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뒤 후회하는 차도녀 대표님: Chapter 151 - Chapter 160

1598 Chapters

제151화

평안 의원으로 돌아온 후, 유진우는 답답한 마음에 혼자 술을 마셨다. 한잔 또 한잔 끊임없이 술잔을 비웠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속은 정말 말이 아니었다.3년 동안의 감정을 어쩌면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았다.“선생님, 선생님...”유진우가 취기가 살짝 올라왔을 무렵 누군가 다급하게 문을 두드렸다.의원 대문을 열어보니 밖에 아리따운 소녀 두 명이 서 있었다. 그중 한 소녀는 하얀 옷차림에 얼굴은 한없이 청순하고 귀여웠는데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순진해 보였다.그리고 다른 한 소녀는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뚜렷한 이목구비에 기개가 흘러넘쳤다. 그런데 상처 입은 복부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 바람에 얼굴에 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저기 오빠, 여기 혹시 의사 선생님 계세요? 제 친구가 다쳤는데 급히 치료받아야 해서요!”흰옷 차림의 소녀가 다급하게 말했다.“제가 의사예요. 얼른 들어와요.”유진우가 길을 비켜주었다.“고마워요, 오빠.”흰옷 차림의 소녀가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옆 사람에게 말했다.“언니, 내가 부축해줄 테니까 들어가요.”“잠깐!”도윤진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설아, 이 사람 술 냄새가 진동하는 게 주정뱅이가 틀림없어. 나 이 사람 못 믿어!”“그런데 언니 지금 피를 많이 흘려서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생명에 위험이 있어요.”남궁은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괜찮아, 나 더 버틸 수 있어. 지원팀이 오길 기다리면 돼. 아무튼 내 목숨을 절대 이런 사람한테 맡길 수는 없어!”도윤진이 입술을 꽉 깨물며 강렬한 눈빛으로 말했다.그녀의 상처는 찰과상이 아니라서 일반 의사들은 치료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술주정뱅이에게는 더욱 맡길 수가 없었다.“실례지만 지원팀이 30분 내로 도착하나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물었다.“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도윤진이 싸늘하게 쏘아붙였다.“다름이 아니라 지금 가슴 쪽에 혈기가 쌓여있고 경맥이 막힌데다가 복부에는 계속 피가 흐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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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누군가가 의원 대문을 발로 걷어찼다. 일고여덟 명 정도의 검은 옷차림에 복면을 쓴 킬러들이 살기를 내뿜으며 쳐들어왔다.“큰일 났어! 저 사람들이 쫓아왔어!”도윤진의 낯빛이 확 굳어졌다.전에 킬러들에게 매복 공격당한 바람에 경호팀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도윤진과 남궁은설만 겨우 빠져나왔다. 성공적으로 도망쳤다고 생각했으나 킬러들이 끝까지 쫓아올 줄은 미처 몰랐다.“설아, 내가 저들을 막고 있을 테니까 넌 얼른 뒷문으로 도망쳐!”도윤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내가 도망치면 언니는 죽어요. 저들의 목표는 나예요. 차라리 그냥 잡혀가는 게 나아요!”남궁은설의 낯빛이 사색이 되었다.“설아, 난 경호팀 팀장으로서 너의 안전을 책임지는 게 내 직책이야. 그러니까 언니 말 들어!”도윤진이 몸으로 막아서며 강렬한 눈빛을 내뿜었다.“그럴 필요 없어. 어차피 오늘 둘 다 도망 못 가!”한 민머리 남자가 흉악스럽게 웃으며 걸어왔다. 다른 킬러와 달리 그는 복면을 쓰지 않았고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송강?”도윤진의 낯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요즘 4대 악인이 살인 같은 극악무도한 짓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4인의 무술 실력이 뛰어나고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미치광이 같아 걱정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그리고 송강이 바로 4대 악인 중 한 사람이었다.“어? 윤진 씨가 날 알고 있었네? 이거 참 영광스러운 일일세.”흉악스럽게 웃는 송강의 눈빛에 조롱이 가득 담겨있었다.“송강! 누가 너한테 시켰든 내가 두 배로 줄 테니까 여기서 멈춰!”도윤진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윤진 씨, 돈이 좋긴 하지만 난 사람한테 더 관심이 있어. 두 사람을 잡아가면 돈이 부족할 일이 없을걸?”송강이 비웃듯이 말했다.“우리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당신도 잘 알 텐데!”도윤진이 경고를 날렸다.“죽이진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단지 두 사람의 신분을 빌려서 일을 좀 처리하려는 것뿐이야. 그러니까 다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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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아주 겁이 없는 녀석이로구나! 좋아!”