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호통 소리와 함께 홍진호가 위풍당당하게 걸어들어왔다.“아저씨, 신원도 확인되지 않은 저런 사람한테 설이의 목숨을 맡길 수 없어요!”“진호야, 네가 설이를 걱정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지금으로선 다른 방법이 없어. 저 사람한테 맡기는 수밖에.”남궁보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누가 방법이 없대요? 제가 누굴 모셔왔는지 보세요.”홍진호가 손을 내밀어 바깥을 가리키자 뭇사람들도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수수한 옷차림에 몸이 뚱뚱한 한 노인이 유유자적하게 걸어오고 있었다.“손명호 명의님?”노인이 나타나자마자 현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마치 꿈에 그리던 우상이라도 만난 듯 저마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눈앞의 이 자가 바로 세상을 놀라게 한 명의라고 불리는 손명호였다.침술 면에서 손명호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교수라도 명의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정도였다.“정말로 손명호 명의님이라고?”남궁보성 일행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반갑게 맞이했다. 손명호가 저녁이나 돼서야 도착할 줄 알았는데 벌써 왔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명의님, 저녁에나 오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도란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명의님이 길이 막혀서 오시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고 제가 헬기를 타고 직접 모시러 갔어요. 다행히 그래도 제때 도착했네요.”홍진호가 대답을 가로챘다.“그래그래. 역시 진호가 약삭빨라. 아저씨가 사람 하나는 제대로 봤다니까.”남궁보성이 흐뭇하게 웃었다. 손명호가 도착하니 그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과찬이십니다, 아저씨. 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건데요, 뭐.”홍진호가 자연스럽고 의젓하게 말했다.“명의님, 시간이 급박하니 제 딸 좀 빨리 살려주세요.”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던 남궁보성은 재빨리 손명호를 옥침대 앞으로 안내했다.“가주님, 저더러 치료하라고 하지 않았나요? 지금 이건 또 무슨 뜻이죠?”유진우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젊은이의 호의는 고맙지만 명의님이 왔으니 위험을 무릅쓸 필요 없어요. 그러니까 그
많은 의사들이 그를 질타하기 시작했다.“젊은이의 스승이 누구예요? 누군데 지금 이렇게 말을 함부로 하는 건데요?”손명호가 그를 이리저리 살피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지금까지 그의 의술을 의심하는 자는 없었다. 그런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의심하다니,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다.“흥! 자기 주제도 모르면서 감히 명의님 앞에서 허세를 부려? 저런 놈은 맞아야 정신을 차린다니까!”홍진호는 여전히 그를 하찮게 여겼다.“젊은이, 무슨 배짱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명의님 치료하는 데 방해되니까 이만 돌아가요!”남궁보성의 말투가 무거워졌고 인내심도 슬슬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체면을 봐줬더니 점점 기어오르네?’“내쫓을 필요 없어요. 그냥 여기서 보라고 해요.”손명호가 뒷짐을 지고 꼿꼿하게 서서 말했다.“내 의술을 믿지 않는다고 했죠? 그럼 오늘 제대로 보여줄게요!”“역시 명의님은 아량도 넓으시다니까요! 정말 대단하십니다.”의사들이 그를 한껏 추어올렸다.손명호가 이렇게까지 얘기한 이상 남궁보성도 뭐라 할 수 없었다. 결국 하는 수 없이 유진우가 옆에서 보도록 내버려 두었다.“이봐요, 괜한 걸음 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도란영이 유진우 옆으로 다가와 사과했다.“설이한테 아무 일이 없다면 현주과에 관해서는 내가 남편한테 잘 얘기해 볼게요.”유진우가 딸을 살려준 적이 있었기에 보답할 건 보답해야 했다.“고맙습니다, 사모님.”유진우의 표정도 그제야 누그러들었다.‘드디어 멀쩡한 사람이랑 얘기했네. 쉽지 않았어.’“명의님, 상황이 급박하니 얼른 가보시죠.”남궁보성이 손을 내밀며 안내했다. 손명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옥침대 옆에 앉아 남궁은설의 맥을 짚어보았다.잠시 후, 그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제 진단이 맞았다면 환자분은 차가운 체질인데다가 오랜 시간 한기가 몸에 들어온 바람에 쌓이고 쌓여서 독이 돼버렸어요. 몸속의 한기만 빼준다면 아무 일 없을 겁니다.”“명의님 말씀은 치료할 방법이 있다는 뜻인가
