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려준 그녀의 구원자의 모든 챕터: 챕터 161 - 챕터 170

1132 챕터

제161화 창피를 당한 홍 씨 가문

홍교은은 고개를 홱 들더니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성연신에게 물었다.“지금 뭐라고 한 거야?”“귀가 안 좋으면 몇 번 더 말해줄게.”성연신이 싸늘하게 웃으며 또박또박 대꾸하자 홍자덕이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언성을 높였다.“연신아, 교은이가 잘못을 저지른 건 맞아. 하지만 너도 너무한 거 아니야?”하나뿐인 딸에게 무릎을 꿇으라는 건 홍 씨 가문에게 더할 나위 없이 창피한 일이기에 소문이라도 나면 그들은 금관성에서 더 이상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이다.성수광도 왠지 너무한 것 같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꼭 그 여자를 이렇게 감싸고 옹호해야 돼? 대체 그 여자가 나보다 나은 게 뭐야? 왜 그 여자를 위해서 나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우린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죽마고우잖아!”“네가 먼저 거짓말로 지안 씨를 모함하고 계속 시비를 걸었잖아. 내 사람이 그렇게 만만해 보여?”홍교은은 내 사람이라는 말에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고 성연신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치켜든 채, 빨갛게 충혈된 두 눈으로 소리를 질렀다.“심지안 그 여자가 뭐라고! 난 절대 그 여자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어!”무릎을 꿇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나이가 어리다고 까부는 심지안의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녀는 그 얼굴만 없으면 성연신이 더 이상 심지안을 옹호하고 지키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홍자덕은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성연신을 보며 말했다.“여자 하나를 위해 우리 홍 씨 가문의 존엄을 발로 짓밟겠다고 하면 우리도 더 이상 이곳에 남아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교은아, 가자.”홍교은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성연신을 바라보다가 아버지와 함께 떠나려 했지만 성연신은 전혀 막을 생각이 없어 보였으며 되려 여유롭게 기지개를 켜면서 말했다.“그럼 이제부터 성 씨 가문과 홍 씨 가문의 비즈니스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겠네요. 안 그래도 매년 적자였는데.”성수광은 손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한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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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통째로 뽑아버리다

성수광은 홍자덕이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성연신도 그를 난감하게 만들게 한 건 사실이었다.비가 그치자 노을이 창문을 통해 성연신의 얼굴에 비췄다. 그는 언짢은 표정으로 성수광을 힐끔 쳐다보았다.체면을 살리는 와중에 돈은 잃기 싫다는 건데, 그럼 좋은 일은 할아버지가 쏙 하고 나머지 더러운 뒤처리는 그에게 던져버리겠다는 건가?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할아버지, 연신 씨!”이때, 맑고 고운 목소리가 위층에서 들려왔고 성연신이 고개를 들어보니 심지안이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실실 웃고 있었다.“저 다 씻었어요.”성연신은 그녀의 환한 미소를 보자 조금 전까지 차올랐던 짜증이 치유되는 듯했으며 점차 평정심을 되찾았다.심지안의 부름에 성수광의 신경은 전부 그녀에게 쏠렸다.“우리 손자며느리 의사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어?”“아무 문제 없다고 하셨어요.”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성연신 곁에 서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 정도만 해요. 홍 씨 가문에서 돌아가신 분까지 들먹였잖아요. 더군다나 사과를 하는 태도도 나쁘지 않으니까 이제 할아버지 체면을 좀 지켜줘요. 이 일 하나로 상대방과 개싸움을 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천천히 해요. 정 안 되면 제가 앞으로 홍교은 저 여자 심기를 더 많이 건들면 되죠. 그렇다고 홍교은이 사고 칠 때마다 홍교은 아버지가 감정을 호소하지는 않겠죠.”위에서 몰래 엿들으면서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다. 성연신은 홍교은이 심지안을 괴롭힌 일로 홍 씨 가문과 사업적으로 완전히 끊으려고 했고 그 첫 단계가 바로 홍성준을 무너트리는 것이었다.그렇게 되면 거액의 모델료를 거절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계약도 해지할 수 있었다.솔직히 심지안은 성연신이 진심으로 자신의 편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서운하긴 했다. 그녀는 보호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었으며 걱정이 없는 순수한 어린이가 되고 싶었다. 나중에 이런 사람이 나타나길 바라지만 그 사람이 성연신은 절대 아닐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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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얼른 아이나 낳아