한바탕 웃고 난 뒤 송강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너처럼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녀석은 정말 오랜만이야!”“잔말 말고 얼른 돈이나 물어내.”유진우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기분도 별로인데 쓸데없는 소리까지 지껄이니 한대 확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하하... 처맞기 전까지 계속 돈 달라고 할 건가 보네?”송강이 흉악스러운 웃음을 짓더니 손을 흔들었다.“가서 저 자식의 손발을 부러뜨려! 언제까지 큰소리 치나 똑똑히 지켜보겠어.”“네!”킬러 몇몇이 두말없이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 저마다 그의 목숨을 앗아갈 기세였다.“잠깐! 아까 분명 건드리지 않기로 약속했잖아!”남궁은설이 큰 소리로 말했다.“은설 씨, 난 단지 저 자식을 죽이지 않겠다고만 약속했어. 그런데 저 자식이 죽음을 자초하는데 나라고 뭐 별다른 수가 있겠어? 혼쭐이라도 좀 내줘야지!”송강이 입을 쩍 벌리고 웃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처참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방금 유진우에게 달려들었던 킬러들이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맥없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다들 순식간에 온몸이 굳으면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쓰러진 킬러들을 자세히 살피던 사람들은 킬러들의 목에 은침 하나가 꽂혀있는 걸 발견했다.“뭐야!”갑작스러운 상황에 송강마저도 화들짝 놀라며 경계하기 시작했다.은침으로 혈을 찌르는 건 그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순식간에 은침을 날려 혈 자리를 찔러서 쓰러 눕히는 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저 사람 은침도 날릴 줄 알았어?”도윤진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은침을 날리는 스킬은 암살 스킬 중 하나인데 일반 암살 스킬보다 수련하기 훨씬 더 어려웠다. 천부적인 재능을 지녀야 할 뿐만 아니라 10년을 하루같이 매일 수련하는 노력이 필요했다.“야 이 자식아, 너 대체 누구야? 누군데 감히 내 일에 끼어들어?”송강이 실눈을 뜨며 천천히 칼을 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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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독충? 당신도 독충에 대해서 알아요?”도윤진이 고개를 돌려 의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조금 알죠.”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정통 무술이 아니라 비뚤어진 무술을 하는 자만이 남을 미혹시키는 이런 독충술을 배우죠. 역시 당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었어요!”도윤진이 갑자기 칼을 유진우에게 겨누며 살기를 내뿜었다.“당신 대체 누구예요!”“언니,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이 오빠는 우리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라고요.”남궁은설이 재빨리 몸으로 막아섰다.“설아, 비켜! 정체불명인 이 사람을 반드시 제대로 조사해야 해!”도윤진의 눈빛이 살아있었다.“날 조사하기 전에 아무래도 그쪽 머리부터 어떻게 된 건 아닌지 검사받는 게 좋겠어요.”유진우가 관자놀이를 주물렀다.“독충술로도 병을 치료하고 사람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거 몰라요? 독충술에 능한 자들 중에 나쁜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모두가 다 나쁜 건 아니잖아요. 쓰는 사람의 인품이 어떤지 봐야죠. 그리고 당신 같은 정통 무술파들은 뭐 나쁜 짓을 안 하는 줄 알아요? 민가를 습격하여 약탈하고 재물을 빼앗았던 적이 수도 없이 많아요!”“헛소리하지 말아요! 지금 궤변이나 늘어놓고 있잖아요!”도윤진이 호통쳤다.“궤변?”유진우가 코웃음을 쳤다.“지금 당신 행동 좀 봐봐요. 정통 무술 집안 출신인 사람들은 다 당신처럼 은혜를 원수로 갚나요?”“당신...”도윤진은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언니, 제발 그만 해요! 오빠가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면 아까 왜 우릴 살려줬겠어요?”남궁은설이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마음으로 살려줬는지 어떻게 알아? 다른 꿍꿍이가 있을 수도 있어!”도윤진은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런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말투가 아까보다 훨씬 누그러들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도리에 어긋남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부르릉!”그때 문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차량 십여 대가 의원 문 앞에 나란히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면서 엘리트 경호원들이 빠르게 내리더니 의원을 물샐틈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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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이튿날 이른 아침.