“네?”그녀의 말에 뭇사람들이 남궁은설의 상태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까지 나아지는 것 같던 남궁은설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졌고 눈썹에 다시 서리가 앉기 시작했다. 증상이 나아진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심해진 것 같았다.“명의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남궁보성이 미간을 찌푸리고 근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이상하네요. 이치대로라면 한기를 없애면 아무 문제 없을 텐데.”손명호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방금까지 나아지는 것 같더니 왜 눈 깜짝할 사이에 증세가 더 악화된 거지?’“명의님, 이제 어떡해요?”남궁보성이 캐물었다.“진정하세요. 제가 더 해볼게요.”손명호는 포기하지 않고 또 똑같은 방법으로 남궁은설의 한기를 제거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3분도 채 되지 않아 증상이 다시 발작했다.체내의 한기는 마치 아무리 제거해도 제거되지 않는 것처럼 자꾸만 생겨났다. 실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왜 이렇지?”손명호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그는 그녀의 병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게 되었다.“명의님, 방금 한기를 제거하는 침술이 훌륭하긴 하나 증상만 잠시 완화시킬 뿐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어요.”그때 유진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한마디는 수많은 이들의 불만을 일으켰다.“헛소리 지껄이지 마! 네가 뭔데 나대? 네까짓 게 감히 명의님의 의술을 의심해?”홍진호가 두 눈을 부릅떴다.“그러니까 말이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어디서 큰소리를 쳐?”사람들은 저마다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손명호의 신분이 어떠한가? 그는 의학계의 존경받는 위인이자 3대 명의 중 한 분이다. 아무것도 아닌 녀석이 그런 위인을 지적할 자격이나 있단 말인가?“못 믿겠으면 한 번 더 해보세요.”유진우는 눈치 있게 딱 한 마디만 했다.“큰일 났어요. 설이의 맥박이 뛰지 않아요.”그때 도란영이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사람들도 그제야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발견했다.“명의님, 얼른요! 얼른 제 딸을 살려
사람들은 눈을 부릅뜨고 조용히 유진우의 행동을 지켜봤다.누에가 남궁은설의 몸에 들어가자, 그녀의 몸에 있던 한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불과 3분 만에 차가웠던 몸은 원래대로 돌아왔다.안색을 회복하며 호흡도 안정을 되찾는 모습에 사람들은 믿기 힘들다는 눈빛으로 바라봤고 그 순간 남궁은설이 ‘벌떡’ 일어났다.“정신 차린 거야?!”명의조차도 치료할 수 없는 난치병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젊은 남자가 단번에 치료했으니,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정말 믿기 힘든 일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두 눈이 휘둥그레진 홍진호는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을 믿지 못했다.‘산골 지방의 의사가 이렇게 유능하다는 게 말이 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도윤진 역시도 말문이 막혔다. 줄곧 생각만 했던 주술이 실제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니 충격받아 경악을 금치 못했다.“독충술이 이렇게 기적적인 효과를 가져올 줄은 몰랐네요.”손명호는 두 눈을 반짝이며 혀를 내둘렀다.유진우의 이런 독창적인 방법은 의심할 여지 없이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고 줄곧 발전 없던 그의 의술은 마침내 새로운 희망을 찾은 것 같았다! “은설아! 괜찮은 거야? 어디 불편한 건 없어?”아무런 희망도 품지 않았는데 기적같이 회복한 그녀의 모습에 남궁보성과 도란영은 놀랍고 기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빠, 엄마... 이상해요. 몸에서 느껴지던 한기가 사라진 것 같아요!”남궁은설은 몸을 위아래로 만져보더니 전에 느껴본 적 없는 따듯함에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잘됐어! 다행이야!”도란영은 감격에 겨워 몸을 돌려 유진우에게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덕분에 은설이가 살아났어요. 정말 고마워요!”“얼른 일어나세요!”유진우는 재빨리 손을 뻗어 도란영을 일으켜 세웠고 그녀의 감사 표현에 몸 둘 바를 몰랐다.“방금 절 구해준 사람이 오빠예요?”유진우를 본 남궁은설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하루만에 또 다시 만나게 되다니, 이건 정말 운명이 아닌가!“은설아, 이분이
말을 마친 후 집사를 향해 손짓했다.“유 선생님, 저 따라오시면 됩니다.”“네.”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인 후 집사를 따라 한참을 걸어 마침내 의사당에 도착했다.자리에 앉은 그는 묵묵히 기다렸고 차 세 잔을 마시고서야 남궁보성이 사람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젊은이, 오늘 은설이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건 20억 수표인데 사례금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줘요.”남궁보성이 자리에 앉으며 집사에게 손짓하자 그는 수표 한 장을 건네줬다.“네?”수표를 건네받은 유진우는 이상함을 느꼈다.“마음은 정말 감사한데 전 이런 걸 원한 게 아닙니다.”“당신이 원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유 선생님한테 건네는 제 마음이 담긴 사례금이라는 거죠.”남궁보성은 찻잔을 들고 차 한 모금 마셨다.“그게 무슨 뜻이죠?”