”참나, 네놈이 꽤 인기가 있나 보네. 근데 전혀 걱정할 거 없어. 저 여자들은 이놈의 외모만 좋아할 뿐이야. 몇 년 지나서 이놈이 살이 찌고 배가 나오면 아무도 너와 이놈을 빼앗는 사람은 없을 거야.”성수관이 감개무량한 듯 말하자 심지안이 성연신의 팔을 놓으며 깔깔 웃었다.“할아버지, 연신 씨는 절대 살이 찔 리가 없을 거예요. 맨날 아침마다 러닝하고 저녁에는 강아지 산책까지 시켜요. 운동량이 어마어마해요.”저 정도로 철저하게 자아 관리를 하다니. 앞으로 어떤 여자가 저런 저 남자를 길들이게 될지 너무도 궁금했다.한편, 성연신은 허전해진 팔을 보며 기분이 언짢았으며 왠지 이 여자가 홍교은에게 약 올리기 위해 일부러 그를 이용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성수광이 말을 더 하려고 하던 순간, 성연신이 홀로 위층으로 향했다.“너 어디 가?”성수광이 큰소리로 부르자 성연신의 기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심지안이 성수광을 보며 다정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연신 씨가 회사에 바쁜 일이 있는 거 같은데 일이나 하라고 해요. 제가 할아버지 말동무가 되어드릴게요.”“그래, 그래. 저놈은 신경 쓰지도 말자고. 맨날 썩은 표정을 누가 보고 싶어 한다고.”한편, 씻고 나온 성연신은 가운을 걸치고 서재로 향했다. 성인이 되어 외국으로 떠난 뒤부터 매년 저택에 오는 횟수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성수광은 여전히 매일 하인들에게 그의 방을 깨끗하게 청소하라고 시켰다. 이걸로 봐서는 성수광이 그의 손자에게도 신경을 많이 쓰는 듯했다.바로 이때, 정욱이 노크를 하며 서재로 들어섰고 창가에 서서 밖에 내리는 비를 쳐다보며 따듯한 커피를 마시던 성연신이 입을 열었다.“조사는 어떻게 됐어?”“유일하게 의심되는 사람이 회사 직원 장흥수입니다. 그날 저녁 야근할 때 장흥수만 심지안 씨와 함께 있었습니다. 장흥수가 배달 음식을 시키자고 제안했고 심지안 씨는 배달 기사를 가장한 보디가드에게 속아 따라 나간 겁니다.”“해고해.”“알겠습니다. 저기… 대표님, 오늘 밤 심지안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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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날 좋아하게 된 거예요?

심지안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처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오 아주머니가 보신탕 한 그릇을 건네며 다정하게 말했다.“사모님, 올라가서 도련님과 함께 드세요.”“네... 그럴게요.”심지안은 성수광의 말에 어떠한 반응도 하지 못한 채 보신탕을 들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그때 성연신은 이미 침실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있었다.심지안은 문 앞에 서서 일찌감치 침대를 선점한 성연신을 멍하니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젠장, 난 바닥에서 자라는 거네. 어쩔 수 없지. 바닥에 카펫이 깔려있으니 너무 딱딱하진 않을 거야.’“이건 오 아주머니께서 우리한테 마시라고 준 보신탕이에요.”성연신이 이마를 쿡쿡 누르며 말했다.“난 됐어요. 언제 잘 거예요?”“그럼 내가 몇 모금 마실게요. 그러고 나서 자려고요.”심지안은 오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뚜껑을 열고 숟가락으로 음식을 작은 그릇에 덜었다.오미자, 양고기, 마, 부추... 영양을 가득 함유한 식자재들이 꽉 채워져 있었다...심지안이 화들짝 놀라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영양이 너무 지나쳐 코피를 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이다.그녀는 보신탕을 옆쪽으로 밀어놓은 뒤 베개와 소파 위 담요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자리에 누웠다.“심지안 씨!”성연신이 못마땅한 얼굴로 소리쳤다.“네?”“당장 침대 위로 올라와요!”심지안은 반신반의한 얼굴로 베개를 성연신의 옆에 내려놓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바닥에서 자려고요?”그의 이마에 시퍼런 핏줄이 선명하게 서렸다.“같이 침대에서 자요.”심지안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녀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내가 만질까 봐 두렵지 않아요?”심지안이 알몸인 채로 눈앞에 서 있을 때에도 무반응이었던 그다. 오늘은 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한 침대에서 동침을 하자고 제안한단 말인가. 설마 정말 어르신의 성화에 못 이겨 그 뜻을 따르려고 하는 건가?“내가 언제 두렵다고 했어요. 난 그저 지안 씨가 수치심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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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특별한 존재