“똑똑똑...”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유진우가 잠에서 깼다. 문을 열어보니 안병서가 문밖에 떡하니 서 있었다.“안 회장님,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로 오셨어요?”유진우가 하품하며 물었다.“좋은 소식이 있어요, 진우 씨.”안병서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진우 씨가 필요하다고 했던 현주과 있잖아요. 그 행방을 찾았어요!”“현주과?”유진우도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그게 정말이에요?”현주과는 다른 영약과 마찬가지로 아주 드물고 귀한 영약이었다. 만약 현주과를 손에 넣는다면 이제 세 가지 영약만 더 구하면 된다. 그러면 수명단을 제조할 수 있다!“당연하죠!”안병서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현주과는 원래 약신궁의 보물인데 요즘 누군가 고가에 사 갔대요. 그리고 그 사람이 지금 청운 리조트에 머물고 있답니다.”“그래요? 그게 누군데요?”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남궁 가문의 남궁보성입니다.”안병서가 대답했다.“남궁보성? 그자는 왜 현주과가 필요하대요?”유진우가 실눈을 뜨며 물었다. 남궁보성을 만난 적은 없지만 예전에 남궁 가문과 인연이 조금 있었다.“그 집 딸이 희귀병에 걸렸는데 현주과로 치료해야 한다고 들었어요.”“혹시 그 딸 이름이 남궁은설인가요?”“남궁은설을 아세요?”안병서가 의외라는 듯 물었다.“알긴 알죠. 어제 만났었거든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앞으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진우 씨?”안병서가 떠보듯이 물었다.“전 무슨 일이 있어도 현주과를 손에 넣어야 해요. 오늘 아무래도 뻔뻔함을 무릅쓰고 청운 리조트에 다녀와야겠어요.”유진우는 나갈 채비를 마친 후 안병서의 차에 올라탔다.그에게 있어서 현주과는 매우 중요했다. 이런 귀한 보물은 보통 하나밖에 없다. 이 기회를 잃는다면 언제 또 현주과가 나타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여 그는 한시도 기다릴 수가 없었다.30분 후, 청운 리조트 응접실.남궁보성이 메인 자리에 앉아 유진우와 안병서를 내려다보았다. 일인자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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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뭐? 갑자기 왜?”남궁보성의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저... 저도 모르겠어요. 방금 아가씨를 깨우러 갔는데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어요. 몸도 얼음장같이 차가웠고요.”도우미가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도우미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남궁보성과 도란영은 이미 문을 박차고 나가 딸의 방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그런데 딸의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두 사람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남궁은설이 태양열 옥침대에 조용히 누워있었는데 늘 따뜻하던 옥침대에 얼음과 서리가 한층 껴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은 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사지가 딱딱하게 굳었을 뿐만 아니라 머리에도 서리가 내려앉았다. 게다가 몸 전체에서 차가운 하얀 안개가 피어올랐는데 얼핏 보기에 얼음 동굴에서 나온 것만 같았다.“설아!”당황한 도란영이 황급히 그녀에게 달려갔다. 손을 비비고 입김을 불어 넣으며 딸의 몸을 녹이려 애를 썼다.“큰일 났어!”딸의 맥박을 짚어보던 남궁보성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 맥박은 아주 약했고 기운도 잡혔다 안 잡혔다 확실하지가 않았는데 당장이라도 목숨을 잃을 것만 같았다.그가 황급히 딸의 체내에 내공을 불어넣자 주변의 얼음과 서리가 그제야 천천히 녹기 시작했다. 하지만 남궁은설의 몸은 여전히 차갑고 딱딱했으며 의식도 돌아오지 않았다.“여보, 당장 손명호 명의님께 연락하여 얼른 오시라고 해!”남궁보성이 재촉했다. 그의 내공으로 딸의 심장을 잠시나마 뛰게 할 수는 있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선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네, 네...”도란영은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바로 휴대 전화를 꺼내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런데 통화를 마친 그녀의 표정이 말이 아니게 어두웠다.“명의님이 지금 오시는 길이 긴 한데 저녁이 돼서야 도착할 것 같대요.”“저녁? 그때까지 못 버텨!”남궁보성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윤진이한테 전화해서 강능에 있는 명의란 명의는 전부 모셔오라고 해.”“알겠어요!”도란영이 다시 휴대 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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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상황을 알게 된 후 도윤진뿐만 아니라 도란영도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만약 유진우의 신분을 진작 알았더라면 남궁보성이 그를 쫓아내게 내버려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딸을 도와준 적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이만하길 천만다행이에요. 