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못 알아들었어요?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건 현주과가 아니라 이 돈이란 말이죠.”남궁보성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고 유진우는 얼굴이 어두워졌다.“따님 치료하면 현주과 주신다고 저랑 약속하셨잖아요. 왜 갑자기 말을 바꾸시는 거죠?”목적을 달성하고 바로 태세 전환하는 그의 배은망덕한 모습에 유진우는 말문이 막혔다.“젊은이. 최고급 영약인 현주과는 병을 치료할 뿐만 아니라 무사 수련에도 쓰인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한마디로 아주 유용하다는 말이에요.”“그래서요?”“이런 보물을 당신한테 준다는 건 낭비나 다름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다른 사람에게 선물했어요.”“선물? 누구한테요?”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나야!”그 순간 홍진호가 의기양양하면서 성큼성큼 걸어들어왔고 그의 손에는 빨간 나무상자가 있었는데 현주과였다!“자식! 아저씨가 현주과를 나한테 줬으니까 이제 이건 내꺼야!”홍진호는 싸늘하게 웃으며 상자를 두드렸다.오늘 했던 모든 일은 수포가 되었고 그는 역시나 아무런 신분도 없는 평민에 불과했다.“남궁보성! 평판 좋게 얼굴 알리고 남궁 가문을 대표한다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비겁할 수가 있죠? 사람들의
“하하하...”달려드는 경호원들을 보며 유진우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저도 모르게 실소했다.돈 많고 권력 있는 가문일수록 체면을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뻔뻔할 줄이야.말은 바꾸며 배은망덕하게 행동하는 건 물론이고 말이 안 통하는 순간 바로 무력으로 사람을 위협하는 모습은 정말 비겁하고 파렴치하다!“남궁보성 씨! 사람을 불러온 거 보니 은혜를 원수로 갚을 생각인가 봐요?”유진우의 눈빛은 싸늘하게 변했고 그 기세는 위엄이 넘쳤다.“젊은이, 전 상황 파악 잘하고 정확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20억이면 먹고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거니까 주체 파악 좀 해요!”남궁보성의 표정은 여전히 싸늘했다.그 정도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라면 무조건 이익을 중요시한다.산골 의사인 그가 어떻게 홍씨 가문의 총애에 비할 수 있을까?“제가 주제 파악을 못하는 건지 당신들이 사람을 무시하는 건지 정말 알 수가 없네요. 당신들 손에 놀아날 호구처럼 보여요?”유진우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아저씨! 저 자식 헛소리하는 거 듣지 말고 그냥 내쫓아요!”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홍진호는 당장이라도 그를 내쫓고 싶었다.남궁은설이 유진우를 오빠라고 부르는 모습에 질투를 느꼈고 그녀는 여지껏 단 한 번도 홍진호한테 오빠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젊은이, 마지막 기회를 줄게요. 돈 가지고 여기서 나가면 오늘 일어난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남궁보성은 최후통첩을 날렸다.“저도 마지막 기회를 드릴게요. 현주과 저한테 주세요. 안 그러면 후회하게 될 겁니다!”“참! 사서 고생하네요.”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남궁보성은 홍진호를 향해 눈빛을 보냈다.“쫓아내, 죽지 않게 적당하게 손 봐.”“네!”홍진호는 사악한 웃음을 짓더니 경호원을 향해 손짓했다.“들어와서 저 사람 쫓아내! 반항하면 다리라도 부러뜨려!”“알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경호원들은 즉시 안으로 몰려들었다.“멍청한 것들!”화가 난 유진우는 물러서지 않고 그대로 경호원
유진우가 평안 의원에 돌아왔을 때 입구에는 은색의 벤틀리 한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안으로 들어가 보니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이 있었고 요염한 몸매, 고혹적인 분위기, 매력적인 웃음까지 더해지니 사람을 홀리는 구미호가 다름없었다.“선미 씨가 여긴 웬일이에요?”유진우는 깜짝 놀라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두 사람은 여러 번 만난 적이 있었고 유진우는 매번 그녀의 아름다움에 정신이 아찔했다.“당신 만나러 왔어요.”조선미는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당신이 하도 바빠서 절 만나러 못 오니까 제가 온 거죠. 설마 불편해요?”“그런 뜻은 아니었어요.”유진우는 어색하게 말을 돌렸다.“참, 비연단은 어때요? 효과 괜찮아요?”“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요!”조선미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실은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찾아온 거예요. 백령환에 비하면 비연단은 모든 면에서 훨씬 뛰어났고 세상에 나온다면 단언컨대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예요.”“정말요? 잘 됐네요.”유진우는 웃으면서 그녀의 말에 답했다.“자, 여기 계약서 한번 살펴보세요.”조선미는 가방 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줬다.“계약이요?”유진우는 다소 의아했다.“비연단은 당신이 제공한 처방전인데 그걸 제가 아무런 말도 없이 빼앗아 가는 건 안 되잖아요? 우리 손잡아요. 비연단으로 인해 생긴 수익의 반을 나눠드릴게요.”“선미 씨, 그럴 필요 없어요. 저한테는 아무런 효과 없으니 비연단이 선미 씨한테 도움이 됐다면 그걸로도 충분해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바보예요? 돈을 준다고 하는데 왜 거절해요?”조선미는 그를 째려봤다.“나눠드린다고 하면 그냥 받아요. 거절하면 밤새 생각나서 잠도 못 잘 것 같으니까.”“그럼 알겠어요...”유진우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서에 사인했다.“아, 맞다... 선물 하나 준비했어요.”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은 유진우의 호기심을 자아냈다.“선물? 뭐요?”“일단 눈 감아 봐요.” “네.”유진
