺼내서 받았더니 한 남자의 목소리였다.“안이슬 씨의 친구 맞죠?”송연아는 목소리가 조금 낯익었는데 바로 그때 안이슬을 만나러 우신시에 갔을 때 만났던 양명섭 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말했다.“네, 맞는데요. 그런데 이슬 언니의 휴대폰을 왜 그쪽이 가지고 계신 거죠? 이슬 언니는요?”뭔가 이상한 느낌 들었다. 안이슬이 그녀를 찾는 거면 직접 전화를 했을 건데 왜...“이슬 씨가 다쳤어요.”송연아가 벌떡 일어서며 다급하게 물었다.“어쩌다가요? 얼마나 다쳤어요? 심각해요?”잠시 침묵이 흘렀다.“네, 심각해요. 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송연아의 긴장된 마음이 조금은 내려앉았다.“지금 상황은 어때요?”“상황이 좋지 않아요...”그쪽에서 말을 더듬자, 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솔직하게 얘기해주세요.”“시간이 되시면 여기에 오셔서 이슬 씨를 설득할 수 있을까요?”그 말에 송연아는 조금 짐작이 가는 듯싶었다.“양명섭 씨 일 때문인가요? 그래서...”“네, 그 원인도 조금 있긴 한데 전부는 아니에요. 시간이 안 되시면 그냥 잊어버리세요. 저희가 잘 돌볼 거예요.”송연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는데, 가기 싫은 게 아니라 적어도 2~3일은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두 아이가 모두 여기에 함께 있어 프랑스에 데려가야 했다.“며칠만 시간을 주세요.”“네, 알았어요.”휴대폰을 끊자, 강세헌이 물었다.“무슨 일이 있어? 표정이 안 좋아 보여.”“아무것도 아니에요.”송연아는 다시 그의 어깨에 기대며 천천히 말했다.“이슬 언니요.”강
심재경이 숯불에 구운 버섯 꼬치를 들고 말했다.“이건 일본에서 공수해 온 송이버섯인데, 평소에 먹을 수 없는 버섯이야.”송연아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냥 버섯이죠.”“먼저 먹어보고 얘기해. 절대로 일반 버섯이 아니야.”송연아도 한 꼬치를 들고 먹었는데 확실히 맛이 좋았다.윤이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자, 송연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드세요. 난 윤이 보러 갈게요.”심재경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말했다.“왜 나는 연아가 일부러 자리를 피하는 것 같지?”강세헌이 담담하게 심재경을 보며 말했다.“네가 뭔데? 연아가 왜 너를 피하겠어?”“연아는 이슬이와 친하잖아. 이슬이 일을 많이 알면서 나에게 말하기 싫어하는 거잖아.”“...”강세헌은 할 말이 없어 일부러 말을 돌렸다.“원우에게 전화해서 언제 돌아갈 거냐고 물어봐.”이번에는 심재경이 어이없어 할 말을 잃었다.‘금방 결혼한 신혼 부부는 귀찮게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전화하라고?’“난 악인 하지 않을 거니까, 하고 싶으면 네가 해.”심재경은 맥주 한잔 마시고 계속 말했다.“바비큐가 맞긴 한 데 뭔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식자재는 좋지만, 영혼적인 부재료가 없어서 캠핑 바비큐가 아니고 그냥 야외파티 같았다. 하지만 그냥 몇 사람이 빠졌을 뿐 그들은 아이도 있었다.강세헌이 눈썹을 치켜들며 말했다.“의사를 그만두더니 많이 변한 것 같다.”과거에 심재경은 말이 이 정도로 많지 않았다. 심재경이 한탄하며 말했다.“사람은 원래 다 변해.”강세헌은 심재경의 말에 호응하지 않고 멀리에 있는 송연아가 뭐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아 궁금해하며 일어났다.“어디 가?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안 돼? 결혼한 지도 오래되었는데도 그렇게 딱 붙어있고 싶어?”강세헌이 그를 힐끗 보며 말했다.“너 정말 말이 많은 거 알아?”심재경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너희들 이제 모두 행복해졌는데 내가 말로 좀 푸는 것도 안 돼? 너까지 가면 나 너무 심심하니까,
강세헌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우리 지금 밖에 있어.”“어디요?”진원우가 물었다. 오늘은 그들의 신혼 첫날인데 구애린이 너무 심심하다고 송연아를 찾아가서 찬이를 데리고 놀러 가자고 해서 하는 수없이 그들의 숙소에 갔는데 아무도 없었다.강세헌이 대답 대신 되물었다.“신혼부부가 왜 그렇게 한가해?”“...”신혼부부는 둘만의 시간을 보내느라 바빠야 하는 거 맞지만, 그는 옆에 활기차게 지내고 싶어 하는 새신부 구애린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웃으며 말했다.“네, 아주 한가해요.”강세헌이 주소를 알려주며 말했다.“그럼, 이쪽으로 와. 마침 할 얘기도 있으니까.”진원우가 유쾌하게 대답했다.