이 약을 버렸더라면 설이가 위험할 뻔했어요.”도란영은 그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찔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설이 잠시는 안정됐지만 한기가 완전히 가시진 않았어.”남궁보성이 남궁은설의 상태를 살핀 후 분부했다.“윤진아, 의원에 가서 유진우 씨 데리고 와.”“아저씨 설마 그 사람이 설이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을 믿는 건 아니시죠?”도윤진의 표정이 복잡했다. 색안경을 끼고 유진우를 봐서 그런지, 계속 믿음이 가질 않았다.“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들어나 보려고 그래.”남궁보성이 대답했다. 그는 20대 초반밖에 안 된 젊은이가 놀라운 의술을 지녔을 거라는 걸 당연히 믿지 않았다. 그런데 알약의 효능을 직접 보고 나니 호기심이 생긴 건 사실이다. 하여 그에게 대체 어디서 약을 구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윤진아, 아저씨 말 들어. 설이를 위해서라도 일단 그자부터 데리고 와서 물어보는 게 좋겠어.”도란영이 옆에서 재촉했다.“알겠어요.”도윤진은 내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그 시각 평안 의원.집으로 돌아온 유진우는 먼저 찻주전자에 차를 끓인 후 두 잔 따랐다. 한 잔은 안병서에게, 다른 한 잔은 그가 마셨다.안병서는 그가 건네는 찻잔을 깍듯하게 두 손으로 받았다.두 사람이 알고 지낸 지 수년이나 됐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차를 마신 건 처음이었다.“진우 씨 현주과가 꼭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어요? 설마 이렇게 포기하실 건가요?”한껏 여유를 부리는 유진우의 모습에 참다못한 안병서가 먼저 물었다.“당연히 포기 안 하죠. 저 지금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어요.”유진우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타이밍를 기다린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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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멈춰!”호통 소리와 함께 홍진호가 위풍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아저씨, 신원도 확인되지 않은 저런 사람한테 설이의 목숨을 맡길 수 없어요!”“진호야, 네가 설이를 걱정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지금으로선 다른 방법이 없어. 저 사람한테 맡기는 수밖에.”남궁보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누가 방법이 없대요? 제가 누굴 모셔왔는지 보세요.”홍진호가 손을 내밀어 바깥을 가리키자 뭇사람들도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수수한 옷차림에 몸이 뚱뚱한 한 노인이 유유자적하게 걸어오고 있었다.“손명호 명의님?”노인이 나타나자마자 현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마치 꿈에 그리던 우상이라도 만난 듯 저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눈앞의 이 자가 바로 세상을 놀라게 한 명의라고 불리는 손명호였다.침술 면에서 손명호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교수라도 명의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정도였다.“정말로 손명호 명의님이라고?”남궁보성 일행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반갑게 맞이했다. 손명호가 저녁이나 돼서야 도착할 줄 알았는데 벌써 왔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명의님, 저녁에나 오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도란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명의님이 길이 막혀서 오시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제가 헬기를 타고 직접 모시러 갔어요. 다행히 그래도 제때 도착했네요.”홍진호가 대답을 가로챘다.“그래그래. 역시 진호가 약삭빨라. 아저씨가 사람 하나는 제대로 봤다니까.”남궁보성이 흐뭇하게 웃었다. 손명호가 도착하니 그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과찬이십니다, 아저씨. 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건데요, 뭐.”홍진호가 자연스럽고 의젓하게 말했다.“명의님, 시간이 급박하니 제 딸 좀 빨리 살려주세요.”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남궁보성은 재빨리 손명호를 옥침대 앞으로 안내했다.“가주님, 저더러 치료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지금 이건 또 무슨 뜻이죠?”유진우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젊은이의 호의는 고맙지만 명의님이 왔으니 위험을 무릅쓸 필요 없어요. 