잠깐 침묵이 흘렀다.입가에 남아있는 향에 입술을 만져본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대낮에 이게 정말 무슨 일인가?“흥!”입구에서 갑자기 싸늘한 콧소리가 들려오자, 유진우는 고개를 들었고 마침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나는 낯익은 뒷모습이 보였다.차에 올라탄 이청아는 ‘부릉’ 페달을 밟더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방금... 청아 씨였어요?”조선미는 익살스럽게 웃으며 답했다.“그런 것 같아요.”유진우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얼른 따라가서 설명이라도 해요.”조선미가 떠보듯 물었다.“이혼한 마당에 무슨 설명을요? 그리고 제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요.”“그건 맞아요.”당당한 그의 모습에 조선미는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하긴, 넌 이제 내 남자니까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지.’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또 한 대의 차가 문앞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배불뚝이 손명호가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엇! 손명호 선생님이 여기는 왜 오신 거죠?”조선미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손명호는 명의로서 명성이 자자했고 침구 의술에서는 3대 거물 중의 으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유진우 씨, 역시나 이곳에 계셨군요!”안으로 들어온 손명호는 재빨리 주위를 살폈고 유진우를 발견한 순간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선생님이 이곳에는 어쩐 일이세요?”유진우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진우 씨가 오늘 독충으로 병을 치료한 걸 보고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어요. 한 수 배우고 싶어서 이곳까지 찾아왔는데 혹시 가르쳐줄 의향이 있으신가요?”겸허하게 조언을 구하며 가르침을 청하는 그의 모습에 조선미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의학계의 거물이자 남북 모든 지역의 명의인 그가 유진우에게 조언을 구하다니? 실화야?’비록 유진우도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단 걸 알고 있었지만, 손명호가 그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전 선생님의 후배입니다. 제가 어떻게 감히 선
“응?”유진우의 시선이 느껴지자 문관옥은 밀려오는 불안함에 눈꺼풀이 떨렸다.조금 전, 백호랑이 시간을 끄는 틈을 타 그는 이미 단약을 삼켜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체력 역시 회복하고 있었다.몇 분 정도 지나자 상처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금세 사라졌고 체력도 빠르게 돌아왔다.그 반면, 유진우는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 엄청난 체력을 소모했을 것이다.이제 역전된 기세에 문관옥은 어쩌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문관옥은 더 자신감을 얻었다.물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러 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비겁한 방식일지라도 단독으로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나았다.“영웅 여러분, 유진우의 기력이 거의 다 소진되었을 겁니다.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치기만 한다면 분명 죽일 수 있을 겁니다.”문관옥이 큰 소리로 외쳤다.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유진우의 모습은 문관옥의 말처럼 체력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유진우에게 무모하게 덤비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백호랑이 데리고 온 군사들의 시신은 아직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광경은 피로 새겨진 교훈이었다. 그 누가 감히 선뜻 나설 수 있을까?“오늘의 임무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리스크가 있어야만 성공이 따르는 겁니다. 저놈만 죽이면 여러분들은 평생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문관옥이 차분한 말투로 사람들을 유혹했다.그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더니 각자의 얼굴에 의욕이 넘쳤다.유진우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은 혼자일 뿐이었고 방금 몇 차례의 전투를 통해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을 것이다.그들이 힘을 모아 공격하기만 한다면 승산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죽는 게 무섭지 않다면, 어디 한 번 앞으로 나와 봐.”유진우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자 사람들은 놀란 기색으로 뒷걸음질 쳤다.조금 전의 혈투를 똑똑히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려움으