“네.”진원우가 전화를 끊자마자 구애린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집에 있지 않고 어디 갔대?”그는 고개를 돌려 구애린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니면 집에서 애린 씨 오기를 기다리겠어요?”구애린은 자기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하며 웃었다.진원우가 한 주소를 말하자, 구애린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렇게 멀리 갔대? 거기는 뭐 하러 갔는데? 거기 예전에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호수 외에 아무것도 없어. 그런 곳에 왜 애들을 데리고 간 거지?”그녀는 이해가 안 됐다.“그만 생각하고 운전이나 잘해요.”진원우의 말에 구애린은 입을 삐쭉거렸다.“원우 씨 다 나으면 내가 조수석에 탈 거니까 운전은 원우 씨가 해.”진원우가 웃으며 대답했다.“알았어요.”차가 순조롭게 지정 장소에 도착하자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보이기 전에 맛있는 냄새부터 맡고 구애린이 물었다.“근데 바비큐 냄새가 나지 않아?”진원우도 똑같이 눈치챘다. 나무들 사이로 어렴풋이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자, 구애린은 발걸음을 재촉했는데 진원우의 다리가 아직 다 낫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고 멈춰서 그의 팔을 잡았다. 진원우는 그녀를 토닥거리며 말했다.“난 괜찮으니까 부축하지 않아도 돼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늙어서 못 걷는다고 생각할 거예요.”“원우 씨 늙지 않았어.
활발한 구애린을 바라보는 송연아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 일 이후 구애린은 침울하고 과묵해졌었는데 오늘 다시 원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너무 좋았다.강세헌은 진원우와 얘기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돌아갈 시간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강세헌 일행은 괜찮지만 주요한 건 진원우와 구애린이 신혼이었기에 미국에서 좀 더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강세헌이 말하자 진원우가 자기 생각을 말했다.“저희도 대표님과 같이 돌아가겠습니다.”결혼식을 앞당긴 것도 빨리 돌아가서 일하기 위해서였는데 다리의 상처도 이제 거의 다 나았기에 같이 돌아가겠다고 했다. 게다가 오래전에 결혼식만 끝나면 돌아가기로 구애린과 의논했기에 며칠만 더 있다가 돌아갈 예정이었다.“돌아가는 건 제가 준비 할게요.”기존부터 이런 일은 그가 했었지만 이번에 강세헌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말했다.“됐어. 내가 다른 사람 시킬 거야.”진원우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휴가를 주고 싶었다.“저 다 나았습...”“지훈이가 계속 불평하고 있어. 돌아가면 할 일이 많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강세헌이 보기 드문 미소를 보였다.사실 진원우도 회사 일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게다가 그가 자리를 비워서 아마 임지훈이 더 많이 바쁠 것이다. 이제 몸이 많이 회복되었으니 다행이다.“제가 빨리 돌아가서 업무를 나눠야죠. 지훈이도 어찌 보면 불쌍해요. 가정도 없이 매일 일만 하잖아요.”진원우가 한숨을 쉬자, 강세헌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네 말은 내가 지훈이를 착취한다는 거야?”진원우가 해명하려던 찰나 강세헌이 말을 이었다.“돌아가면 지훈이 휴가 줄 거니까 모든 일은 네가 해.”“...”‘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거지? 왜 헛소리를 해서 일을 만들었지?’“대표님, 그게...”강세헌은 그의 해명을 듣지 않고 아들을 안고 자리를 떠났다.“...”진원우의 표정을 바라보는 심재경은 너무 기뻐서 웃다가 기절할 뻔했다. 그런 모습을 본 진원우는 심재경을 발로 차버리고 싶었다.“그렇게