그 질문에 어둠 속 성연신의 얼굴에 어색함이 스쳐 지나갔다.“으흠. 지안 씨가 하는 걸 봐서요.”“흥.”심지안이 숨을 한 번 들이쉬고는 입을 열었다.“혹시 날 좋아하게 된 거예요?”이 가능성을 제외하곤 성연신이 이러는 이유를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성연신은 화들짝 놀라며 반박했다.“아니에요.”그는 그저 심지안에게 기회를 한번 주고 싶었을 뿐이다.“그럼 왜 갑자기 나와 가까워지려는 건데요?”“닥치고 잠이나 자요!”“...”심지안은 말문이 막혀버렸다.두 사람의 첫 동침이었지만 심지안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어쩌면 오늘 너무 피곤했던 탓에 곧바로 잠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알고 보니 심지안은 얌전히 누워 자는 타입이 아니었다. 한동안은 곰처럼 성연신의 몸에 엎드려 자다가 한동안은 팔다리를 그의 몸에 척 올려놓기도 했다. 급기야 곤히 잠들어있던 성연신을 잠에서 깨웠다.성연신의 뜨거운 시선이 아무것도 모른 채 꿈나라를 헤매고 있는 심지안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한차례의 격렬한 투쟁을 벌인 끝에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품 안에서 심지안을 밀어냈다.심지어 중간에 베개를 세워놓기도 했다.다음 날 아침.심지안이 깨어났을 때 그녀의 옆자리는 이미 텅 비어있었고 대신 베개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이건 그녀가 싫단 뜻인가?그럼 왜 어젯밤엔 그녀를 끌어안고 그런 말을 내뱉었단 말인가.심지안은 고민할수록 머리가 지끈거려 곧바로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 버렸다.씻고 아래층으로 내려온 심지안은 잠을 푹 잘 잤는지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반면 성연신의 얼굴엔 다크서클이 코끝까지 내려와 있었다.1층에서 새에게 먹이를 먹이고 있던 성수광이 그 모습을 보고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역시 내 손자야. 설마 밤새 한 건가?’심지안은 그런 그의 생각을 알지 못한 채 오 아주머니로부터 따뜻한 우유를 받은 뒤 할아버지에게 건넸다.“할아버지, 아침 식사하셨어요?”“난 이미 먹었으니까 너희들끼리 먹어. 몸보신 해야지.”“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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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본래 그녀의 소유였던 남자를 빼앗아오다

심지안이 환히 웃음을 지었다.“알았어요. 퇴근 후에 선물을 사러 갈게요. 생일을 어떻게 보낼 생각이에요? 할아버지한테 갈 거예요?”“우리 둘이서만 보내요.”그녀가 흠칫 놀라며 말했다.“네. 알겠어요.”내일은 성연신의 생일이고 이틀만 더 지나면 월말이 된다.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어느덧 곧 재판 날짜가 다가오니 말이다....보광 중신 계획팀.매일 아침 열리는 부서 회의가 시작되었다.오늘 김인정이 엄숙한 얼굴로 사람들에게 장흥수의 해고 사실을 알렸다.“왜 그렇게 된 거예요?”“어젯밤에도 야근하는 걸 봤는데 이렇게 갑자기요?”“최근 프로젝트도 장흥수 씨가 맡았잖아요.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이렇게 심각한 거예요?”김인정이 고개를 저었다.“저도 잘 몰라요. 상부에서 내린 결정이에요.”오늘 아침 경비원이 올라와 장흥수의 물건을 정리해 가져가기도 했다.심지안이 잠시 고민하다가 성연신에게 문자를 보냈다.「장흥수 씨 말이에요. 홍교은의 사람이에요?」얼마 지나지 않아 성연신으로부터 답장이 도착했다.「네.」어쩐지...어젯밤 화장실에 가는 시간을 절묘하게 맞추더라니.홍교은은 성연신을 오랫동안 좋아해 왔으니 보광 그룹에 자신의 눈과 귀가 되어줄 사람을 매수해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심지안은 더이상 이 일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일에 집중했다.그때 김인정이 그녀를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상부에서 건월 쪽과의 협력을 중지하라는 통보가 내려왔음을 전했다.심지안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말했다.“그럼 위약금은 누가 내는 거예요?”김인정이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내 생각엔 연설아예요.”“... 아마도 그렇겠네요.”잘 진행되어가던 사업을 망쳐버렸으니 연설아는 그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심지안은 오후 한가해지자 반차를 내고 진유진과 함께 성연신의 선물을 사러 가기로 결정했다.두 사람은 고급 백화점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진유진은 꽤 많이 좋아진 듯한 모습이었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에 운동복 반바지를 입은 모습이 무척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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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심지안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홍씨 가문 전체를 묻어버릴 거야