“윽...”그때 문관옥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피를 내뿜었다.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손에 든 빙화검을 바닥에 꽂아 가늘게 떨리는 몸을 지탱했다.마지막 공격에서 문관옥이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뭐라고요?”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경악했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어 하는 모습이었다.‘문관옥이 졌다고? 말도 안 돼!’문관옥은 4대 군신들의 우두머리였고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싸워왔었다.방금 공격에서 보여준 건 대 마스터가 되어야만 쓸만한 기술들이었다.‘그런 고수가 어떻게 질 수 있어? 유진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문관옥도 이길 수 없을 만큼?’“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문관옥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그가 전력을 쓴 공격도 쉽게 막아냈으니 말이다.문관옥은 유진우를 쉽게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다쳐버렸다.‘정말 말도 안 돼!’‘어떻게 된 거지? 유진우는 분명 사라진 지 10년이나 지났어. 서경왕부의 도움이 없는데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갖춘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내가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약한 거야. 제대로 된 싸움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할 만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문관옥은 이를 악물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피를 뿜었다.“4대 도련님 중에서 네가 최약체 아니야?”유진우가 말했다.실력으로만 봐서는 천하회의 한비영이 문관옥보다 훨씬 나았다.“날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화가 난 문관옥이 명령했다.“백호랑! 내 명을 들어. 당장 이놈을 죽여!”“돌진!”명령을 받은 백호랑들은 칼을 들고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이 백호랑들은 모두 문관옥이 정성껏 길러낸 호위무사들로 충성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실력도 강했다.물론 그도 백호랑이 정말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공격하라고 명령한 건 시간을 끌면서 유진우의 기력을 소모하기 위해서였다.이번 작전에 참여한 세력들은
“대 마스터...문 도련님의 한 방은 분명 대 마스터에 버금 가는 실력입니다!”채지웅은 그를 올려다보며 놀라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유진우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문관옥이 더 강할 줄은 몰랐다.‘마스터의 경지로 대 마스터의 실력을 발휘하다니... 말도 안 돼. 역시 천교는 다르다는 건가?’“이런 기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온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노윤하는 입을 딱 벌린 채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고수라고 생각했지만 문관옥 같은 고수 앞에서 자기는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너무 대단하시네요. 제 실력이 문 도련님 절반이라도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사호문 제자들도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경외심을 느꼈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문관옥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인제야 그들은 마침내 천교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깨달았다.“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문관옥이 칼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스텝을 밟고는 칼을 들어 앞으로 찌를 뿐이었다.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지만 화려한 테크닉도 없는 그저 단순한 공격이었다.그러나 문관옥이 들고 있는 거대한 칼날에 비하면 유진우는 코끼리 앞에 선 개미처럼 작고 약해 보였다. 입김만 불어도 부서질 듯이 말이다.“죽어!”