그러니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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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많은 의사들이 그를 질타하기 시작했다.“젊은이의 스승이 누구예요? 누군데 지금 이렇게 말을 함부로 하는 건데요?”손명호가 그를 이리저리 살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지금까지 그의 의술을 의심하는 자는 없었다. 그런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의심하다니,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다.“흥! 자기 주제도 모르면서 감히 명의님 앞에서 허세를 부려? 저런 놈은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니까!”홍진호는 여전히 그를 하찮게 여겼다.“젊은이, 무슨 배짱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명의님 치료하는 데 방해되니까 이만 돌아가요!”남궁보성의 말투가 무거워졌고 인내심도 슬슬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체면을 봐줬더니 점점 기어오르네?’“내쫓을 필요 없어요. 그냥 여기서 보라고 해요.”손명호가 뒷짐을 지고 꼿꼿하게 서서 말했다.“내 의술을 믿지 않는다고 했죠? 그럼 오늘 제대로 보여줄게요!”“역시 명의님은 아량도 넓으시다니까요! 정말 대단하십니다.”의사들이 그를 한껏 추어올렸다.손명호가 이렇게까지 얘기한 이상 남궁보성도 뭐라 할 수 없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유진우가 옆에서 보도록 내버려 두었다.“이봐요, 괜한 걸음 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도란영이 유진우 옆으로 다가와 사과했다.“설이한테 아무 일이 없다면 현주과에 관해서는 내가 남편한테 잘 얘기해 볼게요.”유진우가 딸을 살려준 적이 있었기에 보답할 건 보답해야 했다.“고맙습니다, 사모님.”유진우의 표정도 그제야 누그러들었다.‘드디어 멀쩡한 사람이랑 얘기했네. 쉽지 않았어.’“명의님, 상황이 급박하니 얼른 가보시죠.”남궁보성이 손을 내밀며 안내했다. 손명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옥침대 옆에 앉아 남궁은설의 맥을 짚어보았다.잠시 후, 그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제 진단이 맞았다면 환자분은 차가운 체질인데다가 오랜 시간 한기가 몸에 들어온 바람에 쌓이고 쌓여서 독이 돼버렸어요. 몸속의 한기만 빼준다면 아무 일 없을 겁니다.”“명의님 말씀은 치료할 방법이 있다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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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네?”그녀의 말에 뭇사람들이 남궁은설의 상태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까지 나아지는 것 같던 남궁은설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고 눈썹에 다시 서리가 앉기 시작했다. 증상이 나아진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심해진 것 같았다.“명의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남궁보성이 미간을 찌푸리고 근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이상하네요. 이치대로라면 한기를 없애면 아무 문제 없을 텐데.”손명호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방금까지 나아지는 것 같더니 왜 눈 깜짝할 사이에 증세가 더 악화된 거지?’“명의님, 이제 어떡해요?”남궁보성이 캐물었다.“진정하세요. 제가 더 해볼게요.”손명호는 포기하지 않고 또 똑같은 방법으로 남궁은설의 한기를 제거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3분도 채 되지 않아 증상이 다시 발작했다.체내의 한기는 마치 아무리 제거해도 제거되지 않는 것처럼 자꾸만 생겨났다. 실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왜 이렇지?”손명호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그녀의 병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게 되었다.“명의님, 방금 한기를 제거하는 침술이 훌륭하긴 하나 증상만 잠시 완화시킬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어요.”그때 유진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한마디는 수많은 이들의 불만을 일으켰다.“헛소리 지껄이지 마! 네가 뭔데 나대? 네까짓 게 감히 명의님의 의술을 의심해?”홍진호가 두 눈을 부릅떴다.“그러니까 말이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어디서 큰소리를 쳐?”사람들은 저마다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손명호의 신분이 어떠한가? 그는 의학계의 존경받는 위인이자 3대 명의 중 한 분이다. 아무것도 아닌 녀석이 그런 위인을 지적할 자격이나 있단 말인가?“못 믿겠으면 한 번 더 해보세요.”유진우는 눈치 있게 딱 한 마디만 했다.“큰일 났어요. 설이의 맥박이 뛰지 않아요.”그때 도란영이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사람들도 그제야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발견했다.“명의님, 얼른요! 얼른 제 딸을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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