성연신은 회의가 시작된 지 20분이 지난 뒤 간결하게 몇 마디 말하고는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그 후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뒷문으로 나가 회의장을 떠났다.그는 차에 오른 뒤 손목을 내려다보며 시간을 확인했다.7시가 훌쩍 넘어있었다.심지안이 집에 돌아올 시간이었다.그는 심지안이 오후 반차를 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 무슨 선물을 사 올까.“정욱, 중정원으로 가.”“네. 대표님.”정욱이 엑셀을 밟았다가 곧바로 돌연 브레이크를 밟았다.홍교은이 두 팔을 벌리고 차 앞을 막아선 것이다. 그녀가 뒷좌석에 앉아있는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내려와. 너한테 할 말이 있어.”정욱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는 성연신을 힐끗 보고는 이마를 찌푸리며 차 창문을 내렸다.“홍교은 씨, 다음날 얘기하세요.”“안 돼요. 난 지금 말해야 해요.”“하지만 대표님께선 오늘 바쁘십니다...”“일보다 내가 더 중요해요.”“... 홍교은 씨, 저와 장난하지 말고 돌아가세요. 대표님도 집에 돌아가셔야 해요.”홍교은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집에 가도 아무도 없을 텐데 가서 뭘 해요.”그때 성연신이 고개를 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야. 내가 차에 타는 걸 허락해 주면 그 멍청한 년을 만나게 해줄게.”“올라와.”홍교은이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차에 올라타 그의 옆에 앉았다.“심지안 씨는 어디에 있어?”“일단 나랑 술 마시러 가자. 그럼 알려줄게.”성연신의 눈동자에 분노가 스쳐 지나갔다. 그가 정욱에게 명령을 내렸다.“그 사람한테 전화해.”그 사람이란, 당연히 심지안을 가리켰다.정욱이 핸드폰을 찾아 몇 번이나 전화를 해보았지만 모두 상대의 핸드폰이 꺼져있다는 신호음만 들려올 뿐이었다.“대표님,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성연신이 손가락 관절을 뒤틀며 차갑게 쏘아붙였다.“마지막 기회니까 말해. 어디에 있어?”“알 생각하지 마. 하루 동안 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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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심지안은 너 때문에 죽은 거야

끝났다. 이제 그녀는 곧 죽는다.틀림없이 홍교은일 것이다.그야말로 미친 여자다.남자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르다니.물이 차가움에도 불구하고 몸이 아직 얼어붙지 않은 걸 보니 물 안에 묶인 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미 가슴까지 잠겼고 물이 차오르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만약 성연신이 빠른 시간 안에 그녀에게 변고가 생겼음을 알게 된다면 한 가닥의 살 희망이 생기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의심의 여지 없이 목숨을 잃게 된다.심지안은 한동안 울고 난 뒤 자신에게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애써 다그쳤다.마지막 순간이 오기까지 그녀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아직 더 살고 싶었다.심지안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살려주세요. 누구 없어요?”“저 물 안에 있어요. 이 소리가 들린다면 절 구해주세요!”“...”시간이 멈춘 듯한 침묵이 흘렀다.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공허한 메아리 소리만 커다란 저수지에서 울려 퍼질 뿐이었다. 심지안은 고개를 숙이고 밑을 내려다볼 수도 없었다. 갑자기 물 안에서 무서운 괴물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그녀는 체온이 떨어져 얼굴이 창백해졌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그녀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멈추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짧디짧은 15분이라는 시간 동안 수위는 이미 목까지 차올랐다. 이따금 튀어 오르는 물보라는 숨까지 턱턱 막혀오게 만들었다.심지안은 이제 입술이 진보라색으로 물들었고 몸은 이미 얼어붙어 감각까지 사라져버렸다. 조금 전 깨어났던 의식이 또다시 짙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 것만 같았다.정말 이렇게 죽는 걸까?하지만... 그녀는 이틀 뒤면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그녀는 아직 엄마가 남겨준 혼수를 가져오지 못했다. 설사 죽는다고 해도 심씨 집안이 이득을 보게 할 수는 없다.그리고 성연신이 그녀에게 찾아준 변호사... 그 드높은 변호사 비용을 아직 돌려주지도 못했다...그녀는 죽어서까지 그에게 빚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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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28살의 어린아이