유진우가 정면으로 맞서자 문관옥은 칼을 든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그리고는 양손에 칼을 꼭 쥐고 아래로 내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의 칼끝이 무관옥의 칼날을 정확하게 찔렀다.순간, 공포스러운 파동이 하늘 높이 치밀어 오르더니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에 있던 꽃과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렸고 바닥마저도 한층 벗겨져 버렸다.관전하는 무사들도 쓰러져서 곤두박질쳤다.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서야 무사들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에 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구덩이 안에는 흑백의 그림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흰색은 유진우였고 검은색은
문관옥의 맹렬한 기세에 유진우는 그저 검으로 막아내기만 했다. 그리고는 그저 문관옥이 마음껏 공격하게 내버려두었다.하지만 그것이 사람들 눈에는 문관옥이 계속 유진우를 누르고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보였다.계속해서 공격한다면 문관옥이 곧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문 도련님께서 익힌 기술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공격하면 할수록 위력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이 싸움을 보니 유장혁이 더 이상 당해 내지 못할 것 같네요...”“천재라고 하길래 뭐 얼마나 대단하나 했는데... 결국 문 도련님 같은 천교를 당해낼 수 없잖아요!”“문 도련님 파이팅입니다! 유진우를 죽여버려요!”기세등등하게 공격을 이어 나가는 문관옥을 보며 그들은 놀라워 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일부 사호문 제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죽여라! 죽여라!”문관옥은 미친 듯이 웃으면서 손에 든 칼을 점점 더 빨리 휘둘렀다. 그러면서 기세도 점점 더 거세졌다. 그의 공격은 마치 바람에 소나기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유장혁, 아까는 그렇게 건방지더니... 왜 지금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막지만 말고 반격해 봐! 공격해 보라고!”“왜 방어만 하고 있어?”“설마 두려운 건 아니겠지?”“전에는 그렇게 멋있고 대단하던 사람이었잖아. 지금은? 겨우 내 공격을 버티고 있는 주제에!”“그러면서도 천재라고? 웃기지도 않아!”“너한테 그럴 자격 따위 없어!”“어때? 내 실력이 느껴져? 많이 무섭지? 절망적이지?”“안타깝지만 오늘은 아무도 널 구해줄 수 없어!”문관옥은 공격하면서도 계속 비아냥거리는 말을 해댔고 유진우로 하여금 절망을 느끼게 하려 했다.하지만 그의 꼼수에 유진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사실 그는 문관옥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문관옥은 대단하지만 유진우보다는 약했다.다른 조직이 아닌 호룡각이었기에 유진우는 겨우 이 정도의 사람들만 보냈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는 분명 다른 고수
문관옥의 무기는 빙화검이라는 칼이었는데 전설적인 3대 검 중 하나였다.이 칼은 위력이 셀 뿐 아니라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때론 한기가 엄습하고 때론 화염이 치솟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두 속성 모두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이 강할 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문관옥은 앞으로 돌진하면서 빙화검을 칼집에서 꺼냈 다.뜨거운 붉은 불꽃이 순식간에 칼날 전체를 뒤덮었다. 불길이 마치 짐승처럼 포효하는 듯했고 칼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땅의 화초들이 검게 타들어갔다.“화염 첫 번째 기술!”문관옥이 손목을 살짝 움직이더니 화염을 내뿜는 긴 칼을 높이 쳐들고 허공을 가르며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굉음이 울려퍼졌다.화염에 휩싸인 긴 칼이 갑자기 폭발하여 거대한 칼날이 허공에 떠서 형성되었다.칼자루는 길이가 십여미터쯤 돼 보였고 너비는 3미터 쯤인 것 같았다. 주위에는 불꽃이 감돌며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언뜻 보기에는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칼날이 유진우을 향해 이렇게 무겁게 내리꽂히는 듯했다.“너무 무서운데요? 이게 문 도련님의 실력이였군요. 역시 강하세요.”“맞아요, 역시 도련님이세요. 거의 마스터 수준아닌가요?”“문 도련님 같은 분만이 유진우와 겨룰 수 있죠.”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칼날을 보고 있자니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을 나타냈다.비교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었지만 경원종 고수들의 공격과 비교해 보면 문관옥의 공격은 차원이 달랐다.이게 바로 일반 고수들과 천교의 차이였다.“검!”유진우가 이렇게 말하자 땅에 떨어졌던 청하검이 그대로 10여 미터 거리를 날아오더니 유진우의 손에 쏙 들어왔다.유진우는 한 손으로 검을 들고 머리 위에 꽂혀지는 불꽃을 살짝 건드렸다.그러자 하얀 빛이 순식간에 검을 뚫고 나와 빙화검의 불꽃에 세게 부딪쳤다.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두 칼날이 마주쳤다. 그 찰나, 땅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에너지가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마다 온통 난장판이었