강세헌이 대답하지 않자, 송연아는 일부러 장난치려고 그의 옷 안에 손을 넣고 가슴 앞에서 왔다 갔다 했다. 강세헌은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돌려 보더니 휴대폰에 대고 한마디하고 전화를 끊었다.“가능하면 이틀 내로 준비해.”그는 몸을 돌려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딱 붙게 당겼다. 옷을 통해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 송연아는 고개를 들었는데 머리가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은 채 젖어있었고 상큼한 샴푸 향기가 남아 있었다.“뭐를 가능한 이틀 내에 해요?”“빨리 돌아가자며? 그래서 이틀 내로 준비하라고 했어.”강세헌이 대답했다.송연아가 서둘러 돌아가려는 이유는 안이슬을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는데 또다시 안이슬을 생각하니 마음속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저번 날 전화했던 사람이 말을 더듬으며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원래 주동적으로 강세헌을 유혹하려 했는데 순간 흥미를 잃었다.“가서 샤워해요. 저는 먼저 잘게요.”강세헌은 쉽게 그녀를 놔주지 않고 그녀를 꼭 껴안았는데 송연아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강세헌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불에 입술을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나를 유혹하고 그냥 도망가려는 거야? 그럴 수는 없지.”강세헌의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목에 닿자 송연아는 온몸으로 전율을 느꼈는데 이를 악물고 그를 밀어냈다.“이거 놔봐요.”“안 놔.”말이 떨어지자,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을 누르고 있었다.“읍...”송연아는 순식간에 숨이 막혔는데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다. 강세헌의 키스는 뜨겁고 깊었는데 매번 주도권은 그의 거였고 송연아는 피동적이었다. 그는 매번 아주 쉽게 그녀가 자신을 잃고 젖어 들게 만들었다. 송연아가 숨이 가빠지고 혼란스러워하는 사이에 강세헌의 손이 그녀의 허리에서 바로 앞쪽으로 왔는데 순간 그녀 가운의 끈이 풀였다. 송연아는 두 눈을 번쩍 뜨며 얼굴이 붉어졌는데 강세헌이 그의 가운을 벗겼다. 금방 샤워를 끝낸 송연아의 가운 안에 다른 옷이 없었기에 바로 알몸 그대로 그의 앞에 노출되었다
그때 심재경의 눈이 송연아 목의 붉은 자국에 닿았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순간 모든 것을 알아챘지만, 모르는 척했다.“아무것도 아니면 됐지, 왜 그렇게 말까지 더듬으며 긴장해? 무슨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되는 일이라도 들킨 것 같다.”“헛소리하지 마요.”그녀는 애써 침착한 척했다.“내 말이 헛소리인지, 아닌지는 네가 잘 알겠지. 이봐, 얼굴도 빨개졌어.”“...”송연아는 할 말을 잃었다.“심재경, 너 그렇게 한가해? 그만하지 못해?”강세헌이 다가오며 그를 노려보자, 심재경은 헛기침하고 말했다.“그냥, 부러워서 질투하는 거야.”진원우와 구애린은 얼마 전에 결실을 보았고 송연아와 강세헌도 행복해 보이니 자신의 아무것도 없는 구차한 처지가 생각났다.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니다, 딸이 있다. 하지만 딸에게 엄마가 옆에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불쌍한 걸로 따지면 지훈이가 더 불쌍해.”강세헌이 한마디 끼어들어서 심재경을 웃겼다. 그렇다, 그는 예쁜 딸이라도 있지, 임지훈은 여자도, 아이도 없이 맨날 강세헌에게 착취당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임지훈이 더 가여웠다.“그게 또 그러네.”송연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두 사람 무슨 얘기에요?”심재경이 대답 대신 말했다.“너 가서 옷이나 갈아입어.”“...”‘내 옷이 어떻다는 거지?’그녀는 강세헌을 바라보며 눈빛으로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그들은 합법적인 부부로서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했을 뿐인데 뭐가 잘못된 거지? 남 부끄러운 거 없기에 숨길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준비해, 우리 오늘 오후에 출발할 거야.”“준비가 다 됐어요?”송연아의 물음에 강세헌이 대답했다.“응.”“그럼, 짐 쌀게요.”송연아가 방으로 짐을 싸러 들어가자, 강세헌은 진원우에게 전화해서 일정을 공유해주고 같이 출발할 거면 준비하라고 했다.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기던 송연아는 자기 목을 뚫어지게 보던 심재경이 생각나 화장실에 가서 거울에 비친 자기 목에 있는 붉은색 자국을 확인했다. 그녀는 얼굴은 붉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