성연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온몸이 흠뻑 젖어버린 심지안이 그를 향해 웃고 있었다. 준수한 눈썹에 새하얀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미모엔 조금의 영향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청초함을 더 가미시켰다.성연신은 멍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순간 온몸을 경직시켰던 긴장의 끈이 드디어 느슨해졌고 심장을 파고들었던 공포감이 천천히 자취를 감추었다.살아있으면 됐어...그가 외투를 벗어 그녀를 감싸고는 더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도망쳐 나온 거예요?”심지안이 옆에 서 있는 홍자덕을 가리켰다.“저분이 절 구해줬어요.”홍교은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소리쳤다.“아빠, 대체 왜 제 계획을 망가뜨린 거예요!”“너 네가 무슨 한 건지나 알아?!”홍자덕이 분노했다.“저 사람이 오늘 정말 죽었다면 넌 살인범이 돼. 그럼 네 인생은 끝나는 거야!”그는 어젯밤 자신의 딸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무슨 일을 저지를까 봐 노심초사했다. 그녀가 심지안을 익사시킬 계획을 하고 있었을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저년도 죽잖아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죠.”“네가 죽으면 나더러 어떻게 네 엄마한테 말하라는 거야? 그만하고 빨리 와서 심지안 씨한테 사과해!”“살인미수를 저질렀는데 사과만 하라니요. 아저씨, 제 아내의 목숨이 아저씨에겐 그 정도 가치밖에 되지 않는 건가요?”성연신의 두 눈에서 뼛속 깊은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험악한 분위기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금이 저려오게 만들었다.홍자덕은 순간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 역시 물론 사건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그가 홍교은에게 소리쳤다.“무릎 꿇어!”존엄이란 때론 천금으로도 바꾸지 않을 만큼 중요하지만 때로는 만두 하나보다도 못할 정도로 그 가치가 형편없다.애석하게도 홍교은은 그 간단한 이치를 깨우치지 못했다.“싫어요. 죽지도 않았는데 제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요!”사랑하는 남자가 그녀의 눈앞에서 다른 여자를 두둔하고 보호하고 있다. 이 순간 가장 괴로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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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이 바보 같은 여자는 평소 감정을 감춘 게 분명하다

성연신은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날 위해 그렇게 할 필요 없어요.”“알아요. 하지만 나도 연신 씨를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어요.”성씨 가문을 도울 기회가 생긴다면 당연히 도와야 한다.성연신이 복잡한 얼굴로 그녀의 어깨에 팔을 감쌌다.홍자덕은 창백해진 얼굴로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딸의 미래와 비교한다면 그깟 돈이 뭐가 대수겠는가.심지안과 성연신은 이번 일을 성수광에게 알리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할아버지에겐 심장병이 있으니 자극을 받는 건 피해야 하니 말이다.“일단 병원에 가요. 열이 나면 안 되잖아요.”“그래요. 추웠다가 더웠다가 하는 것이 몸이 좀 불편한 것 같아요.”심지안이 연신 재채기를 하며 말했다. 머리도 조금 무거워진 듯한 느낌이었다.성연신이 그녀에게 눈길을 돌렸다. 창백한 얼굴에 이상한 붉은빛이 돌았고 목소리도 모두 잠긴 것이 독감 전조증상이 분명했다.그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오늘 많이 힘들었죠?”심지안이 의아하다는 얼굴로 물었다.“그런 말도 할 줄 알아요?”참 쉽지 않은 일이다.자기밖에 모르는 남자가 그런 말을 내뱉다니.성연신의 입꼬리가 격렬한 경련을 일으켰다.“지안 씨 마음속에서 난 도대체 어떤 사람이에요?”“장난이에요. 당신은 내 마음속에서 가장 완벽하고, 따뜻하고, 멋있는 남자예요!”물론... 성격도 가장 더럽기도 하고요.심지안은 조용히 한마디 더 보탰다.성연신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마음에 드네요.”“참, 수영 잘해요? 저수지에 뛰어들어 날 구하려고 했잖아요.”심지안이 진지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정말 많이 감동받았어요. 하지만 다음엔 그러지 말아요. 날 구하다가 오히려 당신 몸이 상할 수도 있잖아요.”“그 입 다물어요. 다음이란 없어요!”“맞아요. 다음은 없어야죠. 내가 괜한 말을 했네요.”“당신을 구하는 건 내가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이에요. 당신은 법률상 내 아내잖아요. 당연히 구해야죠.”심지안이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돌연 눈앞의 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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