펑!여기저기로부터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위력이 넘치는 번개들은 유진우의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 속에 빨려 들어갔고 바람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칼날은 전부 터져버려 모양을 유지할 수 없었으며 날카로운 얼음덩이들은 순식간에 물로 녹아버렸다.경원종의 모든 공격은 전부 무력화 되고 말았다.그뿐만 아니라 비연교 제자들의 암기들도 반사되어 공중에서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려오며 사방에서 땡그랑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이럴 수가.”오행 진법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채지웅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경원종의 다른 고수들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금방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한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으니 현재 기진맥진한 그들은 독 안에 든 쥐와 다름이 없었다.“도망가야 해! 얼른 도망가야 해!”노윤하가 소리를 지르며 허겁지겁 줄행랑을 놓았다.유진우의 손바닥 그림자에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 같은 강렬한 위기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의 공격은 일반 마스터가 다다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으니 유진우는 이미 대 마스터의 문턱을 밟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펑!흰색의 손바닥 그림자가 곧장 따라와 사방을 휩쓸자 미처 피하지 못한 경원종의 고수들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가까이에 있던 사호문 제자들은 상황파악도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뒤에 숨어서 암기를 날리던 비연교 제자들도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유진우가 만들어낸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는 도살장의 분쇄기처럼 그곳에 남아있는 적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버렸다.지금 이곳은 지옥이 다름없었다.이곳저곳에서 피가 튕기고 산산조각이 난 시체들이 떠다녔다.바닥이 새빨간 피에 물들여져 피로 된 길고 긴 길을 만들어냈다.손바닥 그림자가 유유히 사라지자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경원종에서는 채지웅 혼자 살아남고 전멸했다.채지웅은 바닥에
전에는 경원종이 자기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방금 경원종 고수가 쓰는 진법을 보고 나서야 그들은 비로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경원종이 명불허전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채 종주님, 경원종의 오행 진법을 보니까 정말 눈이 번쩍 트이네요. 우리가 도울 필요도 없어 보여요. 경원종 혼자서도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요!”노윤하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와 채지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공로를 빼앗을 수 있을꺼 생각했었는데 사호문 문주가 죽고 나니까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유진우도 정말 대단하긴 해요. 오행 진법을 쓰지 않았더라면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채지웅은 두 손을 짊어지고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물론입니다. 그래도 오행 진법에 의해서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만할 수 있어요. 그만큼 그자가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는 의미니까요.”도금칼과 이화검 모두 유진우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그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오행 진법이 변화무쌍한 진법이어서 다행이었다. 하늘과 땅의 힘을 빌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채 종주님, 공로를 세우셨으니 돌아가시면 반드시 큰 상을 받게 될 겁니다. 그때 가서도 저희를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노윤하가 요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노 교주님 걱정 마세요. 저희 경원종이 상을 받게 된다면 비연교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채지웅은 들뜬 마음으로 직접 다짐했다.“채 종주님께 감사드립니다.”노윤하가 공손하게 말했다.두 사람이 승리를 축하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돌멩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돌멩이들은 온 지면을 뒤덮으며 굉음을 냈다.순간, 산더미처럼 쌓인 돌덩어리가 폭발하는 것이었다.누군가가 돌멩이들 사이로 날아올라 하늘로 솟구치는 것이었다.그는 수십 미터 상공으로 날아오르고 나서야 다시 천천히 바닥에 착지했다.아니나 다를까 흙을 헤치고 나온 유진우였다.“뭐? 안 죽었다고?”조금도 다치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다섯 자루의 검을 보면서도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려 위로 치켜올릴 뿐이었다.쾅!강력한 에너지가 손바닥에서 폭발하더니 빠른 속도로 그 이화검들을 삼켜버렸다.펑!다섯 발의 폭음과 함께 다섯 개의 이화검이 폭죽처럼 동시에 터지며 하늘의 불꽃이 되어 바람에 흩날려갔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채지웅이 깜짝 놀라면서 중얼거렸다.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서로 마주 보며 놀라워했다. 이화검의 순발력과 파괴력은 도금칼보다 훨씬 뛰어난 데다가 그들은 방금까지 전력을 다해서 그를 공격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의 예상대로 유진우가 이 살인을 막아냈더라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하지만 유진우는 멀쩡할 뿐만 아니라 이화검의 공격도 손쉽게 피했으니 말이다.그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계속해! 마법진 변경!”채지웅은 깜짝 놀랐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오행 진법은 변화무쌍하여 7가지 공격방법이 있었다. 이화검도 안 되면 또 다른 공격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는 유진우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약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곤지함!”채지웅은 손목을 바들바들 떨면서 황토색 부적 한 장을 꺼내 바닥으로 내리쳤다.나머지 고수들도 그를 따라서 부적을 바닥에 내던졌다.펑!황토색 부적 다섯 장이 땅에 떨어지면서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진우가 서 있는 지면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빠른 속도로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 주위 10미터 반경의 땅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더니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유진우는 반응할 틈도 없이 깊은 구덩이에 빠져버렸다.“곤산붕!”그 순간, 채지웅은 즉시 진법을 바꿔버렸다.그는 방금 생긴 깊은 웅덩이를 빠른 속도로 메꿔버렸고 눈 깜짝할 사이에 유진우는 완전히 생매장당했다.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며 진법으로 큰 바위들을 옮겨와서 유진우가 생매장된 곳을 막아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는 산처럼 쌓여버렸다.생매장된 유
독성을 가지고 았는 다트는 마치 비 내리듯 끝없이 유진우를 향해 쏟아졌다.순식간에 유진우가 모두의 타깃으로 되었다.“마법진!”다트들이 떨어지려고 할 때 채지웅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그 후 경원종 고수들은 몇 명이 즉시 뿔뿔이 흩어져 유진우 곁에 원 모양으로 둘러섰다.그들 손에는 어느새 금색 부적 한 장이 들려 있었다.“도금칼!”채지웅은 명령과 함께 손에 든 금색 부적을 내던졌다.유진우를 에워싸고 있던 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즉시 부적을 내던졌다.다섯 장의 부적이 유진우를 향해갔다.곧이어 기괴한 장면이 발생했다.하늘하늘하던 부적에서 순간 빛이 크게 번지더니 다섯 자루의 거대한 금색 칼로 변해 유진우를 찌르려 하는 것이었다.그 칼은 아주 날카롭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으며 파괴력이 강해 보였다.무도 마스터라도 감히 정면으로 맞서지 못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칼이었다.그리고 이 마법진은 경원종의 오행 진법으로 변화무쌍한 데다가 위력이 무궁무진한 진법이었다.또 다섯 사람이 힘을 합쳤기에 실력이 배로 늘어났을 것이었다.죽음에 가까워진 상황이 아니면 결코 쉽게 쓰지 않는 진법이었다.하지만 유진우를 죽이기 위해 경원종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질질 끌지 않고 한 방에 죽여버릴 생각이었다.“고작 이것밖에 못 하나요?”다섯 자루의 금빛 검을 본 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안색을 바꾸지 않고 발을 한 번 굴렀다.흰색 진기가 몸에서 터져 나와 타원형의 보호막을 만들어 주었다.그 보호막은 유진우를 감싸고 있었다.철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다섯 자루의 금빛 검이 유진우의 보호막에 부딪혔다. 그러자 그 검들이 순식간에 부서지더니 빛이 되어 흩어지는 것이었다.결국 유진우는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았다.“응”채지웅은 미간을 찌푸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오행 진법의 도금칼은 날카롭기로 유명한 무기였다.하지만 유진우의 보호막조차 뚫지 못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마법진 변경!”채지웅은 주저하지 않고 즉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여 진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